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이 지역경제(경북 울진)에 미치는 영향
원전이 지역경제(경북 울진)에 미치는 영향
  • 정재우
  • 승인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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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의 현재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불리한 산업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뤄왔다. 그 여러 가지 비결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원자력에 대한 국가 역량의 집중적 투자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전원의 개발과 공급으로 볼 수 있다. 1978년 4월 국내에서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최초로 상업운전을 개시한 이래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까지 전원별 발전량 기준으로 원자력의 비중이 약 40%까지 올라간 바 있고(통계청 KOSIS) 2021년 기준으로는 27.3%를 차지했다.

2022년 12월 8일 신한울 1호기가 공사 시작 12년 만에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현재 국내에서는 25기의 원자로에서 2만 4,650MW의 시설용량을 갖추고 있고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발전량 비중은 약 33%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신동현 2022).

우리나라의 전원 포트폴리오는 크게 원자력, 석탄, LNG, 신재생 및 기타로 구성돼 있으며 전원별 의존도는 대내외 환경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용성 저하와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독일과 스웨덴의 경우 점차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줄여나가다가 궁극적으로 폐쇄하기로 한 바 있다(Rehner & McCauley 2016).

이 영향으로 국내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수용성 또한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화석연료 가격의 급등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탄소배출이 지목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은 낮으면서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22년 7월 2일 EU 의회는 원자력을 친환경 투자기준인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에 포함시킨 바 있어 원자력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인정했다. 글래스고 협약에 따라 탄소국경세 도입이 예고되고 탄소배출권이 국가 간 무역 보호의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원자력은 우리와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 실용적인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적극적인 원자력 기술의 확보로 최근의 전 세계적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잘 마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기고의 개요와 목적

한수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울진에 위치해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한울본부의 발전소 시설용량은 2022년 12월말 기준 총 7,300MW로 우리나라 전체 원자력 시설용량인 2만 4,650MW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새울(울주군)과 고리원자력 본부를 합친 용량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국내 단일지역으로는 최대 시설용량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1,400MW급 신한울 2호기도 2023년 하반기 내 상업운전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도 수년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울진의 원자력산업 비중은 더욱 확대되고 우리나라의 산업, 공공, 서비스 및 가정에서의 전력수요는 울진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된다.

원자력은 다양하고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잠재적으로 큰 위험성으로 인해 국민적 수용성이 낮아지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의 신기술도 원자력 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박누가 등 2022).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인식은 1970, 198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김근식(2018)에 따르면 원자력의 지역 수용성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 것이 위험조건의 완화이다. 원자력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담당자들이 해야 할 일로 본 기고의 직접적인 목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본 기고에서는 국내 최대 원자력 발전단지가 입지하고 있는 울진을 대상으로 원자력의 입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문헌에 언급된 학술적인 측면을 바탕으로 지역의 자료를 통해 살펴본다.

울진지역의 이해

울진은 경상북도의 북동 해안에 있으며 서쪽으로는 태백산맥이 길게 뻗어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다른 지역으로부터 울진에 대한 접근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강원도에 소속 되어 있다가 1962년 12월 경상북도로 편입된2) 이후 남쪽으로 포항과 교류가 왕성한 편이었고 경상북도 도청이 소재하고 있는 대구와의 인적 물적 교류도 왕성하게 진행됐다.

현재에도 울진 출신 인재들이 대구 인근으로 대학을 진학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까지도 200km가 넘으며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려도 2시간 40분이 소요되고 포항까지도 121km, 1시간 40분이 걸린다. 울진공항이 건설됐지만 수요 부족으로 개항하지 못했으며 현재는 비행교육훈련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울진 주민들의 다수가 울진 발전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교통 접근성을 들고 있으며 평택제천 고속도로가 확장돼 태백산맥을 관통해 울진까지 연결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 울진의 인구는 4만 7,082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 5만 1,844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9.2%가 감소했다 (통계청 KOSIS). 이는 대도시 접근성에서 울진보다 우위에 있는 영덕의 인구가 같은 기간 4만 257명에서 3만 4,688명으로 13.8% 줄어든 것에 비하면 다소 우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구의 감소는 경상북도의 다른 군에서와 비슷한 추세로 진행되고 있다.

신한울 1, 2호기 건설기간에는 건설 인력의 유입으로 인구의 감소세가 다소 완만했지만 2018년 이후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중단된 이후에는 인구 감소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울진의 산업은 전통적으로 농업과 어업 중심으로 발달했다. 후포와 죽변 지역을 중심으로 꽁치, 오징어, 전목, 대게, 미역 등의 해산물이 많이 수확되고 있으며 농촌지역에서는 쌀, 콩 등을 생산한다. 울진에는 관광산업도 발달해 백암온천과 덕구온천이 유명하며 불영사와 성규굴, 통고산 자연휴양림, 금강소나무 숲길 등은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농어업과 관광 산업 이외에 원자력 발전소의 입지가 진행된 이후 울진의 기반산업은 전력산업과 건설 및 서비스를 포함한 연관산업으로 재편됐다.

기존문헌 요약

원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전문가들의 연구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홍준현 등 2010, 하세헌 2019, 김민곤 등 2020, Gallo-Rivera 등 2013). 지역의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경제기반이론에 따르면 지역의 경제는 기반산업과 비기반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기반산업의 경우 주로 지역에서 우위를 가지고 생산된 재화와 용역이 외부로 유출되며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한다. 반대로 비기반산업을 외부의 재화와 용역을 유입시켜 소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김민곤 등(2019)은 발전소 입지의 경제적 효과를 건설, 운영, 제도적 측면에서 설명한다. 발전소 건설 단계에서는 건설 산업이 기반산업으로 비기반산업인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견인하고 나아가 고용과 소득을 증대시킨다고 설명한다. 운영단계에서는 전력산업을 기반산업으로 되어 비기반산업인 소비재 산업과 서비스산업의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행정 제도적 측면에서도 지원사업과 지방세수가 증가가 지역 경제의 성장에 기여한 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실증적 연구를 통해 발전소 입지가 그 지역에서 전력 산업 이외의 기반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을 높인다는 것을 증명했다.

홍준현 등(2010)도 원자력 입지 지역의 경제효과를 건설효과와 운영효과 그리고 지원사업 효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들은 원전 입지에 따른 경제 효과가 건설 단계에서 가장 크며 운영단계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화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입지는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자력 관련 산업으로의 지나친 특화가 다른 산업으로 연계되지 못했을 때는 그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권하나 등 (2019)의 연구는 산업 연계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취소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연구에 따르면 울진군의 기반산업은 전기업 외에 농림어업, 광업, 건설업, 음식 및 숙박업과 공공행정 및 국방업,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으로 나타났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으로 건설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생산유발효과는 1,525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594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877명, 소득유발효과는 342억 원으로 산정됐다. 하세헌(2019)는 일본의 미하마쵸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 입지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인근의 비슷한 조건에 있는 비입지 지역인 미나미에치젠쵸 지역의 경제상황을 비교, 연구했다. 사업체 수 1개당 인구수, 인구 대비 종사자 수, 사업체 당 종사자 수, 산업체 구성(1차, 2차, 3차 산업 종사자 수 비율) 등을 비교해 보았을 때 원자력 입지 지역인 미하마쵸 지역의 경제활동이 더 활발하고 고용상황도 양호할 뿐만 아니라 산업형태도 더 현대화되어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Gallo-Rivera 등(2013)은 반사실적(counterfactoral)분석을 통해서 스페인 과달라하라(Guadalajara) 지역에 있는 트릴로(Trillo) 원자력 발전소의 입지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반사실적 분석은 해당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가 입지하지 않았으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추론해 현재의 사실과 비교해 분석하는 기법이다. 실제로는 하세헌(2019)의 연구와 비슷하게 원자력이 입지한 지역과 비입지 지역을 다양한 지표로 비교한다.

우선 인구 밀도에 있어서는 입지지역과 비입지지역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일자리 측면에서는 입지 지역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지 지역의 재정 지출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더 크게 나타났으며 입지 지역에서 추가적으로 1유로의 예산을 더 지출한 경우 추가적으로 0.91센트의 경제유발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결론적으로 트릴로 원자력 발전소가 지역의 소득과 고용에 장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진지역의 경제효과

울진에 한울본부가 입지함에 따라 얻어지는 재정수입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지방소득세와 지역자원시설세를 비롯한 각종 지방세 수입이다. 둘째는 1989년부터 제정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주법)에 따른 기본지원사업, 사업자지원사업, 특별지원사업으로 볼 수 있다(김석란 & 정재우 2018). 기본지원사업은 사업체나 가정에서 전기요금의 3.7%를 전력기반기금으로 납부하는데 이를 재원으로 하고 있다. 사업자지원사업은 전력사업자인 한울본부에 의해 실행되며 규모는 매년 기본지원사업과 동일하게 법률로 정하고 있다.

특별지원사업은 발전소 건설 또는 건설 예정지역에 지원되는 1회성 사업으로 건설 도중 발생하는 민원의 해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사업이다. 관련 법률에 따라 한울본부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지출한 지방세와 지원사업 제원은 아래 표 1과 그림 1에 나타나 있다. 표 1에서 보인 바와 같이 지난 10년간 울진군과 경상북도에 지출한 총액은 약 9,220억 원으로 2021년 울진의 인구가 4만 7,858명임을 고려할 때 1인당 1,927만 원을 지출할 수 있는 규모로 파악된다.

직접적인 경제효과 외에도 2022년 12월 말 기준 한울본부에는 총 2,192명의 본부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협력사 직원도 약 2,200명에 달한다. 이를 합치면 약 4,400명 규모로 울진 전체 인구의 약 9.3%에 해당된다. 이 직원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이 직원들의 급여 수준이나 고용의 질이 매우 양호하여 소비를 통한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

위에서 언급한 재정수입과 고용효과 외에도 원자력 발전소의 입지로 인한 울진의 경제효과는 다양한 지표를 통해서 확인된다. 우선 통계가 가용한 2016년 기준 울진지역 총생산에서 전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53%로 압도적으로 높으며 전력산업이 울진의 기반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나타낸다. 권하나 등 (2019)의 연구에도 나타나 있듯이 울진의 전력산업은 다른 기반산업인 건설업, 음식 및 숙박업,
공공행정,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을 견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9년 기준 울진의 1인당 지역내 총생산액(GRDP)은 4,737만 원으로경상북도 전체 시군 중 구미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다.

울진의 원전 입지 경제효과는 인근지역인 영덕지역과 비교했을 때 분명하게 나타난다. 영덕지역은 울진의 남단과 접하고 있으며 산업도시인 포항과 인접하고 있어 산업 여건이 울진보다도 양호하며 2017년 영덕상주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접근성에 있어서도 울진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전체 인구대비 산업체 종사자 수는 울진이 41.2%인 반면 영덕은 36.9%에 거치고 있다 (2019년 기준, 통계청 KOSIS). 사업체 당 종사자 수에 있어서도 울진은 4.20명인 반면 영덕은 3.44명으로 울진의 사업체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2가지 지표로 볼 때 울진의 고용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더 우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발주법에는 기본지원사업과 사업자지원사업의 범위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 2가지 사업 모두 발전소 인근 반경 5km이내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기본지원사업은 공공 시설사업, 소득증대사업, 육영사업, 전기요금 보조사업, 주민복지사업, 기업유치사업, 사회복지사업을 포함하고 있고, 사업자지원 사업에는 장학사업, 지역경제협력사업, 주변환경개선사업, 지역복지사업, 지역문화진흥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하여 사용되는 만큼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가지 예로, 울진 소재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 성과는 경상북도 타 군에 비하여 월등히 우수한 편이다. 매년 많은 수의 학생들이 서울 명문대학을 비롯해 지역거점국립대에 합격하고 있다.

울진은 한울본부로부터 발생하는 풍부한 재정수입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양호한 경제 지표를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의 집행에 있어서 몇 가지 사항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많은 예산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은 주민 수용성이다. 우리나라의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큰 편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선진국의 경우 원자력 입지 지역에 대한 보상 차원의 지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많은 금전적 지원을 하고도 주변지역 주민들이나 전 국민적 수용성은 그리 높지 않은 함정에 빠진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필자는 지원사업이나 지역자원시설세 예산의 일부가 원자력 발전소의 입지로 인하여 울진이 입은 국민적인 인지도와 친밀감 하락의 피해를 회복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입지지역 주민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 입지지역과 원자력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지원사업의 예산이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더 큰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소설가 김훈은 2015년 출간된 그의 소설 ‘라면을 끊이며’에서 8개월 동안의 울진 생활을 잠시 소개한다(김훈2015). 그의 눈에 비친 울진은 볼 것 많고 먹을 것도 많은 아주 매력적인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 울진을 여러번 방문한 적이 있는 필자는 이 수필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 공감했다.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속에 울진이 위험시설이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한 그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피해는 금전적으로는 보상할 길이 없어진다. 본래 발주법의 취지는 발전소의 입지에 따라 해당 지역의 경제 주체들이 생산활동을 하는데 입는 부정적인 영향, 즉 외부비용을 보상하고자 하는 것이다 (박병흥 & 고원일 2015). 이 외부비용을 보상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해법은 이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다.

8개월 동안이나 울진에 살아보고 소설가 김훈이 느낀처럼 대다수 국민들이 울진하면 덕구온천, 백암온천, 금강송, 죽변항, 성류굴, 불영계곡, 통고산, 요트경기장 등 아름다운 곳을 떠올리고 대게, 물곰, 가자미, 가오리, 고포미역 등 먹을거리로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게 해야 한다. 한번 울진을 방문한 사람들이 이것들로 인해 흡족해하고 다시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뿐만 아니라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 울진에서의 경험을 지인들에게 홍보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발전소의 입지로 인해 추가적으로 지원되는 예산의 일부가 어떤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또한 울진에 있는 원자력 전시관이 더 잘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맥주 회사나 자동차 회사 등은 자사의 생산 시설을 관광 체험 상품으로 개발해 자사 제품을 광고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이른바 공장 체험관광이다. 울진을 방문한 사람들이 원자력 전시관이나 원자력 발전소의 견학을 통해 원자력 에너지를 더 잘 이해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원자력 전시관에서 원자력에 대한 설명을 듣고 몰랐던 것을 많이 배웠고 직접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하여 시설 내부를 둘러보고 터빈과 제어실도 방문한 적이 있다. 다소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도 많았고 위험성의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고 나서 거부감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울진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원자력 전시관에서 제공하는 체험 코스를 마치면 그 보상으로 울진지역 상품권을 받는 형태의 아이디어를 제안해본다. 제법 큰 보상이 이뤄진다면 많은 사람이 찾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울진의 주민을 위한 더 큰 보상으로 순환되리라 생각한다.

정재우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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