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구매제도(PPA)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
직접구매제도(PPA)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
  • 김성수
  • 승인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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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과 PPA

글로벌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및 기업의 사회책임투자가 강조됨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
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림 1에 표현돼 있는 것처럼 RE100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이 소비하는 재
생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2에 표현되어 있는 것처럼 RE100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방법으로 인증서구매(Unbundled EAC), PPA, 녹색요금, 자가발전 등 다양한 수단이 존재한다. 초기에는 녹색요금제나 인증서 구매가 주된 수단이었지만 최근에 PPA가 눈이 띄게 증가하고 있다.

RE100 기업이 조달하는 재생에너지 설비의 수명을 살펴보면 최근 준공된 재생에너지 설비로부터 에너지를 구매하는 방법은 PPA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신규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PPA를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현황과 문제점

SK그룹이 2020년 RE100 가입을 선언한 이래로 국내에서도 RE100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19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했고, 애플과 같은 해외 RE100기업의 압력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같이 가입을 검토 중인 대기업도 다수 존재한다. 그런데 표 1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RE100 참여기업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비율은 3%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에 재생에너지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RE100을 이행하는 수단으로는 녹색프리미엄이라 불리는 녹색요금제와 REC 인증서구매, 자체건설 또는 지분참여, PPA가 존재한다. PPA 중에서 제3자 PPA가 있다. 이는 직접 PPA 법안이 통과되기 이전의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도출된 것이므로 별도로 다루지 않고 직접PPA를 기준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여러 가지 이행수단 중에서 RE100 기업이 현재 활용하는 것은 표 2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녹색프리미엄에 집중돼 있다. 사용량 기준으로 녹색프리미엄이 전체의 99%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이유는 다른 수단에 비해 이행비용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현재 거의 모든 RE100 기업이 녹색프리미엄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있지만 향후 RE100 기업이 증가하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전체 공급량을 초과할 것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자체를 확대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PPA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므로 PPA와 관련된 현황과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RE100 이행비용을 검토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관점에서 문제를 검토해 보자. 현재 재생에너지를 판매해 얻는 수입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에너지(kWh)를 전력시장에 판매하면서 시장가격(SMP)으로 정산받는 에너지 수입과 발전실적을 기준으로 공급받은 인증서(REC)를 판매하는 인증서 수입이 있다.

두 종류 수입에 대해 각각 현물시장을 통해 판매할 수도 있고 소규모 재생에너지의 경우 한전에 PPA를 통해 판매할 수도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의무공급자인 대규모 발전회사에게 입찰을 통해 고정가격으로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법으로 거래하더라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얻는 수입은 기본적으로 시장가격(SMP)과 인증서 가격(REC)을 더한 값을 기준으로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림5는 최근 1년여 동안 이 가격의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림 5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입을 결정하는 SMP+REC 가격은 110원/kWh에서 250원/kWh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RE100 기업에서는 고정가격으로 거래하는 PPA가 안정적일 수 있지만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림 6은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예제이다. 예를 들어, 그림 6에 표현된 것과 같이 SMP가 90원/kWh이고 REC 가격이 50원/kWh, 그리고 전기공급사업자인 한전이 전력시장에 에너지를 구매하는 가격은 평균 80원/kWh이라고 가정하자.

한전이 전력을 구입하는 가격이 낮은 이유는 에너지 비용은 원자력이나 석탄화력에 적용되는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낮게 산정되기 때문이다. REC 가격도 아직까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의 비중(약 5%)이 매우 낮아 평균적인 가격은약 2.5(=50×5%)원/kWh 수준으로 무시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RE100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PPA를 통해 전력을 구매할 경우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수입(SMP+REC)인 140원/kWh을 지불하고 여기에 송배전 비용 등을 더하면 160원/kWh이 소요된다. 반면에 녹색프리미엄(10원/kWh)을 이용할 경우 한전의 전기요금(100원/kWh)을 더해 110원/kWh만 지불하면 된다. 따라서 PPA를 이용할 경우 녹색프리미엄보다 추가적으로 50원/kWh의 비용이 소요된다. 녹색프리미엄에 비해 PPA가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인 온실가스배출권(15원/kWh 미만)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비용이 든다.

RE100 기업이 제3자 PPA나 직접 PPA를 통해 전력을 구매하는 경우 현재 전력시장에서 송배전요금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PPA 물량에 대해 송배전요금을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현재 대규모 소비자에 적용되는 한전의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원/kW)과 사용량(원/kWh)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기본요금은 직전 12개월의 최대전력(kW)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기본요금은 그 특성상 설비와 관련된 비용 즉, 용량요금(CP)이나 송배전 요금이 주된 요소를 차지하게 되므로 PPA에 적용되는 송배전 요금과 기본요금의 중복산정 논란이 있다.

마지막으로 PPA와 관련해 법제도와 관련된 이슈도 있다. 현재 전기사업법에서 직접 PPA는 그림 7과 같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를 통해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가 거래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거래를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전력시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출력변동성으로 인해 일반 전원과 같이 전력수요에 맞춰 발전량을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는 수요를 초과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공급전력이 부족할 수 있다. 이러한 과부족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현재 제도에서는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현재 제도에서는 초과발전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시장에 직접 참여해 초과전력을 거래해야 한다. 반대로 전력공급이 부족한 시간에는 전기사용자가 한전으로부터 공급받거나 전력시장에 직접구매자로 등록해 부족전력을 구매해야 한다. 즉,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를 중개하는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가 거래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과부족전력을 처리하는데 있어 배재돼 있다.

제도개선 방향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전원에 비해 경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인허가 과정의 복잡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계획입지제도 도입과 같은 범정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원가를 낮추는 노력을 하더라도 당분간 기존 전원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재생에너지의 발전원가와 시장가격(SMP)의 차이를 보충하기 위해 REC를 지급하고 있지만 PPA를 통해 전력을 판매하는 발전사업자에게는 REC가 발급되지 않는다. 즉, REC 시장에 참여하는 발전사업자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PP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갖춰지기 전까지 한시적으로라도 REC 시장에 참여하는 발전사업자와 유사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시행하고 있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세액공제(ITC, Investment Tax Credit)와 같은 제도를 REC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자에 한해 적용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RE100 기업의 거래이므로 전기사용자 측면의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의 전기요금 제도는 도매시장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과거 수준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어 원가와 괴리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을 통한 직접구매는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전력산업의 수많은 비효율을 야기할 왜곡된 요금체계는 원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전기요금의 전반적인 수준도 문제이지만 용도별로 구분해 적용되는 개별적인 요금표도 원가에 맞춰 정비하고 관련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본요금을 구성하는 항목이 무엇이고 이들 비용이 어떻게 용도별로 배분되는지, 송배전 요금과 기본요금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세세히 밝혀서 중복해 산정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끝으로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전력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현재 제도는 심각한 결함이 있어 이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 사이에서 다양한 거래관계를 조성하는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창의적인 방법으로 PPA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건 하에서 전력시장에 접근할 있도록 해야한다.

김성수 한국공학대학교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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