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소 도입에 대비한 글로벌 수소 거래시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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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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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로벌 수소 수급과 비용 전망

가. 수소 수급 현황과 전망

IEA(2021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수소 수요 9,000만 톤은 대부분 화석연료 기반 수소로 생산되었으며, 이 중 7,200만 톤(79%)은 수소 전용 생산시설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1,800만 톤(21%)은 부생수소를 통해 생산한다. 이외에 수전해를 통한 생산은 3만 톤(0.03%), CCUS와 결합된 생산은 70만 톤(0.7%)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0년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CO2 배출량은 90억 톤에 달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수소생산에 따른 배출량을 줄일 필요성이 있다. 한편, 수요는 석유정제(refining)부문에서 약 4,000만 톤이 소비되고, 화학부문에서는 약 4,500만 톤이 암모니아 생산(약 75%) 및 메탄올 생산(약 25%)에 소비된다. 나머지 500만 톤은 직접환원제철(DRI, Direct Reduced Iron)공정에서 소비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제시된 목표인 1.5℃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다수의 국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수소를 정책 수단에 포함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와 전해조의 가격 하락은 수소의 친환경적 역할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유연성 대응 및 전기 저장에 대한 수요도 생겨나 수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다음 표에서는 7개 기관의 넷제로 혹은 그에 가까운 시나리오에 따른 2050년 수소 시장 전망을 정리하고 있다. 기관별 전망모형에 대한 가정과 입력변수의 큰 차이로 2050년 수요 전망치도 52,800만 톤에서 13억 1,800만 톤으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그레이수소는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그린수소가 수소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블루수소는 그린수소로의 전환과정에서 보완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50년 총 에너지 수요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10~22%로 전망되고 있으며 CO2 감축 비중도 10~19%를 차지하게 된다.

IRENA(2022c)은 2050년 글로벌 수소 수요(6억 1,400만 톤)의 약 25%인 약 1억5,400만 톤이 국가 간 교역을 통해 거래될 것으로 전망하고 Wood MacKenzie(2021)도 2050년 ‘Seaborne’ 거래 물량을 1억 5,000만 톤으로 전망하고 있다. 2050년 수소 국제거래의 약 55%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고, 나머지는 암모니아 형태의 해상운송(45%)과 액화수소(5%)로 구성될 전망인데(IRENA, 2022c), 이러한 구성은 현재 천연가스가 지역 파이프라인 기반 교역(48%)과 글로벌 무역(52%)으로 나눠지는 것과 유사하다.

나. 수소 비용 전망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없이 천연가스나 석탄을 통해 생산한 그레이수소나 CCUS를 통한 블루수소보다 생산비용이 높다. 2030년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모든 국가에서 블루수소보다 낮아지며, 2050년에는 모든 국가에서 그린수소가 다른 방식의 수소보다 저렴해질 전망이다. 다음의 그래프에서 2021년 그린수소의 최소 ~ 최대비용 격차가 큰 이유는 전해조 종류에 따른 비용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2020년 실질가격 기준으로 PEM(Proton Exchange Membrane; 양성자 교환막)의 수소균등화비용은 134만$/MW이며 서양산 알카라인은 115만$/MW, 중국산 알카라인은 29만$/MW이다. BNEF(2022)는 2030년에 중국산과 서양산 알카라인 전해조 가격이 MW당 11.5만$로 동일해지고 PEM 가격은 44만$로 전망하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수전해설비 비용(Electrolyzer cost), 전력가격(LCOE,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전해조 이용률(Electrolyzer capacity factor)에 따라 변동하게 된다. 2030년 전해조 비용은 낮아지고 설비효율과 이용율이 증가하면서 전력가격이 그린수소 생산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어 그 비중과 영향력이 더욱 커지며, 2050년에는 전력 가격이 풍력과 태양광 기반 프로젝트의 그린수소 생산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88.4%와 62.7%로 전망된다.

운송비용에서 고용량의 파이프라인은 현재와 미래의 가장 저렴한 수소 운송방법이고, 육상운송은 소용량 운송에 적합하나 비용이 비교적 많이 드는 방식이다. 향후 운송비용은 규모와 기술개발 등에 따라 최대 30%까지 저렴해질 전망이다. BNEF(2019b)는 본질적으로 트럭이나 해상운송은 피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수소 생산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불충분한 지역 간 비용 차이가 트럭이나 선박 운송비를 상쇄하고도 남거나, 한 국가나 국내 수요를 총족시킬 만큼 충분한 수소를 생산할 수 없을 때만 수입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저장 측면에서 수소는 화석연료+CCUS 설비로부터 안정적으로 생산된다면 10% 정도의 저장량이 필요하지만, 재생에너지와 같은 변동성 자원으로부터 생산한다면 밸런싱을 위해 연간 수요량의 최대 20% 정도의 저장량이 필요하다. 각 기술 비용은 이용이 확대됨에 따라 가압컨테이너(Pressurized containers)의 경우 11%, 오래된 광산의 암모니아 저장소는 38%, 소금동굴(Salt caverns)은 50%, 암석동굴(Rock caverns)은 67% 정도 저렴해질 수 있다. 액화수소(Liquid hydrogen)는 비용 절감 잠재력이 가장 크며, 원가의 79%까지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 국가별 수소정책과 에너지시장에서의 위상 변화

가. 국가별 수소정책

2022년 6월 기준으로 유럽연합과 26개 국가에서 수소전략을 공표 중이다. 각 국의 수소전략은 부문별(산업, 빌딩, 수송 등) 우선순위에 따른 잠재적 수요 개발, 수소 공급원(그린수소 vs 블루수소) 목표, 이행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도구, 국제 수소 무역에서의 포지션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모습의 에너지전환 경로를 밟고 있다.

수소시장에 대한 단계별 로드맵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개발목표를 정한 나라는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국가와 독일, 스페인 등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등 자원이 빈약하여 대표적인 수입국으로 평가받는 한국과 일본은 수소비용에 대한 목표도 설정하고 있다.

* 2050년 비용 목표 : 한국 2,500원/kg, 일본 20엔/Nm3 (1Nm3H2 = 0.09kgH2)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들은 그린수소를 통해 자국 내 수요를 충족시켜 에너지 안보를 제고하고, 더 나아가 에너지 수출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로테르담 항구를 활용한 유럽대륙의 수소 허브의 역할을 계획하고, 한국ㆍ독일ㆍ일본은 수소 수입국으로서 수입선 확보에 노력하는 한편 기술 강국의 면모를 앞세워 수소 관련 기술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소 생산방법에 있어 2050년 최종목표는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그린수소이나 수소경제 확대 과정에서는 한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은 블루수소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나. 기존 에너지시장 대비 국가별 위상 변화

기존 화석연료 수출국은 기존 인프라와 인력, 무역관계를 활용하여 수소 중심의 경제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이 국가들은 기술 중립적 관점에서 블루수소를 전략에 포함하거나, 화석 연료로부터 생산된 수소가 청정수소로 간주될 수 있도록 탄소포집률 90%와 같은 세부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① 호주는 2030년까지 수소 생산과 무역에서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세계 3대 수소 수출국 중 하나가 되고자 함. 정부는 7개의 수소 허브를 공동 후원하는 등 호주 수소 산업 활성화를 위해 미화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함. 현재 블루수소 생산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9GW 규모의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거나 개발 중이고, 독일, 일본, 싱가포르와 같은 유망한 수출시장과 거래를 구축해옴.

② 아랍에미리트(UAE)의 수소 로드맵(2021.11)에서는, 2030년까지 세계 저탄소 수소시장의 25%를 차지함으로써 그린‧블루수소 수출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함. 아부다비 수소연합(Abu Dhabi Hydrogen Alliance) -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 아부다비州 소유의 투자기관인 무바달라(Mubadala), 국영 지주회사 ADQ 및 두바이 전력수도청(DEWA, Dubai Electricity & Water Authority)을 중심으로 MENA(Middle East & North Africa)지역 최초의 태양광과 그린수소 프로젝트 등 7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임(Emirates News Agency, 2021). ADNOC은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수출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파트너십도 체결하고 있음.

③ 캐나다의 전략은 새로운 수출 기회를 통해 ‘글로벌 청정 연료 선도 수출국(a leading global clean fuels exporter)’이 되는 것이며, 2050년까지 세계 3대 청정 수소 생산국 중 하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함. 캐나다가 가진 다양한 수소 생산방법 중 그린수소의 비중을 늘릴 수 있는 풍부한 수력을 이용하는 것이 제안되고 있음.

④ 사우디아라비아는 헬리오스 그린퓨얼 프로젝트(Helios Green Fuel Project)의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미래도시 네옴(Neom)에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건설을 계획

⑤ 노르웨이는 유럽 가스 수요의 약 4분의 1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하는 주요 가스 수출국임. 노르웨이의 에너지 회사인 에퀴노르(Equinor,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는 독일이나 네덜란드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현지에서 블루수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음. 수소는 독일 뒤스부르크에 있는 제철소로 보내지고, 이산화탄소는 노르웨이 북해 해저에 저장하는 사업임.

⑥ 오만은 2040년까지 수소중심 사회를 구축한다는 목표와 그린수소 또는 그린암모니아를 대량 수출하는 계획을 수소전략에 포함하고 있음. 이미 수GW 규모의 프로젝트가 발표됐음. 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우스타(Wusta)州의 풍부한 태양 및 풍력 자원을 활용하고 있으며, 수출을 위해 아라비아 연안의 항구도시인 두큼(Duqm)에 주목하고 있음. 그 중 가장 큰 프로젝트는 25GW의 태양광과 풍력으로 운영될 예정임(Argus, 2021).

⑦ 러시아는 블루수소를 통해 2030년까지 세계 수소시장의 20%를 차지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소 수출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현 천연가스 시장의 점유율보다 높은 수치임. 미하일 미슈스틴(Mikhail Mishustin) 총리에 따르면, ‘수소에너지는 기존 에너지 시장의 축소 위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

한편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고 전력가격이 낮은 국가 및 지역이 기존 에너지 수입국에서 그린수소의 주요 생산국 및 수출국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 설문조사(IRENA, 2022b)에 따르면 수소 생산국으로 기대되는 나라는 호주, 칠레,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미국, 중국, UAE, 노르웨이, 러시아, 알제리, 캐나다, 스페인, 이집트, EU, 영국, 오만, 카타르, 독일,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순으로 나타난다. 이들 대부분은 기존 에너지 수출국에 속하나, 칠레, 모로코, 나미비아 등은 현재 에너지 순수입국이다.

① 칠레는 2020년에 그린수소전략을 발표했으며, 2025년까지 수전해 설비용량 5GW, 2030년까지 25GW를 설치하고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소를 생산하여 2040년 세계 3대 수소연료 수출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움(Gobierno de Chile, 2020). 2030년에 300억 달러 규모의 녹색수소 및 파생연료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함(Mander, 2020). 라틴아메리카에서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높은 잠재력 때문에 부각되기 시작하였으며, 주변 국가들(파라과이, 우루과이, 콜롬비아)도 국가수소전략 및 로드맵을 발표하거나 준비하고 있음.

② 모로코는 2019년 국가수소위원회(National Hydrogen Commission)를 설립하고 2021년 1월 그린수소 로드맵을 발표하였음. 수소부문을 국가 경제성장의 핵심 분야로 정하고, 2030년까지 4TWh의 국내 수소시장과 10TWh의 수출시장 창출을 목표로 함. 이는 재생에너지의 신규 설비용량 6GW를 의미하며 1만 5,000개 이상의 직간접 일자리 창출을 기대.

③ 나미비아는 대서양 연안, 남서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로 태양광과 풍력에너지가 풍부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옴. 정부는 녹색수소와 암모니아를 신흥 수출기회로 삼아, 국가녹색수소협의회(National Green Hydrogen Council)를 설치하고 녹색수소 특별위원을 위촉함. 또한 정부는 풍력터빈을 위한 블레이드 제조공장, 녹색철강공장, 암모니아 비료 생산라인 건설을 검토하고 있음. 프로젝트 규모는 현 나미비아 경제에 비해 매우 크며, 이는 국가 경제의 녹색수소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줌.

3. 국가별 수소 수출입 동태 전망

※ IRENA 보고서의 전망 종합 요약

IRANA의 수출입 동태 전망은 G20 국가와 수소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나머지는 지역별로 그룹화(중동기타, 아시아기타 등) 했다. 모형은 각 지역의 수요와 생산량, 자본비용 등을 고려하여 수소 시장에서의 수출입 잠재성을 확인했다. 그림2에서 보여지는 교역의 동태는 각 지역의 수출과 수입량의 흐름을 지수화하여 지표로 나타내고 국가를 수출국, 수입국, 자급자족으로 구분하는 한편, 최대 순수출국(x축에 위치), 최대 순수입국(y축에 위치), 무역허브(수입과 수출지표가 모두 높음[우측상단]), 한정된 무역(자급자족, 무역흐름은 제한적임[좌측하단])의 4가지 특징으로 그룹을 분리했다.

‘최대 순수출국’에는 호주, 칠레, 북아프리카가 포함되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도 대규모 수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량은 자국 내 수요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각각 11% 및 14%)이다.

한국과 일본은 생산 잠재량이 적고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어 ‘최대 순수입국’으로 평가되고, 독일도 유럽에서 가장 큰 순수입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육상풍력과 태양광 잠재량이 2050년 수소 수요 대비 67%나 많지만 태양광 이용률이 저조해(연평균 11~14%) 전력생산 단가가 높고, 유럽 내 다른 국가들과 연결된 기존 가스 배관망을 활용, 운송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 가능(0.1$/kg 수준)하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 독일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첫째, 재생에너지 잠재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상풍력(일본 84%, 한국 70%)이 설비투자비가 높아 수소 생산의 경제성이 떨어진다. 둘째, 육상풍력과 태양광 잠재량만을 감안 시 각각 국내 수소 수요의 33%와 25%에 불과하다. 셋째, 재생에너지 잠재량의 대부부이 품질이 떨어져 전기 및 수소 생산단가가 높다(전해조 설비 관련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2.2$/kg 수준). 넷째, 국가 간 파이프라인 연계가 없어 해상운송을 통한 수입만이 유일한 수단이다.

‘무역허브’ 역할이 전망되는 국가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스페인은 순수출량이 수요의 약 2배에 달하고 총수출량도 수요의 약 3배로, 수소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아프리카의 저비용 녹색수소와 다른 유럽지역 간의 중계국 역할을 할 수 있고,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로 연간 수요의 약 5배에 해당하는 수소를 수입하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수소를 더해 더 많은 수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정된 무역’ 그룹에 해당하는 국가들 중 캐나다의 경우 2050년 수요시장 규모는 900만 톤/년으로 추정되는데 국내 공급으로 모두 충당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불필요하며, 경쟁 수출국에 비해 생산단가가 비교적 비싸서 수출 또한 용이하지 않다. 아프리카(사하라 이남 지역)도 마찬가지로, 2050년 수요는 600만 톤/년 규모로 해당지역 생산량으로 모두 충족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재생에너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3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① 이 지역의 자본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음. 많은 국가에서 유틸리티급 태양광의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이 10%로 높고 지역평균으로도 5% 수준임.

② 2020년 말 기준, 재생에너지 설치용량은 11GW에 불과함. 이 지역의 인구 절반이 전기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산업은 아직 수출시장을 확립할 수 있는 규모에 미치지 못했음. 수출을 고려하기 전에 자국 내 인구와 산업의 전기 접근성이 100%가 돼야 할 것임.

③ 수출 대상 시장으로 예상되는 국가들은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곳에서 공급시장을 가지고 있음. 예를 들면, 유럽은 북아프리카, 아시아는 호주나 중동에 더 가까움.

한편, 일본의 사례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대상 국가의 총 비용 및 구성요소를 분석하면, 매우 다른 성격의 수입대상국(예. 호주와 중국) 사이에서 대상국을 대체하는 비용 프리미엄은 매우 작다. 러시아를 제외한 수입국(호주, 중국, 미국, 칠레, 인도)을 통한 일본의 그린수소 수입비용은 1.25$/kg에서 1.45$/kg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최대 16% 변동)으로 교역국 대체가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장래의 교역관계는 국가에 따른 수입비용 차이보다 지정학적 요인, 에너지공급 안보, 외교관계 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4. 결론 및 시사점

최근 7개 기관의 2050년 글로벌 수소 수요 전망은 평균 6억 1,400만 톤으로, 이 중 해상운송을 통한 국제 거래 물량은 약 6,750만 톤으로 전망되는 반면, 우리나라의 해외 물량 수입 계획은 2,290만 톤으로 글로벌 해상거래량의 33.9% 수준이다. 또한 EU-러시아의 가스 분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제 거래에서 한 국가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수급 및 가격 리스크에 노출되기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된다. 수소 국제 거래 물량과 우리나라의 수입 물량을 고려하면, 수입 여건이 쉽지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한 조기 노력(국가 간 협력 구축 및 시범사업 시행, 수소 수출환경이 유리한 사이트 선점 등)이나 국가 수소 계획의 현실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아직 초기 단계인 수소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와 조속한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하며, 수입 대상 국가 선정 시 가격 및 기술적 잠재량 이외에도 상대국과의 정치ㆍ외교ㆍ경제 관계를 고려한 공급 안정성 및 기술 수출 가능성 등에 대한 종합적 고려도 필요하다.

한편, 다수의 연구기관에서는 수소의 초기시장이 LNG 시장과 유사한 구조와 특징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초기 LNG 시장과 유사한 방식의 사업 리스크 해소가 핵심이 될 것이다. WEC는 대규모 자본투자 및 장기간의 사업개방에 따른 리스크 완화를 위해 장기계약(15~30년)이 필수적이며, 필요 시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으며, IRENA도 가격 리스크(수출 관점)와 물량 리스크(수입 관점) 해소를 위해 신용도 높은 장기계약(20년 이상)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2050년 발전 부문의 수소 수요는 국내 수소 수요 27.9백만톤 중 13.5백만톤으로 약 50%에 이를 전망인데, 안정적인 수요물량 확보 차원에서 대규모 장기계약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수요물량을 가진 전력 부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수소의 이용에 있어서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화가 불가능한 부문으로 수소 이용을 최소화하고, 암모니아 형태로 수입 시 수소로의 전환(Cracking)없이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IPCC(2022)에서는 탈탄소화를 위한 소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난방, 수송, 중공업, 에너지 저장 등 전기화가 불가능한 부분에 대체 수단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수소 해상운송 방식의 약 90%가 암모니아 형태로 이루어질 전망으로 수입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하지 않고 암모니아로 사용 시 약 1$/㎏의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수소ㆍ암모니아 혼소ㆍ전소 기술개발 및 실증 시 이러한 점을 고려하며 암모니아 직접 이용 확대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본 원고의 의견을 한국전력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저자 개인의 분석과 의견임을 명시합니다.

구자열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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