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계속운전과 안전에 대하여
원전 계속운전과 안전에 대하여
  • 방인철
  • 승인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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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에너지안보 등과 계속운전의 필요성

우리는 에너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구의 기후위기도 결국 에너지 이용의 결과로부터 발생했으며, 새로운 미래 비전과 시대의 변화로 일컫는 4차 산업혁명도 노동으로부터해방과 즐거운 일에만 몰두하고 싶은 우리 인간이 걸어온 움직임, 운동의 새로운 혁명으로 결국 전기수요의 증가를 피할 수 없는 에너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류의 발전은 우리를 대신해 일해줄 수 있는 수단의 발명과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에너지에 따라 혁신적으로 이뤄져 왔다. ‘기후변화’ ‘에너지안보’ ‘4차 산업혁명’ ‘전기화’ ‘미세먼지’ ‘대기오염’ 등의 키워드들이 우리의 현재를 대표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인류의 전체 삶의 행복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이면서 중요한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빌게이츠가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를 뛰어넘어 인류의 삶의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기후변화문제를 알게된 것도, 실은 아프리카의 가난 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으로 식량, 식수문제 그 바탕에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가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해결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가 에너지와 기후변화가 하나의 문제라는 시각을 갖게 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에너지안보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가 인류의 생존과 행복한 삶의 추구를 위해 당면한
최대 현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쳐 주고 있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우리는 늘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하고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오늘날 에너지 원의 포트폴리오 또는 에너지 믹스가 삶을 발전시키고 경제적이고 안전하게 만드는데 기여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당면한 기후 위기로 적절한 에너지원에 대해 많은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기후변화의 위기가 모든 사람이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삶의 문제로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의 삶을 편하고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해 온 주요 에너지원, 에너지 기술인 화석연료, 화력발전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삶을 가장 불편하고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기후 재앙’의 근원이며 우리가 변해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또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은 현재의 에너지원 구성비인 석탄 40%, 천연가스 20%, 원자력 30%, 신재생 등 10%를 석탄을 제거하는 무탄소 에너지원 구성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는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공통의 목표이자 인류의 비전이 됐다. 사실 전력생산 분야에 대한 탄소배출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생산, 운송 등 우리 생활의 모든 과정에서 깨끗한 무탄소 전기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문제는 에너지원 구성속 무탄소화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무탄소 에너지원을 지금보다 늘린다는 것은 결국 석탄이 차지하고 있는 40%의 구성을 대체해야 하는 것이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가 함께 해야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지난 5년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그것이 1970년대 1차 석유 파동으로 이어온 전쟁과 공급망의 불안정으로 반복되고 있는 에너지안보 문제와 더불어 깨달은 해답이라는것은 이제 누구도 쉽게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2050년도 ‘탄소배출 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수소와 재생에너지의 신재생에너지가 정답이지만 정답을 알면서도 현실에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24기 가동 중인 원전이 25~30%의 전원 구성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 10기의 원전이 처음 운전허가를 받은 기간이 만료된다. 이는 약 10% 전원 구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으로 문제는 건설 중인 신고리 5 · 6호기 2기와 지난 5년 탈원전 정책으로 중지된 신한울 3 · 4호기의 2기가 온전히 보완해 줄 수 있는 전원 구성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전 계속운전’ 전략이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재앙을 피하면서 깨끗한 무탄소 에너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라는 데에 이르게 된다. 사실 이러한 결론
은 이미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경험한 일로, 2013년 당시 100기의 원전으로 미국 전체 전력의 20%를 담당하며 무탄소 전원의 50%이상을 기여하는 상황에서 신규건설이 없던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은 계속운전 전략이었다. 미국은 이미 한차례의 20년 인허가 갱신을 허용하고 2번째 20년 인허가 갱신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 계속운전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국가의 에너지 전략으로서, 기후재앙을 막는 전 세계적인 노력의 동참이자 기여로 그 필요성이 매우 절실한 것이다.

사업자의 경제성, 국가적 이익

그러나 문제는 사업자의 입장이다. 아무리 필요성이 높다 할지라도 영업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경제성이 있어야 계속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경제성이 떨어져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계속 운전을 해야 할 이유가 사업자 입장에선 사라진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계속운전 인허가를 포기하는 원전과 심지어 인허가를 받고도 경제성이 떨어져 포기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원전 설계 수명 이후의 계속운전과 관련해 계속 운전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고,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 개선기간을 고려해 계속운전 평가 보고서의 제출 시점을 현행 수명만료 2~5년 이전에서 5~10년 이전의 제출로 변경하자는 제안은 이러한 경제성 때문에 아예 포기해 버리는 상황을 염려한 고려일 수 있다.

2013년 발행된 계속운전에 대한 미국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계속운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은 원자력 산업의 경제적 이익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자로의 운전 수명, 궁극적으로 면허를 갱신하기로 한 전력회사의 결정, 사업자의 결정은 천연가스 발전소 또는 새로운 원전 건설비용 대비 원전의 장기 운영비용 평가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연방 및 주 정부의 이익을 함께 평가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밝히는 여러 가지 이유는 바로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소와 달리 원전이 대기 청정법에서 확인된 6가지 대기 오염물질(오존,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산화질소, 황 이산화물 또는 납)을 배출하지 않는 점과 원전이 탄소가 거의 없는 저탄소 에너지원이라는 점이다. 즉, 대기오염 및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 그리고 경제성이 없는 시기에 다른 저탄소 에너지원을 아끼고 대체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국가 차원의 이익도 경제성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계속운전과 안전

빌게이츠는 2021년 책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통해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같이 원전의 이용에 있어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때때로 계속운전이 원전의 안전성을 포기하면서 경제성만 바라보는 관점으로 비춰지는 이유가 오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얘기한 미국의 경우 많은 원전이 새로운 20년에 대한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경제성 문제나 안전 문제가 새로 발견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정지되고 폐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원전의 계속운전 결정은 매우 복잡하고 시급할 수 있다. 여기에는 상호 관련된 기술, 경제, 규제 및 정책문제가 포함되며, 사업자는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서 주요 장비 교체를 포함한 시간과 계속운전 기간의 시간을 고려해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해야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계속운전을 하고자 할 경우에는 원자력발전소의 주요 계통, 구조물 및 기기들에 대한 경년열화 상태를 평가하고 잔여 수명을 예측해 적절한 경년열화 관리계획을 수립, 운영해야 한다. 이는 자체적 계속여부 결정과 규제기관의 인허가 심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계속운전 인허가 심사를 위해 주기적 안전성평가, 주요 기기에 대한 수명평가 그리고 운영허가 이후 변화된 방사선환경영향 등의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최초 설계 당시 보수적으로 설계돼 있어 원전이 안전에 대한 여유도를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이며, 가동중 성능 예측과 진단, 검사 기술이 발달되어 예측, 예방 정비가 가능해져 이상 징후 혹은 노후화 설비나 기기를 미리 개선 또는 교체함으로써 운영허가 기간 이후에도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운전에 있어 부품 및 재료의 노화는 매우 중요한 안전 주제이며 늘 상존하는 면허 갱신의 기술적 도전 위험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장기 운영에 대한 도전은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장기간에 걸친 공학적 평가는 늘 불확실성을 포함한다. 쉬운 예로 어떤 수학적 모델도 어느 날 어떤 볼트가 부식되는지 식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모델은 불확실성의 범위로 볼트의 일부가 예상기간 내에 교체가 필요한지 가능성을 예측한다. 따라서 계속운전은 재료 노화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관리 시스템의 발전과 함께할 때 원전 안전에 대한 논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업자도 단순한 경제성의 논리뿐 아니라 안전의 확보, 설령 인허가를 받더라도 잘못된 모델과 평가 결과는 장기적으로 사업자의 안전설비 교체등의 투자 등을 지속적으로 유발해 스스로 경제성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반면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인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기술의 새로운 혁신은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부품 고장을 줄이고 안전을 최적화할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 갱신 여부에 대한 결정은 안전한 상태에서 갱신하는 것을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공학적 판단 과정을 추구하든 계속운전 ‘면허 갱신’ 그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현재의 원전이 공학적 판단아래 무기한 갱신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일 것이다. 갱신이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안전성이 충분히 고려되고 규제기관에 의해 독립적으로 평가되어 인정받은 계속운전은 국가를 위해, 그리고 지구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균형 잡히고 내구성 있는 에너지 미래를 구축하는 귀중한 골든타임을 제공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 당장 확대하기 어려운 신규원전의 운전(건설에 드는 시간을 고려해야 하므로)과 얼마 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소형모듈원전의 개발, 보급 및 수소 및 재생에너지 등으로 가는 청정에너지 미래를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을 차례차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하고 경제적인 장기운영이 가져올 종합적 편익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보다 편익을 증대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방안과 안전을 넘어 안심을 줄 수 있는 공학적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방인철 UNIST(울산과학기술원) 원자력공학과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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