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섹터커플링 동향과 진화 방향
에너지 섹터커플링 동향과 진화 방향
  • 손성용
  • 승인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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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과 관련해 섹터커플링이 하나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섹터커플링이란 말 그대로 에너지 섹터간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전체적인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며 운영의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제반 기술을 의미한다. 에너지시스템 간 연계 및 에너지의 통합적 관리를 통한 효율화는 오랫동안 연구되어 온 주제이지만 최근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보급에 따른 변동성의 증가에 기인한다. 섹터커플링이라는 용어는 그리드의 안정성과 탄소저감을 위한 주요 솔루션으로 2013년 IEW(International Energy Workshop)에서 재생에너지의 과도생산 시 섹터커플링 적용 비교를 통해 효율성을 제시하며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에너지 통합관리는 효율적인 에너지의 믹스나 활용 차원에서 접근돼 왔다면 최근 대두되는 섹터커플링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나 과도한 도입으로 인한 전력계통의 불안정 및 비효율화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차별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산으로 인한 문제는 계통 운영자 입장에서 해결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고비용의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수요관리나 전기저장장치와 같은 에너지저장장치의 도입, 계통망 보강 등의 방법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자원 규모의 제한이나 반응성의 제한, 고비용 구조 등의 이유로 인해 확대일로에 있는 재생에너지의 수용에는 어려움이 있다.

유럽의회는 2018년 ‘Sector coupling: How can be enhanced in the EU to foster grid stability and decarbonise?’ 보고서를 통해 섹터커플링을 에너지시스템에 막대한 유연성을 공급함으로써 보다 비용 효과적으로 탈탄소화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시각을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서 에너지 섹터커플링 개념은 그림 1과 같이 제시했으며 에너지 섹터 커플링은 에너지시스템통합과 유사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국내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만 보더라도 재생에너지 과다와 수용 인프라 부족으로 2020년 재생에너지 자원의 과다로 인해 77회의 커테일먼트를 통해 19.4GWh의 에너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배터리 저장장치와 육지계통 역송전을 위한 인프라 등을 도입하고 있으나 활용에 따른 경제성은 미지수이며, 해결을 위한 한 방편으로 EHP, 전기차 등의 활용을 통한 섹터커플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섹터커플링의 효과

섹터커플링이 전력산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다른 에너지 분야와는 다른 특성, 저장과 전송의 어려움과 동시에 재생에너지의 보급으로 인한 급격한 변동성의 증가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열이나 가스 등도 변동성이 존재하지만 전기만큼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고 전통적인 저장장치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구축이 가능하므로 전기만큼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전력 부문의 변동성 전력분야 내에서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반응성을 가진 부하나 저장장치를 필요로 한다. 배터리 기반의 에너지 저장장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변동성의 문제와 재생에너지원 확대에 따른 동시성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용량의 저장장치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K. Schaber 등은 재생에너지 확산시나리오에 따라 그림 2와 같이 신규 그리드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섹터커플링을 도입할때와 도입하지 않을 때의 조합을 통해 독일에서 재생에너지로 인한 과다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였다. 해당 연구에서는 탄소중립을 전제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했다. 이 경우 열에너지 부문이 과도한 전력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주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탄소배출의 저감과 전반적인 비용의 저감 효과가 제시됐다.

유럽의회보고서에서는 섹터커플링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 전전화는 에너지 분야 탈탄소화의 핵심전략의 하나가 될 것임
• 전전화가 어려운 일부분야는 재생에너지나 탄소 중립적 가스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음
• 섹터커플링은 간헐성 재생에너지 자원 확산의 수용을 지원함
• 전기, 가스, 열 부문에 대한 Cross-vector 통합 (Power-to-X)은 공급안정성의 확보와 부가적인 유연성의 공급을 가능하게 함

또한 유럽의 에너지와 기후정책 목표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공급안정성(Security of Supply)과 경쟁력(Competitiveness)의 달성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섹터커플링을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 전전화
• 저탄소 에너지원 보급
• 가스-전기 부문 커플링
• 에너지중립적 관점에서 에너지기술의 광범위한 믹스

에너지 부문별 관점에서의 섹터커플링

가. 열에너지 부문

열에너지 부문은 지역냉난방사업자, 전기냉난방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섹터커플링의 기반을 갖추고 있는 부문으로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를 최소화하면서도 구현 가능한 섹터커플링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 4는 P2H 구성예로 전력계통망과 열네트워크 간 상호 협력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나. 수소에너지 부문

열에너지 부문은 기존의 수요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전력부문과의 섹터커플링을 수익모델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면, 가스 부문은 수소에 기반한 신산업으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ETIP SNET에서는 가스산업 관점에서 그림 5와 같이 보다 수소, 메탄과 같은 가스뿐만이 아니라 액화연료 등으로의 다양한 에너지변환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서도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유연성 자원으로 수소를 표명하며, 수송, 산업, 가스, 전력 등의 분야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수소를 통해 제공하는 모델을 그림 6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He@Scale은 미국 에너지부(DOE) 주도로 탈탄소화와 에너지 산업에 걸친 성장의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경제적인 수소의 생산, 공급, 저장 및 사용 전반의 진보를 추진하고자하는 프로그램으로 에너지관점 뿐만 아니라 그림 7과 같이 산업 전반의 연계를 고려하고 있다.

 

다. EV 부문

2050년 11억 6,000만 대가 보급될 것으로 예측되는 EV도 섹터커플링을 위한 주요 자원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으며 스마트 충전은 풍력보다는 예측성이 높은 태양광과 더 Matching이 잘되는 자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림 8과 같이 EV는 충전만하는 V1G, 충방전을 모두 지원하는 V2G, 주택이나 빌딩의 보조 전원으로 활용되는 V2H/B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EV는 기본적으로 전기배터리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보다 다양한 전력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림 9와 같이 전력시장을 통한 에너지서비스나 송전운영을 지원하는 보조서비스 등 시스템 차원의 유연성 뿐만 아니라 배전운영이나 수용가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지역 단위의 유연성도 제공할 수 있는 가용성이 높은 자원으로 제시되고 있다.

고찰 및 맺음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섹터커플링에 대한 다양한 개념이 제시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수용과 탈탄소화를 위한 필수적 기술로써의 잠재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향후 보급될 재생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전력분야를 중심으로 간헐성을 해소하고 과다생산을 흡수하기 위한 유연성 자원으로서 시작된 섹터커플링은 각 에너지 분야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고 있다. 열에너지부문에서는 효율적인 열생산과 부가수익의 창출, 수소에너지 관점에서는 수소의 생산, 공급, 활용 전반에 걸친 산업생태계의 관점, EV 부문에서는 부가적인 서비스의 확보 관점 등 각 분야별로 섹터커플링을 주도하고자 하는 경쟁과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섹터커플링 확산을 위해서는 변환효율이 높고 투자비용이 낮은 섹터커플링 기술의 개발이 전제조건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변동성 혹은 잉여전력을 열이나 가스(수소)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해 저장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히 전기를 열이나 가스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히 물을 끓여 온수를 만들거나 수분해를 통해 H2를 생산할 수 있으므로 초기 투자비용이나 기술적인 것이 그다지 높지도 않다. 하지만 전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히터 대신 EHP를 사용하거나, 새로운 수분해 기술의 개발, 수소 대신 암모니아 등을 사용한 에너지전송 등 새로운 기술과 활용모델의 발굴은 섹터커플링을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섹터커플링이 도입되는 경우 각 에너지섹터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수소를 생산했다가 연료전지를 사용해 다시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자의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가스사업자와 전기사업자 허가를 각각 취득해야 할 것인지, 섹터커플링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전력 보조서비스시장에 참여하는 경우 전기사업자인지 등 새롭게 정비돼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에너지원 간 발생하고 있는 교차보조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투명한 시장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섹터커플링은 시장구조를 왜곡해 국가적 차원에서 오히려 자원의 낭비나 탄소저감에 역행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소를 위해 섹터커플링 시대에 부합되는 에너지 사업자 구조, 시장체계, 보상제도 등이 체계적으로 설계 및 준비돼야 할 것이다.

손성용 가천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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