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G 시스템의 핵심, ‘수소’
P2G 시스템의 핵심, ‘수소’
  • 조성경
  • 승인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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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PROLOGUE

우리의 일상 속에 파고들어 온 기후위기와 팬데믹은 에너지전환에 대한 평면적 선언을 입체적 고민으로 바꾸고 있다. 그리고 분명한 목표가 있는 현실적 실천을 강력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핵심은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던 당연함을 멈추고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전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12월 전 세계 195개국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채택한 파리협정은 2021년 발효돼 본격적인 신기후체제의 막을 열었다. 또한 2019년 12월 EU의 ‘유럽 그린딜’ 발표 이후, 미국, 영국, 일본, 대한민국 등 134개국이 지난 7월 기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Net Zero by 2050’(2021)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력생산이 2.5배 수준으로 증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국제에너지컨설팅사인 우드맥킨지는 대한민국이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최종 에너지원 중 전력비중이 현재 22%에서 2050년 66%로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탄소중립의 핵심은 바로 전기화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전기화 과정에서 반드시 챙겨야할 단서가 여기에 있다.

‘전력은 경제와 사회복지에 있어 필수 요소이다’ 미국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 Engineering, and Medicine에서 2021년 출간한 ‘The Future of Electric Power in the US’의 첫 문장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 나아가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것, 이를 위해 전기화의 속도를 높이고 전기화를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를 회복할 수 없이 망가뜨리거나 우리의 삶을 궁핍하게 몰아가선 안 된다는 메시지다. 왜냐하면 전력은 경제의 기반이자 삶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이 있다. 기후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는 아니 최소한 우리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탄소를 마치 독극물 대하듯 해서는 안 된다. 탄소 자체는 지구와 일상생활을 위해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가 전혀 없다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18℃로 뚝 떨어진다. 온실가스는 지금처럼 지구의 온도를 15℃로 유지해주는 자기 역할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이는 우리에게 식량을 제공하는데 기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무탄소 사회가 아니라 탄소적정 사회다.

탄소적정 사회란 탄소 자체에 ‘나쁜’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보다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가기 위한 탄소의 ‘필요’를 인정하고 최적의 탄소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탄소의 인위적 배출을 제어하는 사회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무조건 탄소 배출을 금기시하기 보다는 경제적 효과성, 기술적 효율성,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해 특정 부분에서의 탄소 배출이 불가피할 경우 다른 영역에서 이를 상계해 탄소 배출의 총량을 제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WHY

대한민국이 전력 비중을 66%로 끌어올리려면 발전량을 660TWh에서 1,630TWh로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20년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석탄발전은 35GW→20GW, 가스발전41GW→36GW로 줄이고 수력발전은 2GW를 유지해야 하며, 풍력발전은 2GW→77GW, 태양광발전은 14GW→614GW로 그리고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장치는 6GW→306GW로 광폭 확대해야 하고, 원자력발전까지도 26GW→41GW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우드맥킨지의 분석이다.

물론 기술혁신으로 효율이 좋아지면 숫자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또 실제 저만큼의 숫자를 자연환경, 사회적 여건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따라서도 실현 여부가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치의 정확성이 아니라 엄청난 양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야 한다는 사실이고, 이를 위해서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심한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되는 전력을 저장해둬야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현실이다.

재생에너지는 자연 입지조건이 갖춰진 곳에서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시간과 계절에 따라 발전량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도의 저장과 운송설비가 필요하다. 그 대표 선수가 대용량 배터리 즉 ESS(Energy Storage System)이다. ESS는 재생에너지발전의 간헐성 즉 출력변동성을 제어하고, 전력의 품질을 향상시킨다. 또한 전체 에너지소비의 27%를 차지하는 운송용의 경우 내연기관 대신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ESS의 경우 화재 위험성 문제를 아직 명쾌하게 풀지 못하고 있고 전력을 원거리 운송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또 고출력을 요구하는 지게차나 무거운 짐을 싣고 장거리 운행을 해야 하는 대형 화물트럭, 열차의 경우는 다량의 배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에너지저장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수소는 장기간 많은 양의 저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파트너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P2G(Power to Gas)다. P2G 시스템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잉여전력을 수소에너지로 전환해 저장함으로써 전력 공급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한 수소는 쉽게 다른 화합물로 변환이 가능하고 친환경적 생산이 가능해 P2G 시스템에 적합한 것으로 국제 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P2G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을 중심으로 사업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중 40% 이상 독일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2019년 전체 발전량의 42.6%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이 28%를 차지하면서 점차 전력계통에서 흡수가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었다. 이에 독일 북쪽 대규모 풍력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력수요가 높은 남쪽으로 송전하기 위해 충분한 규모의 그리드가 필요하나 아직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풍력으로 생산한 잉여전력을 P2G 기술을 활용해 저장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P2G에 적극적인 이유는 또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렸지만 탈석탄과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게다가 독일은 LNG 난방 수요가 많아 LNG 소비가 OECD 평균을 뛰어넘는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전력과 외부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결합하는 P2G 기술로 소위 탄소중립적인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Argonne National Laboratories는 2020년 발간한 ‘Assessment of Potential Future Demands for Hydrogen in the US’에서 현재 미국의 에너지시스템이 사회와 기술의 변화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 가능 전력생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비용, 안보, 건강상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주거, 상업, 운송 및 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대체 에너지원 개발과 실현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시스템적 변화는 그리드 탄력성과 에너지 경제성에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시스템 전반에 걸친 비용과 탄소 배출 차원에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만족시키는 시너지 솔루션 중 하나가 통합 수소에너지 시스템(integrated hydrogen energy system)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H2@Scale은 미국 에너지부(DOE) 이니셔티브로 이해관계자를 모아 다양한 부문에서 탈탄소화와 수익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저렴한 수소 생산, 운송, 저장 및 활용을 진전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H2@Scale의 개념은 수소를 에너지운반체로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수소는 GigaWH의 에너지저장과 전력망의 응답부하(Responsive Load)로 사용돼 전력망의 안정성을 담보한다. 수소는 전통 및 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생산할 수 있어 각 발전기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수소는 연료전지 전기자동차(FCEV)에 직접 사용되는 운송용 에너지, 합성연료의 공급원료, 철강, 시멘트, 암모니아 및 기타 화학물질 제조와 같은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다. 수소는 유연성(Flexibility)과 대체 가능성(Fungibility) 등으로 인해 잉여 가용성이 있는 에너지원을 에너지 또는 화학적 공급 원료가 필요한 시장에 연결해 두 가지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WHAT

수소는 가볍고 저장이 가능하며 반응성이 있고 단위질량당 에너지 함량이 높아 운송 연료로서 장점이 있으며 산업규모로도 비교적 쉽게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로 부피 단위당 에너지밀도가 낮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크거나 빠르게 흐르는 파이프라인과 더 큰 저장탱크를 필요로 한다. 수소는 압축, 액화 또는 더 높은 에너지밀도를 갖는 수소 기반 연료로 변환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사용된다.

수소는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할 만큼 풍부하지만 지구상에는 산소나 탄소 등 화합물 형태인 물과 탄화수소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소를 사용하려면 이러한 화합물로부터 수소를 분리해야 하는데 이 때 다른 에너지를 원료 혹은 연료로 투입해 가공하거나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수소는 에너지를 담은 상태로 존재하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수소 생산을 위해 투입된 다른 에너지원을 전기와 같은 최종에너지 형태로 전달하는 에너지운반체의 특성을 갖는다.

에너지운반체인 수소의 잠재적 역할은 전기와 비슷하다. 수소와 전기는 모두 다양한 에너지원과 기술로 생산될 수있다. 둘 모두 다목적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수소나 전기의 사용은 온실가스, 미립자, 황산화물 또는 지상 오존의 발생을 유발하지 않는다. 수소가 연료전지에 사용되면 물만 배출된다. 하지만 석탄, 석유 또는 LNG와 같은 화석연료에서 생산되는 경우 조건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수소와 전기의 결정적 차이점은 수소는 전자뿐 아니라 분자로 구성된 화학에너지 운반체라는데서 찾을 수 있다. 화학에너지는 석유, 석탄, 바이오매스, LNG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방식으로 저장, 운반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즉 분자 특성으로 인해 오랜 기간 동안 저장될 수 있고 탄소나 질소 등 다른 원소와 결합돼 취급하기 쉬운 수소 기반 연료를 만들 수 있고, 산업부문에서 공급 원료로 사용돼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수소는 선박을 통해 운송될 수도 있고, 연소되어 고온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화석연료 특히, LNG를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의 인프라와 비즈니스 모델에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다.

한편 모든 에너지운반체는 생산, 변환, 사용될 때마다 효율손실이 발생한다. 수소의 경우 이러한 손실이 가치사슬의 여러 단계에서 누적될 수 있다. 전기를 수소로 변환해 운송하고 저장한 다음 연료전지에서 다시 전기로 변환하면 전달된 에너지는 초기 전기 투입량의 30% 미만이 될 수 있다. 이는 수소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전기나 LNG보다 수소를 더 비싸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수소는 다른 에너지운반체와 마찬가지로 대규모로 사용될 때 건강과 안전에 특정한 우려가 존재한다. 수소는 매우 작아서 파이프라인이나 저장탱크로부터 LNG에 비해 쉽게 빠져나온다. 수소는 무독성 가스지만 화염 속도가 빠르고 점화 범위가 넓으며 가연성이 높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불꽃이 있고 무색무취이기 때문에 화재와 누수를 감지하기 어렵다. 물론 안전하게 관리해 온 경험이 축적되어 있고 기술적으로도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으나 위험을 제대로 전달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HOW

수소와 산소를 전기화학반응 시키면 전기와 열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물을 전기분해 하면 수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투입 에너지의 1/3밖에 수소를 만들 수 없다. 물을 전기분해하려면 이론적으로 1.23V의 전압이 필요하다. 이 때 전극에서의 과전압으로 에너지 손실이 일
어나는 것이다. 또한 정제되지 않은 물을 사용할 경우 미량의 금속이온에 의해 형성되는 금속 수산화물로 인해 전극의 내구성이 감소할 수 있다. 현재 백금을 제외한 환원전극재료는 과전압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LNG를 개질해 수소를 만들 수도 있다. 개질(Reforming)이란 가솔린의 탄화수소 조성을 열 또는 촉매의 힘을 이용해 바꿔 그 성상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LNG 개질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1GW당 온실가스 443만 톤이 배출된다. 이는 LNG개질 연료전지 발전이 일반 LNG발전과 비교할 때 2배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열분해, 광촉매, IS 프로세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소를 만들 수 있다.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제조과정에서도 나온다. 즉 나프타 분해과정에서 생산된다. 이러한 부생수소는 부산물로 발생하는 수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
소 생산을 위한 추가 설비가 필요 없지만 생산량에는 한계가 있다.

수소의 각기 다른 생산과정은 생산된 수소에게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청록수소, 그린수소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그레이수소는 LNG를 개진해서 생산하는 개질수소나 정유공정의 나프타 분해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의미한다. 생산비용은 저렴하지만 1톤당 1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저장(CCS)하거나 활용(CCU)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를 말한다. CCS나 CCU의 기술수준에 따라 비용과 친환경성이 결정된다. 청록수소는 메탄을 열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를 의미하며 메탄이 주성분인 LNG를 열분해해 수소와 고체 탄소로 직접 분리하고 카본블랙은 가공해 자동차 타이어, 플라스틱, 배터리 등 다른 제품의 원료로 사용한다. 단,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고체탄소 잔류물이 대기로 배출되지 않고 영구적으로 고체 형태로 유지될 수 있어야 청록수소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수전해하여 생산한 수소를 의미한다.

탄소 배출이 없어 이상적으로 평가되나 비용이 그레이수소에 비해 2배 수준이라는 데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 있다. 한편, 원자력을 이용한 전기분해를 통해서도 수소 생산은 가능한데, 탄소 배출도 없고 비용도 그레이수소 수준이지만 원자력이라는 자체 한계가 존재해 아직 어떤 색깔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는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포집, 활용, 영구저장하는 방법을 말한다. 현재로서는 개질수소의 생산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데 반드시 동반돼야 할 필수 기술이다. 현 시점에서 CCS(Carbon Capture Storage) 사업화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소위 오일메이저들이다. 사실 대부분의 오일 메이저들은 보유하고 있는 노후 유전의 원유회수증산을 위해 오래전부터 CCS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이는 남아 있는 원유를 끄집어내기 위해 화학공정 등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 압축해 노후 유정에 고압으로 주입하는 것을
말한다. 목적 자체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입된 이산화탄소가 유정 깊은 곳에 영구 저장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엑손모빌은 텍사스 휴스턴에 다른 산업체의 탄소포집과 저장을 위한 대규모 CCS 허브를 구축할 계획을 지난 4월에 발표했다. CCS 허브는 석유화학, 제조, 발전시설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걸프만 해저 땅 속에 저장하기 위한 인프라를 말한다. 엑손모빌은 2030년까지 연간 5,000만 톤, 2040년까지 1억 톤의 이산화탄소 포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기업인 Equinor, 영국과 네덜란드의 Shell, 프랑스의 Total 등도 노르웨이 산업단지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북해 땅 속에 저장하는 NL CCS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3개사는2024년까지 연간 15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 1단계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료전지는 물을 전기분해할 때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는 원리를 역이용한 것으로 공기 중의 산소와 외부에서 공급되는 수소를 결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것이다. 연료전지는 사용하는 전해질에 따라 출력 규모나 적용 분야가 달라진다. 수소연료전지는 대규모 발전뿐 아니라 소규모 분산전원, 건물용 전원, 백업용 전원, 대형트럭이나 특수차, 철도 등 육상용 모빌리티 전원, 수송선, 여객선, 잠수함 등 해상용 모빌리티 전원, 소형항공기, 무인통신, 드론, 우주선 등 항공용 전원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전력계통의 관성 저하 문제가 또 하나의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관성이란 발전기가 불시정지 하는 등 계통 외란이 발생했을 때 정상 값을 벗어난 주파수를 빠른 시간 안에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 즉 고장이나 사고에 따른 회복능력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수소연료전지가 관성이 없기 때문에 전력계통에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전력계통 관성의 역할은 거의 없어진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즉 인버터 기반의 전원은 빠른 출력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고 태양광보다는 출력조정이 상시 가능한 수소연료전지가 주파수 유지 예비력으로서도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는 현재의 전력계통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전력계통의 특성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무관성 전력계통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WHO & WHERE

2018년 10월 23일 각국의 수소에너지 담당 장관과 대표들은 일본 도쿄에 모여 각국의 수소기술 연구, 개발 및 구축에 관한 협력을 증진할 것을 합의했다. 참석자들은 수소가 청정에너지 미래를 향한 에너지전환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광범위하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효율적인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수소 기술의 발전을 가속하기 위해 기술협력과 규정, 규칙 및 표준의 통일화를 위한 조정, 수소 안전과 인프라 공급망에 관한 정보 공유와 국제 공동 연구 및 개발 촉진, 이산화탄소 배출과 기타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포함해 여러 부문에서의 수소 잠재력 연구 및 평가, 커뮤니케이션과 교육 및 지원 활동에 대해 협업할 것을 확인했다.

Tokyo Statement는 각국의 수소사회를 향한 발걸음에 동력을 제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국가 주도의 수소 로드맵 발표에 불을 지폈다. 특히 EU, 독일, 프랑스, 호주, 미국,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은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수소전략을 이끌고 있다. 호주의 경우 대한민국, 일본, 중국 수출을 목표로 수소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할 만하다.

그린수소 생산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국가는 중동산유국들이다. 이들은 석유 자원을 통해 축적해 온 막강한 자본력으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해왔다. 게다가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어서 태양광, 풍력발전에 적합한 입지 조건이다. 덕분에 이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2020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전 세계 태양광에너지 평균 발전단가는 1MWh당 47달러인데 비해 사우디아라비아 알쇼아이바 태양광에너지의 발전단가는 10달러 수준이다.

걸프 지역은 이미 구축해놓은 항만 인프라가 있고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유럽, 아시아와의 근접성 역시 좋아 그린수소의 허브로서 필요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ACWA Power와 Air Products가 2020년 7월 MOU를 체결하고, 미래도시 네옴에 연간 24만 톤의 생산을 목표로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UAE는 국부펀드인 Mubadala가 이탈리아의 에너지인프라 운영사인 Snam과 그린수소 투자 및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국영 재생에너지 기업인 Masdar는 독일의 Siemens, 일본의 Marubani상사 등과 그린수소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 중에 있다. 오만의 국영 석유기업인 OQ는 25GW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연간 180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지난 5월에 발표했다. 바레인 역시 국영 에너지투자사인 Nogaholding이 Air Products와 그린수소 개발 타당성 조사를 위한 협약을 2020년 11월 채결했다.

걸프협력회의는 향후 25년간 연평균 600억 달러를 투입해 2050년에는 5,000만 톤의 수소를 수출하고 연간 최대 2,00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수소 모빌리티에 대한 도전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수소자동차로 출발한 수소모빌리티는 유럽을 중심으로 수소열차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은 2022년 수소열차 상용화 의지를 밝혔는데 2030년까지 300km 이상의 중장거리 도로화물 수송의 30%를, 2040년까지 50%를 철도와 수로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열차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경제성이다. 기존의 도시 철도나 고속 전철은 전력선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다. 따라서 1km당 120만 유로에 달하는 전선을 철로에 설치하는 것이 필
수다. 그러나 수소열차의 경우 전력공급을 위한 전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이로 인해 단순히 설치비용만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유지, 보수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소열차는 1회 충전으로 140km/h의 속도로 1,0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미 독일은 2040년까지 디젤열차를 모두 폐기하고 수소열차로 바꿀 것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TGV 제작사로 잘 알려진 Alstom사는 독일의 R&D 자금을 지원받아 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철도차량인 Coradia iLint를 개발해 2018년 9월 첫 운행을 시작했다. 2020년 2월까지 총 2대가 운행됐는데 최대 300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으며, 123km 구간을 시범 운영했다.

Coradia iLint는 수소연료탱크와 연료전지를 열차에 탑재해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생산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남은 전기를 리튬이온 배터리에 저장한다. 2022년 3월부터는 14대의 수소열차가 운행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Alstom사는 이미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라인-마인지역을 연결하는 수소열차 27개를 주문받았으며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운행될 예정이다. 이탈리아의 2대 철도회사인 북밀란 철도(FNM)는 6대, 프랑스 국경철도회사(SNCF)는 6대를 Alstom사에 주문, 2023년부터 본격적인 수소열차 운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국영철도
회사인 Deutsche Bahn은 독일의 고속열차 ICE 제작사인 Siemens와의 협력을 통해 2024년부터 자체 개발한 첫 수소열차를 최고 159km/h 속도로 총 600km 구간을 운행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수소열차의 성능 향상을 위한 유럽 국가 간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의 기업과 연구소들은 FCH2RAIL EU 프로젝트 즉 철도 애플리케이션용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파워팩 프로젝트에 참여, 기존 수소열차의 전원공급 장치와 별도로 장착된 연료전지와 배터리를 가동시킬 수 있는 하이브리드 개발을 지난 1월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해 Alstom사는 유럽에서 향후 5,000대 이상의 디젤열차가 수소열차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또 Morgan Stanley에 따르면, 탄소배출 규제는 유럽의 수소열차 시장을 가속하여 2050년경에는 최대 4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WHEN

수소사회가 언제쯤 완성될 것인가 아니 수소사회가 가능하긴 할까. 그리고 진짜 수소사회로의 완벽한 이행이 우리가 가야할 유일한 길인가. 이에 대한 답은 아무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 몇 차례 부풀었다가 푹 꺼지고 만 수소 붐과 현재의 수소 바람의 본질적 차이는 지금은 정부가 장을 세우고 기업이 그 안에서 실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기존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 뛰어들었다는 것은 수익창출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고 이러한 의지는 최소한 수소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개개인에게도 점차 체감되고 있다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또한 과거에 비해 기술혁신과 융합을 통한 진화가 조금 더 수월한 여건인 것도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수소사회가 궁극적인 정답인지 아닌지 또는 수소사회가 완성될지 아닌지가 아니다. 수소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현명한 선택과 여러 가지 상황이 기후위기를 넘어서면서도 에너지주권을 수호하고 삶의 수준을 조금씩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에너지원과 에너지운반체의 단점을 맨 앞으로 끄집어 내 삭제 버튼을 누르기 보다는 각각의 장점을 도드라지게 만들고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의 치열한 논쟁이 허용돼야 할 뿐 아니라 독려돼야 한다. 싸움이 아니라 논쟁을 통해서만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공유되고 뒷걸음질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PILOGUE

흔히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기후변화가 오기 전에만 통용될 수 있는 얘기다. 자연자원 자체가 특별한 조건을 요구하고 간헐성을 특성으로 한다는 것은 반드시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무언가 즉 P2G와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러한 역할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기후변화가 본격화되면서 필요로 하는 특별한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졌을 뿐 아니라 예측가능성은 현저히 추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이상 재생에너지 단독으로는 에너지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위기, 탄소규제, 새로운 국제질서 그리고 불확실성. 이러한 복합적 상황을 출발점으로 대한민국은 탄소적정 사회로 나아가면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바로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고 공고히 하는 것이다. 에너지 주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연료공급이 원활하고 시설 설치와 운영이 가능하며, 설비가 고장 났을 때 우리 손으로 고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법과 제도의 운용 권한과 책임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에너지 주권을 확보했다는 것은 에너지의 생산, 소비, 관리에 대해 우리가 통합적 통제권을 갖고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수소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수소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생산·운송·저장 방식에서도 이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엇이든 only one보다는 one of them으로서 균형 있게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나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성경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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