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관련 법, 국내 에너지 상황과 현실 고려해야”
“탄소중립 관련 법, 국내 에너지 상황과 현실 고려해야”
  • 배성수 기자
  • 승인 2022.0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이종영 한국에너지법학회장

우리나라는 지난달 25일부터 탄소중립기본법이 본격 시행되며, 전 세계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나라가 됐다. 에너지 관련 현행 법률은 약 30개에 이르며, 세계적인 어젠다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감축은 에너지를 제외하고는 논의될 수 없다. 이에 에너지법학의 발전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와 관련된 정책, 제도가 한단계 앞설 수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법과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집단지성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단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한국에너지법학회가 출범했다. 초대 회장을 맡은 이종영 중앙대학교 교수<사진>를 만나 에너지법학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탄소중립 및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법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에너지법학회의 창립 배경과 역할 등 학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에너지관련 현행 법률은 약 30개에 이르고 있으며, 세계적인 어젠다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감축은 에너지를 제외하고는 논의될 수 없습니다. 에너지와 관련된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훈령,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해 운영하는 조례와 규칙은 에너지개발, 에너지안전, 에너지환경, 에너지사업, 에너지효율, 에너지공사 등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각의 특성이 있으나 에너지법에 포함된 제도가 선진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의 중심에 에너지정책과 제도가 자리 잡고 있음에도 에너지법의 관점이 국가의 기후위기대응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법학의 발전은 우리나라 에너지와 관련된 정책, 제도를 선진할 수 있는 것이 명백하고, 이를 위해 에너지법과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집단지성을 도출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합니다. 에너지정책, 제도 및 법을 선진화하기 위한 법학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집단지성의 지속적인 에너지법 발전 기여를 목적으로 한국에너지법학회를 창립하게 됐습니다.

초대 회장으로서의 각오와 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에너지법학은 우리 사회에서 에너지의 위상과 역할이 적합하게 발전해 정의적인 측면에서 에너지정책과 제도를 수립하도록 기여할 수 있습니다. 초대회장으로서 에너지학회의 방향을 설정하고, 에너지법학에 관심이 있는 학계, 정부, 산업계가 공동의 관심사항을 가감 없이 논의해 에너지정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법제를 정비해 사업자의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법제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탄소중립시대에 법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탄소중립은 한편으로는 시대정신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 주어진 기회이기도 합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정책은 최종적으로 입법에 의해 구체화됩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수단으로 산업계의 활동을 특정된 분야에서는 규제를, 다른 특정된 분야에서는 지원과 육성을 통해 실현해야 합니다. 규제와 지원 육성은 모두 법률에 기반해야 하기 때문에 법제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탄소중립실현을 위한 에너지정책은 에너지법학의 원칙이라는 에너지 안정적 공급, 에너지 안전성 확보, 에너지사업 진흥 등의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에 적합한 탄소중립 정책은 에너지 현실과 산업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성공할 수 있고, 유럽연합 국가의 정책이나 미국의 정책을 국내에 단순히 이전하고 무비판적으로 추종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탄소중립과 관련된 법은 국내에 적용되는 법률이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나라의 에너지상황과 현실을 고려하는 법정책이 수립돼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법체계의 현주소와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본법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 녹색성장 기본법’입니다. 이 법률은 전 부처와 관련된 법률로써 탄소중립의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기본법으로써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분야의 기본법은 ‘에너지기본법’이었으나 현재는 ‘에너지법’이라는 제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에너지기본법‘의 핵심적인 사업인 에너지기본계획을 이전했고, 그 결과 ‘에너지기본법’도 현행 ‘에너지법’으로 됐습니다. 탄소중립법에 에너지기본계획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기본계획을 에너지법에 포함하고, 에너지법을 에너지기본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에너지법체계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에너지법은 석유, 가스, 석탄, 신재생, 수소, 원자력 등 에너지원별 각각의 법률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능적으로 에너지개발, 에너지사업, 에너지안전, 에너지육성, 에너지환경, 에너지효율 등으로 각각 실정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에 대한 정책적 사항을 기능별, 에너지원별로 편재된 실정법에 적합하게 반영해야 비로소 탄소중립의 디테일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권에서도 수소경제는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소경제 관련 제도 설계 최고 권위자로서 새로운 정권이 수소경제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수소는 탄소중립이라는 완제품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소경제의 발전 없이는 재생에너지의 보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수소경제를 병행해 발전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재생에너지의 중요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변동성,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수소입니다.

수소경제는 지하에 매장된 부존재원에 기반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자원이 풍부한 다른 국가보다 선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사항입니다. 수소에너지를 중요한 에너지의 하나로 수용하기 위해 수소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구축을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수소법 개정안과 관련해 청정수소의 범위를 둘러싼 의견대립이 첨예합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소경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술 기반적인 에너지원이고, 기술기반 에너지원의 수소는 기술발전으로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청정수소도 현재는 실증시험이 끝나고 상용화 가능한 기술이 수전해방식을 통해 제조된 수소이나, 기술발전으로 프라즈마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 폐플라스틱을 수소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연구 중에 있고, 바이오기술을 통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다양한 기술발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쟁점사항이 되는 수소는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수소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생수소입니다. 부생수소는 제조과정에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나 수소제조 자체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점에서 일반 그레이스수소와 구별해야 합니다. 수소 그 자체를 생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부생수소를 청정수소에 포함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출시되는 모든 제품과 기술은 융합 신제품과 융합 신기술입니다. 특히, ‘전기가 없는 4차 산업혁명은 올 수도 없고, 기대도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기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은 AI가 자리 잡고 있으나 AI는 상당한 전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은 기존의 다양한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에너지를 전기로 전화하는 현상을 ‘전기화’라고 하며, 산업분야의 전기화는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핵심적 정책에 해당합니다.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게 되면, 전기는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집중화되어 특정된 발전시설에서 전기가 생산됨으로써 이산화탄소의 포집이나 감축을 용이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전기의 보급은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도입을 주장하신 계통영향평가제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수도권과 같은 대도시는 지속적으로 전기사용량이 증대하고 있지만 전기사용량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서해안이나 동해안 등 발전소에서 발전된 전기를 송전망건설을 어려움으로 수도권으로 송전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인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수도권과 같은 대도시에 필요한 전기사용량을 해당 도시에서 자체적으로 공급하거나, 반드시 대도시에 입지하지 않아도 되는 대규모 전기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시설을 다른 지역에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통영향평가제도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촉진 특별법’에 포함되는 제도입니다. 서울 등 대도시에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시설이 입지하려면 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과도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시설에 대해 자가발전을 일정비율을 하도록 하거나 다른 지역에 설치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끝으로 전기업계 종사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기업계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온실가스감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는 다른 한편으로 전기업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전기업계는 수많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저력을 가지고 있어 충분하게 온실가스감축에 적합하게 대응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배성수 기자 bss@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