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위한 섹터커플링 기술과 국내·외 현황
탄소중립을 위한 섹터커플링 기술과 국내·외 현황
  • 장동환
  • 승인 2021.10.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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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인간이 초래하고 있는 기후환경 문제는 이제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시 최근 100년간 기온은 연평균 1.8℃ 상승, 연평균 강수량은 160mm 상승했다. 계절의 길이도 변화돼 과거 30년 대비 겨울은 18일이 짧아졌으며 여름은 19일 길어졌다. 마크 라이너스의 6도의 멸종이라는 책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가 6℃ 오르면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대멸종이 시작된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제 사회는 이와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을 위해 1997년 선진국에게 한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가하는 교토의정서를 체결했다. 감축의무 대상은 37개국이며 1990년 수준을 기준으로 평균 5.2%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우리나라는 의무대상국은 아니지만 2012년 자발적으로 감축하기로 했으며 법적 구속력은 없었다. 이후 2015년 195개국으로 의무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협정됐다. 이 협약에 따르면 자발적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통해 미국은 2030년까지 26~28%의 절대량 감축,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절대량 40% 감축, 중국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배출량 기준 60~65%의 감축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 목표연도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7% 감축을 목표로 제출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EF, Major Economies Forum on Energy and Climate)에 참석해 기존 NDC를 최소 40%대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 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구온난화 1.5 특별 보고서’에서 산업화에 따라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효과를 약 1℃로 산출했다. 또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감축목표를 달성한다고 가정해도 2100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은 3℃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파리기후변화협약보다 더 강력한 환경대책을 통해 평균기온 상승의 정도를 1.5℃ 수준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2050년 전 지구의 탄소중립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여기서 말하는 탄소중립이란 Net Zero 즉, 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부는 2020년 12월 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적응적 (Adaptive) 감축’에서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전략 수립을 통한 ‘능동적(Proactive) 대응’ 도모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新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등 3대 정책방향과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를 포함하는 ‘3+1’전략을 근간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안)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은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될 것이며 정점에서 감축까지의 기간이 타 국가들에 비해 촉박하고 탄소 多배출 업종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석탄발전 비 중이 높은 에너지 믹스 등의 여건을 감안하면 탄소중립 달성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게다가 에너지전환에 따른 산업계의 경쟁력 약화, 물가상승, 일자리 감소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에서는 2050 탄소중립이 글로벌 신패러다임으로 대두된 현 상황에서 RE100, ESG 등은 신경제질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새로운 친환경 시장의 선점이 중요한 상황임을 명시하고 있다.

❷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에너지전환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기존 RE3020에서 목표를 상향해 이른바 RE3040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10%가 되지 않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10년도 채 남지 않은 단기간 내에 대폭 확대해야 하는 공격적인 목표이며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전환이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다. 경제성과 기술의 숙성도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비중이 대폭 확대되고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발전 비중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석탄발전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에 맞춰 잔여 석탄발전기의 연간 석탄발전량 상한에 제한을 두는 석탄상한제를 올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2022년에는 법제화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제도를 시행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어 석탄발전의 감소와 재생에너지의 증가 등에 너지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 느낄 수 있다.

다만 아이러니한 것은 석탄총량제 시범운영 영향으로 전력시장의 SMP가 상승해 석탄발전 중심의 발전자회사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발전을 제한했으나 발전자회사들의 시장지배력이 동작하는 현재 전력시장 제도 하에서 에너지전환에 대한 시그널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이 사례는 탄소배출량만을 기준으로 시장제도 일부개선으로 에너지전환을 달성하기 어려우며 에너지시장 전반에 정산제도와 가격 시그널까지도 고려한 제도개선이 수반돼야 에너지전환의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❸ 에너지전환과 전력계통

전력계통은 인간이 만든 가장 거대한 시스템으로 매우 비선형적인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해석이 매우 어렵다. 전력계통을 기술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크게 지역적으로 무효전력의 밸런스를 맞춰줘야 하는 전압, 계통 전반에 유효전력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줘야 하는 주파수 측면의 분석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기존의 발전기들은 무효전력과 유효전력의 출력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계통의 안정성 유지는 일반적으로 발전기를 제어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기는 출력 제어가 불가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따라 출력이 변화하기 때문에 전력계통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전력계통의 유연성이라고 하는데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대응해 전력계통 전체의 출력을 제어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에도 전력계통의 유연성 유지를 위해 전력시장의 발전기들이 출력을 조정하는 보조서비스(G/F, AGC)를 제공하고 전력시장 규칙에 의해 보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보상수준이 미미해 시장 참여자들의 동기부여가 어려운 상황으로 시장 참여자들에게 의무를 부가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원전은 안전성의 이유로 출력제어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석탄발전 역시 느린 응동속도로 인해 전력계통 유연화 측면에서는 유용한 유연화 자원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 석탄, 원전에 비해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LNG 발전이 수익이 매우 적은 상황에서도 전력계통 유연화에 따른 안정성 유지 측면에서는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향후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이 대폭 커질 경우, 전력수급을 항상 일치시켜야 하는 전력계통의 특성상 출력제어가 가능한 기존 발전기를 대체하면서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전력계통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결국 재생에너지의 확대보급은 전력계통의 재생에너지 수용능력 향상(전력계통 유연화)이 관건이 될 것이다.

실제로 제주지역의 경우 태양광이 발전하는 낮 시간대에 전력 순부하가 감소하는 덕커브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출·일몰 시 전력 순부하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전력계통 안정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지역은 재생에너지의 확대보급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을 단축하고 있으며 그 빈도가 2015년 3회에서 2020년 77회, 올해에는 200회 이상의 재생에너지 발전 단축이 예상된다.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높은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며 전력계통 전문가들은 3~5년 안에 육지에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표적인 전력계통 유연화 설비를 꼽자면 ESS와 양수발전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ESS의 경우 막대한 건설 및 폐기비용, 화재 등의 안정성 논란, 충·방전 운영기술의 문제, 대용량 구현의 어려움 등으로 전력계통 유연화 효과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양수발전 역시 막대한 건설비용과 환경파괴 문제로 인해 충분한 용량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들어 수소에너지, 탄소포집 등의 기술 등을 통한 탄소중립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초기단계의 기술로 실용화까지 기술개발의 많은 숙제가 남겨졌다. RE3020 또는 RE3040을 감안했을 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따라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이미 상용화가 이루어진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다만 재생에너지 유연화 문제해결은 또 다른 선결 조건이 될 것이다.

❹ 섹터커플링 개념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확대 시 발생되는 잉여전력은 전력 계통의 주파수를 상승시켜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잉여전력에 대한 해소 방법으로 최근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이 주목받고 있다. 섹터커플링은 전력부문의 잉여전력을 또 다른 부문으로 전환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통상 P2X(Power to X)로 통칭되며 대표적으로는 잉여전력을 집단에너지로 전환하는 P2H(Power to Heat), 수소로 전환하는 P2G(Power to Gas),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V2G(Vehicle to Grid) 등이 있다. 특히 P2H의 경우 구현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고 집단에너지가 대규모로 보급돼있는 우리나라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❺ 해외 섹터커플링(P2H) 사례

덴마크의 경우 2020년 전력수요의 50%까지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확대됐다. 또한 열에너지 저장장치는 변동성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덴마크 건물의 60%가 지역 난방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최근에 대두되는 사항으로 바이오매스 CHP,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을 기반으로 2030년에는 재생에너지로 전력생산의 비율이 100%에 도달하고 지역난방 및 냉방이 계통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축열 저장장치로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부하에 따른 전력공급을 통해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보조서비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용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열에너지로의 변환으로 타 에너지 저장장치에 비교해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형태의 Power to Heat 열에너지 저장장치를 활용해 전력 계통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그림 5는 덴마크의 Ringkobing 사의 P2H 도입 이전과 이후의 집단에너지 운전 현황을 나타낸 그림이다. 풍력에너지가 풍부한 덴마크의 특성상 새벽시간에 SMP가 낮아, P2H의 가동은 주로 SMP가 낮은 새벽시간에 주로 이뤄지며 축열조에 저장돼 낮에 사용하는 패턴이다.

현재 집단에너지의 Sector Coupling 설비는 전기보일러를 주로 이용하며, 우수한 효율, 응동속도가 빠르고 건설비용과 설치공간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그림 6은 노르웨이 Parat사의 전기보일러 설치사례에 대한 소개이다.

❻ 국내 섹터커플링(P2H) 현황

우리나라에서는 전 세계 최대 집단에너지사업자인 한국 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가 P2H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9년부터 P2H 관련 특허를 출원해 현재는 12건의 국내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는 해외 특허를 5개국에 출원하였다. 특허권의 주요 내용으로는 집단에너지 계통과 전력계통을 연계해 전력계통을 안정화시키는 Sector Coupling의 기본개념, 재생에너지 과잉 시 P2H 가동(열 생산)에 따른 집단에너지 계통의 운영 방안, P2H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변동성 제어방법, 전력 계통과 집단에너지 계통을 통합 관리하는 EMS(Energy Management System), P2H를 포함하는 새로운 에너지 비니니스 모델 등이다.

한난은 보유한 특허들을 기반으로 2022년 P2H 실증 국가 R&D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보일러를 실제 건설·실증할 계획이다. 또한 전력계통 분석을 통해 향후 재생에너지 확대보급 시 전력계통 안정성을 전망하고 P2H 기술 활용을 통한 전력계통 안정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개발된 전력계통 안정화 기술을 구현할 P2H 제어기를 중소기업과 국산화해 국가 산업에 기여할 계획 또한 가지고 있다. 이 실증 국가 R&D를 수행할 경우 개발된 기술과 실증결과를 바탕으로 한난은 대규모 P2H 섹터커플링 사업을 기획 중에 있다. 특히 국가 탄소 중립 정책과 맞물려 한난 탄소중립 로드맵에 P2H 사업을 반영하고 2050년까지 기존 집단에너지 열 생산용 보일러를 섹터커플링이 가능한 전기보일러로 대체할 계획을 수립했다. 참고로 한난의 열 생산 보일러 용량은 통상적으로 100Gcal이며 이를 전력으로 환산하면 120MW급 전기보일러에 해당이 된다. 한난은 이러한 100Gcal급 보일러를 현재 50여 기 이상 보유하고 있어 이들 보일러를 전량 개체할 시에는 전력계통의 잉여전력 흡수 및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❼ 섹터커플링(P2H) 추진을 위한 향후과제

한난이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는 전력계통의 재생에너지 확대 시 걸림돌로 작용되는 잉여전력 문제를 집단에너지 계통으로 섹터커플링해 전력계통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집단에너지 계통의 열원으로 활용해 두 섹터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전력시장 운영규칙과 제도는 변화하는 에너지전환을 아직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P2H는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여주기 위한 설비이기 때문에 기존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P2H와 동일하게 전력계통의 잉여전력을 해소해주는 ESS사례를 보더라도 도입초기 가동 률에 따라 전기요금 기본요금을 할인해주고 사용요금 역시 매우 저렴하게 책정했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아직 ESS와 동일하게 전력계통의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흡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섹터커플링에 대해서는 전기요금, 인센티브 등의 제도적 마련이 미흡한 실정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정부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전략에 섹터커플링 전용 전기 요금제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섹터커플링의 효과와 경제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국가 편익을 고려해 합리적인 제도가 신속히 마련돼 국가 탄소중립 달성에 유용한 기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동환 한국지역난방공사 전력사업처 차장(공학박사)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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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2021-10-14 14:40:57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