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학적 배터리 기반 중장주기 에너지 저장기술 개발 동향 및 미래 전망
전기화학적 배터리 기반 중장주기 에너지 저장기술 개발 동향 및 미래 전망
  • 우상균·장재원
  • 승인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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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경부터 지금까지 여러 나라들이 급격한 경제규모의 성장을 이룩하고 인구가 증가되면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환경오염은 심각한 이슈가 됐다. 특히 산업활동에서 비롯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10년 동안만 보더라도 지구 연평균 표면온도가 약 1.09℃ 상승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변화까지 초래됐지만 처음에는 그 정도를 실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최근 들어 지역별 극심한 가뭄이나 홍수, 특정 생물종의 집단폐사, 질병 창궐 등의 현상이 나타나 이제는 모두가 그 심각성에 동의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탄소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구 생태계는 다양한 형태로 저장된 탄소가 여러 작용을 통해 4권역(지권/기권/수권/생물권) 사이에서 순환해 균형이 유지된다. 탄소의 방출량과 자연에 의한 흡수량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가 탄소중립인데, 인류 문명 발달과 경제 규모 성장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자연 포용한계를 초과했다.

탄소는 산업, 교통, 에너지 생산 등에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활동에서 압도적인 양이 배출되므로 이것을 줄이는 것이 탄소중립 구현에 효과적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주목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는 전 세계적인 기조이며, 우리나라 역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점차 늘려갈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우리는 상기 자연보존 차원의 이유만이 아니라 국제정세에 따라 자원 수급에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에너지 자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 증가가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부터의
발전량 목표를 4,085MW로 설정했고 CO2 배출량이 현재 대비 약 34% 가량 감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만 빠르게 확충하면 상기 문제들이 해결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가 강화된다고 볼 수 있을까?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도록 자원을 확보하고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력거래가 이뤄져야 에너지 안보가 확보됐다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반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급격하게 증가시키면 ①불규칙한 전력 공급 ②지역별 시간대별 전력 과잉 공급 ③전기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①과 ②는 전력망 운영관리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출력제한(curtailment)을 거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른 제주도의 사례를 보면 약 1,200개 이상의 장소에 총 720MW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구축됐는데 2015년부터 출력제한이 발생되기 시작해 2022년 여름까지의 총 출력제한 일수는 약 300일 가량이다. 현재는 연간 출력제한량이 10~20GWh에 그치지만 지금까지 기록된 출력제한량의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수백 GWh에 육박하는 출력제한이 발생될 수 있다. 또한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최대 35%까지 끌어 올린다는 일명 4035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중이다.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우리나라 전체 출력제한량은 연간 약 20TWh 이상이 될 것이며 이를 손해액으로 환산하면 약 30조 원에 육박한다. 이러한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출력제한을 줄여 줄 수 있는 유연성 기술의 확보 및 육성이 필수적이다.

에너지 저장기술 개요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는 한국표준산업분류 전기장비 제조업(C28)의 에너지 저장장치 제조업(C28114) 품목에 해당되며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 또는 기타 잉여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시 방전해 공급하는 장치이다. ESS는 전력계통의 생산-소비 패러다임을 생산-저장-소비로 바꿔준다. 이를 적절히 활용할 경우 전력수급 불일치에 따른 전력낭비, 송전 중 전력 손실, 블랙아웃 등의 문제를 해결할수 있으며,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ESS의 상세 용도로는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활용분야는 <표 1>과 같다.

현 시점에서의 ESS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차세대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분산 발전원인 신재생에너지가 향후 본격적으로 확대 보급됐을 때 다량의 송배전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ESS로 이를 일정 부분 대체함으로써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과 직접 연계해 운영을 보조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전력망에 가하는 부담을 완충할 수 있다. 국내 ESS 시장은 주파수 조정 용도로 사용하는 비중이 크며 피크 조절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연계형 ESS 시장도 점차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연계 및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ESS 설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용도에 ESS를 활용할 때는 세부 목적에 따라 여러 유형의 ESS가 복합적으로 설치돼야 하고, 실제 운영 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기능을 갖는 ESS가 상호보완적으로 응동함으로써 전체 시스템의 높은 안정성과 효율성이 담보된다. 보통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라고 하면 배터리 종류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로는 이뿐만 아니라 전자기적 저장, 열역학적 저장, 기계적 저장 방식의 다양한 ESS가 존재한다.

기술들은 장단점 및 특징이 각기 상이하기 때문에 기술 선택에 있어 절대적인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용도와 ESS 설치환경, 활용 기간, 그리고 설치비와 운영비 중 어느 부분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지에 따라 최적의 ESS가 달라질 수 있다. ESS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용도다. 보통 사용 시간을 기준으로 용도 분류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 분 미만으로 빠르게 큰 출력을 제공하는 것을 단주기, 2~4시간 미만의 시간 동안 적절한 용량과 출력을 제공하는 것을 중주기, 그리고 4시간 이상 매우 큰 용량을 제공하는 것을 장주기로 분류한다.

최근 국내에서 단주기 및 중주기 용도로 보급이 급증하고 있는 전기화학적 배터리 기반의 ESS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다양한 유형의 배터리들이 연구되고 있으나 ESS에는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LiB), 바나듐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VRFB), 그리고 나트륨황 배터리(NaS) 등이 적용되고 있다. 이 중 배터리 기반 ESS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기술은 LiB이다. 생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지속적인 기술 진보와 수요증가에 따른 생산증가로 단가가 대폭 낮추어졌다. 설계 가변성이 좋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몇 가지 기술적 이슈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
스템 연계용으로는 LiB가 절대적 유일의 옵션은 아니다. 따라서 탄소중립 구현을 위해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 적절한 ESS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NaS 배터리가 상당히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전기화학적 배터리 기반 ESS의 특징 및 필요성

전기화학적 배터리 기반 ESS는 일반적인 LiB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배터리를 여러 개 쌓아 대형 배터리를 구성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상용 배터리에서 가장 작은 단위인 셀(cell)로 이루어져 있는데, 셀을 일정 개수 모아 한 단위로 묶은 것이 모듈(module)이고, 모듈들을 쌓은 것이 랙(rack)이 되며, 컨테이너 안에 랙들을 모아두고 온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다.

이런 배터리들과 함께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PCS(Power Conversion System), 그리고 PMS(Power Management System) 또는 EMS(Energy Management System)으로 구성된 것이 바로 ESS이다. BMS는 배터리를 충방전 시키고 전류, 전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읽으며 상태 및 동작을 감시한다. 이를 통해 SoC(State of Charge, 현재용량)을 계산할 뿐만 아니라 PCS 및 PMS와 통신한다. PCS란 전력변환장치로써, 배터리를 충전할 때는 계통의 교류를 직류로 변환해주고 배터리를 방전할 때는 직류를 교류로 변환해 내보내는 양방향 제어 역할을 한다. EMS는 PCS와 BMS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전력계통의 상태에 따라 제어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러한 배터리 기반의 ESS는 상기 설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작은 셀 단위의 배터리들을 모아서 설계 용량을 구현하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ESS 기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용도에 적합한 용량과 출력을 갖는 ESS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설치 장소나 조건의 제약이 덜하고 운영 상황에 따라 설비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거나 철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타 ESS 기술과 비교했을 때 설치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다.

하지만 용량을 무한정 크게 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 지나치게 대용량의 ESS를 설계할 경우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는 것에 비해 기계적 및 열역학적 ESS에 비해 수명이 짧고 중간 운영관리비도 소요되므로 경제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배터리 기반 ESS의 설계 유연성이 높다고 해서 ESS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
며 기본적으로 주파수 조정, 부하 평준화, 중소 규모 전력 예비력, 전력설비 대체, 일정 규모 이하의 비상용 전원, 그리고 behind-the-meter 등과 같이 단주기 및 중주기 영역에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신재생에너지 연계 용도로는 기존의 LiB ESS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다소 부적합하기 때문에 더 수명이 길고 다양한 충방전 시나리오 하에서도 화재 위험성이 적은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

LiB 외 기술 포트폴리오 확장 필요

현재 국내에 보급된 배터리 기반 ESS의 대부분이 LiB에 편중되어 있다. 한국전력의 사례만 보더라도 2022년 9월 기준 총 2,729개소에 약 10GWh의 ESS가 설치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LiB이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한국전력의 공공 ESS 사업 구성에서도 총 970MW의 ESS가 모두 LiB를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비록 LiB 개발의 역사가 길고 산학계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기술적 성숙도가 높고 여러 장점이 있지만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는 없다. 이는 현존하는 어떤 ESS 기술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각 기술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영역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국외에서는 다양한 ESS들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실증을 거쳐 용도별 최적의 ESS를 선택하거나 혹은 복수의 기술을 하이브리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ESS 기술 포트폴리오가 매우 빈약하며, 특정 기술 몇가지를 이용해 여러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기반 ESS로는 대부분 LiB만이 활용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술적 적합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화재사고로 이어지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2017년 국내에서 첫 ESS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 2022년 9월까지 총 37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사고별 작게는 수억 원에서 크게는 수십억 원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ESS는 모두 LiB로 제작된 것이었고, 이 화재 중 상당수가 신재생에너지에 연계한 ESS에서 발생했다. 물론 화재 사고 이후 ESS 안전대책을 수립해 화재 건수가 감소했으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안전기준을 강화하거나 사용 조건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였기 때문에 국제적인 추세와 반대로 ESS 산업의 성장세는 둔화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또한 LiB의 핵심 재료인 리튬의 매장량이 유한하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리튬의 원자재인 탄산리튬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튬 광산을 보유한 일부 국가들이 자국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리튬을 사용하는 등 자원을 무기화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같은 수입국 입장에서는 불안요소가 커지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기조 하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을 점차 늘려 갈 계획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이행 중이므로 과거의 사고 사례를 참고해 LiB 외에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지 않고 이 상태로 끌고 간다면, 설령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확대 보급되더라도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국내의 배터리 생태계에서 LiB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데, 전 세계가 한정된 리튬 매장량을 가지고 파이를 나누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될 경우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현 시점의 상용 전기차는 모두 LiB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ESS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까지 LiB에만 의존한다면 그야말로 LiB 수급 대란을 겪을 위험성이 높다.

자연 생태계도 다양한 생물종을 보유하고 있을수록 외래종 유입이나 질병 창궐에도 무너지지 않고 유연하게 극복이 가능하듯이 국내 배터리 기반 ESS 생태계도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후보 기술들 가운데 특징과 기술 성숙도 등을 고려해 육성 우선 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연계용 ESS 기술 확보가 시급하므로 이용도에 적합하면서 기술 성숙도가 높은 배터리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따라서 본 기고에서는 이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나트륨황(NaS) 배터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트륨황(NaS) 배터리

NaS 배터리는 음극 활물질로 나트륨(Na), 양극 활물질로 황(S), 그리고 전해질로 나트륨 이온에 대해 전도성을 갖는 베타 알루미나(β-alumina)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온(300~350℃)에서 구동된다. NaS 배터리 방전시 나트륨 이온이 베타 알루미나를 통해 양극부로 이동해 황 및 전자와 반응하여 Na2S3가 되고, 충전 시는 Na2S3가 나트륨 이온, 황, 전자로 나뉘고 나트륨 이온은 음극부로 이동하여 전자를 받아 나트륨 금속으로 환원된다. 

NaS 배터리 단위셀은 직경 9cm, 길이 50cm 가량의 금속관 내에 튜브 형태의 베타 알루미나 고체전해질이 삽입되어 있으며, 베타 알루미나 내에는 나트륨, 베타 알루미나와 금속관 사이에는 황이 채워져 있다.  300~350℃로 가열하여 나트륨과 황이 용융상태일때, 배터리 충방전시 최대 용량을 발현시킬 수 있는 상(phase)이 형성될 수 있다. NaS 배터리의 이론적 에너지밀도는 760Wh/kg이며, 초기 작동시에는 300~350℃가 될 때까지 가열하여 온도를 구현해야 하지만, 구동온도에 도달한 후에는 추가적인 외부 열 공급 없이 방전 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여 유지할 수 있다. 나트륨과 황의 조합은 활물질의 이론적 에너지밀도 측면에서 LiB 대비 2배가량 높으며, 리튬 대비 자원 매장량이 월등히 많고 원재료 가격은 훨씬 낮다. 또한 NaS 배터리는 자가방전 현상이 거의 없어 장기간에너지 보관이나 장시간 방전 사용에 유리하고, 충방전 조건 변화에 따라 비가역 상(phase)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메모리효과가 없으므로 안정적으로 장기간 사용
이 가능하다.

NaS 배터리 기반 ESS는 단위 셀→모듈→컨테이너→시스템으로 구성된다.

○ 셀 : 원기둥 형태
○ 모듈 : 192개 단위 셀을 정렬시켜 구성(33kW / 200kWh)
○ 컨테이너 : 6개의 모듈을 모아 1개 컨테이너 구성(200kW /1,200kWh)
○ ESS : 컨테이너들을 모아 원하는 규모의 시스템 구성

배터리 가운데 주류 기술인 LiB와 비교하면 공칭 에너지밀도와 에너지효율 면에서 NaS가 다소 열위를 보이지만, 아직 NaS 기술은 성능 향상의 여지가 훨씬 더 많고 현 상태에서도 LiB 보다 수명·경제성·안전성 등이 더 우수하기 때문에 향후 기술 집중 육성으로 요소기술들이 더욱 성숙되고 시장규모도 성장한다면 특정 영역에서는 LiB ESS 보다 안정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더 장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NaS 배터리와 유사한 영역에 활용될 수 있는 VRFB를 비교해 보면, 수명에 있어서만 다소 열위를 보일 뿐 에너지밀도, 에너지효율, 용량당 가격 면에서 모두 NaS가 우위에 있다.

NaS 기반 ESS 국산화의 필요성

NaS 배터리의 경우 성능적인 측면에서 중장주기 ESS로 적합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기술개발이 더 이루어지게 되면 완벽한 장주기 ESS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국외의 경우 이미 중장주기 ESS 용도로 NaS를 실전 배치해 GWh 수준으로 상업 운용 중이다. 국외 NaS 배터리 연구개발은 역사가 꽤 길다. 1966년 미국 Ford사에 의해 최초로 NaS 전지의 개념이 제안됐고, 1973년 자동차에 장착해 200km를 주행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1975년에 전력저장용 NaS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고 2006년에는 먼저 상용화에 성공한 일본
의 제품을 도입해 부하 평준화 및 피크 저감 용도로 실증했다.

독일은 1980년부터 개발을 시작했고, 중간에 일본과 협력해 전럭저장용 NaS ESS를 개발하는 사업에 참여했었다. 최근에는 독일의 BASF사가 일본의 NGK사와 협력해 글로벌 마케팅 및 보급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일 내에서 신재생에너지 연계 용도로 도입 중이다. 중국도 1980년부터 NaS 배터리 연구개발에 착수해 1992년 50kW급 전지 실증에 성공했고, 2009년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전력저장용 대용량(100kW)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일본의 NGK사이다. 1983년 동경전력이 전력저장용으로 개발을 시작한 이후로, 지속적인 개발과 함께 세라믹 소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NGK에 투자했고, 1984년 NGK는 독일의 BASF, ABB, NASTECH 등과 협력해 1994년 50kW급 배터리 실용화에 성공했다. 그 후 NGK와 동경전력 협력하에 지속적인 최적화 및 양산 체계를 확립해 2002년부터 사무용 건물 및 반도체 공장에 공급하는 등 본격적인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런 실증 사례에서 안정적인 성능 구현을 입증해내고 또 이후에 꾸준하게 기술 보완을 하면서 현재는 NGK사가 NaS ESS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장주기 ESS 용도로 NaS를 선택하게 될 경우 전량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야하기 때문에 국내 ESS 포트폴리오에서 NaS의 비중이 커질수록 우리의 협상력이 약해질 잠재적 위험 부담이 있다. 당장은 제품 수급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한-일 양국의 직접적인 관계나 양국을 포함한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제2의 화이트리스트 사태가 촉발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단기간 실증을 위해서는 검증된 NGK사의 제품을 도입해야 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과 동시에 병렬적으로 국산화를 시도해야 한다.

NaS 배터리 국산화는 다른 배터리의 연구개발을 시작하는 것 보다는 많은 기반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다. 2010년 경 POSCO와 RIST가 공동 연구개발로 국내 최초 NaS 셀 국산화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약 4~5년간 여러 소재·부품들에 대해 원천기술 확보에 성공했고, 베타 알루미나 생산과 배터리 셀 제작 기술을 준양산 수준까지 끌어올렸었다. 이러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당시 600Wh급 셀(NGK 수준 근접) 개발까지 성공했고, 모듈 구현 단계로 넘어가던 도중 사업을 지속할 모멘텀을 잃고 국산화 사업이 중단됐다. 당시 국내는 NaS 전지 기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중장기 ESS를 소화할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에 일부 기업 및 연구기관이 사업을 이끌어 나갈 추진동력을 얻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NaS를 비롯한 중장주기 ESS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고취됐고, 실제 상황을 보아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격히 증가되고 있고 스마트그리드 시대로의 진입이 목전이기 때문에 적절한 기술에 대한 검토와 선택, 도입, 그리고 요소기술 부분에 대해서는 신속한 국산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국내외 할 것 없이 탄소중립, 자원고갈,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 증설 등의 이슈가 부각되면서 중장주기 ESS의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배터리 기반 ESS로써 주로 보급된 LiB는 기술적으로 화재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고, 소재 공급망이 중국 및 남미에 편중되어 있는 문제, 他 배터리 기술에 비해 짧은 수명, 복잡한 충방전 시나리오로 사용 시 고장 등의 특성으로 인해 활용처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중장주기용 에너지 저장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특징들이 LiB가 다른 기술에 의해 대체돼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장주기 ESS의 영역까지 커버하기에는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덜 적합할 뿐이며, 우리는 ESS 후보군들의 기술별 기능, 특성, 성숙도,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용도별 최적의 기술을 선택하고 궁극적으로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해 ‘ESS Mix’를 구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ESS Mix를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iB 외의 기술 옵션에 대한 면밀하고 체계적인 검토가 이루어진 역사가 그리 길지 않으며, 학계에서는 다양한 배터리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산업계에서의 높은 TRL 수준의 연구개발 시도는 전무 했었기에 LiB 분야 이외에는 관련 supply chain이 형성되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산업 비중이 LiB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상태에서 지금부터라도 중장주기용 ESS 기술 확보에 첫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배터리 기반 ESS 중에서 중장주기 용도로 가장 적합한 기술 중 하나인 NaS는 2023년 1월에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등 계통 유연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한 필요 물량 : 단주기 ESS 3.66GW 및 장주기 ESS 22.6GW 설치)에서 언급된 장주기 ESS에 포함될 수 있는 기술이며, 국외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확보한 원천기술들을 기반으로 상
용 NaS ESS를 보급해 활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NGK사는 NaS 배터리 관련 소재·부품·배터리·시스템 기술 전반에 대한 TRL을 상용화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더불어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핵심 유관기관의 꾸준한 개발 시도를 통해 supply chain이 형성되면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가까운 미래에 NaS를 도입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당장의 수월성을 위해 수입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국내 자체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NaS 수급 문제 발생 시 자체 조달 및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또 이 정도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제품 수입 시에도 어느 정도 대등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과 전력망 운영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사안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NaS 국산화를 시발점으로 국가 에너지 관리의 한축인 ESS의 건강한 기술 생태계 조성을 통해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가 더욱 굳건해지길 기대한다.

우상균 한전 전력연구원 대용량ESS연구실장, 장재원 한전 전력연구원 대용량ESS연구실 선임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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