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주요국 소비자 보호 및 전력회사 대응 동향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주요국 소비자 보호 및 전력회사 대응 동향
  • 김주한
  • 승인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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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및 전력시장 현황

가. 에너지가격 급등과 그 영향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화석연료 투자 감소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심화로 에너지가격 급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의 천연가스 허브 중 하나인 TTF는 장중 €345/MWh로 최고가를 기록했고 월평균 가격은 €142/ MWh로 2020년 1월 대비 약 12배 이상 상승했다. 이 외에도 석탄, 유가, 탄소배출권가격 또한 동반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2.24)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가격은 개전 100여 일이 지난 현재도 높은 수준을 보여 에너지시장 전반의 高 가격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우드맥킨지는 한국·일본 수입가 기준 2022 년 연평균 LNG 전망가격을 $33/MMBtu로, EIA는 헨리 허브 가격을 $8/MMBtu로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최근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 및 에너지가격 상승여파는 일반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물가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독일, 스페인 등의 4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8.3%, 7.4%, 8.3%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관련 영향을 받아 5월 국내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5.4% 상승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에너지가격 급등은 경제 전반의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전력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나. 전력시장 영향

연료비 급등은 전력 도매가격을 가파르게 상승시켰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의 지난 3월 전력도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평균 328% 상승했고 일본의 경우도 221% 상승했다. 연료비 연동제로 인한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전력도매 가격의 상승세는 향후에도 그 영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도매가 상승은 전력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럽 4개국인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과 일본의 소매요금은 지난 3월 전년 동월대비 54~79% 상승했다. 소매가격의 경우 전력도매가격 대비 상승폭이 제한적인데 이는 각 국가들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전기요금 상한제와 같은 규제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연료비 급등 장기화로 주요국은 소매요금 인상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영국의 Ofgem은 시장 교란과 왜곡 등을 우려해 에너지가격 상한을 54% 인상했다. 독일, 스페인, 일본을 포함한 주요국 또한 전력소매요금 인상을 지속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할 전기요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요국 소비자 보호 정책

전력가격 증가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소비자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전기요금 내 세제 인하, 보조금 지원, 소매 요금 인상 규제, 가스시장에 대한 규제 등 소비자보호 정책을 폭넓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한계가격 급등으로 발생한 횡재이윤을 일부 회수해 이를 소비자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요국의 소비자 보호정책은 국가에 따른 특성을 지니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정책방향은 도매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 최소화와 정부재원을 활용한 소비자지원 정책 확대다. 이는 전기요금의 가격시그널 기능이 훼손돼 시장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고 에너지전환을 위한 투자재원 조달기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도매시장 개입 또는 횡재이윤세 도입은 시장개입으로 볼 수 있으나 정책의 범위와 강도는 제한적인 수준이다. 시장개입은 주로 소비자들이 영향받는 소매단에서 이루어진다. 국가별 주요 소비자 보호 정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

프랑스는 주요국 중 가장 강력한 소비자보호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다. 올해 전기요금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요금 내 소비세 등을 95% 인하하고 도매, 송전, 판매비용에 의한 요금은 24.3% 인상해 최종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률을 4%로 제한했다. 또한 소매요금 상승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량 의무공급 (ARENH) 규제물량을 20TWh 추가 할당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기존 에너지바우쳐를 받고 있던 가구에 100유로를 추가 지급했고 수혜범위 또한 확대했다.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2021년 4분기 300만 명의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인상분의 100%를 감면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2021년 4분기 약 3,500만 고객(주택용 2,900만, 상업용 600만)에 대해 20억 유로 규모의 일반부과금(General System Charges) 면제를 시행했고, 지난 1분기 에너지 다소비 기업(2019년 대비 에너지요금이 30% 이상 상승한 기업) 지원을 위한 5억 4,000만 유로 규모의 추가 예산안을 승인해 에너지다소비 기업은 20% 세액 공제 형태로 지원을 받게 된다.

해당 조치의 재원은 횡재이윤회수를 통해 충당된다. 이를 위해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초과이익이 발생한 에너지기업을 대상으로 초과이익 환수를 결정했으며 지난 5월 초과이윤에 대한 세율은 기존 10%에서 25%로 상향했다.

독일

독일은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재생에너지 부담금(EEG surcharge)을 43%로 인하했다. 이 조치로 재생에너지 부담금은 2021년 6.5유로센트/kWh에서 최근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인 3.723유로센트/kWh(2012년 재생에너지 부담금 수준)로 하락했으며 이달부터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전면 폐지했다. 상기 조치의 시행으로 가구당 전기요금 부담이 연간 4,000kWh 소비 기준으로 약 300유로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재생에너지 부담금 폐지에 따른 재원(=재생에너지 지원금) 감소분은 정부 재정 및 탄소세 수입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스페인

스페인은 지난 3월까지 주택용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요금 할인 법령을 발효해 취약계층의 경우 25~60%, 극취약 계층(severely vulnerable)의 경우 40~70%까지 요금을 할인받는다. 계약전력 10kW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전력 소비 부가세를 21%에서 10%로 인하(~2021년 말)하고 발전세(7%) 부과를 유예(~2021년 9월 말)하는 법령을 발효했고 전력에 부과되던 특별세(Special Tax)를 5.11%에서 0.5%로 인하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상승에 따른 도매가격 상승으로 인해 초과수익이 발생하는 일부 무탄소 발전원(2003년 이전 건설된 수력, 원자력 및 비규제 재생에너지)에 대해 해당 수익을 환수하는 법령 발효, 초과이윤을 환수했다.

또한 전기요금 안정화를 위해 발전용 천연가스 연료비 상한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스페인 정부는 포르투갈과 함께 자국 화력발전소 천연가스 연료비 상한을 최대 50유로/MWh로 제한하는 ‘이베리아 예외’ 정책을 승인해 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전력도매가격 상승을 최소화 할 예정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가스시장에 대한 선제적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는 이베리아 반도가 다른 유럽국가 대비 국가 간 전력망 연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EU 또한 이러한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해당 정책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영국은 도매요금 상승에 따라 규제기관인 Ofgem은 지난 해 10월부터 전력판매사업자의 재무적 안정성 제고를 위해 소매요금 상한을 최대 54%로 인상했다. 이와 동시에 주택용 고객에게 에너지요금 연간 350파운드 지원을 시행해 에너지요금 상한 인상으로 증가하는 소비자부담 증가분 693 파운드의 약 40% 수준의 소비자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최종공급의무제도(Supplier of Last Resort System)’의 원활한 기능을 위해 파산한 소매기업의 고객을 수용하는 소매기업에게 정부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파산한 소매사업자는 30개(2016~2020년까지 5년 동안 파산한 소매사업자 수는 총 20개)에 이르며, 해당 사업자의 고객 수는 460만으로 전체 주택용의 16% 수준이다. 정부는 소비자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파산한 기업에 대한 국유화 조치 등도 수행하고 있다.

일본

일본은 국회-정부-경제계를 중심으로 안전규제 조건을 충족한 원전의 조속한 재가동을 촉구하고 있으나 규제기관(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는 “충분한 안전성이 확보된 원전에 대해서만 인허가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원전 재가동 논의에 대해 견제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료비조정제도를 통해 급등한 연료 가격을 소매요금에 전가 중이나 일부 전력사의 경우 연료비조정금 상한에 도달하여 추가 인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전력회사의 전기 요금 인상 신청이 예상돼 소비자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EU 주요국 대비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적 움직임이 부족한 편이다.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유틸리티 대응

가. 유틸리티 주요대응 현황

에너지가격 급등은 전력 유틸리티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 변동성 증가와 높은 가격으로 정부의 시장개입이 확대되고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EU 지역 주요 유틸리티 CEO들은 전력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을 반대하고 소비자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전력시장을 왜곡시키는 정부개입을 반대하고 전기요금에 연계되는 세금을 인하해 소비자부담을 최소화하고 도매가 급등의 주요원인인 가스시장에 대한 선제적 규제 요구와 탄소중립 달성과 가스의존도 경감을 위한 저탄소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를 담고 있다.

주요 유틸리티의 대응전략은 소유구조, 사업구조에 따라 상이하나, 공통적으로 ①정부의 전력시장 개입 반대 ②가 스시장 선제적 규제 ③정부재정을 활용한 소비자지원 확대 요구로 기본 방향성은 일치하고 있다.

발전부문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화석연료 발전 자산이 많은 RWE와 Uniper는 전력판매 부문이 거의 없어 소매시장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연료비급등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두 발전사는 석탄발전 가동을 확대하고 연료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발판겸업 유틸리티의 경우 정부개입을 비판하고 요금인상 요청과 가스시장에 대한 선제적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Enel과 Iberdrola는 정부의 초과이익 환수 정책에 대한 반발과 비판을 통해 정책에 저항하고 있으며 정부의 가격개입 비판을 통해 요금인상을 요청하고 있다. Eon의 경우는 공공 기금을 재원으로 소비자 요금 지원 확대 등 정부재원을 활용한 소비자지원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EDF의 경우는 정부의 소매요금 규제로 발생한 재무악화 개선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해 31억 5,000만 유로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으며 세금인하 요구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 하며 실질 요금인상을 추진했다. 실제 프랑스는 전기요금 내 소비세를 95% 인하해 소비자 부담은 4%로 제한하고 발전·송전·판매단에 요금은 24.3% 인상했다.

나. 소유구조·사업구조에 따른 유틸리티 대응전략

소유구조와 사업구조에 따른 유틸리티 대응전략은 크게 3가지이며 ①발전, 발판겸업+민간소유 유틸리티 ②판매+민간소유 유틸리티 ③발판겸업+공공소유로 분류할 수 있다.

① 발전, 발판겸업+민간소유 유틸리티

해당 특성을 지닌 유틸리티는 연료비를 도매시장에 반영할 수 있어 에너지 가격급등 영향은 제한적이며 수익이 증가된 상태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Iberdrola, Enel 등 발판겸업 유틸리티등의 EBITDA는 전년동기, 전분기 대비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해당 유틸리티들은 정부의 추가규제를 거부하고 정부재정을 활용한 소비자 지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연료비 급등으로 발생한 횡재이익의 회수, 도매시장 전력가격 상한 등 정부의 시장개입을 반대하고 정부재정 지원을 통한 보조금 지원, 전기요금 내 세금 및 부과금 인하를 촉구해 발전~판매까지 요금인상 여력을 확보하고 경영상의 규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② 발판겸업 + 공공소유

발판겸업+민간소유 유틸리티와 다르게 발판겸업+공공소유 유틸리티는 정부 요금규제 강화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해당 유틸리티는 규제강화에 따른 적자해소를 위한 정부지원을 요청함과 동시에 요금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 프랑스의 EDF가 있다. EDF는 정부의 요금규제 강화(소비자 요금부담률 4%, ARENH 확대)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적자대응을 위해 유상증자와 같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청, 재무구조 악화를 개선했으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기요금 정상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전기요금 내 세금감면 등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며 요금인상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③ 판매 + 민간소유

전력시장의 규제는 판매단(소매부문)에 집중돼 에너지가격 급등에 가장 취약한 사업구조를 지녔다. 해당 유틸리티(전력판매사)들은 가격상한 규제로 소매가격 상승은 제한됐으나 도매시장 급등에 따라 전력구입비가 크게 증가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규제요금 비중이 높거나 유동성이 부족한 영국의 Bulb Energy社, 독일의 Stromio 등 10개社, 일본 소규모판매 사업자, 70여 개의 전력 판매사업자가 파산에 이르렀다.

해당 유형을 지닌 유틸리티는 도소매 가격차 최소화를 위해 정부에 요금인상 및 재정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주요국 정부에서는 판매사업자에 대한 지원보다는 소비자에 대한 피해 보상제도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 사업자들은 판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신규고객 가입을 중단하고 기존 고객의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있다

시사점

주요국 소비자 보호 정책과 유틸리티 대응전략을 살펴보면 주요국의 유틸리티에 대한 규제는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해 시스템의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경쟁 환경을 유지하는 선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과도한 개입과 규제는 가격 메커니즘을 훼손해 비효율을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에너지전환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도 지속가능한 경쟁환경과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하려면 주요국과 같이 요금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의 소비자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전기요금 규제 시 재정지원 또는 손실 보상안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유틸리티의 재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에너지시장 규제 개입 시 가스시장과 전력시장의 균형적 개입을 실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주한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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