에너지전환, 원자력 위기? … ‘원전해체 · SMR’ 미래 먹거리 부상
에너지전환, 원자력 위기? … ‘원전해체 · SMR’ 미래 먹거리 부상
  • 이훈 기자
  • 승인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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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력 산업, 국가 경쟁력 높이고 3만 달러 시대 크게 기여
2017년 이후 국내 원전 산업 매출 감소 … 원전해체 · SMR 선점 노력

국내 원자력 산업은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 측면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여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특히 40년 동안의 기술국산화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수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원자력 산업은 에너지전환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제원자력기구 IAEA는 2050년 원전 설비의 비중은 높은(4.8%) 및 낮은(2.4%) 시나리오 모두 2020년(5%)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남지역 원전 부품 생산 中企 경영난 ‘심각’
두산중공업, 지난 8월까지 수주액 대폭 감소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전 산업 매출은 1997년 6조 5,235억 원에서 20년 만인 2016년 27조 4,513억 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2017년 23조 8,855억 원, 2019년 20조 7,317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원전 산업 기업에게 영향을 줬다.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가 2019년 지역 소재 85개 원전 부품 생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원전 관련 현황 조사를 한 결과, 제조기업의 85.7%가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경영난에 처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윤영석 국민의 힘 의원실에 따르면 경남지역 원전 업체의 수주액은 2017년 3,595억 원에서 2018년 2,195억 원, 2019년 1,921억 원까지 줄어들더니, 지난 8월까지 373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 원전 기업인 두산중공업도 마찬가지다. 두산중공업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수주한 계약 금액은 2016년 3,978억 원에서 4년 만인 2020년 1,766억 원으로 2,212억 원(56%)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는 8월 말까지 두산중공업의 수주액은 175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신고리 5 · 6호기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일감이 끊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한울 3 · 4호기 건설 중단을 포함해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백지화됨에 따라 국내 원전 기업의 줄도산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중공업이 윤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과 계약을 맺고 부품을 공급해온 협력업체 수는 지난 2016년 320개에서 지난해 227개로 100개 가까이 줄어들었다. 두산중공업이 원전 협력업체들과 맺은 계약 건수도 2016년 2,786건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엔 1,172건으로 반토막 났다. 일감이 줄다 보니 일자리도 감소했다. 두산중공업의 원전 관련 인원은 2016년 1,857명에서 지난해 1,468명까지 줄었고, 지난 2월 기준 1,193명까지 급감했다.

윤 의원은 “경남 원전 업체 일감이 사라져 줄도산이 우려되고 근로자 일자리 감소도 큰 폭으로 예상된다”면서 “문제는 앞으로 원전 일감이 더욱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전 해체시장, 2030년까지 123조 원
SMR, 2035년까지 최대 85GW 규모 성장 전망

이에 정부는 원전해체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원전의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영국의 다국적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 발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은 2030년까지 123조 원, 2050년까지 204조 원, 2051년 이후 222조 원 등으로 성장해 총 549조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원전 해체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다. 201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9년 국내 원전 해체시장은 총 22조 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2019년 원전 해체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며 원전해체를 국내 원자력산업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목표로 2035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달성과 원전해체 TOP 5 국가를 제시했다. 이에 해체산업 Fleet(전체) 전략을 수립 및 운영해 대기업과 다수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강력한 산 · 학 · 연 협력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 공급망을 구성, 대기업이 가진 자금력과 네트워크 활용에 나선다.

초기시장 창출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해체대상 원전 준비시설의 조기발주에 착수하고, 원전해체기술 고도화 · 상용화 및 안전한 폐기물 관리를 위한 연구개
발 확대를 추진한다. 또한 원전 해체산업 육성 및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원전해체연구소 법인설립 등기를 2020년에 완료했다.

SMR 시장 또한 원전해체 시장처럼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대 85GW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규모는 연 150조 원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역시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중심이 돼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SMART를 개량해 경제성, 안전성 및 혁신성이 대폭 향상된 ‘혁신형 SMR’을 개발 중이다. 양 기관은 2028년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본격적으로 원전 수출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특히 한수원은 한국형 소형원자로인 SMART 기술 기반으로 개발기간을 단축함과 동시에 국내 설계 · 개발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2030년 세계 SMR 시장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지난달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제2회 혁신형 SMR 국회포럼’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2개 지원분과 운영, 혁신형 SMR 기술개발 사업의 추진경과, 성공적 개발전략, 수출 사업화를 위한 환경 조성 등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원전 수출 및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혁신형 SMR의 역할에 대해 토의하는 등 다양한 의견도 공유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달 2일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고 재원 마련을 위한 5,800억 원 규모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면서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 절차가 진행중으로 관계부처 및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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