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태양광 셀로 국내에서 만들면 원산지는 어디?...태양광 모듈 원산지 ‘논란’
중국산 태양광 셀로 국내에서 만들면 원산지는 어디?...태양광 모듈 원산지 ‘논란’
  • 이훈 기자
  • 승인 2022.0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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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태양광 모듈 원산지 표시법 대표 발의
태양광 모듈 업계 “태양광산업에 대한 몰이해와 오해” 강력 반발

#A사는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업체다.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기 위해 중국에서 태양광 셀(전지)을 수입했다. 태양광 모듈(패널)은 태양광선의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주는 장치인 ‘전지’를 가로, 세로로 연결해 조립한 것으로 개별 ‘태양광 셀’에서 생산된 전기를 모으는 장치다. 수입한 중국산 태양광 셀을 조립해 태양광 모듈로 조립한 후, made inchina(assembled in south Korea)를 표기한 후 시장에 판매했다.

태양광 모듈 원산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 정부가 중국산 셀을 조립해서 만든 태양광 모듈에 대해서도 국산으로 통계를 잡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이 한무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모듈 보급량은 총 3,967MW다. 이중 국산 셀을 사용해 만든 태양광 모듈은 877MW다.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모듈 가운데 국산은 100개 중 22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는 태양광 모듈 국산 점유율이 약 70% 된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통계방식이 대외무역법을 고려하지 않은 부정확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대외무역관리규정 제86조2항2호에 의하면 태양광 셀을 수입해 태양광 모듈을 만들 경우 국내투입원가 비율이 85% 이상 돼야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앞서 2019년 관세청도 태양광 셀을 연결해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한 조립 수준이라며 대외무역법령에 따라 태양광 모듈 원산지는 태양광 셀 원산지로 결정된다고 판단했다.
셀은 모듈의 핵심 부품으로 모듈 원가의 약 50%를 셀이 차지하고 있다. 수입한 태양광 셀을 국내에서 모듈로 조립하면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즉 국내산 셀을 사용해 모듈을 만들어야 국산 모듈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 의원은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한 국산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대부분 중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투입된 막대한 국민 혈세로 중국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 의원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 · 이용 · 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태양광 모듈 원산지 표시법’을 대표 발의했다.

한 의원은 “그동안 중국산 태양광 모듈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통계 조작으로 현장에서의 소비자 혼란이 가중됐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태양광 모듈의 원산지를 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정확한 통계자료를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양광 모듈 제조업계에서는 반발하고 나섰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달에 열린 토론회에서 태양광 모듈 원산지 표시법에 대해 “기본적인 의견수렴도 없이 태양광산업에 대한 몰이해와 오해에 기초해 책상머리에 앉아 작성한 것”이라면서 “태양광산업 경쟁력을 약화하고 탄소중립 실현에 걸림돌이 될 시대착오적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태양광 모듈 제조과정은 단순한 조립이 아닌 기술과 노하우가 총 집합된 기술과정”이라며 “모듈 제조과정에서 5배가 넘는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어 국내 태양광 산업을 위해서는 원산지 표시제도는 시행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태양광 모듈에서 출력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큰 비용 투자와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셀 외에도 와이어, EVA, 고반사 Back sheet, 태양광 전용유리 등 다양한 자재 연구개발과 Tabbing&Stringer, Laminating과 같이 세밀하고 민감한 공정을 통해야 한다.

한편 산업부는 그동안 태양광 모듈 원산지 표기 문제와 관련해 현재 국내에서 판매 · 설치되고 있는 태양광 모듈은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원산지를 표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내시장 태양광 모듈 점유율 통계는 모듈의 최종 제조국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으며, 이는 태양광 모듈의 원산지 기준이 내수용과 수출용이 다르고, 수출용도 대상 국가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일괄된 방식으로 작성 가능한 최종 제조국 기준으로 작성하고 있다.

김철영 산업부 재생에너지산업과 사무관은 “원산지와 제조국 정보에 대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아야 함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원산지를 국산으로 표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익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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