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속도 조절과 에너지 · 자원 안보 챙겨야
재생에너지 속도 조절과 에너지 · 자원 안보 챙겨야
  • 조홍종
  • 승인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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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부의 에너지정책에서 최우선해야할 점은 에너지 · 자원 안보를 새로운 개념으로 정립하고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에너지 · 자원 안보는 전력를 포함한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차질없이 공급하고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 정부 내내 신재생에너지 확대 일변도의 무리한 정책 기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탄소중립 · 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이하 NDC)를 2018년 대비 35% 명시적 법제화와 NDC 목표를 상향해 40% 감축으로 선언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못을 박고 손발을 미리 묶어서 옴짝달싹 못하는 무리한 결정을 해버리고 말았다. EU와 미국이 40년 가량 걸려서 달성한 목표를 우리는 12년 만에 달성하겠다고 만방에 고하고 연율로 4.17% 감축이 전 세계 최고 목표치라며 탄소중립위원회는 자랑스럽게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NDC는 후퇴금지 조항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선제적으로 감축량을 높여 버리면 국내 발전부문과 산업부문은 과도한 NDC 목표를 지키기 위해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화석연료를 모두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 NDC에서는 30.2%, 발전설비 기준 125GW, 탄소중립 시나리오 A안 기준으로 70.8%, 발전설비 기준으로 500GW(태양광 400GW + 풍력 100GW)를 목표로 제시했다.

탄소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충분히 증설됨을 가정하고 있는데 과연 이 정도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의하면 약 29GW로 태양광이 21GW, 풍력이 1.7GW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바이오매스 등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4년(2018~2021)간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용량은 18.2GW이며 이중 15.6GW가 태양광으로 새로 증설된 재생에너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점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나 이러한 속도로 지속적으로 보급이 늘어난다해도 8년 정도 남은 2030년에는 70GW 정도 보급되며, 이마저도 보급 지역의 주민 수용성 문제와 경제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NDC 목표에서 가정한 125GW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현실적인 증설 속도로 보아 터무니없는 가정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재생에너지로 탄소를 충분히 저감해 NDC 목표를 2030년까지 맞출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무모한 탄소중립위원회의 결정과 목표는 결국 무리한 화석연료 발전제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으며 전력공급의 신뢰도를 저해하게 된다.

이런 경우 NDC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탈원전 정책으로 정상운영을 멈추고자 했던 10기 원전의 계속 운전과 신규 원전을 조속히 건설해 가동하는 방법밖에 대안이 없다. 정지했던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안전규제에 따른 안전정비에 시간과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신규 원전 건설도 환경영향평가 만료와 전기사업법 상 사업자 지위를 검토해야 하는 등 규제관련 시간비용과 건설 기간을 감안할 때 여전히 목표 달성이 요원한 실정이다. 즉 지난 정부의 무모한 탄소저감 목표 설정으로 인한 에너지 정책 전반의 실정으로 지불하지 않아도 될 원전 공사 지연과 정지에 대한 사회적 손실이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기요금으로 전가되는 실정이다.

무모한 재생에너지 증설이 가져올 다른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이 더 존재한다. 태양광과 풍력이 청정한 에너지원이며 발전소를 운영함에 있어서 자연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0’인 경제적인 전원이며 점점 비용이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기회비용 측면의 경제성을 전혀 무시하는 처사이며 사회적 비용의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균등화발전비용(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이하 LCOE)은 고정비와 운영유지비만을 포함한 개념으로 시간할인율로 할인해 현재 가치화해 수치를 제시하게 된다. 태양광이나 풍력의 경우 설치비와 운영 유지비로 구성된 태양된 LCOE는 운영유지비가 저렴해서 LCOE는 매우 낮게 나올 수밖에 없고 다른 발전원과 비교했을 때 태양광과 풍력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전원인 것처럼 포장하기 좋은 지표이다. 그러나 기회비용과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LCOE를 다시 계산해야 진전한 경제적 비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LCOE에는 포함되지 않는 비용들을 추가적으로 포함해 비용계산을 해야하는데, 그림 1에 설명돼 있는 것처럼 추가적인 비용을 통합비용(integration cost)이라고 하고, 통합비용과 LCOE를 모두 합한 비용을 시스템 균등화발전비용(system LCOE =LCOE + interation cost)이라고 정의한다.

통합비용에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대응비용, 변동성 대응비용, 계통보상비용을 포함해야 하고 토지보상비용, 폐기물처리비용, 갈등조정비용 그리고 ESS비용을 모두 포함해야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스템 LCOE를 다시 계산하면 표 1처럼 현재 LCOE보다 2~3배까지 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시스템 LCOE로 계산했을 때 1.5~2배까지 기존 LCOE보다 높게 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LCOE만을 계산해서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이미 담보하고 있다는 주장은 반 정도의 비용만 계산한 부정확한 정보이며 현실을 왜곡해서 전달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외국의 LCOE 자료를 들이대며 재생에너
지 발전원가가 지속적으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주장도 국내에 직접 적용하면 안 되는 일반화의 오류로 볼 수 있다. LCOE가 지닌 본원적인 정의상의 문제로 인해 해외와 국내를 LCOE만으로 직접 비교하는 것은 경제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설치 적합도와 양적, 질적 잠재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한 측면이다. 국내 환경과 동떨어진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월등한 국가들의 자료를 근거로 국내도 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장기적으로 급격히 떨어질 거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거나 우기가 짧고 구름이 없어서 태양광 잠재량이 좋은 나라들, 국토가 가로로 길어서 시간대가 4~5개나 되며 태양이 오랜시간 비춰서 태양광이 하루 종일 국토를 비출 수 있는 나라들은 태양광 발전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발달시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또는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워서 바람의 양과 질이 매우 풍부한 나라들이 대형 풍력단지를 조성하고 풍력발전에 전력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것은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자연친화적으로 얼마든지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정이 재생에너지 자원부국들과 견줄만큼 정말 현실적으로 자연환경이 우호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2050년까지 발전량의 70%까지 확장하기 좋은 환경인지, 과연 그렇게 했을 때 경제적으로 합당하며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답을 해야 한다. 탄중위를 포함한 극단적인 환경주의자들은 무조건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재생에너지를 무한정 설치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학적 사실들은 그런 주장과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그림 2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ESS없이는 태양광과 풍력의 적합도 면에서 거의 꼴지에 가깝고, 12시간 ESS를 설치했을 경우 풍력이 그나마 더 나은 대안으로 태양광 25% + 풍력 75% + ESS 12시간의 조합으로해도 전력수요의 80%를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이다. 이러한 분석결과로 보면 탄중위가 계획한 재생에너지 확충 계획은 전혀 과학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 무리한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은 경제성을 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력의 신뢰도를 훼손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국민들의 불안함만 가중할 뿐이다. 전원믹스는 이러한 여러가지 점을 고려한 에너지 · 자원 안보적 측면까지 고려한 전원 다원화와 분산형 전원시스템을 통해 전력시장을 구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더 나아가 태양광과 풍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회적 갈등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염해농지의 태양광 발전단지 설치 과정에서 차입농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으며 대규모 풍력단지 조성과정에서 어업권과 충돌하고 있어서 사회적 비용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또한 20~30년 뒤 태양광과 풍력발전 폐기물 문제까지 포함하면 과연 자연친화적인지도 의문시 된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그리고 ESS에 들어가는 주요 광물자원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투자가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분야로 집중되는 과정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서 배터리 가격 인상과 재생에너지 발전 소재, 부품 가격 인상
으로 재생에너지 LCOE가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뿐만아니라 주요 광물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을 비롯한 저개발도상국들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비윤리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맨손으로 채취해 건강상 큰 문제가 발생해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지는 일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서 누구를 위한 탄소중립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U를 비롯한 선진국 국민들의 청정한 공기와 깨끗한 환경을 누리고자 하는 욕망이 개발도상국의 어린 노동자들과 무고한 시민들의 노동을 단돈 몇 푼에 착취하는 만행으로 이러지는 이 상황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 이야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발전 종사자나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터전도 탄소중립에서는 퇴출돼야하는 더러운 산업으로 치부되는 이러한 현실은 공정전환이라는 개념으로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
이며 공정하지도 않은 해결책이라고 보인다.

탄소중립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 후세대를 위해서라도 깨끗한 환경을 남겨줘야 할 의무가 현세대에게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하지만 과격하고 무모하며 성급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확대 일변도의 정책은 앞에서 언급한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무너뜨리고 에너지 · 자원 안보를 위태롭게 함과 동시에 무수한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에 수정돼야 하고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보다 과학적으로 판단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견인할 탄소중립 이행 과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공급망과 사이버 안보까지 포괄하는 에너지 · 자원 안보 차원에서 전력공급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적이고 현명한 정책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충을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으로 재설정하고 전력믹스를 다원화하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설계함과 동시에 효율적이고 경제적 관점에서 이행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보다 윤리적이고 공정한 전환의 길이며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탄소중립 달성 방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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