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Storage Mix 동향 분석 및 시사점
해외 Storage Mix 동향 분석 및 시사점
  • 이원풍
  • 승인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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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황

가. Storage Mix 개념

국내에서 Storage Mix가 처음 언급된 것은 2020년 12월에 공개된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다. 여기서 제시된 Storage Mix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잉여분을 다른 시간대로 이전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저장장치 계획으로 재생에너지의 과도한 공급에 따라 수요와의 시간적인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해외의 경우, Storage Mix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 정의는 없으나 해외 사례들을 종합해볼 때 재생에너지로 인한 변동성에 대응해 전력망 운영에 있어서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한 저장장치 자원계획으로 간주하고 있다. 여기서 자원계획이란 저장장치의 경제성 및 기술적 특성을 고려한 최적 조합을 의미한다. 저장장치의 투자 비용 변화를 포함해 국가 에너지 정책의 변화, 탄소중립을 위한 석탄발전소의 폐지 추이, 교통 등 타 부문 수요의 전기화 등 향후 미래의 전력망 변화에 대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수립된 시나리오에 대응해 Storage Mix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림 1과 같이 시나리오에 따라 연도별로 어떤 기술의 저장장치가 어느 규모로 필요할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이다.

그림 1. Storage Mix 수립 결과 사례
[출처 : NREL, Storage Futures Study, 2021]

 

나. Storage Mix의 등장 배경

국제 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4,800GW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오늘날 화석연료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합친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 주파수 및 전압 등 전력계통 안정도 문제와 같은 단기적인 변동을 포함하여 과도한 수급 불균형과 같이 전력계통 운영상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해당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력계통 안정도를 위한 수 초 이하의 유연성부터 재생에너지의 초과 공급에 따른 수급 균형을 위한 수개월에 이르는 유연성까지 모든 시간대에서의 전력계통 유연성이 필요한데 에너지저장장치가 이를 제공해줄 수 있다. 에너지저장장치는 기술적으로 모든 시간대에 걸쳐 계통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최근 저장장치의 투자비 감소 추세와 제어가 용이한 저장장치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다른 유연성 자원에 비해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미국 국립 재생에너지 연구소(NREL)에 따르면 에너지저장장치는 구축 비용이 높은 편에 속하나 기술의 확장성이 높아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타 유연성 자원보다 효용가치가 높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Long-Duration Energy Storage, LDES)의 성장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LDES의 표준 정의는 아직까지 없지만, NREL에 따르면 최소 10시간 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는 저장장치로 정의되어 있으며, LDES는 향후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졌을 때 장기간 수급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재 260개 이상의 LDES 프로젝트가 발표되었으며 그 규모는 5GW/65GWh 정도로 아직까진 크지 않으나 2040년까지 1.5~2.5TW/85~140TWh 수준으로 현재의 400배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며, 이에 1.5조~3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NREL에 따르면 현재 저장장치의 93%가 안정성 목적의 단주기 이하의 저장장치이나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비중의 60~70%에 도달하면 LDES가 가장 저렴한 솔루션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 Storage Mix의 필요성

Storage Mix는 재생에너지 증가에 대해 계통 운영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시간대별 적절한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계획이다. 과도한 유연성의 확보는 계통 운영에 대한 경제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저장장치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50%를 넘게되면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백업 설비에 대한 투자 비용이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비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Storage Mix는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이 기본적인 로드맵 차원에서 미래 전력계통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저장 기술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비중 변화나 수요반응 및 전기차 등 다른 유연성 자원의 확보 수준에 따라 저장장치에 요구되는 계통 유연성이 달라질 수 있으며 중‧단주기 저장장치가 보급되는 정도에 따라 향후 투자될 저장장치의 지속기간과 용량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2. 현황 또는 동향

가. 해외 주요국 Storage Mix 사례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해외 주요국의 Storage Mix 계획은 국가별로 수립 형태나 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계획하고자 하는 대상 저장장치를 정하고 해당 저장장치들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포함해 설비 투자비용이나 정책, 제도 등의 다양한 사항들을 가정한 후에 이를 입력해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1) Storage Mix 계획 수립 형태

먼저, 미국의 경우 주로 통합자원계획(IRP) 안에 저장장치를 자원으로 포함시켜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여기서 통합자원계획이란 공급‧수요 측의 모든 설비 및 자원을 고려하여 최적의 대안을 결정하는 통합적 설비 계획 방법론으로 주 정부 또는 유틸리티가 수립한다. 영국은 규제기관(Ofgem)과 정부(BEIS)에 의해 저장장치를 포함한 스마트 시스템 및 유연성 계획을 2021년 7월에 처음 수립했다. 이 유연성 계획은 에너지 시스템을 스마트하고 유연한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로드맵으로, 저장장치, 수요반응 자원, 수소가스 발전, 전기차 등 유연성 자원들을 고려해 수립된다. 독일의 경우에는 전력망 확장계획의 첫 단계인 시나리오 프레임워크를 수립할 때 에너지저장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시나리오 프레임워크는 정부 에너지 정책 목표 내에서 15년~20년 후의 전원 구성, 소비예측 등을 고려하여 가능한 개발 범위 내 시나리오를 정의하는 계획으로 전기화, 수소발전, 수요반응, 국가 간 전력망 연계 확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수립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호주는 2년마다 수립되는 통합 시스템 계획(ISP)을 통해 최적 전원 믹스를 도출할 때 저장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ISP는 수요변화에 맞춰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경제적인 전원 구성을 도출하는 계획으로, 여기서 저장장치, 전기차, 수요반응 등이 고려되고 있다.

(2) Storage Mix 내 대상 저장장치

해외 주요국의 Storage Mix 계획 내에서 고려되고 있는 저장장치는 주로 송전망에 연계되는 유틸리티 급 배터리저장장치와 양수발전 설비이다. 다른 저장기술이나 수 일 이상의 LDES의 경우 기술 성숙도가 낮거나 높은 투자 비용으로 경제성이 부족하여 거의 고려되지 않고, 소규모 저장장치의 경우 수요예측에 포함되어 반영되고 있다. 

영국은 기존 양수발전 설비에 4시간의 지속기간을 갖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수립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유연성 자원 믹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아직까지 다양한 저장장치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다만 향후 장주기 저장장치와 전기차를 통한 V2G 등 다양한 자원들을 반영할 계획이다. 독일 또한 배터리와 양수발전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있고, 배터리의 경우 유틸리티 급의 대용량 저장장치와 주택용 소규모 저장장치를 구분하고 모두 최대 2시간의 지속기간을 가정했다. 독일은 섹터커플링도 자원으로서 고려하고 있으나, 히트펌프, 전기차, P2G(Power-to-Gas) 등은 예상되는 전력수요의 증가에 반영하여 처리하고 있다. 호주도 배터리와 양수발전 기술을 중점으로 하고 있으나 지속기간에 따라 저장장치의 활용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3가지로 구분해 고려하고 있다.

(3) Storage Mix 내 고려된 그리드 서비스

에너지저장장치가 제공할 수 있는 그리드 서비스는 반응시간과 지속기간에 따라 다양하다. 단주기 저장장치의 경우, 주파수 조정 등 시스템 안정도 확보가 주요 목적이며 중‧장주기 저장장치의 경우 송배전망 혼잡개선, 부하 평탄화 등의 공급/수요 이전, 수급밸런싱,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Firm Capacity)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Firm Capacity)와 피크 부하 이전 및 부하 평탄화(Smoothin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유틸리티별로 수립된 계획이기 때문에 일부는 보조서비스, 유연성 서비스 등으로도 활용하고 있으나 해당 서비스들에 대해 저장장치가 제공하는 이익의 정량화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진 저장장치가 제공 가능한 많은 서비스들이 Storage Mix 수립 시 반영되지 않고 있다.

(4) Storage Mix 수립 방법론

Storage Mix 수립에 사용되는 방법론은 국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기본 구조는 유사하다. 주로 2가지 모델을 단계적으로 사용하는데 첫 번째가 장기적 관점에서 시나리오에 따라 투자될 설비(자원)의 종류, 시점, 용량을 결정하는 모델이며 두 번째가 단기적 관점(일일)에서 경제적 분석을 통해 저장장치의 급전을 결정하는 모델이다.

나. 국내 Storage Mix 대응 현황

국내 또한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에 따라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계통 유연성 자원의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내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에 대한 보완 방안으로 양수발전 및 에너지저장장치(배터리)를 반영하고 계통 신뢰도 유지용 ESS의 구축 계획을 명시하고 있다. 출력변동 대응용 ESS(0.97GW) 및 양수발전(1.8GW) 요구량을 명시하고 있으나, 단주기‧장주기 등에 대한 지속기간별, 기술별로 저장장치 계획은 구성되지 않고 있다. ESS에 대한 계획이 부족한 것은 빈번한 화재사고와 REC 가중치 폐지 등 지원제도 축소로 인한 ESS 시장 침체, 해외 대비 낮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ESS를 위한 시장제도 부족 등 수립 동인이 낮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도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에 따라 향후 중‧장주기가 조화 Storage Mix 수립이 중요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새 에너지 정책을 통해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재정립에 대한 방향성을 수립하였고 기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추진과 함께 전력 신산업 중 하나로 장주기 ESS, 섹터 커플링 등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내에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저장장치를 비롯한 백업설비에 대한 보다 강화된 계획을 포함하는 등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효율적인 계통 운영을 위한 계획을 마련 중에 있다.

Storage Mix의 수립은 향후 재생에너지 증가 시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계통 운영에 필요한 체계적인 ESS 확대와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준 지침으로서 중요한 사항이다. 해외 사례 검토 결과, 해외 또한 Storage Mix 계획의 성숙도가 높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정책 및 기술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개선이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국내도 재생에너지 시나리오에 따라 전체 유연성 자원 산정과 저장장치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며 탈탄소화를 위한 로드맵으로서 지속적인 갱신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먼저 저장장치의 지속기간에 따른 단주기‧중주기‧장주기에 대한 정의와 지속기간별 제공가능한 그리드 서비스, 그리고 이에 대해 발생 가능한 수익의 정량화 기준이 필요하다. 이와 연계되어 시장제도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유연성 제공과 같은 그리드 서비스에 따른 수익을 정량화할 시장제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Storage Mix 수립과 ESS 확대를 위해서라도 시장 제도 보완이 선결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다양한 조건을 반영하여 시나리오를 보완하고 저장장치의 시간대별 이점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가 에너지 정책 변화, 저장장치 투자비 변화, 지역별 재생에너지 공급 및 수요의 변동, 전력망 보강 계획 등을 고려하여 시나리오를 구성 또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 하에서 수 초에서 1시간 이내의 단기 보조 서비스부터 계절 간 수급 균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저장장치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영국 사례와 유사하게 저장장치 뿐 아니라 전기차나 수요반응과 같은 유연성 자원들과 함께 복합적인 유연성 자원계획을 구성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원풍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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