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수단으로서 원전 이용과 한미 공조를 통한 수출 전략
탄소중립 수단으로서 원전 이용과 한미 공조를 통한 수출 전략
  • 정용훈
  • 승인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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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바라카 1,2,3,4호기 전경 (ENEC 홈페이지 참조)
UAE 바라카 1,2,3,4호기 전경 (ENEC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강국 건설 정책

새 정부의 원자력 정책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에너지 안보 및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원전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며, 한미 원전동맹을 통한 기술개발과 수출 협력을 통해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비상식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국가 에너지 정책의 회복을 위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 산업의 생태계를 회복하며 더욱 강화해 국내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의 역할을 확대하고, 미래원전 개발과 원전수출로서 원전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정책과제의 핵심이다.

두 가지 에너지 메가트렌드 :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의 의존이 에너지 안보 문제를 만들었다. 게다가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탄소중립을 2050년 전후로 달성한다는 계획을 각국이 발표하고, 자발적 감축약속을 내놓고 있어 러시아산 가스, 석탄, 원유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자체를 더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이제 에너지 문제는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안보를 확고히 해야 하는 문제로 자리를 잡게 됐다.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가능하지만 간헐성 재생에너지의 백업수단으로서 가스를 활용하다 보니 탄소중립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가스가 됐고, 러시아는 그 징검다리를 하나둘 치우면서 더 비싼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백업수단이 없다면 에너지 안보는 확보하기 어렵고, 가스에 백업을 의존하는 한 재생에너지의 탄소중립 기여는 물 건너가게 됐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일차에너지 사용량 중 원자력 12%, 신재생 및 기타 7%로 겨우 19%의 에너지만 자급할 수 있다. 이들 중 태양광과 풍력은 비중을 늘릴수록 간헐성 때문에 자연적인 수급 불안이 있으며, 백업으로 활용돼야 하는 가스발전의 중요성은 더 커져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수급 불안을 증폭하는 뇌관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다.

자연환경의 변동으로 태양광, 풍력 발전량이 들쑥날쑥함에 따라 가스 수요가 변동하고 특히 가스 수요가 큰 겨울철에는 줄어드는 태양광 발전량을 가스발전을 늘려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가스 가격과 수급 불안정성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재생에너지와 가스의 조합이 아닌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합을 추구해야 외부의 수급 불안과 가격 변동을 무던하게 견딜 수 있다. 이것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믹스를 통한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이다.

탄소중립 · 에너지안보, 원자력 포함 에너지 믹스로 실현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은 탈원전을 위해 간헐성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에만 주로 의존하는 정책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탈원전을 추진하는 독일은 원자력이 해야 할 역할을 주변국에 의존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러지도 못해 탈원전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2050년 우리나라 태양광 설비의 양이 같은 시기 유럽연합 전체의 태양광 설비와 유사한 용량이라는 것, 간헐성을 보완할 저장 장치의 규모와 액수는 산정도 하지 않았다는 것, 하루치 저장장치 비용이 1,000조 원대에 이르기에 실현할 수 없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계획인지 알 수 있다. 간헐성 태양광을 중심으로 에너지 공급을 계획하면서 해가 지거나 날이 좋지 않을 때 사용할 에너지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결국 이것은 실패를 계획한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를 강하게 제시하면서, 탈원전과 태양광 중심 전력생산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수단을 고집한다는 것은 원래 제시한 목표 달성에 진심이 아니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실현 불가능한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고 있을때 기존의 주요 원자력 이용국들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무탄소 청정전력인 원자력의 이용을 더 증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장기가동(계속운전, 운영허가갱신 등), 신규건설, 원자력 수소생산 등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또한 신규로 원자력을 도입하려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약 30개국이 원자력발전 도입을 계획하거나 추진 중에 있다.

새 정부에서는 다행히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원자력 옵션을 근간으로 하기로 했다. 계속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SMR을 개발해 미래 수출 먹거리 및 에너지원으로써 활용하는 공약을 정부 정책화해 국정과제로 확정했다. 탈원전 폐기를 통해 2030년 30%대의 원전 비중을 유지하고, 2050년 완전한 탈탄소로 가기 위해 30% 이상의 원전 비중을 가져간다면 탈탄소의 성공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원자력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지만 원자력 없이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전혀 없다.

커지고 블록화 되는 원자력 시장

현재 33개국에서 약 440기의 발전용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으며, 총 용량은 약 390GWe이다. 2020년에 이들은 세계 전력의 약 10%인 2,553TWh를 제공했다. 현재 19개국에서 약 55개의 원자로가 건설되고 있다. IEA는 2009년부터 ‘450 시나리오’를 시작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parts per million) 미만으로 유지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2°C 미
만의 평균 지구 온도 상승(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을 실현하고 에너지 접근, 깨끗한 공기 및 기후 목표를 동시에 제공하는 데 필요한 ‘지속 가능한 개발 시나리오’(SDS)가 개발됐다.

WEO(World Energy Outlook) 2021의 SDS는 2050년까지 원자력 용량이 669GWe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N 기후변화협약은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1.5°C 시나리오를 내 놓았으며, 2050년까지 적게는 2배, 많게는 6배로 원전 용량을 증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신규원전 건설의 필요성은 커질 것으로 기대되며, 프랑스가 14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등 실제로 국가계획으로 신규원전 건설이 속속 추가되고 있다. 2030년대에는 매년 10~30기의 신규원전 프로젝트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시장이 커짐과 동시에 블록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 세계 블록화는 피할 수 없게 됐으며, 중국이 러시아 블록으로 편입되면서 원전공급 시장에서도 러시아-중국의 블록과 미국-프랑스-한국의 블록이 형성되게 됐다. 결국 두 시장은 서로 관계없이 발전해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공조를 통한 원전 수출 전략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자력발전 신규도입이 늘어나고, 블록화로 중국과 러시아의 입지가 축소된 수출시장의 변화는 우리나라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사실상 새로운 원전 수주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고, 블록화로 인해 중국까지 시장에서 제한적 접근만 가능한 환경이 마련됐다. 자유 진영의 공급국은 우리나라와 미국 및 프랑스만 남았다.

그 중 신규원전 건설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UAE 원전 4기를 기간에 맞춰 예산 안에서 건설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 1,2호기는 이미 상업운전에 들어갔으며, 3호기는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고, 4호기의 건설도 이미 끝난 상황이다.

한편, 미국과 프랑스는 신규 건설 프로젝트에서 설계, 제작, 시공, 시운전, 사업관리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시장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에 건설 중인 보글 원전의 건설 기간이 애초 예상의 2배가 됐고 예산은 기존 35조 원은 물론 40조 원 이상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공급망의 능력은 좋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미국이 서로 경쟁하지만 협력을 통해 서로의 약점을 커버해주는 수주 전략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UAE 원전 수출 시 협력했던 것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매력적인 수출 패키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추진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추진체계를 구성하는 데는 범 정부적인 리소스를 동원하는 데 한계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 정부는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수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너무 큰 목표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한미 공조로 접근한다면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한미가 공조하면 수주 시장에서 프랑스와 경쟁하는 데 있어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기가 아닌 5기 수출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패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미공조를 잘못하는 경우 우리나라 공급망이 미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브랜드인 APR1400, SMART, iSMR(개발에 착수한 소형모듈원전) 등의 수출을 적극 추진하면서 미국 브랜드인 AP1000, NuScale 등의 수출에 참여해 공조하는 균형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가 미쓰비시의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자리를 잡았다면 오늘날의 현대자동차는 없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원전 브랜드를 반드시 지키면서 미국의 원전 수출에 일정부분 참여도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과 프랑스가 현재는 신규원전 건설에서 수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비싸지고, 건설 기간이 길어져서 실적이 좋지 않지만 계속 그럴 것 같지 않다.

시행착오 이후에는 점점 더 건설기간도 짧아지고 건설비용도 하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를 가지는 것도 10~20년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프랑스도 반복해서 건설하다보면 예전의 능력을 되찾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열려있는 원전수출 기회의 창을 잘 살려야 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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