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따른 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따른 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 이재윤
  • 승인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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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특별보고서에서 제기된 전 지구적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는 코로나19 사태로 보건 문제에 보다 민감해진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으며 2020년부터 급격히 추진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명확한 목표연도와 함께 탄소중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했거나 법제화한 국가는 총 55개국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8월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한 14번째 국가에 해당된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의 실현가능성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세계 주요국은 균등 감축 수준으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목표(NDC)를 상향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18년 대비 26.3%인 기존 목표를 40% 감축으로 상향 조정했다.

2050 탄소중립 선언의 후속 대응으로 마련한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NDC)이 지난 10월 18일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심의 · 의결됐으며 최종적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산업부문의 경우 2050년도에 2018년 대비 직접 · 공정
배출을 80.4% 감축하는(2018년 2억 6,050만 톤CO2eq→ 2030년 2억 2,260만 톤CO2eq → 2050년 5,110만 톤CO2eq) 목표가 설정됐으며 2030년도에는 2018년 대비 직접 · 공정배출을 14.5% 감축(기존6.4%)하는 것으로 목표가 강화됐다.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에 발표함으로써 이제 우리나라의 산업은 탄소중립을 향한 30년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동안 국가 감축목표, 부문별 감축목표 수준의 적정성과 관련한 여러 의견들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얼마나 국내 산업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어떻게 탄소중립을 추진해나가야 하는가에 보다 집중해야 할 시기이다.

국내 제조업 현황 및 탄소중립 관련 대내외 여건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세계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진 반면 우리나라는 안정적 성장을 통해 규모와 비중에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력 제조업이 생산 및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기구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 index)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은 총 152개국 중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평가됐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충격이 타 국가대비 적었던 이유도 제조업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한국의 제조업은 경제 서비스화의 진전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25~29%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에도 여전히 우리경제에서 중요한 부문임이 드러났다. 세계 경상 총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각 국의 제조업 생산 규모를 비교했을 때 주요국 중에서 우리나라의 2030년 글로벌 위상은 6위 수준으로 예상된 바 있다.

이러한 높은 제조경쟁력이 탄소중립 측면에서는 오히려 주요 경쟁국 대비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은 한국이 중국과 더불어 주요국 대비 가장 높으며 제조업 내에서도 철강, 화학, 세라믹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기초 소재 산업의 비중도 8.4% 수준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경우 1990년대나 2000년대에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점을 기록하고 배출량이 점진적으로 하향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에서야 감소가 나타나고 있어 탈탄소구조로의 산업전환에 주어진 시간이 더 짧다.

EU는 1990년 대비 55% 감축,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일본은 2013년 대비 46%가 2030년 목표이기에 이를 단순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의 2030 감축목표인 40% 감축안에 비해 주요국 감축목표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준년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기준년도(2018년)부터 2030년까지의 연평균 감축률이 4.17%로서 타 국가대비 매년 더 빠르게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야 한다.

글로벌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통상에서도 기후 · 환경 이슈가 중요한 의제로 부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무역 · 환경 · 산업 정책의 연계가 나타나는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탄소국경조정매커니즘(CBAM)은 수입품에 내재된 탄소함유량에 대해서도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서 EU에서 2026년부터 5개 산업에 대해 적용할 계획이며 미국도 이에 동참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국 내 녹색표준설정은 자국의 녹색제품 비중을 높이고 그렇지 않은 수입품에 대해선 비관세장벽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녹색분류체계 및 RE100 캠페인이 확산되며 글로벌 투자와 상품교역 및 공급망에서도 기후 · 환경관련 이슈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의 대응 방향

국가 온실가스 총 배출에서 약 38%(전력소비에 따른 간접배출 제외)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부문은 배출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부산업으로 구성돼 있고 각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구조가 상이해 온실가스 감축 전략 역시 타 부문과 다르게 복잡 · 다양한 특성을 지닌다.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가장 높은 철강, 화학산업은 화석에너지가 원료로 사용돼 직접배출 비중이 높고 그렇기 때문에 생산을 하면서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외 다배출 산업인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공정상 화학적 변화에 의해 온실가스가 발생하거나 아니면 주요 공정에서 불화가스와 같은 6대 온실가스가 필수적으로 사용돼 공정배출이 많다. 이 산업에서의 공정배출 저감 수단 역시 장기적으로 확보해나가야 할 과제이다.

전력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서 명시적으로 고려되지 않았지만 NDC 강화안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영향을 미치고 배출권거래제에서는 간접배출 역시 규제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간접배출 비중이 높은 기타 산업의 경우에도 기존 화석연료의 전력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전력 소비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 제품 고기능화가 진행되면서 성장세가 강할 것으로 예상돼 생산 증가와 제품구조 변화에 대응하면서 전력사용을 제어하는 것이 주요 과제일 것이다. 또한 글로벌 RE100 캠페인의 확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에 전력사용이 높고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 노출되어 있는 산업의 경우 신재생 전력으로의 대체를 보다 빠르게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2030년까지는 국내 산업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현존하는 감축 수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NDC 상향안에 대한 기업의 우선적인 대응방향은 에너지효율 극대화일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국제 경쟁에 노출되면서 에너지효율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철강산업은 포스코의 고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해외 주요 철강사에 비해 약 15% 높을 정도로 효율성이 높고 정유 산업의 에너지 효율성이 세계 평균,일본,미국에 비해 각각 24%, 15%, 27%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은행 연구결과에서는 지난 20년간 제조업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생산 증가가 가장 크게 기여한 반면 배출 감소에 에너지효율개선(기술변화)이 기여한 정도는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존 공정에서 에너지나 재료의 투입을 저감시킬 수 있는 공법과 운영 효율 수단을 지속 발굴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스마트공장,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과 같은 디지털 전환을 보다 빠르게 추진하면서 산업경쟁력 제고와 에너지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산업 전반적으로 초고효율기기 · 설비의 수요가 증가할 것인 만큼 기계 · 전자 산업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국내 공급역량의 강화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핵심 원료로서의 화석에너지 대체가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화석에너지가 연료로 쓰이는 분야부터 저탄소 연료나 수소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석유계 연료의 수소 전환, 철강 산업의 고로 철스크랩(고철) 투입 확대 및 전기로 제강 비중 확대 등이 대표적인 연료대체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폐열 · 폐플라스틱 등의 재활용 및 원료 대체와 같은 순환자원의 적극 활용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국내 순환자원 인프라를 업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확충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향후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해 나가는 과정에서 저탄소화 · 친환경화를 반영한 수요구조의 변화가 예상되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별 사업재편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수요의 변화가 가장 급격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내연기관차 수요 감소에 따른 산업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 이는 전동차로 전환되면서 엔진, 배기, 연료계통 부품은 100% 감소, 변속기 등 구동전달부품은 37% 감소가 예상되고 생산 필요인력 감소와 주유소, 정비소 등 내연기관차 전방산업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전동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전기구동부품 등 전동차 전용 부품과 충전소 등 관련 전후방 연관 산업에 자동차 산업이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에 탄소중립 연착륙을 위해 전동차 산업생태계로 전환 방안 모색과 과감한 실행이 중요하다. 석유화학 산업은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친환경 고부가 화학제품(재활용 · 생분해) 기술 확보를 위한 기업합병 활성화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으며 정유 산업의 경우 바이오 연료 및 e-fuel 등 석유제품의 대체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 및 생산시설을 확대하면서 석유화학 산업과의 통합 및 연계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철강 산업 역시 신재생에너지 설비용 고기능성 철강재, 수송기기용 경량 소재 등에서 생산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시멘트 산업도 포틀랜드 범용 시멘트에서 혼합시멘트로의 수요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태양광, 풍력, 수소 운송 · 저장 설비, ESS, 무공해 수송기기, 저전력 반도체, 바이오에너지 등 주요 탄소중립 전략 분야에서 수입을 대체하고 국내 산업기반 강화를 위한 정부와 금융권의 투자 증가가 예상되기에 이러한 탄소중립 전략 분야에서 기존 산업과 연관된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해볼 필요도 있다.

철강의 수소환원제철로 대표되는 산업부문 탄소중립 혁신 기술개발이 산업부 주도로 추진 중이다. 물론 대다수 혁신기술은 2040년 이후에나 상용화가 완료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예정이지만, 2030년 NDC의 강화가 일회성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에도 산업계에 요구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상향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혁신기술 개발 사업이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즉, 2050년 탄소중립 수단을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는 것이 2030년 NDC 강화안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제조업은 장기 성장률 저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산업내 양극화 심화 등 대내외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해나가야 하기에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존보다 온실가스 저감목표가 2배 이상 강화된 NDC 상향안이 확정되면서 탄소중립이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당장 가장 우선적으로 대처해야 할 이슈가 됐다. 2030년 NDC 목표의 성공적 달성이 장기적으로 이뤄나가야 할 산업 탈탄소화의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에너지효율 개선 수단 발굴 및 강화, 저탄소 연원료 대체, 수요대응 반영한 선제적 산업재편 등을 통해 단기 감축 수단 부족이라는 현실적 제약요건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저탄소화로의 전환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취함으로써 산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시키고 이에 필요한 전기요금 보조, 배출권거래제 등 관련 규제의 불합리성 개선, 다양한 저탄소 투자 인센티브 등의 지원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조선 산업은 LNG · 수소 운반선, 수소 · 암모니아 추진선박 등 친환경 분야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의 추진은 조선 산업에 있어서 위기라 아니라 기회로 평가된다. 지속적으로 산업계에 제기되어 왔던 산업의 고부가치화, 산업구조고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탄소중립 시대에서도 바뀌지 않을 산업발전의 기본 방향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소재·산업환경실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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