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겨울에 경험하게 될 우리의 아이러니
2022년 겨울에 경험하게 될 우리의 아이러니
  • 김창섭 편수위원장
  • 승인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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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2022년 겨울은 가스수급의 위기와 한전 적자의 위기로 대변되는 생경한 수준의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임기웅변에 강한 우리나라가 무사히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고, 혹은 우려하는 에너지대란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사회는 무언가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우울한 극적인 상황을 상상해보자. 우크라이나 사태의 악화로 유럽의 가스를 둘러싼 불안이 더욱 증대되고 거기에 우리나라는 올 겨울 강추위가 몰려와 전력수요가 급등하는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게 되고, 한전 적자가 30조 원을 돌파하면서 뉴욕증시에서의 경고로 신용이 추락한다. 전력생태계는 극심한 적자로 인해 도산하는 회사들이 속출한다.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이러한 우울한 시나리오가 점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어려운 와중에도 따듯한 겨울, 정부의 강력한 수요관리 정책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가스수급은 안전하게 넘어간다. 그리고 한전 역시 위기를 겪지 않고 전기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 국가적인 인플레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극단적인 상황을 넘긴다. 역시 한국은 위기에 강하다는 신화를 만방에 떨치는 상황도 가능하다.

여기서 우리는 ‘좋은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옛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고통스럽지만 우리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우리에게 현재의 에너지체계를 유지해도 된다는 그릇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현재 유럽의 가스대란은 단순히 우크라이나 사태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유럽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기조 하에서 발생하는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즉, 현재의 사태는 좀 더 구조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올 겨울의 결과와 경험을 우리는 잘 해석하고 계속 다가올 겨울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의 기조 하에서 제조업과 에너지체계의 동시적 혁신을 조화롭게 추진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이번 겨울의 경험으로 귀중한 지혜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김창섭 전기저널 편수위원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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