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방향
에너지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수요관리 정책 방향
  • 김지효
  • 승인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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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에너지경제연구원연구위원
김지효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 에너지위기 현황

 

2022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동절기 에너지수급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서방과 러시아의 상대방에 대한 에너지·경제 제재가 확대 및 심화되는 추세로, 이는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국제 에너지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G7EU는 러시아산 석유·석탄에 대한 금수조치를 단행하고, 세계 석유시자에서 석유가격상한제를 추진하여 러시아의 에너지 무역을 통한 수입(收入) 억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G7 국가는 설정된 가격 상한을 넘어서 구매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해상운송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가격상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EU 국가에 부분적으로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였으며, 석유가격 상한제 동참 국가들에 대한 에너지 수출 중단을 예고하였다. 야말(Yamal) 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은 5월 말 중단되었고, 노드스트림1(NordStream1) 라인을 통한 공급도 9월 이후 무기한 중단되었다. EU는 러시아의 대규모 가스공급 중단조치에 대응하고자 동절기 가스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였고, 개전 이후 25%까지 하락했던 재고 수준은 약 90% 수준까지 상승하였다. 그렇지만 927일 노드스트림1 파손 및 동절기 기온변화 등에 따라 동절기 수급 불확실성은 상존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에너지위기는 유럽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LNG 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중에 난방용 에너지수요가 증가하는 동절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봉쇄와 경기둔화에 따른 LNG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한국·일본·대만이 겨울철을 대비하여 LNG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주요 LNG 수출국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미국은 LNG 수출 물량을 유럽에 집중시키는 상황 속에서, Freeport 화재로 일부 LNG 생산이 중단되었다.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중 하나인 호주는 자국 가격 상승으로 LNG 수출 제한을 검토하였으나, 이를 발동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다만 미계약 물량에 대해서는 자국 우선공급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아시아 현물시장의 수급은 더욱 타이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불안정성은 크게 확대되어, 유럽 천연가스 시장의 지표(benchmark)TTF 가격은 노드스트림1의 공급중단 계획 발표 후 20211월 대비 10배가 넘는 $99/MMbtu까지 상승하였다. 동아시아 LNG 현물시장의 지표로 사용되는 JKM 현물가격도 유럽 TTF 가격과 동조되면서 높은 가격 수준과 변동성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천연가스 시장의 위기는 다른 에너지원으로도 확대되었다. 국제유가(WTI·Brent)는 배럴당 $80~100 수준에서 횡보 중이며, 천연가스 대체수요로 석탄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제 석탄시장의 수급도 타이트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1970년대 오일쇼크에 비견될 수 있는 에너지위기로 보고 있다.

 

그림 1 국제 천연가스 가격 동향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2022.10.) 「글로벌 에너지시장 동향 및 동절기 에너지 안정공급 전략」 KEEI 이슈리포트.
그림 1 국제 천연가스 가격 동향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2022.10.) 「글로벌 에너지시장 동향 및 동절기 에너지 안정공급 전략」 KEEI 이슈리포트.

 

유럽의 에너지위기 대응 방향

EU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 전쟁 전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였으며, 독일은 특히 천연가스 수입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하였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은 유럽 에너지수급에 물량 위기와 가격 위기를 동시에 안기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에너지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EU 집행위(European Commission)20223REPower EU, 7Save Gas for a Safe Winter를 발표하였다. 유럽의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행태변화 등을 통한 수요 감축에 초점을 맞추되, 중기적으로는 효율투자 및 연료대체를 촉진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도모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REPower EU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감축을 위한 중·단기 종합 대책으로, 현재 40%(연간 155Bcm)에 달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2022년 말까지 1/3 수준으로 감축하며 늦어도 2030년까지는 제로수준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대책은 에너지수급 위기와 기후위기에 동시에 대응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였으며, 에너지 절약, 청정에너지 생산, 에너지공급 다변화의 3가지 정책 방향을 설정하였다. 세부 전략으로는 건물 부문 에너지 소비구조 개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가스 수입선 다변화, 바이오가스 개발·보급 촉진, 산업부문 탈탄소화, 그린수소 생산·공급 확대, 비축 의무용량 설정 등을 들 수 있다.

REPower EU2030년까지를 기한으로 하는 중·단기 대책이라면, Save Gas for a Safe Winter는 겨울철에 초점을 맞춘 비상 수급계획의 성격을 갖는다. 이는 202281일부터 2023331일까지 동절기 평균 가스 소비량의 15%를 자발적으로 감축하며, 수급비상 시 공급중단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EU 회원국은 930일까지 본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수요 감축과 공급중단 절차 등을 포함한 동절기 수급대책을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동 계획은 동절기 가스 소비를 감축하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감축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다소비 기업이 가스 소비를 감축했을 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는 천연가스의 재생에너지 및 청정에너지원으로의 연료전환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셋째는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시행하여 냉·난방에 소요되는 천연가스 소비를 감축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EU 회원국 중 최초로 동절기 위기 대응을 위한 단기 실행계획인 Plan of Sobriety Energy106일 발표하였다. 이 계획은 천연가스 및 전력 공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소비 감축 조치를 제시하며, 건물, 수송, 정부조직, 지역사회, 기업, 스포츠 활동, 정부지원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주요 내용은 난방온도 및 급탕 제한, 소등 등을 통한 조명 에너지 절약, 주행속도 제한, 재택근무 권장, 에너지절약 보너스 제공, 가스보일러의 히트펌프 및 지역난방 교체 지원 등이다. 프랑스의 대책 발표 이후, 다른 EU 회원국들의 대책도 연이어 발표될 것이라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의 영향과 동절기 수요관리 정책

글로벌 에너지위기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수급도 타이트해졌으며, 특히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에너지 소비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총 수입액 중 에너지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2.3%에 달하므로, 국제 에너지가격 급등은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일례로, 2022년 상반기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역대 동기 대비 최대 수출액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였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에너지가격 급등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증가가 지목되었다. 겨울철 난방용 에너지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글로벌 에너지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경감시키고자, 우리나라 정부는 동절기 수요관리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20공공기관 에너지절약 점검 및 대책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회의에서는 유럽발 천연가스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고조 상황에서 글로벌 에너지 수급상황을 공유하고, 에너지 수급 비상 대응을 위한 공공기관 에너지절약 대책에 대해 논의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수급 위기 타개를 위해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나서서 적정 난방온도 준수, 겨울철 전략피크시간대 난방기 순차 운휴 등 겨울철 강화된 공공기관 에너지절약을 시행하고, 각 기관별 에너지사용현황과 금년 동절기 에너지절감 목표와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다.

930일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에너지 위기 대응과 저소비 구조로 전환을 위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대책이 발표되었다. 동 대책의 주요 내용은 전 국민 에너지 절약문화 장착, 효율혁신 투자 강화, 에너지요금의 가격기능 단계적 정상화, 에너지 공급이용 최소화 및 취약계층 지원으로 요약되며, 정부는 이를 통해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산업·경제구조로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하였다.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산업·경제구조로의 대전환은 지난 623일 발표된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에서도 제시된 바 있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정부는 올 겨울 에너지 사용량을 10% 절감하겠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절약운동을 전개하여, 국민을 대상으로 에너지절약 문화를 근본적으로 정착하겠다는 과제를 제시하였다.

1011일에는 공공기관 에너지사용자·에너지기자재의 소유자 및 관리자에 대한 에너지사용의 제한이 공고되었다. 이 공고에 따라 대상 공공기관은 난방설비 가동시 평균 17이하로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하며, 일정 시간대(09:00~10:00, 16:00~17:00)에는 난방기를 순차 운휴해야 한다. 또한, 개인난방기 사용이 제한되며, 공공기관이 소유한 광고조명 및 장식조명도 심야시간에는 소등해야 한다. 금번 공고는 2011년 동절기 에너지사용의 제한에 대한 공고가 발령된 이후 12번째 공고이다.

 

금년 겨울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 효율향상의 기반 조성도 병행 필요

현 시점에서의 에너지위기는 일견 겨울철의 수급위기만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2030년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NDC)를 국제사회에 제출하였다. NDC 달성은 국제사회에서의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문제와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책임감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온실가스 농도는 사상 최고치로, 당장의 겨울철 수급위기를 극복한 뒤에는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가 우리를 덮칠 것이다.

에너지 수요관리는 수급위기와 기후위기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IEA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에너지효율 개선 속도가 약 2배 이상 빨라져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EU는 금번 에너지위기에 의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위기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절약뿐만 아니라 히트펌프 보급 등을 통한 난방 전력화(electrification), 건물 부문 에너지효율 향상에 대한 투자 확대, 수소를 비롯한 청정에너지의 확대 등의 대응 전략이 이러한 의지를 방증한다. EU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1년 발표한 입법패키지인 Fit for 55를 차근히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EU 이사회(Council)는 금년 6월 최종에너지 소비를 2024년까지 연평균 1.1%, 2026년까지 연평균 1.3%, 2030년까지 연평균 1.5% 감소하여 2030년까지 총 39%까지 줄이겠다는 목표에 합의하였다.

우리나라 정부도 2027년까지 에너지원단위를 25% 개선하겠다는 의욕적인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행태 변화와 설비효율 개선, 가격기능 정상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동절기 수요관리 대책은 절약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에너지효율 혁신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에너지진단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등 산업 부문의 에너지효율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전반적인 기조는 난방온도의 제한, 조명 소등, 에너지 캐쉬백 확대 등 절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판단된다. 절약 등 행태변화는 에너지수요를 줄이기 위한 효과적 수단이지만,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Wemyss et al., 2019). 수요관리를 통해 에너지위기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절약뿐만 아니라 설비투자 및 가격기능 회복 등을 통해 에너지소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 체질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금년 겨울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속되고 있는 에너지위기가 가장 극대화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를 기회 삼아, 저소비-고효율 산업·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관리를 위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겨울철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산업·경제구조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요구된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에너지효율 향상, 원자력과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 개발 확대의 긍정적 영향을 미쳤듯이, 작금의 에너지위기를 극복하면서 우리 에너지시스템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Wemyss, D., Cellina, F., Lobsisger-Kägi, E., de Luca, V., Castri, R., “Does it last? Long-term impacts of an app-based behavior change intervention on household electricity savings in Switzerland” 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 47, 2019, 16-27.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21. “Net Zero by 2050: A Roadmap for the Global Energy Sector.”

Council of the EU, Press release (27 June 2022), “Fit for 55”: Council agrees on higher target for renewable and energy efficiency.

에너지경제연구원(2022.10.) 글로벌 에너지시장 동향 및 동절기 에너지 안정공급 전략KEEI 이슈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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