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매전력시장 제도 이해 및 국내 시장 발전 방향
해외 도매전력시장 제도 이해 및 국내 시장 발전 방향
  • 허진
  • 승인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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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01년 이전까지는 한전의 수직 독점 형태의 전력공급이 유지돼왔다. 2001년 구조개편에 따라 경쟁적 전력산업 체제가 시행됐고 전력거래의 확산 전망으로 단계별로 전개되는 전력시장의 분석과 전략수립을 위한 기술개발은 국가적 당면과제였다.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발전경쟁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도/소매 경쟁단계’를 지향했다. 양방향입찰시장인 TWBP(Two Way Bidding Pool) 개설을 위해 한시적 운영을 검토했던 변동비반영시장인 CBP(Cost Based Generation Pool)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2017년 3020 정책 발표 후 풍력 및 태양광 등 변동성 전원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지속되고 있고 9차 전력수급을 기준으로 신규 재생에너지 68GW 계통수용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풍력 및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의 전력망 연계확대는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 구현을 위한 핵심이며, 새로운 에너지 환경에 따른 재생에너지 전력망(Power Grid) 연계 핵심 및 응용기술 구현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운영 중인 변동비반영시장 개선 방향이 추진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도매전력시장제도를 살펴보고 국내 도매전력시장 제도의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도매전력시장

미국의 전력산업은 1990년대까지 지역 전기사업자가 발전, 송배전, 판매를 모두 독점하는 수집 통합 형태로 운영됐다. 이후 지역 간 전기요금 격차 해소에 따른 요금 인하를 주요 목적으로 1992년 국가에너지 정책법을 도입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수직통합형 민간전력회사들이 발전설비의 70% 가량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독립발전사업자의 설비 비중은 8% 정도로 발전시장의 일부경쟁이 도입됐다. 1996년 연방정부는 발전 부분의 경쟁을 확대하고자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FERC Order 888을 통해 망 중립성 보장을 위한 송전망 민간 개방을 했고, 독립계통운영자(ISO, Independent System Operator)와 광역송전기구(RTO, Regional Transmission Organization) 설립을 권장했다. 현재 6개의 ISO/RTO가 FERC의 규제 하에 있으며 텍사스의 경우 독립계통의 특성으로 주 기관인 PUCT(PublicUtility Commission of Texas)의 규제를 받고 있다. 그 외의 지역은 주정부의 규제를 받는 수직통합형 전기사업자가 독점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시장 기반의 지역들은 주로 ISO에 의해 기동정지계획과 경제급전이 이루어지는 중앙집중형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현물시장(Spot Market)과 더불어 자가발전, 발전사-수요자 간 쌍무 거래를 통해 전력을 공급한다. 현물 시장 비중은 RTO/ISO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쌍무거래와 자가발전에 비해 거래량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현물시장은 계통 상태를 반영한 전력시장 청산을 통해 지역별, 시간별 가격 신호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각 RTO/ISO는 전력시장 투명성 향상을 위해 더 많은 전력이 현물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제도개편을 지속적으로 수행 중이다.

RTO/ISO가 운영하는 도매시장은 에너지시장, 용량시장, 재무적송전권시장, 보조서비스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에너지시장은 단기 전력수급을 위한 시장으로 하루전(Day-Ahead) 시장과 실시간(Real-Time) 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하루전시장은 재무적 시장으로서 이 시장에서 거래된 전력량에 대해서는 물리적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실시간 시장은 실제 계통 운영 시점에서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전에 개설되며 5분 혹은 15분 단위로 시장가격이 산정된다. 실시간 시장 운영은 전력계통 신뢰도 유지가 주요 목적이다. 미국 도매 에너지시장은 하루전시장과 실제 계량과의 차이량을 실시간 시장가격으로 정산하는 이중정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재생에너지 증대에 따른 계통 유연성 자원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현물 시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CAISO와 NYISO의 경우 기존의 하루전시장과 실시간 시장 사이에 실시간 기동정지 계획과 전진 급전에 기반 한 새로운 시장을 개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Fast-Start 유닛을 확보하고 적절한 가격신호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도매전력시장

영국은 1990년대 초부터 전력 규제 완화를 선도해온 국가다. 2001년에는 중앙집중형 풀(pool) 시장에서 선도 계약 기반의 에너지 전용(Energy-Only) 시장으로의 전환을 통해 탈중화 된 전력거래 방식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2010년 영국정부는 전력시장의 전반에 대한 개혁을 착수했고 용량시장(Capacity Market), 차액거래(CfD, Contract for Difference), 탄소가격 최소가격(Carbon Price Floor) 제도를 도입하는 전력시장개편(EMR, Electricity Market Reform)을 실시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그동안 유지해 온 탈중화 된 자유로운 전력시장 운영 원칙을 위반한다는 비판
과 국가 개입이 커진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그러나 노후 화력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가 임박한 가운데 신규 가스발전에 대한 투자 유도 및 전력 부문 탈탄소화를 위해서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입장이었다.

영국의 1990년대 전력산업 민영화와 구조개편 방향은 (1)정부 역할의 최소화 (2)민간 자본의 참여 (3)경쟁도입 (4)소유의 분산 확대 (5)경영효율의 개선으로 설정됐다. 결과적으로 영국 전력산업 체계는 다음과 같이 결정됐다.

전력산업 구조 개편 이후 풀 시장에서는 소수의 사업자에 의한 시장 지배력 이슈가 제기됐으며 실제로 시장가격과 발전비용의 괴리가 점점 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1년에 중앙 풀 시장 중심 구조에서 자가급전 중심의 Energy Only 시장으로 전환하는 NETA(New
Electricity Trading Arrangement) 체제를 도입했다. 따라서 시장은 선물시장, 단기계약시장, 그리고 실시간 수급 조정을 위한 현물시장으로 개편됐다. NETA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 자유로운 전력거래를 추구했으며 이를 통해 사업자들 간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을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NETA 체제에서 도입된 자가급전 기반 시장은 지금까지도 영국 시장 제도의 핵심으로서 이어져 오고 있다. 2005년에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전력시장에 스코틀랜드를 통합하는 BETTA(The British Electricity Trading and Transmission Arrangement) 체제가 도입됐지만 이는 스코틀랜드의 풍부한 풍력 자원을 활용함과 동시에 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을 추가적으로 추구하기 위함이었으며 기본시장 체제는 NETA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2013년 영국은 발전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NETA 체제를 크게 수정하는 전력시장 개편인 EMR을 시행했다. 영국 에너지 기후변화부는 (1)노후 발전설비 대체 및 전력공급 안정성 확보 (2)저탄소경제로의 전환 (3)대규모 발전설비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시장여건 조성 등을 위해 관련 에너지
법안을 2012년 11월 의회에 상정했고 2014년부터는 새로운 전력시장 체제인 EMR로 전환됐다.

EMR로 인해 영국 전력시장에 탄소 가격 하한제(Carbon Price Floor), 탄소 배출 기준(Emissions Performance Standard), FiT 차액정산제도, 용량시장 등이 도입됐다. 영국 시장은 다양한 체제를 거치면서 변화해왔다. 우리나라의 제도와 비교해 보면 2001년 NETA 이전의 강제 pool 중심의 중앙급전 체제가 비슷해 보이나 영국은 그 당시에도 이미 수요자의 판매사업자 선택권이 부여됐고 발전사업자와 배전사업자 간 장기계약도 허용됐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NETA를 지나 BETTA와 EMR 체제로 전환됐지만 영국 시장의 기본적인 원칙인 시장 참여자 간의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며 자가 급전에 기반한 비중앙 전력시장을 운용한다는 점은 유지되고 있다. 계통 운영을 위한 수급 임밸런스는 계통운영자가 책임을 지며 밸런싱 매커니즘에서만 중앙 운영자의 개입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 전력산업의 가장 큰 이슈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 기조로 재생에너지 전원의 확대에 따른 시장제도 개선, 특히 도매전력시장 개설을 바탕으로 전력시장의 새로운 변화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현행 하루전시장은 재생에너지 증가에 대비한 유연성 자원 및 ESS, 수소발전 등 저탄소 전원 투자 유인에 부적합한 시장 구조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2단계로 나누어 전력시장 구조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1단계(2022)에서는 실계통기반 하루전시장 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2단계(2023년 이후)에서는 실시간시장 및 예비력시장 개설, 재생에너지 발전량 가격입찰제도 도입, 그리고 저탄소 중앙 계약시장 개설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가 준비할 미래 전력시장은 새로운 전력설비의 확대에 따른 계통의 복잡도가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유연성(Flexibility) 확보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으며, 기존의 수급균형과 함께 환경제약을 고려한 최적의 운영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지속적인 시장제도의 개선 및 발전을 기대해 본다.

허진 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부교수, 신훈영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조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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