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및 해외 수요관리 동향-수용성 확대를 중심으로
국내 및 해외 수요관리 동향-수용성 확대를 중심으로
  • 박지용
  • 승인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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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한 ‘에너지효율 2022’의 표지에서는 불이 꺼진 파리의 에펠탑을 표지로 장식할 정도로 전 세계는 수요자원의 관리를 통해 에너지수급의 불안과 에너지가격 급등에 대처하기 위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중립을 향한 도전의 와중에 마주하게 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전 세계 정부의 대응은 이 위기를 보다 저렴하며 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시스템을 향한 역사적인 전환점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에너지와 탄소절감 측면 모두에서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알려진 에너지효율 자원을 최우선적으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Energy Efficiency First’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효율 정책에 대한 예산을 확대하는 등 에너지효율 개선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에너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과 9월 ‘에너지 위기 대응과 저소비 구조로 전환을 위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수요자원에 두고 에너지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을 예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년간 수요관리를 에너지 정책의 중심으로 두기 위해 다양한 시책들이 활용됐지만 여전히 에너지원단위가 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 수요관리 시책들에 대한 실효성 제고가 필요한 실정이다. 수요자원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이끌 수 있는 정책수단 개발과 활용이 필요하다. 에너지효율과 절약 등의 수요자원이 공급자원 대비 지속 가능한지 비용 효과적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행력 강화를 위한 구체화 방안 등을 제공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참여 및 투자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또한 에너지소비자가 프로슈머로서 수요반응 자원들에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시장조성과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예산확대

전기요금 인상 등 에너지요금의 가격기능 회복으로 에너지효율, 절약 등 수요자원의 가치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수요자원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요관리 관련 예산의 확대가 필요하다. 다른 국가들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인상수준 보다 높은 에너지요금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튼튼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에너지효율 및 에너지 취약계층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요금의 인상은 수요자원 활용의 동인일 수 있지만 소비자의 에너지효율 투자를 구체화하고 수요자원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수요관리 관련 예산의 확대와 다양한 지원수단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책패키지와 자발적 정책수단들의 활용

에너지요금 증가로 인해 가격기능이 정상화되면서 에너지비용을 줄이기 위한 소비자의 관심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소비자의 관심이 실질적인 에너지효율 투자로 이어지도록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 실용적인 지침, 규제, 금전적 지원 등 다양한 정책수단들을 패키지화하여 제공되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세계에너지협의회(WEC)는 에너지효율 투자가 구체화 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효율 투자가 이어지도록 다양한 정책수단들로 구성된 정책패키지의 도입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도입 예정인 KEEP30, LEEN과 같은 자발적 에너지효율 정책 수단들은 많은 국가들에서 에너지 소비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에너지효율개선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활용중인 정책수단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에 중점을 맞춘 자발적 정책 수단은 규제, 경제적 지원 수단에 이어 ‘제 3의 물결’로 정의될 정도로 유럽 등 다양한 국가들의 에너지·환경 정책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수단이다. 자발적 정책 수단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인센티브 발굴과 함께 정보, 교육, 지침제공 등을 위한 비디오 자습서, 에너지 컨설턴트의 현장방문 등 다양한 지원 수단들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 WEC)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초기 비용효과성이 높은 규제중심의 에너지효율 정책을 운영하지만, 점차 에너지효율 정책이 기업의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적 수단의 활용비중을 줄이고 인센티브와 정보제공에 초점을 맞춘 자발적 참여 중심의 정책수단들의 비중을 높이고 있음을 보고했다.

디지털기술과 변동요금제의 활용

에너지효율과 달리 특정시간대의 부하를 증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 중인 수요반응 프로그램은 수요관리형 요금제와 인센티브 기반 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 되면서 자동화, 원격제어 등 디지털 기술들을 활용해 수요반응 프로그램 참여할 수 있는 편리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가용자원이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수요반응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선호에 기반 한 프로그램 설계와 함께 변동요금제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미국의 SDGE社의 경우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신규 수요반응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를 파악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이를 확인한다. 또한 기존 프로그램들을 개선점을 찾아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신재생 발전비중이 60% 이상인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간헐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부하관리 표준을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요반응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대형 유틸리티와 수요관리 사업자에게 시간대별 수요에 따라 요금이 변화하는 변동요금제의 도입과 이와 관련된 정보를 행동변화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해외 유틸리티의 경우 실험과 시범사업을 통해 소비자의 변동요금제 참여확대와 에너지절감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들과 행동학적 요소들을 결합한 요금제들을 제공하고 있다. 신재생의 발전의 증가로 인한 간헐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다양한 수요반응 프로그램들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존 수요반응 프로그램들의 인센티브를 재설정해 높아진 에너지요금에서도 수요반응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3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를 위한 2026년까지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변동요금제와 수요반응 프로그램의 인센티브 설계에 있어 다양한 에너지요금 증가 시나리오에 따라 에너지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동변화 프로그램

에너지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유럽의 국가들은 행동변화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중이다. 캠페인, 홍보 등 국가주도의 행동변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의 에너지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행동지침을 제공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 또한 이런 에너지절약과 효율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중·장기에 걸쳐 지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에너지효율과 수요반응 프로그램들에 대한 연계방안을 마련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공급자 중심의 에너지절약을 위한 행동변화 프로그램을 운행 중이지만 여러 국가들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에너지 절약 외에 연료전환, 원료의 재활용, 수요관리형 요금제와 같은 수용성 강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행동변화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유틸리티 외에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 다양한 운영주체 주도하의 여러 행동변화 프로그램들이 활용되어져 고효율·저탄소화가 우리 삶의 표준이 되는 에너지 소비문화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수입 의존도가 높고 먼저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던 선진국에 비해 단기간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하므로 투자의 규모나 속도 측면에서 전례 없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효율, 절약, 수요반응 등 모든 수요 측 자원들을 총동원해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수급의 불안해소와 에너지가격 상승에 대처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시스템 구축을
통해 저소비-고효율 산업·경제구조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들이 협력해 ‘User-Centred Energy Systems’라는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협의체의 목적은 에너지 소비자의 정책수용성 확대 및 에너지 소비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화해 정책입안자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수요중심의 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수요 측 자원의 핵심인 에너지소비자의 수용성 확대와 소비행태를 변화할 수 있도록 에너지정책이 설계되고 운영돼야 한다.

다양한 에너지 소비자의 수요자원을 빠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첫째 에너지효율을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 둘째, 변동요금제를 다변화해 높아진 전기요금 대비 아낀 만큼 비용을 절감하거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동변화 프로그램을 다변화해 에너지 소비에 대한 습관 변화, 수요자원 활용에 대한 정보제공 등 수요자중심의 에너지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박지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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