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에서 공급망의 중요성
에너지산업에서 공급망의 중요성
  • 권철우
  • 승인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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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철우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최근 천연가스와 원유의 국제가격 인상으로 국내 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자원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공급 중단과 같은 요인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현재 주된 에너지 자원인 화석연료가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석탄은 미국, 러시아, 중국, 캐나다 등에, 석유와 천연가스는 북미, 러시아, 중동 등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다. 따라서 화석연료의 주요 부존국이 화석연료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거나, 부존국 또는 인근 지역의 다양한 불안정성과 공급의 불안정성 또한 가중되는 경향이 있다.

 

 

 

같은 화석연료 공급망의 안정성은 에너지 산업 자체의 안정성과 에너지가 지탱하고 있는 다른 산업의 안정성에 직결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해외 에너지 자원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 같은 화석연료 공급망은 국내 에너지 수급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전 이미 많은 대중이 잘 인식하고 있는 바이다.

화석연료는 직접적인 에너지원이기도 하지만, 석탄, 석유, 천연가스로부터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해당 산업의 중요한 원자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화석연료 공급의 불안은 유관 산업에 예상하지 못했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례로 최근에 발생했던 요소수 사태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요소는 석탄 또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암모니아의 합성물질이다. 중국산 요수수 부족 사태는 중국 내 석탄수급의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호주와 중국 간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중국내 호주산 석탄 공급 부족도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처럼 화석연료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직접적인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한편, 유관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 에너지 전환을 통해 우리나라가 수소경제로 전환된다면 에너지 산업에서 공급망의 안정성이 확보될까? 분명 신재생에너지는 국내의 태양광, 풍력 등에서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서 주로 해외수입에서 수입되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성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원 공급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최종에너지 수요에서 석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비중이 크게 줄고 신재생에너지, 수소, 전력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발전원에서도 현재의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자원의 해외의존도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나아가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이 이뤄질 경우,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경제 관련 산업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미래 산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비해 더 많은 광물자원을 필요로 하며, 그 중 상당한 비중의 광물자원이 희소자원이어서 어떤 측면에서는 기존의 화석연료보다 더 공급망 불안정성에 취약할 수 있다.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에 비해 더 다양하고 더 많은 광물자원을 필요로 하며, 필요한 광물 중 코발트, 니켈, 리튬 등 희소 광물의 비중도 높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도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발전에 비해 요구되는 광물의 양도 많을 뿐 아니라 필요한 광물의 종류도 다양하고, 희소광물에 대한 수요도 높다. 게다가 향후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이 함께 이뤄지면 서 희소광물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희소광물의 공급망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해당 광물들이 희소해서가 아니라, 화석 연료와 마찬가지로 희소자원의 매장량이 일부 국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부 희소자원의 생산량 중 니켈, 코발트, 희토류, 리튬과 같은 희소자원 생산량 상위 3개국의 생산량 비중이 화석연료보다 더 높다. 특히 희소자원은 환경이슈로 인해 중국에서 정재 및 제련과정이 수행되는 비중이 극도로 높아 또 다른 공급망 불안정성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희소자원은 대체재를 구하기 어렵고, 매장 및 정재/제련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 간의 무역 분쟁이나 다른 요인에 의해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전략과 재생에너지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는 2011년 중국과 일본 간에 발생했던 희토류 사태나 얼마 전 일어났던 인도네시아의 니켈 수출규제와 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과 중국 간의 영토분쟁에 대응해 중국이 희토류의 대일 수출을 중단했던 희토류 사태는 희소자원의 공급구조에 깔려있는 근원적인 불안정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 바 있다. 한편 2014년과 2019년 니켈 생산량 1위인 인도네시아가 단순 원자재 수출 위주인 수출구조의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국 내에서 제련과정을 거치도록 요구하며 원광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의 원광수출 금지로 인해 국제 광물가격이 불안정해지면서, 희소자원의 공급망이 희소자원 보유국의 자원민족주의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줬다.

에너지 전환에서의 공급망 불안은 주로 발전장비 또는 전기차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활용하는 기기의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화석연료 부문의 공급망 문제와는 차이가 있다. 화석연료 에너지 공급망 문제는 대부분 에너지원이 되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공급망 문제이다. 따라서 화석연료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희소자원은 에너지 공급 자체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에너지 생산 설비 등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신재생에너지 공급 능력 확충 및 관련 기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따라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희소자원의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화석연료 공급이나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희소자원의 공급 모두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고, 다른 자원으로 쉽게 대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공급망 안정성 확보의 기본적인 방향은 유사하다.

그렇다면 에너지 공급의 안정과 안정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공급망을 관리해야 할까? 화석연료 공급망의 경우, 우리나라의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공급처는 어느 정도 분산되어 있고 수입국과의 안정적인 관계도 유지되는 중이며, 오랜 기간 다양한 외부적 충격에 대응해 오면서 우리나라의 대응능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희소자원에 대한 공급망 관리는 아직도 보완할 사항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에 대한 조기 진단 시스템을 확충하고 빠른 대응 시스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 정부는 주요한 희소자원에 대한 관리체계를 가지고 있다. 다만 관리하는 자원의 범위를 넓히는 한편, 공급망 불안정 요인에 대해 적극적이며 효율성 높은 대응체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공급망을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통적인 화석연료 에너지원은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공급되고 분산화된 재생에너지로 상당 부분 대체되면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 강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은 희소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또다른 공급망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로 화석연료를 안정적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시 필수적인 희소자원의 공급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채산성의 문제를 떠나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희소자원은 적극 생산을 장려하고, 해외의 희소 자원 확보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또한 에너지 관련 핵심 부품과 장비의 국내생산을 유도해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을 낮추는 한편,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특정 희소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적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과거 중일간 희토류 갈등시 일본 기업들이 희토류의 의존도를 낮추거나 완전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개발에 나선 것과 유사하게, 비록 상용화 수준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대체기술을 확보해 희소자원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권철우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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