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에너지와 탄소중립 실현
전기에너지와 탄소중립 실현
  • 윤재영
  • 승인 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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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세계에너지위원회(World Energy Commission)는 인류의 복지와 경제성장 측면에서 에너지 부문이 제공해야 하는 3가지 서비스를 정의했다. 에너지의 균형적 이용(Energy Equity), 안정적 보장(Energy Security) 및 친환경적 지속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 서비스를 말한다. 이 중 20세기 후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에너지의 균형적 이용과 안정적 보장 서비스는 상당 부분 달성됐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분별하고 급격한 에너지 사용증가로 인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각종 환경문제에 직면하게 됐으며, 이는 인류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당면한 현안이다.

전기에너지는 20세기 이후 인류 생활과 산업의 핵심 동력원으로 활용됐다. 21세기에 들어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정보통신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파리 온실가스 기후협약에 기반한 친환경 정책으로 전력수요는 여타 에너지와는 달리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마디로 석유·석탄 시대의 퇴조와 전기화(Electrification)의 확대로 요약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전기에너지의 친환경적 생산과 소비는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명제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 등장했다. 세계 각국에서 전력부문은 화석에너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정책의 이행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기에너지가 단순히 인류 생활과 산업 동력원으로서만 사용되어온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2018년 기준 국내 탄소배출량 7억3,000만 톤 중에서 전환 부문(발전부문)은 37%(2억 7,000만 톤)를 배출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래에 급속히 증가할 수송부문의 전기차 보급 확대와 산업 및 건물부문의 수요관리·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고려한다면 전기에너지 부문은 탄소배출량의 거의 절반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탄소중립 정책목표의 달성과 전기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의미다.

탄소중립 정책의 성공적 실현을 위해서는 전환부문(발전분야)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필수적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전원의 확대를 말하며 국가차원의 강력한 신재생에너지 드라이브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기존 화력전원에 대비한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되면 신재생에너지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전환부문(발전분야)의 성공적인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한 국가 전력망의 수용성이 전제돼야 한다. 이는 탄소중립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관련 기술 개발과 정책 실행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배경이며 이와 관련한 기술개발 사안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친환경 발전원·전력설비 개발 및 성공적인 전력망 적용이 필요하다. 태양광, 풍력, 수소 연료전지 등 신재생 전원 기술개발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포집저장 기술(CCUS) 및 SF6-Free 친환경 전력기기 등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수송부문의 CO₂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전기차 및 수소화 관련 기술 개발도 요구된다.

두 번째로는 신재생 전원 기술 개발과 더불어 전력망 선진화 기술개발을 통한 국가 전력망의 변동성 억제 및 유연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 확대는 필연적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로 인한 대정전 발생 가능성 또한 상존하기 때문이다. 국가전력망의 수송능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EMS, FACTS, HVDC 기술개발이 그 예가 될 것 이다. 부가적으로 전력수송과 수요 부문의 에너지 효율성 관련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세 번째로 국내 전력망은 외부와 고립된 계통으로서 자체적으로 변동성을 흡수하고 발전과 수요를 일치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다. 유럽은 전체가 단일 전력망으로 운영돼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상쇄하고 전기에너지를 상호 융통함으로써 전체 전력망의 공급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는 북한 핵폐기를 전제로 해 통일시대에 대비한 남북한·동북아 전력망 연계를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언급한 전기에너지 부문에서의 효율적인 탄소중립 정책 실행을 위해서는 에너지시스템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기술 개발 방안과 단계적 실행이 필요하다. 현재 국가차원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있으며, 17대 핵심기술 개발을 계획 중이다.

이상과 같은 기술 개발 현안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국가적 차원에서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 드라이브가 실행되면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과 탄소배출 Net-Zero라는 인류의 염원이 달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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