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활용도 높이는 섹터커플링, 탄소중립 견인차 역할할까
재생에너지 활용도 높이는 섹터커플링, 탄소중립 견인차 역할할까
  • 박경민
  • 승인 2021.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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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제시했다. 탄소중립위원회 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감축해야 한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서 하한선으로 정한 35%보다 5%p 상향된 목표다.

탄소중립위원회 측은 “기후위기의 심각성, 국제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나라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NDC 상향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탄소중립기본법의 입법취지와 국제 동향 등을 고려해 NDC 상향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산업, 건물, 수송, 농축수산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전환부문, 즉 전력생산을 위한 발전부문에서는 44.4%의 감축이 필요하다. 감축 수단은 석탄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가 중심이 되는데,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 목표치는 2030년 30.2%로 제시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며 내걸었던 ‘재생에너지 3020’의 목표였던 2030년 발전량 비중 20%p보다 상향된 수치다.

탄소중립위원회 안에 따르면 2030년에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 감축 달성에는 매년 평균 4.17%의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 탄소배출 목표 달성을 위해 EU는 연평균 1.98%. 미국은 2.81%, 일본은 3.56%를 감축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선언적 정책을 내놓고, 발전원의 연료를 전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기술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너지를 열이나 전기로 전환해 소비하는 단방향 에너지 시스템을 양방향 시스템으로 전환, 발전과 수요의 통합을 꾀하는 이른바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에 대한 논의도 한창이다.

섹터 커플링이란 서로 다른 에너지 ‘섹터’를 통합한다는 의미로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남은 전기를 다른 에너지로 전환해 저장, 활용하는 기술이다. 다시 발전에 활용할 수도 있고, 난방, 수송 부문으로 연결할 수도 있는데, 버려지는 전기를 최소화하고 전력계통의 안정성도 확보함으로써 재생에너지의 약점으로 꼽히는 간헐성, 변동성을 확보하는 기술이다. 보통 Power to X로 표현된다. 전기차로 대표되는 P2M, 전기를 열로 변환 사용하는 P2H 등도 있다. 전기를 수소로 전환하는 P2G(Power to Gas)의 활용도 논의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접근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수소경제 활성화와 맞물려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섹터커플링의 활성화는 태양광 비중이 높아 급격한 변동성이 하루 단위로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섹터커플링의 가치가 높다. 전력의 수요 패턴과 재생에너지 발전 패턴이 일치하지 않는 단점을 보완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발전지역의 변동성을 직접 흡수하는 것은 물론 송배전망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탄소중립의 매개체 뿐만 아니라 계통 안정화를 통한 전력안보를 확보하는데도 섹터커플링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아 기존 전력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점차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게 되면 발전량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제주도의 사례처럼 과잉공급으로 출력제한이 이뤄지는 등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가 간 연계선 없이 독립된 전력계통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하는 섹터커플링 활용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탄소중립이 전 지구적 목표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에너지섹터 간의 경계를 허물고 탄소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자원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섹터커플링은 주요한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 다만 변환효율의 향상은 과제로 남는다. 섹터 간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른 제도 신설이나 시장 운영 변화 등 체계 개편도 필요할 전망이다. 커다란 변화의 물결과 마주하고 있는 지금, 꼼꼼하고 차분한 준비만이 혼란을 최소화하고 성공적인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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