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력수급 대비해야(석탄 분야)
겨울철 전력수급 대비해야(석탄 분야)
  • 이용재
  • 승인 2022.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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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쟁이 쏘아올린 에너지 위기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6개월을 향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전쟁은 세계 에너지시장 흐름을 뒤흔들었다. 그 여파로 가스, 석탄, 유류 등 에너지 가격이 사상 초유로 폭등하게 됐다. 지금이라도 당장 전쟁은 멈춰야 하지만, 50년 이후 강대국 간의 전쟁 양상은 그동안 국제질서 균형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지탱해온 에너지 흐름의 물결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러시아 전쟁으로 야기된 에너지가격 폭등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가 없다. LNG 수입 세계 3위, 석탄 수입 세계 4위, 석유 수입 세계 5위 그리고 전체 에너지 소비량 94%를 수입하면서 석유, 가스 자원 개발률은 10%에 불과한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에너지가격 상승은 당연히 전기요금 상승을 압박하고 그 여파는 국내 경기를 짓누르고 있다.

세계는 지난해 11월까지 에너지 사용의 이상적 모델인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전환을 천명함과 동시에,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개도국들에게 가혹한 동참을 요구하며 압박했다. 이는 기존의 에너지 흐름이 정상적이고 거기에 따라 에너지 가격 예측도 어느 정도 예상되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일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전쟁의 장기화는 기존의 에너지 흐름을 바꾸며,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국가 간 자원 전쟁으로 양상이 변화되어 에너지 안보를 우선 염려해야 하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에너지 흐름은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에너지 수입국 입장에서는 에너지 안보가 우려되는 이런 시기에 가격보다 에너지 수급(확보)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엄청난 수준의 에너지 가격을 지불하도록 요구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 수출국도 자국의 에너지 수급을 염려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실제 러시아 전쟁 이전인 지난 1월에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자국 발전소에 공급할 석탄이 부족해지면서 1개월 동안 석탄을 전면 수출 금지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석탄가격은 급등하고 수급에 일시적 위기가 오기도 했다. 또한 석탄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도 지난해 말,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석탄 부족으로 전력생산에 차질이 우려되자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내수탄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실시하고 정부 명령으로 전 광산에서 생산량을 증대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에너지가 경제성 위주에서 에너지 안보 위주로 수급을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쟁은 예상과 달리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에너지 시장의 기존 양상을 변화시켜서 전쟁 종료에 상관없이 전쟁 이전 상황으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유럽은 이번 겨울철을 혹독하게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유럽은 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을까

이번 전쟁은 에너지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전쟁의 원인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에너지 역학적 관계로 접근하면 보다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먼저,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원별 의존도를 살펴보자.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는 원유 27%, 석탄 약 47%, 가스가 41%이다. 왜 이렇게 상호 의존도가 높을까. 유럽과 러시아 상호간의 이익과 경제적 이익과 히든 인터레스트가 맞아 떨어진 결과이다. 유럽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아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수 있고 또 러시아의 침략을 예방하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에너지 수출 확대를 통해 경제적인 수익을 증대하면서 유럽 이외 국가에서의 문제 발생 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한 유럽의 참여를 묶어두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실질적으로 그 배경을 살펴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더욱 유럽지역에 에너지 공급 확대 전략을 진행해 왔다. 노르트스트림 2 완공으로 기존 PNG 물량의 약 70%가 넘는 엄청난 러시아산 가스를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유럽(독일)에 공급하려는 계획, 2021년 유럽향 석탄 수출을 2배 증대시킬 목적으로 타만 항구 증설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러시아 정부는 석탄 수출 가격경쟁력을 위해 내륙 수송철도 요금 인하를 단행했다. 현실적으로 최근 몇 년간 세계 에너지 수요에 부응해 석탄, 석유, 가스의 실질적 공급확대 가능국가가 바로 러시아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지난해 기준 러시아는 유럽에서만 에너지 수입대금이 1일 10억 유로(1조 3,000억 원) 수익을 가져오게 된다.

러시아 전쟁의 예상외 장기간 소요와 에너지 수급 변곡점

하지만 러시아가 전쟁 전략에 실패하고 우크라이나가 선전하면서 전쟁이 예상외로 장기화 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가 전쟁을 하면서 무자비하게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학살하는 광경은 전 세계인 특히,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유럽 국가들은 기존 에너지 수익성에서 국가 안보와 생명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급선회하였고, 더 이상 러시아산 에너지를 계속 사지 않고 다른 나라로부터 대체 구매를 추진하는 제재를 하게 됐다. 이는 기존의 에너지 수급 흐름이 왜곡되면서 에너지 가격 폭등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난 8월 기준, 석탄의 현물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약 2.5배, 2020년 대비 약 9배나 상승하고, 가스 현물가격은 2021년 동기 대비 약 3배, 2020년 대비 약 10배 이상 상승했다. 석유는 2021년 동기 대비 35%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전쟁 중에 에너지 흐름을 바꾸는 몇 가지 변곡점이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4월 8일 유럽은 러시아산 석탄수입 금지를 발표했다. 지난 8월 10일부터 러시아 에너지원 수입을 금지하는 첫 번째 제재조치로 내놓은 것이 러시아산 석탄 수입금지이다. 모든 유럽 국가들이 전면적으로 러시아 석탄을 도입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유럽이 도입하는 러시아 석탄의 총 도입물량은 연간 4,000만 톤이다. 물량을 감안하면 실로 파격적이다.

유럽이 가장 먼저 러시아산 에너지원으로 금지하는 석탄은 물량 면에서 8월 10일부터 올해 잔여기간을 감안하면 약 1,700만 톤 인데, 러시아산 석탄이 대부분 고열량 석탄임을 감안하면 +α 물량이 된다. 이 물량들은 기존 유럽 공급처와 아시아지역 공급사로부터 대체하게 된다. 과연 완전대체가 가능할까.

다음은 G7 국가인 일본의 러시아탄 수입 대체이다. 2021년 기준 연간 약 1,700만 톤의 러시아 석탄을 수입하는 일본은 그 물량을 호주 석탄 위주로 대체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탄질면에서 주 대체탄인 호주 석탄 가격 강세 분위기에 기름을 붓게 된 것이다.

그동안 세계 석탄시장은 유럽시장과 아시아시장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상호 영향이 거의 없는 각각 다른 시장 구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전쟁 여파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석탄을 기존의 다른 국가 석탄 공급물량으로 대체하면서 아시아 공급분에서 일부 가져가게 된다. 아시아 가격은 상승하고 특히, 대체 탄질에서 유사한 호주 석탄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상승하게 된 것이다.

상반기 중 석탄가격은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던 상황에서 유럽의 가스공급 상황이 세계 석탄가격을 다시 어렵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6월 14일 러시아는 독일로 향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1의 공급물량을 기존물량에서 60%나 줄이게 된다.

유럽은 올해 겨울철 가스부족에 대비해 석탄발전을 다시 가동하는 비상상황에 돌입하게 된다. 독일은 비상조치로 석탄화력 발전을 최대 10GW를 대신 가동하는 등 비상조치는 세계석탄가격을 다시 끌어올리게 된다.

이 상황을 국가적으로 살펴보면 에너지 수급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EU는 이 와중에도 올해 석탄 수입량은 줄지 않을 전망이다. 전년도 대비 350만 톤 증가한 8,920만 톤 수입이 예상된다. 다행히 중국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 확대하면서 석탄 수입이 올해 4,600만 톤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석탄을 통한 전기 생산이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올해 석탄 소비량은 2%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기구는 이 상황이 2024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측면에서 호주는 수출물량이 전년 대비 약 2백만 톤 줄어들면서 가격 안정화에 기여를 못하고 있는 반면, 인니 석탄은 하반기 이후 수출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금년 수출물량이 1,300만 톤 감소하고 유럽에서는 러시아 석탄을 지난 8월 10일까지 공급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러시아가 독일 등 유럽에 가스공급을 줄이면서 유럽 국가들은 긴급하게 대체 에너지로 석탄발전량을 증대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석탄) 전망
가격은 하락 안정세 전환 중 … 잠재된 상승요인 주시해야

단기적으로는 유럽 국가들의 고열량 석탄 수요에도 불구하고 점진적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아시아지역에서는 여름철 필요한 재고를 충분히 확보했고 둘째, 중국의 수요도 안정되고 내수용 석탄 생산량도 확대되고 있으며 셋째, 러시아 석탄이 큰 폭의 할인된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이 겨울철 재고용으로 필요한 고열량 석탄 구매를 진행할 경우에는 가격의 일시적인 상승이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석탄 공급물량 지속 확대가 수요 변동 분을 흡수해 석탄가격이 중·장기적으로는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수요와 공급 물량 차이는 표 3을 보면 알 수 있다. 2022년 총 수출물량은 전년 대비 150만 톤 감소한 반면, 총 수입물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970만 톤이 증가해 가격이 강세를 나타낸다. 하지만 2023년(이후에는) 총 수출물량이 전년대비 700만 톤 증가해 총 수입물량 증가분 230만 톤을 크게 초과한다. 가격과 수급은 안정화 기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잠재된 가격상승 변동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유입되는 가스의 추가 중단 또는 러시아 가스 또는 석탄 수출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 확대, 둘째, 남아프리카, 러시아, 콜롬비아 운송 문제, 광산 운영에 대한 기상 차질 확대, 셋째, 코로나 또는 안전 관련 중국 국내 석탄 생산 감소 등이다.

겨울철 수급에 대비해야

겨울철은 아시아지역 계절 수요와 유럽지역 계절 수요가 겹친다. 특히, 유럽은 겨울철에 DR(수요관리)을 시행할 정도로 전력소비가 큰 시기이다. 그리고 이번 겨울철은 유럽에서 러시아산 석탄 금지가 시행중이고 러시아산 유류 금지 제재도 금년 말부터 시행 예정이다. 또한 러시아 가스 공급이 불투명하면서 겨울철 에너지 수급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석탄이든 가스이든 이러한 요인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기가 이번 겨울이다. 이런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선제적 물량확보와 겨울철 재고 수준 확대

첫째, 발전사 공동구매 확대 등 선제적 물량 확보이다. 정부와 발전사는 석탄 공동구매 물량을 확대해 필요 재고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기존의 고열량 석탄만을 대상으로 발전사가 공동구매 하던 것에서 그 대상을 공동사용이 가능한 일부 저열량 석탄으로도 확대하는 등 발전사가 함께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여 구매타이밍을 놓쳐서 재고를 낮게 가져가는 일은 반드시 없어야 할 것이다.

둘째, 발전사간 물량 스왑 적극 활용이다. 발전사간 물량스왑을 통해 안정적 재고를 운용하고 필요시에는 민간 발전사와도 협의해 상호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민간 수요사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렴한 러시아 석탄 도입량을 증대하고 있지만, 발전사들은 러시아 석탄을 장기계약 된 물량으로만 확보하고 있다. 발전사들은 신규 구매물량에 대해서는 철저히 러시아석탄을 배제해 향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추가 제재에도 대비해야 한다. 추가 제재 시 민간 회사들이 수급에 어려운 상황을 놓이게 되면 발전사가 스왑을 통해 지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정보공유 등 정부와 기업 간 협력체계 강화이다. 정부와 발전회사는 이번 겨울철 수급 안정성에 대해 공감하고, 정부는 겨울철 재고수준 상향 등 안정적 재고관리와 공급 국가 들에 대한 특이정보 등을 공유해 발전사 에너지 수급 업무를 지원하고 구매 자율성을 강화하여 수급 안정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유럽 에너지시장 상황이 아시아 에너지시장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가스 수급상황이 석탄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양한 에너지 시장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이번 겨울철 에너지 수급위기를 무사히 넘겨야 한다.

이용재 한국에너지연구소컨설팅 대표(前 한국남동발전 기획관리본부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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