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조직문화 구축 통해 미래 준비 발판 마련할 것”
“탄탄한 조직문화 구축 통해 미래 준비 발판 마련할 것”
  • 배성수 기자
  • 승인 2021.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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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장

지난 8월 국내유일 전기전문 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의 수장이 바뀌었다. 명성호 박사<사진>가 제14대 원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명 원장은 1981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1983년) 및 박사(1996년)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KERI 입사 이후 차세대전력망연구본부장, 미래전략실장, 연구부원장, 시험부원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특히 국제대전력망회의(CIGRE) 전기환경 부문 한국대표, 한전 열린경영위원, 경남테크노파크 이사 등을 지냈으며 한국에너지학회 이사, 대한전기협회 한국기술기준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며 전기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취임 후 2개월이 지난 명 원장에게 앞으로 전기연구원을 이끌어 갈 방향성과 취임사에서 밝힌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들어왔다.

지난 8월 취임 이후 3개월이 지났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염원하던 전기연구원장에 선임되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편으로는 국내유일 전기전문 출연연구기관의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도 큽니다. 원장 취임 이후 여러 지자체 및 유관기관 관계자분들을 만나면서 감사 인사를 드렸는데, 많은 분들이 우리 KERI에 바라는 역할과 기대치가 생각 이상으로 매우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연구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일지 스스로 가다듬는 뜻깊은 성찰과 고민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취임사에서 언급한 ‘KERI의 새로운 미래를 발 빠르게 준비해 지속 가능한 연구원의 기틀을 탄탄히 다지는 것’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기술 경쟁의 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는 세상을 더욱더 빠르게 변화시켰습니다. 연구원에서 이제껏 잘 해왔지만, 다가올 미래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제가 언급한 연구원의 기틀은 바로 미래를 대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 개편과 탄탄한 조직문화 구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임기 동안 성과 창출 못지않게 무엇보다도 직원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공감하는 밝은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목표달성 주요방향 중 하나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인력구조 개선 전환을 말씀하셨습니다.

미래에는 AI와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가 주목받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고 이를 잘 활용하는 유능한 인재가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물론 연구원이 가진 현재의 역할과 책임이 있기 때문에 급진적으로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 구조로 넘어갈 수는 없겠지만, 제 임기 중에는 적어도 우리 조직이 점차적으로 미래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KERI가 그동안 축적해 온 강점은 계속해서 살리되 이러한 강점을 소프트웨어와 연계해 발전시켜 나가고 내부 직원들 교육도 강화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탄탄한 조직을 만들려고 합니다. 필요하다면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우수 경력직 직원도 적극 채용하고자 합니다.

‘상향적 혁신 조직 구축’도 제시하셨습니다.

상향적 혁신 조직문화는 모든 직원들이 각자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개진하고 그러한 목소리가 잘 전달되어 기관의 발전에 기여하는 환경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하향적 혁신이 구호부터 외치고 명령을 하달하는 방식이라면, 상향적 혁신은 말단 직원이라도 누구나 창의적인 의견을 자신 있게 내고, 보직자들은 경청과 설득의 리더십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상향적 혁신 조직은 누구 하나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각 직원들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치를 납득하고 스스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합니다. 보직자들은 이러한 직원들이 계속 열심히 일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젊은 직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하며 보직자라도 결정을 잘못 내린 것에 대해서는 깔끔한 인정과 진솔한 사과를 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조직 내에서 직급은 다를 수 있지만,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상향적 혁신의 핵심이며, 이를 통해 ‘집단 천재성’을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기존 강점 소프트웨어 연계와 내부 교육 강화 통해 AI · 빅데이터 등 대비
국내 전력기기 업체 수출경쟁력 강화위해 KERI 브랜드 인지도 상승 필요

또 다른 주요방향인 ‘기업과 국민이 실적으로 체감하는 성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업 체감이라는 것은 명확한 목적과 타깃없이 막연하게 연구를 하고 그 기술이 활용되기를 마냥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목표 기업을 설정하고 본인의 기술이 어디에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가지고 나온 성과를 의미합니다. 정말로 기업이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체감도가 매우 높고 연구자 개인적으로도 누군가가 나의 기술을 기다리고 있다는 자부심과 동기부여가 생길 것입니다.

국민 체감은 홍보 등 성과 확산의 포인트를 국민 관점으로 돌려보자는 의미입니다. 전기기술이란 분야가 산업계에 많이 활용되지만, 국민의 행복하고 편리한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출연연구기관은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의 확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또한 환경 문제나 각종 사회이슈 분야에서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연구과제도 모색할 계획입니다.

KERI가 세계적인 시험인증 기관이 됐습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하거나 발전시켜야 하는 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력기기에 대한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인 KERI의 시험설비 규모는 세계 2위 수준을 자랑하고, 2011년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정회원 자격 획득을 기반으로 그동안 많은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다만 아직 부족한 부분은 저희가 가진 높은 수준의 인프라와 기술 역량에 비해,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의 KERI 브랜드 인지도는 더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연구원의 글로벌 인지도 강화는 저희의 시험 성적서를 활용하는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수출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꾸준히 홍보 활동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KERI의 역할, 주요성과, 계획 등에 말씀 부탁드립니다.

탄소중립의 핵심은 에너지고, 이러한 에너지의 중심에 전기기술이 있습니다. 전기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잘 응용하고 활용하느냐가 탄소중립 실현의 관건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KERI의 역할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원에서는 탄소중립의 거점이 될 ‘광주스마트그리드본부’를 작년 완공하여 신재생에너지 및 스마트그리드, 분산전력 및 전력변환 등 연구개발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력기기 및 소부장 분야에서도 최근 ‘SiC 전력반도체’ , ‘SF6 대체 친환경 가스 및 개폐장치 개발’ ,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저장 기술 개발’ , ‘국내최초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 수행’ 등의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가장 기대가 큰 미래 탄소중립 기술은 ‘스마트 EMS (Energy Management System)’ 입니다. 2014년 KERI가 국산화에 성공한 ‘차세대 EMS’가 국가 전력계통을 통합·제어하는 기술이라면 ‘스마트 EMS’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신재생에너지까지 포함해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입니다. 불안정성 우려가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통합 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진정한 범국가적 탄소중립 실현이 될 것입니다.

2021년도 마무리가 되고 있습니다. 올해 KERI의 주요 성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입니다. 전기차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꾸어 모터(전동기)에 공급하는 인버터의 핵심부품이 바로 전력반도체입니다. 그동안 해외 수입에만 의존했던 부품으로, 최근 공급 부족 현상까지 일어났는데 올해 KERI가 SiC 전력반도체 기술의 국산화를 넘어 가격경쟁력 확보와 대량생산 기반까지 마련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최근 많은 주목을 받는 전고체전지 분야에서는 핵심인 고체전해질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침 제조기술’과 ‘특수 습식합성 및 최적 합침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체에 대형 기술이전까지 성공하며 양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세계 3번째로 개발한 ‘X-band 선형가속기’가 최근 기업체에 기술이전 되어 정밀한 암 치료 실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험인증 부문에서는 ‘185억 원 규모 HVDC 전력기기 국제공인 시험인프라 착공’ , ‘세계최초 전기차 글로벌 상호운용 적합성 평가기관 지정’ , ‘친환경 전기선박용 배터리 시험인증 기관 지정’ , ‘자동 재폐로 차단기 분야 STL 기술그룹 의장 배출’ 등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향후 KERI 유망 기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앞서 언급한 SiC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에 적용될 경우 전비 10% 이상을 향상시킬 수 있을 정도로 파급효과가 대단히 높아 기대가 큽니다.
그리고 최근 저희가 캐나다 워털루 대학과 손을 잡고 추진하고 있는 제조 AI 기술이 지역산업에 큰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AI 기술을 창원시 기계산업에 도입해 기업들의 생산성 및 효율성 증가, 공구 유지비 및 불량률 감소 등의 효과를 봤고, 최근에는 부산광역시까지 사업범위를 확대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동남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전압으로부터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피뢰기’의 국산화도 중점 연구개발 분야입니다. 최근 기상이변과 낙뢰(직격뢰) 발생 증가로 각종 기간시설물 및 전자기기에 대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피해를 막아주는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직류(DC)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압(LVDC)부터 고압(HVDC)까지의 직류배전 기술 개발을 통해 전력 공급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재생에너지 및 분산전력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고자 합니다.

최근 환경부의 ‘고고챌린지’에 참가한 소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장이 지목해 원장 취임 이후 첫 릴레이 캠페인을 탈 플라스틱 실천 운동인 ‘고고챌린지’로 하게 됐습니다. 굉장히 뜻깊었고 KERI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홍보도 했습니다. 연구원에서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실현을 위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있긴 하지만, 직원들 자체적으로도 1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줄이기 등 다양한 실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전기산업계 관계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앞으로의 미래가 전기중심으로 돌아가는 일명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보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첨단 전기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기산업계에 종사하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큰 힘이 되는 자랑스러운 연구기관 KERI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배성수 기자 bss@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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