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기본법 본격 시행 … 법제화 14번째 국가
탄소중립기본법 본격 시행 … 법제화 14번째 국가
  • 이훈 기자
  • 승인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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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NDC 40% 확정 … 탄소중립에 대한 정부 강력한 의지 반영
탄소중립 투자 시 2050년까지 최대 226만 개 일자리 창출 기대

지난해 8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 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지난해 9월 24일 제정 · 공포됐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열네번째로 2050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것이다. 이후 6개월 동안 탄소중립위원회 주관으로 관계부처가 협의해 하위법령 제정 작업을 거쳐 법체계를 완비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확정하고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안’을 확정했으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같은 달 25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탄소중립기본법에는 무엇이 담겨있나?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명시하고 중장기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명시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목표지만 탄소중립 실현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우리나라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 전체와 지역 단위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해 점검하도록 하는 등 탄소중립 이행체계를 확립했다. 이에 법 시행 후 1년 내 정부는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5년마다,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기본계획을 고려해 1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시 · 도 및 시 · 군 · 구 기본계획을 차례로 수립해야 한다. 또한 탄소중립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으는 협치(거버넌스)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도 새롭게 구성된다.

위원회는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국가비전, 중장기감축목표 등 탄소중립 기본방향과 주요 계획 및 정책에 대해 심의 · 의결하고, 추진현황과 성과를 점검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역 단위에서도 관련 정책 및 계획에 다양한 지역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지방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아울러 국가 주요계획과 대규모 개발사업, 국가재정 전반에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과 ‘기후변화영향평가’가 도입된다. 국가 예산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예산편성에 반영하고 결산 시 적정 집행되었는지 평가하는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은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주관으로 2023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된다.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거나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획 · 사업에 대해 기후변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는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오는 9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특히 탄소중립 도시의 지정, 녹색교통의 활성화, 탄소흡수원 확충 등 부처별로 특화된 감축정책을 추진할 근거도 마련했다. 우선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공동으로 탄소중립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탄소중립도시’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지자체의 탄소중립 모델을 발굴 · 시행해 전 국토 확산 기반을 마련하고, 탄소중립 수준을 진단해 종합적인 탄소중립 도시 구축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배출 · 흡수정보를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가칭)탄소공간지도’도 제작할 계획이다. 수송부문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가 협업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대중교통 활성화, 전기 · 수소차 전환, 철도 · 항공 · 선박의 친환경화 등 녹색교통을 활성화해 나갈 방침이다.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는 산림의 지속가능한 관리로 탄소흡수기능을 증진하고, 연안 · 해양, 농경지, 정주지 등으로 흡수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 ‘파리협정’ 제6조에 따른 국제감축사업 추진 근거도 마련했다. 각국 또는 사업자는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국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시행하고 발생한 감축분을 국가 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다. 향후 발전 · 산업, 농 · 축산, 건물 · 수송, 해양 · 항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농림축산식품부(산림청),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부문별 관장기관 중심으로 국제감축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법안 시행으로 심화되는 기후재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기후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시책도 강화된다. 국가 차원에서 취약성 평가, 취약계층 · 지역 재해예방을 포함하는 ‘기후위기적응대책’을 5년마다 수립해 점검하고, 시 · 도 및 시 · 군 · 구 단위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이나 계층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시책과 탄소중립의 핵심 이행 수단 중 하나로, 녹색경제를 구현하고 녹색산업을 육성 · 지원하기 위한 녹색성장 시책도 마련한다. 앞서 탄소중립 정책의 안정적 추진과 산업구조 개편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기후대응기금’도 신설해 지난 1월부터 운영 중에 있다. 올해는 총 2조 4,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으며 △온실가스 감축 △신유망 ·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공정한 전환 △제도 · 기반구축 등 4대 핵심 분야에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탄소중립에 계속 투자한다면?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투자를 계속 이어간다면 2050년까지 최대 22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산하 정치경제연구소(PERI, Political Economy Research Institute)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의뢰로 한국의 탈 탄소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한국 에너지 대전환의 일자리 창출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효율 제고와 재생에너지원 개발에 적절하게 투자한다면 2030년까지 최대 86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2050년까지는 최대 14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더해질 수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0년 국내 경제활동 인구 2,840만 명의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2030년까지 최대 61만 개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지며, 건물 개조, 전력망 업그레이드, 산업 기계, 대중교통, 친환경 자동차 제조 등 에너지 효율 제고 분야에서도 일자리 18만 개가 생성될 걸로 예측했다.
고용이 축소되는 일자리 분야는 주유소 등 화석연료 산업 · 자동차 · 원전 부문 등이 꼽았으며, 에너지를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줄어드는 일자리 수는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에너지 전환으로 전체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 활성화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화석연료와 내연기관 자동차 관련 산업에서는 고용 유지가 어려운 만큼 전직 지원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가 종전 에너지 산업에 타격을 주지만 동시에 타격을 받은 노동자들에게 대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기후행동은 기자회견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추가로 헌법소원을 낸다”면서 “ ‘2050년 탄소중립’을 대대적으로 선언하고 탄소중립기본법을 공포했지만, 이 법과 시행령이 정한 40% 이상 감축 목표는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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