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장을 전망하고 전기요금 정책방향성을 제시하다
에너지 시장을 전망하고 전기요금 정책방향성을 제시하다
  • 이훈 기자
  • 승인 2022.0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전기협회, 탄소중립 달성 위한 대담 개최
학계 전문가들 참여 … “탄소중립 이행, 비용 수반은 필수”
(왼쪽부터) 박호정 교수, 유승훈 교수, 조홍종 교수, 조영탁 교수

2022년 탄소중립 달성의 원년을 맞아 에너지 분야의 국내외 동향과 현안을 점검하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요금 정책방안 제시를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전기협회(회장 정승일)는 ‘신년 에너지 전망과 탄소중립 시대 전기요금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대담을 개최했다. 이번 대담에는 조영탁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등 4명의 에너지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했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됐다.

올해 국내외 에너지 산업을 전망한다면?

◆ 조영탁 교수 : 에너지 가격 특히 천연가스의 가격 및 물량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 에너지가격은 수요측면에서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증대, 공급측면에서 가스와 석탄 등이 정치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급등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천연가스의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어 가격변동과 물량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 박호정 교수 : 올해 에너지 시장은 수급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조정되면서 가격이 해소될 여지가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동유럽 정세 불안정으로 에너지 공급위기가 재현될 가능성과 이에 따른 유동성 축소와 금리인상으로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유승훈 교수 : 올해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그 하락 폭은 제한적이며 하반기에는 다시 오를 것이다. 코로나19로부터 일상 회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에너지 수요는 증가하지만, 글로벌 탄소중립 이행으로 투자가 줄어 화석연료 공급이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말 북반구 추위가 몰려오면 에너지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유가 상승이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인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조홍종 교수 : 지난해 풍력발전을 대폭 설치한 유럽의 전력가격이 폭등하는 등 전기도매요금이 400~500%까지 연이어 급 등하 는 탄소중립발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현실화되고 있다.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폭등하는 ‘더블그린플레이션(Double-Greenflation)’이 발생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은 전력원가 상승 요인이 지뢰밭처럼 펼쳐져 제조업이 GDP에서 30%를 차지하는 에너지 다소비 경제구조인 우리나라는 더블그린플레이션에 가장 취약한 국가다.

원가연계형 요금제가 시행됐지만 현장 적용은 힘들어 보인다.

◆ 박호정 교수 : 기후환경요금을 통해 배출권과 RPS 비용의 일부가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제도적 장치는 있지만 앞으로 운영 과정에서 정부의 재량적 개입보다는 시장 준칙에 의거한 예측 가능한 제도로 정착돼야 한다.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강화한 EU와 미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권의 탄소비용이 전기 소매요금에도 반영돼 최종 소비자의 저탄소 소비를 최적화한다. 탄소중립 정책 강화로 앞으로 국내외 배출권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며, 해당 배출권 비용이 발전사, 판매사, 소비자 간에 적절하게 분담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 조영탁 교수 : 최근 도입된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는 공급원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나 수급안정과 탄소중립을 위한 요금체계로서는 운영상의 한계가 있다. 원가연계형 요금제의 현재까지 운영과정은 정부의 요금 통제를 완화하고 원가의 유연한 반영을 위해 도입했으나 제도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아 제도 신뢰성이 손상됐으며, 요금 변동폭이 연간 합산 kWh 당 5원 내외로 제한돼 경직적이다.

특히 최근 여·야의 ‘대선이후의 요금조정’과 ‘요금동결’이란 선거공학적 개입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판매독점과 이에 대한 정부통제라는 구조 하에서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정부의 정치적 개입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가격변동을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시장신호의 성격도 있지만 사업자의 손실 발생을 사후적으로 방지하는 재무안전장치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현재 원가연계형 요금제는 연동제 취지에 부응하게 운영하되 전력시장의 구조개혁을 위한 과도기 제도로 운용해야 한다.

◆ 조홍종 교수 : 국내 전기요금은 정부가 한전을 통해 정책적으로 물가관리와 산업보호 차원에서 운영해 제대로 된 원가반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기요금 원가 반영을 위해 도입된 연료비연동제는 도입 이후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가격반영이 되지 않았으며 정부의 가격시그널 통제는 현재 소비자에서 미래 소비자로 비용을 전가하는 정책적 미스(miss)라고 판단된다.

원료가격이 반영되지 않은 전기요금 동결은 현재 누적 부채 140조 원에 육박한 한전의 부채를 더욱 증가시키며, 언젠가는 부채가 한꺼번에 풍선처럼 터져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요금을 현실화하고 연동제를 준칙대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기요금 정책의 방향성은?

◆ 유승훈 교수 : 비용부담 없는 탄소중립 이행은 불가능하다. 탄소중립 이행결과는 기후위기 극복도 있지만 전기요금의 상승도 동반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인식 시켜야 한다. 물가관리 차원에서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는 것은 전력판매자인 한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탄소중립 이행이 어려워지며 전력산업 생태계 취약으로 이어져 전력공급 안정성 또한 저해된다. 또한 전력생산원가 또는 도매전력가격이 소매전력가격과 연동돼야 하고 도매전력가격의 구성 핵심은 연료비와 기후 환경비용으로 전기요금에 연동되는 것은 당연하다.

◆ 박호정 교수 : 2023년부터 시행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와 주요국의 NDC 목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부문 온실가스 감축실적
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 제도(EERS)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분을 국가감축목표(NDC)에 포함해 우리나라 감축목표 달성 기여를 인정받도록 해야 하며 온실가스 감축분은 차년도 배출권 할당에 일부 반영하거나 미국의 EERS처럼 전기요금을 통한 비용회수를 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ETS 기금을 통한 비용보전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도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력시장 개선이 필요한가?

◆ 조홍종 교수 : 소비자의 합리적인 전력사용을 이끌어내고 전력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전기요금의 가격 시그널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정적 전력공급으로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고, 재생에너지발전 투자와 송배전망 확충을 통한 탄소중립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한전의 철저한 경영효율화를 전제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함과 동시에 시장에서의 다양한 가격 메커니즘(지역요금제, 계시별요금제 등) 도입을 통한 전력시장 효율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 조영탁 교수 : 전력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해 한전과 다양한 사업자들이 판매시장에 진입, 전력요금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제고하고 정부
와 독립적인 규제위원회를 통해 전력요금을 규제 및 감시하는 형태로 전력시장의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전력시장, 산업에 민간투자가 투입돼야 탄소중립 관련 신산업창출, 기술혁신이 가능하나 현재와 같이 정부의 전기요금에 대한 개입과 통제 상황 속에서 투자 및 투자회수가 이뤄지기 어려워 정부의 개입축소와 전력시장의 정상화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의 핵심이다. 재생에너지 최적 입지와 전력 수요지간 불일치로 전력망에 큰 부담 요인이 되므로 수요자와 공급자의 위치에 따른 지역별 전력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

정리=이훈 기자 hoon@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