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의 정책 전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의 정책 전환
  • 안유정
  • 승인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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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 현황

‘1 : 10 : 30 : 600’

프랭크 버드와 로버트 로프터스는 ‘Loss Control Management’라는 논문을 통해 ‘버드&로프터스의 법칙’을 제시했다. 이 법칙에서 재해는 관리의 문제이고 사고 전에는 항상 사고가 발생할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전조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직접원인은 사고의 발생 원인 중 불안전한 상태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해 발생하며, 이런 사고는 중상(1건), 경상(10 건), 무상해사고(30건), 아차사고(600건)의 비율로 발생한다고 한다. 1건의 중대재해 발생 전 600건의 아차사고로 촘촘한 예방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주고 있다는 의미다. 현장의 불안전한 상태나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바로잡아 아차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전력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발효를 앞두고 지난해부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102개의 안전대책을 추진했다. 분야별 발생 사고에 대한 재분석, 기 시행중인 재발방지대책의 실효성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공사현장의 사고발생을 선제적 예방하기보다는 후속조치 중심의 안전관리를 운영하고 있음을 깨닫고 현장의 안전관리 정책의 전환과 함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사고 현황

한국전력은 장기간 ‘안전한 현장’보다는 ‘신속한 현장’에 집중해왔다. 전력설비의 공사로 전기를 공급하거나 전력 설비의 고장예방을 위한 공사를 할 경우에도 정전 없는 공사, 신속 복구공사를 시행으로 고객만족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기품질은 Global TOP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품질을 평가하는 지표인 규정전압 유지율은 99.99%이며, 호당 정전시간은 2020년 기준 8.9분으로 독일, 일본 등과 더불어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양질의 전력공급과 정전 발생 시 신속한 복구 작업은 전기 사용자의 편의를 높이는 방법이지만 역설적으로 전기공사에 참여하는 작업자들이 위험요인에 노출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전기공사 현장의 특성상 높은 전압에 근접하고, 10m 이상 또는 지하에서 작업을 하게 됨에 따라 작업 난이도가 높고, 다소 위험한 작업환경이 많아 매년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안전관리 Paradigm 전환

그간의 안전대책은 600건의 아차사고에 대한 면밀한 분석으로도 근본원인을 찾지 못했다. 또한 현장의 작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 일변도의 대책으로 유사사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런 유사사고의 재발방지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기존 공사현장 안전관리 틀의 변화가 필요했다.

작업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전기공사 현장의 충분한 안전 확보 후 작업을 시행하는 ‘효율 중심’에서 ‘안전 중심’으로 안전관리의 정책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했다. 이로 인해 경영체계, 업무방식, 시스템 등 전방위적인 업무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안전보건관리 중심의 비상경영체제 구축

경영진을 중심으로 전사적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만들고 안전관리 대책의 현장 적용성 제고와 비상시 대외업무 신속 대응을 위한 안전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했다. 경영진을 중심으로 매주 안전경영회의체를 운영하며 송전·변전·배전 및 ICT, 건축분과별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고, 개선과제 발굴과 환류활동을 강화해 현장의 촘촘한 안전관리 총괄 감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사업계와 노동계와 상생을 위한 매월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전 사업소뿐만 아니라 공사현장의 근로자까지 신속하게 전파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고 안전대책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업무방식 등의 개선과 함께 필요한 것은 전 임직원의 확고한 안전의식을 높이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공사현장의 모든 종사자까지 안전마인드 향 상을 위해 ‘Safety Moment’를 활용하고 있으며 사내 신문을 통한 ‘Safety Issue’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안전관리의 정책방향을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 또한 공사현장에서는 TBM(Tool Box Meeting) 시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함을 강조하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될 수 있는 개연성을 사전에 인지·예방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이 밖에도 안전관련 업무의 시스템화를 추진했다. 공사현장 안전관리 전주기의 관리 가능한 모바일 앱 개발, 현장의 투입하는 차량과 장비의 안전성을 사전에 검증 가능한 시스템, 국민이 배전공사현장의 유해·위험사항을 감지한 경우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공사현장 안전사고 사전예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3대 주요재해 근절 안전대책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감전, 떨어짐, 끼임 등 3대 중대재해에 대해 안전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작업을 시행하는 등 현장중심의 안전대책들을 수립, 현장에 도입했다.

3대 주요중대재해 요인별 실효적 대책방안을 통해 유해·위험요인의 물리적 분리를 시행한 것이다.

가. 감전사고 예방

● 배전 공사방법의 전환

전력선에 작업자가 직접 접촉해 작업하는 직접활선공법을 지난 1월부터 현장에서 퇴출했다. 이를 대신해 전력선으로부터 작업자의 접촉을 근절하기 위해 전력선 비접촉식 간접 활선 공법을 전면 확대했다.

사실 한전은 단계적으로 간접활선공법을 2018년부터 개발해왔고 총 18개 공법 중 12개 공법을 개발 완료했으며, 나머지 공법은 올해 말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 정전사업의 확대

감전사고의 완전한 물리적 분리는 정전상태에서 공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간접활선 공법 추가개발 이전까지 전기를 차단해 정전시킨 후 작업을 시행하는 휴전작업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전작업 확대의 가장 큰 단점은 정전으로 인한 고객의 불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전안내 및 민원응대 체계구축 등 정전작업 절차를 전면 개편했다. 생명유지장치 사용 고객과 같이 잠시도 전기가 끊기면 안되는 특수고객이 있는 현장을 대비한 전기공급 방안과 정전작업 시 국민들의 행동요령도 마련, 현장에서 안내하고 있다.

정전작업의 확대로 인해 중요한 것은 정전작업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 및 정전 수용성 확보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라디오 캠페인, 신문·잡지, TV 다큐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정전작업의 필요성을 홍보 하고 있다.

또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과 방송사 인터넷 홍보채널에 직접 참여하는 등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동시에 정전작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고객 안내 가능한 연락처 정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앞으로도 TV 공익광고를 제작해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대국민 공감대 형성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나. 떨어짐 사고 예방

모든 전기설비 공사는 최소 10m 이상의 공중작업이 불가피함에 따라 지지물에 작업자가 직접 오르는 작업을 금지하고, 고소작업차(절연버켓트럭)에 탑승해 작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떨어짐 사고 발생시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전주에 작업자가 올라가는 작업을 최소화하고 있다.

절연버켓트럭 진입불가 등 공사현장 여건상 차량 활용이 불가능해 전주에 작업자가 직접 올라 작업해야 할 경우에는 3대 필수조건을 만족한 경우만 오름 작업을 하는 작업절차를 정립했다.

첫째, 현장 안전관리자 배치를 의무화했다. 오름 작업수칙의 준수여부를 감시기능을 하도록 하는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했다.

둘째, 오름 작업 전에는 반드시 한전 승인을 득하는 절차는 도입, 승인요청을 위한 별도의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오름작업용 안전장비 착용을 의무화했다. 오름 작업을 위한 작업방법과 안전장비는 지지물별로 달리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지물별로 착용하는 안전장치도 구분해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작업자의 허리와 상체를 잡아주는 2개의 안전대와 안전줄, 안전로프(추락발생 시 지상으로 떨어짐을 방지하는 안전장치), 추락방지망 등 2중·3중의 안전장치 도입으로 떨어짐 사고를 예방했을뿐만 아니라 현장여건 및 작업자의 선호에 따라 선택가능 하도록 안전장치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작업방법과 절차를 만들고 실제 공사현장에 적용하기까지 공사현장의 작업자, 노동계, 공사협회 등 대내외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시연 및 의견수렴을 반복적으로 수행했다. 현재까지도 떨어짐 사고 예방대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한전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예방대책을 개선하고자 노력 중에 있다.

다. 끼임·깔림 사고 예방

배전 공사현장은 절연버켓차량, 굴착기 등의 중장비 사용이 불가피하다. 이런 특수차량 사용 중 손, 발등의 끼임 사고 및 차량에 깔리는 사고발생을 예방하는 3가지 대책을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첫째, 고소작업차 주차 시 경사지와 평지에 고임목을 설치하고, 고임목 설치 시 손대신 스틱을 사용해 원거리에서 고임목을 설치하도록 개선했다.

둘째, 절연버켓 차량의 고소작업대 조작 시 반드시 2인 1조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풋브레이크와 아웃트리거간 인터록’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지난 6월 기준 한전과 전문회사의 절연버켓차량 2,078대에 인터록 장치를 설치 완료했다.

셋째, 굴착기, 다짐장비(롤러) 등 중장비를 활용해 공사를 할 경우 중장비의 이동, 회전 시 차량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현장통제원’을 현장에 배치하고 있다. 현장통제원의 역할과 사고 예방효과를 확인해 현장에 배치하는 대상 장비를 확대 검토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예방대책 외에 현장에 투입하는 차량의 전기적, 기계적 성능을 검증절차를 도입하도록 하는 제도적, 시스템적 통제기능을 구축해 현장 안전관리를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1) 현장관리체계의 Innovation

•1공사현장 1안전담당자 도입

연간 30만여 건 공사 중 일부 공사 규모가 큰 공사 현장에만 현장감리원을 상주 배치했으나 현장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모든 전기 공사현장에 안전담당자를 배치하도록 공사관리방식을 전면 혁신했다.

일정 공사비 이상 공사 또는 주요 공법적용 공사에는 감리를 배치하고 그 외 공사는 외부 협력회사를 활용해 안전감시원을 배치하고 있다. 1공사현장 1안전담당자를 배치함으로써 공사현장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동시에 현재 진행 중인 안전관리 정책과 시스템이 현장에 정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불법하도급 차단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은 한전의 노력에 의해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공사현장에서 공사를 지휘하고, 참여하는 전기공사업체와 협업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한전의 배전공사에 참여하는 전기공사업체라면 시행 예정인 전(全) 공사에 투입되는 인력·장비를 사전 신고하는 제도를 도입해 사전에 신고 된 내용이 실제 공사현장과 일치하는지를 안전담당자가 전수 검사하도록 공사업체의 관리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불법이 발견되는 경우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해당 업체에 페널티를 부여하는 반면 무사고 달성, 안전의 이행 우수업체 등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제공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으로 공사업체가 안전대책의 실행력을 높일만할 유인책도 동시에 강화 운영하고 있다.

(2) 자율안전문화 정착 노력

•안전의식 향상과 현장소통 강화

작업자의 안전의식을 내재화하기 위해 전국 교육기관 안전 분야 교육시간을 100% 확대해 1일 1회 안전교육을 시행하도록 편성했다. 또한 안전대책의 실행력 강화를 위해 사내 직원, 노동계 및 공사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의견수렴 등 환류활동을 지속 시행하고 있으며, 현장 중심의 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보완·개선활동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배전공사현장의 안전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해 선제적 대응방안을 마련,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 내부설비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기공사업체 종사자분의 안전사고 사례의 전파와 예방대책을 공유하는 등의 안전사고 예방활동 대상을 확대했다.

또한 한전의 배전 전기공사 중 발생가능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T/F와 절연버켓차량 등 특수차량 관련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T/F도 진행하는 등 전방위적 안전 사각지대의 발굴로 중대재해 발생의 사전예방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

•현장 작업자의 작업 중지권 요청제도 활성화

위험한 현장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작업자 스스로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근로자 작업중지권을 전면 확대시행 했고, 정당한 작업 중지권을 시행한 작업자 및 공사업체에게는 한전의 입찰공사 적격심사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7월 기준 작업중지권 요청사례는 5건으로 한전은 예하사업소에 작업중지권 요청 사례와 사후조치 결과의 공유를 통해 작업중지권 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마무리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에 앞서 한전은 현장 안전관리의 정책의 전환과 함께 모든 기준과 업무방식의 전방위적 개선을 시행했다. 안전은 관리의 문제이고 사고 전에는 항상 사고가 발생할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전조가 분명히 나타난다는 ‘버드의 법칙’을 완벽히 이해하고 실행해야 할 때다.

한전은 위험·위해요인의 물리적 분리와 선제적 예방 그리고 아차사고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중대재해로 이어질 개연성을 사전에 제거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안유정 한전 배전운영처 차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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