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자원개발기술의 새로운 역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자원개발기술의 새로운 역할
  • 권기영
  • 승인 2022.0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기영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 세계 주요 정부와 기업들의 도전 적 목표들이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탄소중립을 새로운 경제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주요 산업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탄소 기반의 에너지원을 바탕으로 발전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들로, 이러한 화석연료 사용의 중심에는 자원개발 기술이 있었다. 원유 생산지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기술, 광물자원(석탄, 철광석 등)을 캐내고 제련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연료와 원료를 공급해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석연료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거나 낮은 재생에너지와 수소 에너지 등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화석연료의 안정적 공급에 기여해 온 자원개발 기술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자원개발기술은 청정에너지 공급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수소의 76%는 천연가스로부터 생산하고 있다. 기존 방식은 저가의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수소 생산량 1kg당 1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천연가스 생산 현장에서 자원개발 기술을 활용한다면,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바로 저장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대기 배출이 없는 청정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최근 엑손모빌, BP 등 대부분의 외국 메이저 자원개발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기술과 자원개발 현장 조건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지중에 저장하는 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참여해 이산화탄소를 바닷속 땅에 저장하는 정부 R&D가 진행 중이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은 기존 광물자원의 수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차에서 3차에 걸친 산업혁명 시대에는 철,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이 전략자원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태양광, 풍력 등 탄소중립과 관련된 니켈 및 희토류 등 희소금속이 중요한 전략자원이 된다.

이들 희소금속은 특정국에 생산 의존성이 매우 높아 해당국에 정치적 위험이 발생하거나 자국 산업에 우선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중국발 요소수 공급 사태와 같이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미국은 특정 국가에 수입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희소금속 공급망을 재편하여 캐나다 및 호주 등 동맹국 간 협력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EU는 핵심원자재 목록을 갱신해 핵심원 자재 수급 안정화 계획을 수립했으며, 일본은 2010년 중일 희토류 분쟁을 경험하면서 희토류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우리나라도 희토류를 포함해 35종을 희소금속으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호주와 같은 자원 부국과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희소금속은 특정국에만 존재하는 특성과 더불어 기술적 난이도가 큰 자원으로 독자적인 기술 확보 시 위기 대응이 가능하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이러한 환경변화에 발맞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자원개발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산업 발전경로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해야 가능한 도전적 과제다. 자원개발기술을 기존의 발전경로에서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탄소 기반의 화석연료를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소생산, 탄소 지중 저장 등 청정에너지 공급 망 구축에 기존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저탄소 에너지시스템(재생에너지, 전기차배터리 등)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자원의 안정적 수급이라는 자원개발기술의 목표가 청정에너지 분야로 확대될 때, 탄소중립의 실현에 한발 더 가까워질 것이다.

권기영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keaj@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