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의 결과와 평가
COP26의 결과와 평가
  • 김소희
  • 승인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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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 뜨거운 열기 속에 막 내려
다시 한번 확인된 1.5°C의 중요성

지난 11월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2주 동안 진행됐던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6)’가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는 코로나19로 한차례 연기된 후 2년 만에 재개됐다. 그래서인지 이번 회의에는 197개의 당사국 정부대표단을 비롯해 시민단체, 산업계, 연구기관에서 4만여 명이 참석했다. 2019년 COP25에 2만여 명이 참석했던 것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번 총회는 2021년 신(新)기후체제가 출범한 이후 개최되는 첫 번째 회의로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의 본격적인 이행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파리협정의 제6조 국제 탄소시장에 대한 시장지침을 타결하면서 6년 만에 총 17개의 파리협정 세부 이행규칙(Paris Rulebook)이 완성될 수 있었다.

COP26은 기후변화의 시급성과 탄소중립 달성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자리였다. 알로크 샤르마(Alok Sharma) COP26 의장은 “이번 총회가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한다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선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회의 결과물인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 제4조 기후변화 완화(Mitigation)에서는 1.5°C 목표를 재확인하고, 더욱 빠르고 적극적이며 지속적인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로 감축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 공유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견은 없었다.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의 기후협약의 대원칙에 의거해 향후 10년간 각국이 더욱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하고 글로벌 협력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공유했다.

국제탄소시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다

이번 총회는 파리협정 제6조 국제탄소시장 지침을 타결해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규칙(Paris Rulebook)을 완성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제6조 국제 탄소시장의 기본 규범에 관한 합의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적응을 지원하는 시장·비시장 접근 방식에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을 부여했으며, 감축목표의 이행과 지원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는 투명성 체계를 구축했다.

최종 타결된 제6조는 환경 건전성 강화, 지속가능발전 촉진, 이중계상 방지를 공통 원칙으로 하며, 제6.2조(협력적 접근법)와 제6.4조(지속가능발전 메커니즘)를 통해 발생하는 감축실적은 국제적 감축실적(ITMO : International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으로 발행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6.2조는 당사국 간의 자발적 감축협력 활동을 통해 발생한 ITMO 사용·이전에 대한 규칙을 다루며, 이중계상 방지를 위해 국제적으로 ITMO 이전 시상응조정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제6.2조에 의한 사업에서 발생한 감축실적을 적응재원에 활용하는 것은 사업 참여국의 자발적 공여를 공약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제6.4조는 교토의정서의 청정개발체제(CDM : Clean Development Mechanism)와 유사한 개념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파리협정에 따라 발생된 감축실적의 발행 및 국가감축목표 이행에 활용하는 절차 및 운영체계를 규정 했다. 특히, 제6.4조는 선진국 중심으로 운영됐던 교토의정서의 CDM을 모든 당사국의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가능발전 매커니즘(SDM : Sustainable Development Mechanism)으로 전환하고, 감축실적에서 적응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5% 의무 공제 및 전 지구적 전반전 감축(OMGE : Overall Mitigation in Global Emission)을 위한 2% 취소(Cancellation) 결정을 통해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 된 책임 원칙(CBDR)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기존 교토의정서 하의 CDM 사업이 SDM으로 전환될 경우, 해당 감축 실적은 국가 NDC 달성에 기여하거나 배출권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는 상향된 NDC(2018년 총 배출량 대비 40% 감축)를 발표하며 국외 감축량이 차지하는 감축분(3,350만 톤)도 확대돼 우리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사업 같이 SDM전환에 문제가 없는 감축 사업들을 적극 활용해 국제적 감축실적에 대한 국내 ETS 활용 및 국가 NDC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석탄 폐지가 아닌 단계적 감축

글래스고 기후합의가 결정되기 직전, 회의장에서 분주한 소란이 일어났다. 부펜데르 야다브(Bhupender Yadav) 인도 환경부 장관이 기존 합의문에 명시되어 있던 석탄의 ‘단계적 폐지(Phase Out)’를 ‘단계적 감축(Phase Down)’으로 바꾸자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알로크 샤르마 의장이 각 정부 대표와 심각한 표정으로 논의하기 시작했고 존 케리(John F. Kerry) 미국 기후특사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결국, 인도를 비롯한 중국 대표단의 의견이 수용됐다. 글래스고 기후합의문에는 최종적으로 석탄발전의 폐지 대신 ‘탄소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감축(The Phasedown of Unabated Coal Power)’이 명시됐다. 기후 협약문에 석탄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부여 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러한 결정을 두고 과학자와 환경단체는 물론 회의장에서 논의를 이어갔던 스위스 대표 등 많은 당사국들은 실망과 아쉬움을 표했다.

우리 정부는 11월 4일에 ‘세계 석탄의 청정에너지 전환 성명서(Global Coal to Clean Power Transition Statement)’에 서명하면서 탈석탄에 대한 의지를 공고히 다지기도 했다. COP26의 의장국인 영국은 홍보관에서 진행하던 행사를 잠시 중단하고 한국 등 5개국이 성명서에 합의했음을 긴급뉴스로 전달했다. 석탄 의존도가 높은 주요 경제국으로 손꼽히는 한국이 석탄 퇴출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 경제 국가는 2030년, 전 세계적으로는 2040년 석탄발전을 퇴출한다는 성명서 내용을 두고 한국의 석탄 퇴출 시점이 2030년인가 2050년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 우리 정부 관계자가 2050년이라 재확인한바 있다.

탈메탄 시대를 그리다

UNFCCC에서 규정하는 온실가스는 총 6가지로 이산화 탄소 외에도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이 포함된다.

이번 COP26에서는 미국과 EU의 적극적인 추진 하에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3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국제메탄서약(Global Methane Pledge)’이 출범했다. 현재까지 EU, 미국, 캐나다 등을 비롯한 110개의 당사국이 참여했고 한국도 동참했다. 중국, 인도,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감축 수단이나 계획에 대한 약속은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탈메탄 시대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서약을 주도한 미국은 메탄이 이산화탄소에 비해 20~80배나 더 강력한 온실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고, EU 또한 메탄 감축이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세계의 육류 소비량은 실로 엄청나게 늘어나는 중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10억 마리의 소를 키운다. 사람들은 부유해질수록 더 많은 고기와 유제품을 먹으며, 이들을 위한 소에게 사료를 먹이느라 가난한 나라의 식량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소를 비롯한 가축의 대량 사육으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비건 문화가 유행을 하고 소고기를 대체하는 대체육 개발에 기업들이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쓰레기에서도 대량의 메탄이 발생한다. 2018년 CNN에 소개된 의성 쓰레기 산이 대표적 이다. 필자가 속한 기관에서는 국내 불법 쓰레기 산의 증가에 따른 메탄 발생 문제에 주목하며 지난해부터 폐기물 에너지화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오고 있다. 전 세계가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순환경제와 기후대응이 함께 가야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국내에서는 쓰레기를 잘 처리함으로써 메탄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선진 유럽국가들이 쓰레기에서 에너지를 회수하여 지역의 냉난방에 활용하는 것을 우리도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해야한다.

청년들의 외침

청년은 기후위기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손꼽힌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 사회 불평등의 심화, 더 나아가 ‘안전한 내일’을 보장받을 수 없는 그들의 절박한 외침이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번 COP26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는 더욱 컸다. COP26은 실패다라고 말한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COP26결과를 “Blah Blah Blah(어쩌구 저쩌구)” 말잔치로 끝났다며 뼈아픈 현실을 지적했다.

석탄발전의 단계적 철폐와 감축이라는 막판 뒤집기와 타협, 합의 안 된 기후재원 마련 등 1.5℃ 달성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먼 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툰베리는 “진짜 행동은 회의장 밖에서 계속 된다”며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메시지는 그와 함께 기후행동을 이어가는 청년들을 향한 것이었다. 2주차에 깜짝 등장해 한 시간 가량 연설을 전한 오바마 前 미국 대통령 또한 청년들을 향한 메시지를 던졌다. 세계가 툰베리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 그는 “계속해서 그 좌절감을 잊지 말라. 하지만 그 화를 드러내고, 좌절감을 이용해서 더 강하게, 더 많이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2030의 목소리가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큰 움직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사진=COP26 한국홍보관(Korea Pavilion)의 모습
사진=COP26 한국홍보관(Korea Pavilion)의 모습

기후변화센터는 MZ세대를 위한 기후변화 소통 플랫폼인 클리마투스 컬리지를 몇 년 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이번 COP26에서도 한국관 행사를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향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는 조금씩 진전될 텐데 그 과정에서 논의의 후퇴를 막고 진전을 가속화하는 것은 청년세대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주요한 정책 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기후대응 교육으로 청년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 역시 탄소중립 로드맵의 필수요소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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