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해의 바람
검은 토끼해의 바람
  • 김창섭
  • 승인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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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토끼’는 깊은 지혜와 영리함, 장수, 풍요 등 여러 가지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우리 전력계의 상황을 보면 지금처럼 어이없는 시기가 있었을까 싶다. 한국전력의 30조 원에 이르는 적자상황은 처음 경험하는 비정상이다. 공공부문의 경우 월급이 유지되고 있다보니 그 심각한 위험을 실감하지 못할 뿐 투자는커녕 전력 생태계유지에도 허덕일 상황에 처해있다.

만약 우리 전력계가 고군분투해 적자 규모를 약 1~2조 원을 줄여 문제가 해결되고 국민경제가 편안해지면 우리의 고난의 행군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조족지혈이다. 지금 당장 투자하고 지원해야 하는 성장동력의 기회만 사라질 뿐이다.

지금 당장 미국의 IRA법을 보자.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거대시장에서 두고 누가 기후대응 거대공급망의 주역이 될 것인가를 두고 노골적인 패권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2년 전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을 선언했을 때 정부, 전문가 심지어 철강업 종사자들도 그러한 판단을 비웃었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미 글로벌 주요 철강회사들이 이러한 공법을 두고 경쟁 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했던 그 지나치게 비현실적 옵션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중이다.

그린레이싱이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적자상황뿐 아니라 NDC 목표 현실화라는 정책도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도 모호하고 적자상황도 고착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에너지기술분야도 급격히 줄어든 기술혁신 주기로 인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는 기술적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누가 먼저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기술적 혁신을 이루고 양산의 경쟁력을 선점할 것인가? 그리고 이를 위한 정부의 과감한 보조금정책과 기술규제정책 그리고 통상정책을 실시할 것인가?

두 가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에너지부국이 되는 것이고, 늦어지면 석유, 가스 수입뿐 아니라 수소 등 에너지기술자원 수입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전투기와 탱크를 수출하는 나라이다. 그 강력한 제조역량을 갖고도 에너지분야는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올해 전기요금인상 수준을 볼 때 에너지산업의 거대한 수출산업화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기후대응과 에너지혁신에서 실패한다면 전통 거대산업의 경쟁력 상실과 함께 반도체, 우주항공, 바이오 등의 여타 혁신분야의 성공도 담보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전력업계의 임무는 새롭게 확장되고 있다. 국익의 관점에서 올해 검은 토끼해에는 우리 전력업계의 분투가 특별히 요구되는 해이다. 우리의 오랜 그리고 확장되는 국가적 임무에 소홀하지 말자. 우리는 국가적인 전공필수분야이다. 우리가 잘 살아야 국가도 잘 산다.

김창섭 편수위원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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