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 설동근
  • 승인 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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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근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

법대생들은 법과대학에 들어가서 형법 시간에 형벌론(刑罰論)을 배우게 된다. 형벌이란 범죄행위에 대한 사회윤리적 불승인과 그 행위자에 대한 통상의 자유 및 권리의 박탈 내지 감소를 통해 사회일반인의 법익보호와 법인의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공적 제제수단이라고 교과서에 어렵게 쓰여 있다(김일수 한국형법 Ⅰ, 1996년판, 97면). 한마디로 말하면 형벌이란 국가가 범죄자에게 가하는 공적제재(公的 制裁)로서 법익의 박탈이다.

이러한 형벌의 목적 또는 본질에 관해 형벌은 범죄자에 대한 해악부과 자체로서 가치를 가진다는 절대적 형벌이론(응보형론), 산업과 과학의 발달에 따라 증가하는 다양한 범죄, 누범, 상승범 등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형벌법이론으로 상대적 형벌이론(목적형론, 예방형론)이 있다. 상대적 형벌이론에는 일반인에게 죄를 지으면 벌을 준다고 겁을 줘 범죄를 예방한다(이를 위하(威嚇)라고 한다)는 일반예방론과 형벌을 범죄자 개개인에 대한 영향력행사로 개선·교화함으로써 장래 범죄를 예방한다는 특별예방론이 있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매우 중하게 처벌해 안전관리를 엄격하게 하도록 유도해 사고를 예방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형벌론의 관점에서는 일방예방론에 근거해 제정된 법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영국에서도 ‘영국판 세월호 사건’이 있었고 그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소위 ‘법인과실치사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이 2007년 제정되어 2008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위 법인과실치사법 명칭의 한글번역을 두고도 말이 많다. 노동계에서는 주로 ‘기업살인법’이라고 자극적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법안의 내용이 기업 등 단체의 과실에 의한 사망사건에 대한 법인의 처벌에 주안을 두고 비영리 법인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법인과실치사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철의 여인’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처 총리의 집권말기에는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중대재해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1987년 3월 벨기에 항구를 떠나 영국으로 향하던 여객선 프리엔터프라이즈호가 항구를 떠나자마자 전복돼 193명이 생명을 잃은 사고였다. 이 사고의 원인은 어이없게도 배가 출항을 하면서 차를 갑판에 실은 후 뱃머리를 닫지 않고 출발해 침수가 되어 선박이 전복이 된 것이었다. 당시 뱃머리를 닫아야 하는 부갑판장이 잠이 들어서 문을 닫지 않았고 선장도 문이 닫히지 않은 사실을 모르고 출발을 했는데 배에는 문이 닫히지 않았을 때에 경고를 하는 시스템도 없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선진국인 영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생각지도 못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자 당시 선장과 선원들뿐만 아니라 선박소유주인 회사의 대표 등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살인죄로 기소된 경영책임자들에 대해서 변호사들이 이들이 직접적인 안전관리책임을 지지 않으며 안전관리나 투자를 소홀히 한 적이 없지만 이것이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논리로 변론해 경영책임자들은 처벌되지 않았다.

이에 국민들은 기업이 안전관리와 투자를 소홀히 했음에도 법리적인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분노했고 이후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10여 년간 있었다. 기업 등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구성원들의 업무는 분업화하고, 경영진은 거시적인 기업운영이나 의사결정에 개입할 뿐 현장의 안전문제에는 직접적인 개입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조직구성원의 행위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살인죄의 책임을 경영진에게 묻는 데 한계를 노출했다는 반성에서부터 법 제정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진보적인 노동당이 집권하자마자 위 법인과실치사법이 제정되어 시행됐다. 위 법은 기업이 과실로 인해 사람이 죽게 되는 경우 상한선 없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위 법은 법인, 중앙정부, 경찰, 조합 및 사업주로서의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등의 조직체가 자신의 활동관리 및 조직방법이 관련 주의의무의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고 사람의 사망을 과실에 의해 유발한 경우에 적용되며, 법인 그 자체만이 처벌대상이고 경영책임자 등 개인은 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상이나 직업성 질병까지 중대재해에 포함시키고 경영책임자와 법인 모두 처벌하는 우리나라 중대재해처벌법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법인과실치사법상의 주의의무는 우리나라 형법에 해당하는 보통법상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법리에 의해 부과되는 주의의무를 의미하고 영국 산업안전보건법(Health and Safety at Work etc Act)에 의해 사업주에 게 부과된 의무를 의미하지 않기에 우리나라 중대재해법이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보건에 관한 법규준수를 중요한 법적용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래서 영국에서도 법인과실치사법이 제정됐음에도 재해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을 우선적용하고 법인과실치사법을 적용해 기소하는 비율은 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며 법인과실치사법이 적용된 조직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라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외 사례로 호주를 들기도 한다. 호주는 6개 주와 2개 준주로 이루어진 연방국가인데 연방법인 연방 형법(Crimes Act)과 직업안전보건법(Work Health and Safety Act)에는 중대재해기업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일부 4개의 주와 준주에서 주법인 산업안전법이나 형법을 개정해서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하고 있다. 처벌형도 주에 따라 징역 20년형부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고 벌금도 100억 원 정도 부과할 수 있어 형이 무거운 편이다.

그런데 이들 주에서는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주와 법인을 처벌할 경우 까다로운 범죄 성립 요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①심각한 부주의의 존재 ②그러한 부주의로 고용한 근로자의 사망에 이르고 ③그 사망에 부주의가 중요한 원인을 제공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처벌이 쉽지 않다.

캐나다에도 캐나다판 중대재해법인 ‘웨스트레이법’이 2004년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1992년 웨스트레이 석탄 광산에서 메탄가스 폭발 사고로 26명의 광부가 숨졌는데 사고 전에 광부들이 광산내부 메탄가스 폭발 위험에 대해 안전조치를 할 것을 여러 차례 회사에 건의했으나 묵살됐다. 사고 이후 유족들이 회사의 경영책임자들을 살인과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캐나다에서도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필요성이 대두돼 10년간의 논의 끝에 2004년 웨스트레이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법 제정 후 10년 동안 이 법을 적용해 기소된 건수는 10건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산재 사고에는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에 해당하는 기존의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ct를 우선 적용하고 있다.

여기서 드는 또 한 가지 의문점으로 우리나라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 왜 중대재해처벌법이 새로 만들어 졌을까 하는 것이다.

먼저 가장 큰 차이점은 법 이름에서 나타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175개 조문, 시행령 119개 조문, 시행규칙 243개 조문을 두고 그에 더하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무려 673개 조항에서 구체적인 안전보건관리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대재해처벌법은 16개조, 시행령도 13개 조항에 불과하지만 중대재해를 야기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보다 중하게 처벌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또한 중대재해에는 산업재해가 아닌 제품, 원료, 서비스, 시설관리 하자 등에 의한 시민재해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사업장에서의 안전관리로 산업재해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차이가 있다.

그리고 보호대상이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인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시민과 종사자(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해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 등)로 보호대상이 더 넓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수범주체와 관련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법인과 개인사업주)와 사업장의 안전관리책임자 등에게 의무를 지우는 데 반해,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사고현장 사업장에 없던 사업 전체의 경영책임자에게도 책임을 지운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여기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경영책임자’인데,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경영책임자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회사에서는 어느 범위까지가 경영책임자인지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의 장도 경영책임자에 속하지만 그 의미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통상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인 경영책임자는 회사의 등기부상의 대표이사가 가장 일반적일 것이지만 등기임원이 아니어도 대주주인 회장 등이 실제 경영에 관여를 하는 경우 이에 해당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주로 안전보건담당임원(Chief Safety Officer, CSO)을 의미하는 데 안전보건 담당임원에게 안전보건관리에 관한 권한을 주면 경영책임자가 면책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고 고용노동부는 권한, 역할 등을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 안전보건담당임원이 있다고 해 무조건 경영책임자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장소적 적용범위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 단위의 안전보건관리에 초점이 있는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시민재해를 포함하다보니 전국 단위의 사업과 사업장, 시설 등 모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전보건관리대상도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의 안전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법인 등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시설, 장비, 장소에 대한 안전관리의무를 지우고 있어 사업장을 벗어난 곳에서도 안전관리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도급 등 협력업체의 안전관리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내의 도급에 대한 안전관리를 규제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밖이라 하더라도 시설, 장비, 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경우에는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발주자인 사업주에게 지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실질적 지배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민자 발전소, 도로, 지하철 등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인 SPC의 소유라 하더라도 실질관리는 출자자나 O&M 회사가 하는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여 경영책임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법적용 우선 순위와 관련해서도 해외의 사례를 보면 산업재해인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우선하고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법의 적용은 예외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법 적용실무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을지, 결과 책임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있으면 무조건 중대재해 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다. 아쉬운 점은 회사의 경영책임자가 안전관련해 상당한 투자를 하면 면책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기업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한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모호하다는 점이다. 산업현장에 서는 결국 사고가 나면 사실상 담당자가 결과책임을 져야 하기에 현장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기피하게 돼 도리어 안전관리가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정부가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설동근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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