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관리시스템의 사명과 미래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관리시스템의 사명과 미래
  • 이재승
  • 승인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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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승 (사)한국EMS협회 회장

나무는 날이 추워지면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입과 가지 사이에 차단막을 생성해 더 이상 물을 흡수하지 않는다. 이때 광합성을 멈춘 나뭇잎의 엽록소가 분해돼 점차 소멸되면서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나뭇잎 세포 속에 있던 다른 색깔의 색소가 우리의 눈에 보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단풍이 되는 것이다.

해마다 가을이 주는 선물인 아름다운 단풍이 올해 가을은 예년만 못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예년과 달리 올 초가을에 내린 많은 비와 64년 만의 10월 한파로 인해 나뭇잎의 색이 변하기 전에 빠르게 말라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는 2099년까지 기후변화를 예측해 모델링 한 결과 지구 온난화가 느리게 진행될 경우 현재보다 단풍드는 시기가 약 1주일, 빠르게 진행될 경우 약 3주 늦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 위기와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한 소식이 많다.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당장 오늘의 문제가 됐다. 이미 세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 폭염과 산불로 수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분명한 경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세계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핵심과제는 기후 위기 대응이다. 우리나라 정부 또한 2050 탄소중립에 동참했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2018년 대비 기존 26.3%에서 40%로 상향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탄소중립 선언 이후 관계 부처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이어서 탄소중립위원회 논의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10월 18일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감축 목표가 의결된 바 있다.

우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게 되는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전망하고 이를 통해 전환·산업· 건물·수송 등 주요 부문별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건물이 국내 에너지 소비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건물에서의 에너지 절감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건물 부문의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18.1%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15년 9월부터 서울시 내 연면적 10만m2 이상의 대규모 건축에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의무화가 시행됐고 정부는 2018년부터 연면적 1만m2 이상의 모든 공공기관 건축물에도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6년이 지난 지금 에너지관리시스템을 흔히 격화소양(隔靴 搔癢)에 비유한다. 신을 신고 가려운 발을 긁듯이 정부는 에너지관리시스템 공급에 무척 애를 쓰는 것 같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미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에너지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전문 인력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 건물은 이미 에너지 절감의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에너지 데이터를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 확산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관리시스템은 드러내지 않고 우리 생활 속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정책에 의해 의무적으로 설치하거나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을 받기 위한 도구로만 이용해서는 안 된다.

실례로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을 받기 위해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축 또는 원격검침 전자식 계량기를 설치하고 확인을 받도록 돼있다. 간혹 인증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설치확인을 최하 등급으로 받거나 원격검침 전자식 계량기를 설치하는 수준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있다. 이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을 설치했지만 무늬만일뿐 실제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을 수는 없다.

정부는 제로에너지빌딩 확산을 위해 핵심 전략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에서 에너지관리 시스템은 필수 요소인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관리시스템의 역할은 명확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소비자의 의견을 두루두루 수렴해 정책을 추진하고 보급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에너지관리시스템은 국내 에너지 소비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 건물부문의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한 핵심 수단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이며,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전환의 확산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의 시작이다.

이재승 (사)한국EMS협회 회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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