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을 위한 지하연구시설의 구축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을 위한 지하연구시설의 구축
  • 김희령
  • 승인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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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란 원자력발전소(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되고 난 후에 인출된 핵연료다. 폐기하기로 한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방사성폐기물로 분류되며, 열과 방사능 농도를 기준으로 볼 때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속한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에서 발생되는 사용후핵연료는 영구히 처분할 곳이 마련돼 있지 않아 원전 부지 내에서 임시저장 중이다.

지난해 4분기 현재 우리나라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비율은 전체 저장 용량의 약 98% 수준이며, 2031년에 한빛원전과 고리원전 임시저장시설을 시작으로 2032년 한울원전, 2044년 신월성원전, 2066년 새울원전의 순서로 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신한울 3 · 4호기 등 원전이 더 건설되면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멀지 않은 미래에 시작되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의 포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구처분시설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영구히 처분하기 위해 스웨덴, 핀란드 등 처분 기술 선도국들을 중심으로 심층처분시설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핀란드는 2025년 세계 최초로 사용후핵연료 심층처분시설을 운영할 예정이며, 스웨덴은 40년 이상 사용후핵연료 처분 연구를 수행해 오며 지난 1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에 대한 건설 운영허가를 받았다.

심층처분은 사용후핵연료를 압력과 부식에 오랜 기간 견디는 처분용기에 넣고 인간과 주변 환경에 방사선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지하 300 ~ 1,000m 깊이의 심지층 매질에 처분하는 것으로서 생태계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처분시설은 1) 처분 개념 개발 2) 처분 부지 선정 및 특성화 3) 처분시설의 설계/건설 4) 처분시설의 운영 및 패쇄 등 4단계로 개발 구축되며, 사용후핵연료 심층처분시설을 구축하기 전에 처분시스템의 처분 안전성과 적합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처분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에 대해 기술적으로 타당한지 공학적 실증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시설이 지하연구시설(URL, 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이다.

지하연구시설은 처분기술의 처분 개념 개발 단계에서 암석의 수리지질학적 반응과 핵종이동 등 전반적인 심부지질환경 규명하고 굴착기술 및 방벽물질 특성 평가를 위한 기초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부지 선정 및 특성화 단계에서는 현장 조건에서의 정확도와 적용성 확립을 위한 처분 부지의 특성화 기술을 시험하고 굴착에 의한 영향을 평가해 부지 모델을 개발한다. 처분시설의 설계/건설 단계가 되면 지하연구시설에서는 처분시설을 건설/운영/폐쇄하기 위한 안전 개념 설계, 폐기물 정치/폐쇄, 밀봉 또는 회수 기술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기술을 시험 개선한다.

그리고 폐기물 취급 장비를 시험한다. 마지막으로 처분시설의 운영 및 패쇄 단계에서 처분시설 건설/운영/정치 기술을 최적화하고 개발 기술 및 장비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처분시설을 폐쇄한 후 모니터링 한다. 지하연구시설에는 일반부지 URL과 처분부지 URL이 있다. 일반부지 URL은 처분시스템의 성능과 안전성을 실증하기 위하여 처분장이 아닌 지역에서 개발되는 URL이고 처분부지 URL은 최종 처분 부지의 처분 적합성을 입증하기 위해 처분장으로 고려되는 부지에서 개발되는 URL이다.

심층처분시설 후보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지질학적 특성을 반영한 심층처분시스템의 안전성과 성능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일반부지 URL을 통한 실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일반부지 URL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하시설을 활용하거나 신규 부지를 확보하는 방안이 있다. 기존 지하시설을 일반부지 URL로 활용하려면 지하시설의 면적, 암석의 종류, 심도, 지질 구조 및 지하수 분포 등이 URL의 요건과 비슷하고 기존에 설치된 지하구조물과의 기능적 간섭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URL 연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하시설물의 개조 또는 변형이 필요할 수 있다.

먼저 기존의 지하연구시설의 활용을 생각할 수 있는데 한국원자력연구원내에 있는 지하처분연구시설(KURT, KAERI Underground Research Tunnel)이 그것이다. KURT는 깊이가 120m에 불과하지만 일반부지 URL에 부합하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 외 일반부지 URL 후보로 고려해 볼 수 있는 기존의 지하시설로는 양수발전소 건설용 터널, 광산 및 폐광, 지하암흑물질연구시설 등이 있다. 양수발전소 건설용 터널의 경우 댐 상부 높이와 발전기가 위치한 지하 동굴까지의 심도를 고려할 때 추가 확장을 통해 URL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의 경우 스위스가 양수발전소 지하시설을 확장해 일반부지 URL로 활용하고 있다. 일반부지 URL로 폐광을 고려할 경우 암석의 분포, 지질/지반의 구조, 지하수문 특성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지하암흑물질연구시설은 심도 및 지하시설면적 등 일반부지 URL 조건에 부합되는 것으로 나타나 동일한 심도의 지하시설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지하공간을 건설해 일반부지 URL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신규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URL 부지 선정 요건에 따라 부지 확보를 위한 인허가 조건 등을 파악하고 정상 및 비정상 운영기준을 포함한 운영 기술, 조사 및 굴착을 포함한 건설 기술 등 필요 기술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적 타당성과 유관기관 · 지자체 ·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URL의 건설, 운영을 위한 기존 지하시설 또는 신규 부지를 마련함으로서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선행 필수 기술 인프라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김희령 UNIST 원자력공학과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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