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 유연성 개념 및 확보 방안
계통 유연성 개념 및 확보 방안
  • 배문성
  • 승인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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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성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❶ 계통 유연성 개요

최근 재생에너지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력 산업계에서는 ‘계통 유연성’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통 유연성은 전력 수급의 변동성, 불확실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계통의 능력을 의미하는데, 계통 고장과 같이 빠른 시간 내에 대응해야 하는 분야에서부터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장기계획 분야까지 모든 시간대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계통에 유연성을 공급하는 자원은 크게 공급측 유연성 자원, 수요측 유연성 자원, 에너지저장 및 변환 장치, 그리드 인프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산 초기에는 그리드 운영 개선, 국가 간 계통 연계, 재생에너지 예측 개선, 수요 반응(DR) 제도 개선 등이 가장 비용효율적인 유연성 추가 확보 수단이지만, 이러한 방안은 한번 도입된 이후에는 유연성을 추가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이 낮다. 원자력, 화력 발전기의 예비력 추가 확보, 그리드 인프라 확보 등을 통한 유연성 공급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비용효율성이 낮아져 계통 운영비용을 증가시켜 경제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에너지저장장치, 섹터커플링을 통한 전력 변환 등은 도입 비용이 매우 높지만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과잉 공급 전력의 저장·변환 및 경제적 사용에 활용돼 효용성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각 유연성 자원별로 계통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계통에서 필요로 하는 유연성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유연성 공급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서 계통 유연성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특히 태양광, 풍력과 같은 변동성 재생에너지)가 계통 변동성을 높여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해 더 많은 계통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충분한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계통 고장이나 수급 급변 등에 대처하지 못해 계통 정전을 초래하게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 부하 조정 등의 비상 조치를 수행해야 한다. 실례로 지난해 제주도에서는 과잉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해소하기 위해 77회에 걸쳐 약 1만 9,449MWh의 출력을 제한했다.

❷ 해외 계통 유연성 확보 방안

가. 공급측 유연성 자원

전력 공급 측에서의 유연성 확보 방안 첫 번째로 재생에너지 예측 개선이 있다.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기계학습, AI 등)을 통해 풍력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풍속, 태양광에 영향을 미치는 일조량 등의 기상정보 정확도가 향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2013년 670MW 태양광·풍력 단지의 예측정확도를 개선해 출력제한을 10% 감소시켜 1만 4,000가구에 추가적으로 전력을 공급한 사례가 있다. 또한 미국 콜로라도에서는 380만 달러 투자로 풍력발전 예측정확도를 37.1% 개선,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총 6,000만 달러의 계통 보강 비용을 절감했다.

공급 측에서의 유연성 확보 방안 두 번째로는 화력발전 리트로핏이 있다. 화력발전 리트로핏이란 기존 노후 화력발 전의 보일러와 터빈 등을 개선해 용량, 효율을 늘리고 반응 속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화력발전 리트로핏을 통해 발전기 제어 특성을 개선해 계통 변동성에 더 잘 대응할 수 있고 배기가스를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리트로핏은 노후 발전기를 신규 발전기로 교체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독일 Weisweiler 발전소는 리트로핏으로 최소 발전 한계량을 170MW에서 110MW로 낮추고 증감발 속도를 분당 10MW 증가시킨 사례가 있다.

나. 수요측 유연성 자원

전력 수요측에서의 유연성 확보 방안에는 첫 번째로 수요반응 제도 도입·개선이 있다. 전력 수요반응이란 소비자가 인센티브 또는 시간대별 차등 요금에 반응해 자발적으로 전기 사용량을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반응을 통해 피크 전력 저감 혹은 과잉 전력의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 스웨덴은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해 17%의 피크 수요를 이전하고 있고 미국은 2015년 총 전기 판매의 5%(약 2억MWh)를 수요 반응으로 저감했다. 미국 전력 ISO인 ERCOT은 계통 회전 예비력(Spinning Reserve)의 50%를 수요 반응으로 충당하고 있고, PJM은 계통 자원의 10%를 수요 반응으로 확보하고 있다.

수요 측에서의 유연성 확보 방안 두 번째로는 DSO(Distribution System Operater)나 VPP(Virtual Power Plant)를 통한 분산자원 최적 운영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들은 태양광, ESS, 전기차충전기 등의 분산자원을 통합 제어해 피크 전력을 감소시키고 에너지 비용을 절감시킨다. 영국은 DSO를 통해 확보한 분산 자원으로 피크 전력의 60%를 감소시키고 있고 DSO를 통한 배전망 최적화로 2018~2023년 13억 2,0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주 남부에서는 VPP를 통해 일일 전력수급의 20%를 충당하고 에너지비용을 30% 절감하고 있다.

다. 에너지저장 및 변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계통에서 필요로 할 때 전기를 공급해 계통 유연성을 공급할 수 있다. ESS의 주요 기능으로는 주파수 조정, 최대 피크 감축, 재생에너지 변동성 완화가 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대규모 ESS를 활용해 800만kWh의 풍력을 계통에 추가 수용한 사례가 있다. 영국 National Grid는 수급 균형시장에 ESS 참여를 허가하고 2016년 200MW 배터리를 공개입찰을 통해 도입했다. 호주 테슬라는 2017년 12월 100MW 배터리 설치를 완공하고 이를 활용해 주파수제어 보조서비스 비용의 75%를 저감하고 있다.

또한 섹터커플링을 통한 에너지변환으로 재생에너지 과잉 공급 전력을 해소할 수 있다. 섹터커플링은 에너지 소비 부문(열, 운송, 산업)과 생산(전력) 부문을 상호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섹터커플링의 핵심은 전력 변환·저장 기술을 통칭하는 ‘Power-to-X’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 과잉 공급 전력을 열, 운송, 가스 부문으로 변환·저장해 활용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수소경제 선언 이후 섹터커플링 중에서도 특히 전력-수소 변환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매우 뜨거운 상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과잉 전력을 수소로 저장해 2017년에서 2025년 사이 최대 18만 7,000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덴마크 Aarhus시는 풍력 과잉 전력으로 80MW 전기보일러와 14MW 히트펌프를 가동해 도시 주민들에게 난방을 제공하고 있다.

라. 그리드 인프라

유연성 공급과 관련된 그리드 인프라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 중 특히 HVDC를 통한 국가 간 계통 연계와 재생에너지 연계가 주목받고 있다. 국가 간 연계에 HVDC를 사용하게 되면 계통 간 원하는 양만큼의 전력을 주고받기 용이하며, 서로 다른 계통 주파수, 환경에서도 서로 연계가 가능하다. HVDC를 이용해 유럽의 주요국들은 슈퍼그리드(넓은 지역간 전력을 서로 융통하는 에너지 수송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슈퍼그리드는 국가 간 서로 다른 기후, 수급의 영향을 평탄화시켜 계통 신뢰도를 향상시키고 안정적 계통 운영에 기여한다. 구체적인 사례로 덴마크는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과의 계통 연계로 총 전력 소비량의 49%에 해당하는 풍력을 출력제한 없이 수용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영국과의 연계 후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 50% 감소했다. 독 일은 계통 연계로 연간 2억 6,000만 유로의 계통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독일은 HVDC를 통해 576MW의 해상 풍력을 계통에 연계해 해상 풍력 연계 시 발생하는 기술적 제약을 해소하고 있다.

❸ 국내 계통 유연성 및 대응 현황

201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대한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국내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현재 총 19GW로 제9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2034년 신재생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59GW의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가 필요하다. 특히 태양광 발전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일조량이 큰 전남, 전북 및 영남을 위주로 재생에너지 편중이 심화되어 수도권으로의 원활한 송전을 위한 계통 유연성 보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재생에너지 급증에 대비해 신재생 수용성 확대 및 유연성 확보를 위해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2019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제2019-176호,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에서 신재생전원 수용성 확대를 위한 제반 기술규정(제17조)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발전기 변동성 대응을 위해 운영예비력 체계(제2,8,9조)를 변경해 신재생에너지 접속 확대, 단위발전기 용량 증가 등 계통 환경 변화를 고려한 적정 운영예비력 확보 기준을 명시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증대에 대응해 전력시장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2020년 11월에는 주파수 안정을 위한 Fast DR(주파수 수요반응자원) 제도를 도입해 신뢰도 기준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즉시 차단 가능한 수요반응 자원을 발굴했다. 지난 1월에는 하루 전 시장 도입을 위해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 하루 전 시장 도입으로 실계통 반영 발전계획 수립 및 가격 결정, 유연성 자원 인센티브 강화 등 시장기능에 의한 계통 안정성 확보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찬가지로 지난 1월부터 신재생 출력제어 완화를 위해 제주 플러스DR 제도를 도입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제주는 공급 측 조정만으로는 출력제한의 해소가 힘들어 플러스DR 사업을 통한 자발적 수요증대로 출력제어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나아가 플러스 DR 실증을 통한 관련 제도 성숙으로 미래 육지계통에도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전력 시장, 관련 제도 개선 외에도 정부는 관련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재생에너지 급증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R&D 투자 예산은 태양광, 풍력 부문에 1,571억 원, 수소 부문 972억 원, 에너지 효율향상 부문에 1,592억 원이었다. 전력망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는 전력망 인프라 투자 및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계통 유연성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ESS 설치·운용, 공동접속모선 도입, 신재생 감시·제어, 스마트인 버터 등에 대한 연구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❹ 시사점

현재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확산은 초기 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산 초기 단계에서는 계통 운영 개선, 전력망 인프라 확충, 공급측 유연성 자원 확보 등이 효율적인 유연성 공급 방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단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할수록 활용성과 경제성이 점점 낮아지게 되고 점차 수요 반응 제도 활성화, 분산 자원 감시·제어 등을 통한 수요측 유연성 공급 방안의 효용성이 커지게 된다. 그 후 재생에너지 비중이 더욱 증가해 과잉 공급이 문제가 될수록 ESS 및 섹터커플링의 효용성이 점차 커지게 된다. 재생에너지 확산에 비용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재생에너지 확산 단계별 계통 유연성 자원의 특성을 고려하여 장기적 확보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배문성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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