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 원인과 국내 시장 비교
EU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 원인과 국내 시장 비교
  • 손서은
  • 승인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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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거래제 개요

배출권 거래제는 친환경 설비 투자 등 내부적인 저감을 통해 배출량을 줄여 할당된 배출량보다 실제 배출량이 적은 경우, 잉여 배출권은 배출권 거래시장에 공급하고 배출허용량을 초과한 배출 주체는 초과 배출량에 대해 배출권을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주로 배출 허용량은 매년 정부로부터 할당받고 배출 허용량은 무상할당과 유상할당으로 분류해 각 배출 주체에게 할당된다. 무상할당은 배출권 거래 도입에 따른 기업의 경제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배출 허용량을 무상으로 할당하는 제도다. 철강, 화학, 반도체 등 무역집약도가 높고 배출권 거래제 이행에 따라 생산비용 발생도가 높은 업종은 배출 허용량을 무상으로 할당한다. 유상할당은 배출허용량의 일부 또는 전량을 경매시장을 통해 낙찰받는 방식으로 우리나라는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는 유상할당 대상 업체의 총 배출 허용량의 3%를 유상으로 할당했고 2021년은 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 진입해 총 배출 허용량의 10%를 유상 할당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2%(120억 CO2톤)가 탄소세 및 배출권 거래제가 담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일 정책으로는 유럽의 EU ETS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5%를 담당하고 있어 가장 비중이 크고 2021년부터 중국이 전국단위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서 중국 ETS가 전 세계 배출량의 7%를 담당할 전망이다.

많은 국가가 배출권 거래제나 탄소세를 시행 또는 계획 중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현재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탄소세의 일종으로 ‘지구온난화대책세’를 도입했고 도쿄, 사이타마 지역에서만 배출권 거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유럽은 이탈리아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가 EU ETS와 탄소세를 함께 도입하고 있거나 EU ETS와 탄소세 병행을 고려중이다. 미국은 주별로 도입정책이 다른데 일부 서부 및 북동부 주에서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EU ETS 가격 동향과 상승 원인

배출권 가격 추이

EU ETS는 2005년 교토의정서에서 합의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비용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현재까지 EU ETS는 EU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전체 EU 온실가스 배출량의 45%를 규제한다. EU ETS를 통해 대규모 사업장은 배출할당량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을 꾸준히 추진했다. 특히 전력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2005년 시범기간부터 추진된 EU ETS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의 EU ETS Phase 3을 지나 2021년부터 2030년까지의 Phase 4에 진입했다.

Phase 3가 시작된 2013년 배출권(European Union Allowance, EUA) 가격은 tCO2e당 6~7€에서 시작했고 2019년 이후 tCO2e당 20€선을 유지했다. 2019년 이전까지 가격은 tCO2e당 10€ 미만이었는데 이는 기업에게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에는 낮은 가격으로 평가됐다. 에너지 효율 및 신재생 발전 보조금 지원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2008~2009년 세계 경제위기,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등 외부 탄소감축사업으로 인한 배출권 공급과잉 등으로 배출권 가격이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2019년 EU는 배출권 과잉 공급으로 인한 배출권 가격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안정화 물량(Market Stability Reserve, MSR)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MSR은 시장에서의 배출권 유통량의 상한, 하한을 정한 후 유통량 상한을 넘으면 초과된 물량을 정부가 확보하고 하한 미만일 경우 배출권을 시장에 제공하도록 해 배출권 시장을 안정화 할 수 있는 제도다. 당초 Phase 4부터 도입 예정이었으나 공급 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2019년 조기 도입했다.

MSR 도입 이후 배출권 가격은 20€/tCO2e선을 유지했으며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경기 침체 영향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하반기부터 배출권 가격은 다시 반등했다. EU 배출권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돼 2021년 Phase 4 진입 후 급등했으며 2021년 5월 50€/tCO2e를 돌파, 2020년 말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EU ETS 가격 급등 원인과 전망

2021년 상반기부터의 배출권 가격의 급등 원인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 강화, 유럽 석탄 발전량 증가,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기대, Phase 4 이후 수급 변화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EU 위원회(EU Commission)는 2030년 배출량 목표를 1990년 대비 40%에서 55%로 상향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인 ‘Fit for 55’를 2021년 7월 발표했다. 이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상향은 향후 배출권 할당량을 감소시켜 배출권 수요를 높여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한 EU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외에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2045년으로 당길 계획을 국제사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중간 경로로 각 유럽 국가들은 전력부문 탄소중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 전후 많은 국가가 탈석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월 동계 한파로 인한 난방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했고,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러시아발 공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천연가스 가격은 지속 상승 중이다.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에 있으나 특히 2020. 6~2021. 7 기간 LNG 가격은 석탄 가격의 3배 이상 올라 석탄 발전량이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 발전의 증가는 배출권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으로 연결됐다.

이와 같은 높은 LNG 가격 상승은 천연가스 발전의 석탄발전 대체를 증가시킬 수 있다. 배출권 거래제 도입 이후 전력회사의 연료전환(석탄 ↔ LNG)은 LNG 발전의 경우 청정 스파크 스프레드(Clean Spark Spread, CSS), 석탄발전의 청정 다크 스프레드(Clean Dark Spread, CDS) 비교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전력 가격에서 각 화석연료 가격과 배출권 가격을 차감한 가격이다. LNG 가격의 급등으로 지난 2분기 CDS가 CSS를 상회해 천연가스에서 석탄발전으로의 대체가 확대됐다. 이와 더불어 경제회복에 따른 전력 소비량이 증가해 석탄, LNG 발전 모두 동반 상승, 올해 전력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수준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의 지난 1~5월 총 발전량은 1,158TWh로 전년 동기간 대비 4.6% 상승했다. 지난 1~5월의 석탄발전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20.3%, LNG 발전량은 6.8% 상승했다.

이러한 배출권 가격 상승 요인에도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 달성을 위해 EU ETS 정책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예상이다. 매년 배출권 거래제에서 총 배출 허용량을 감소시키는 비율인 ‘연간 총량 삭감률(Linear Reduction Factor, LRF)’을 매년 2.22%에서 4.22%로 상향하는 방안을 지난 7월 ‘Fit for 55’ 패키지에서 발표해 배출권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러한 배출권 가격 상승에도 불구 EU는 시장 안정화 물량(MSR)을 계속 확보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어서 정부에 의한 공급량 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많은 기관들은 2030년까지 EU 배출권 가격의 지속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시장 전망기관 ICIS는 2030년 EU 배출권 가격을 90€/tCO2e로 전망했고 BNEF는 tCO2e당 100€ 이상을 전망하고 있다. 또한 IEA는 글로벌 에너지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시나리오에서 2030년 적정 탄소가격을 tCO2e당 USD 130으로 제시하고 있어 탄소가격의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출권 거래제 가격 동향

국내 배출권 거래 시장은 2015년 1월 개장 이후 2019년 12월 tCO2e당 4만 원 이상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KAU(Korean Allowance Unit)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 2021년 6월 톤당 1만 5,000원 이하로 하락했다. 이후 2020년 배출권 제출이 마감되는 2021년 이후 KAU 가격은 다시 상승하며 현물 거래 가격은 현재 3만 원 선이다. 현재 배출권은 3만 원선으로 가격을 회복했으나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가격 추이를 보면 2021년부터 가격이 급등한 EU 시장과 달리 국내 배출권 가격은 하락세가 지속됐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전력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한 반면, 배출권 공급과잉이 지속된 결과로 분석된다.

환경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은 6억 4,860만tCO2e으로, 2019년 배출량 대비 7.3%,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으로 보는 2018년 배출량 7억 2,760만tCO2e 대비 약 1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산업생산량 감소, 여행·이동 자제의 영향으로 수송부문 에너지 소비 감소가 큰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배출원단위 등 여러 온실가스 관련 지표가 감소했는데, GDP 10억 원당 배출량은 345tCO2e으로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1인당 배출량은 12.5tCO2e으로 전년대비 7.4% 감소했다. 또한 석탄발전 조기폐쇄,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석탄발전 가동 제한 등으로 석탄발전의 이용률 하락 및 발전부문 배출량이 감소했다. 2020년 전환부문 배출량은 2019년 대비 3,100만tCO2e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총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 5,100만tCO2e의 61%를 차지하는 감축량이다. 지난해 유연탄 발전소 이용률은 60.7%로 2001년 이래 최저치로 기록되고 있어 석탄발전 제한 정책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배출권 시장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민간부문의 배출권 거래 시장 참여 유인을 위해 배출허용량보다 초과된 배출권을 다음 연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월 물량을 제한하고 있다. 2019년 6월 해당 제도를 강화해 시행했으며 기업들이 배출권 시장에서 매도량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한 배출권 수요는 감소해 공급과잉에 따른 배출권 가격하락이 지속됐다.

시사점

유럽과 한국 모두 연료비 상승, 기후변화 정책 강화 등 2021년 상반기 대외 여건은 유사했다. 다만 EU 배출권 시장은 우리나라에 비해 시장 참여자가 많고 연간 총량 삭감률, 시장 안정화제도(MSR) 등 배출권 공급과잉을 방지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배출권 시장 초기 단계로, 시장개설 이후 배출권 초과 수요가 지속돼 공급과잉 문제보다는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 또한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과 2030 NDC 강화 등 온실가스 감축 정책 강화와 배출권 시장 활성화 정책 도입 등 배출권 가격 상승 요인은 상존하고 있다. 배출권 3차 계획 기간 내 예비분 비축제도 활성화, 배출권 중개회사 거래 허용 등의 정책 추진이 예상돼 변화하는 배출권 제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손서은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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