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시범사업의 의미와 향후과제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시범사업의 의미와 향후과제
  • 이창호
  • 승인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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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전력시장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전력시장 개선과 정상화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이 1단계에서 중단된 이후 전력시장 또한 별다른 변화없이 CBP(Cost Based Pool, 비용기반전력시장)라는 과도기 상태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보완조치나 시장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지엽적인 부분에 그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말 전력시장 제도개선 방안이 발표와 더불어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를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제주지역에 한정된 시범사업의 형태이지만 그동안 많은 오랫동안 제기됐고 로드맵이 제시됐던 실시간 시장, 보조서비스 시장, 입찰과 같은 전력시장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들이 포함된 것으로 미뤄볼 때 본격적인 전력시장 정상화를 위한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도설계안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먼저 제주지역에서, 2025년까지는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한다고 한다. 이렇게 된다면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자원이 입찰을 통해 실시간시장에서 에너지와 다양한 보조서비스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기반의 거래가 이뤄지게될 것이다. 나아가 선도시장이나 용량시장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가격입찰까지 도입되다면 국내 전력시장도 이제 제대로된 모습으로 변모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전력수급 동향

전력시장이 이렇게 변화할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태양광, 풍력과 같은 간헐성 재생에너지 자원이다. 국내 전력시스템은 2010년 이후 수요자원, 재생에너지, 분산전원, 에너지저장장치 등의 도입으로 인해 수급자원 구성에 변화가 시작됐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와 더불어 그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오던 전력계통의 안정성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으며, 몇 년전부터는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심각한 운영상의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육지계통과 준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제주지역은 해를 거듭할수록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지역수요에 비해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역내 전력계통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전력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풍력 출력제어 조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7년 14일, 2018년 15일에서 2019년에는 46일로 3배 가량 뛰어올랐고, 2020년에는 7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6월까지 82건의 출력제어가 발생했다. 출력제어량도 2017년 1,300MWh에서, 2019년 9,223MWh, 2020년에는 1만 9,450MWh로 급속히 증가했다.

최근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의 셧다운도 잇따랐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출력제어는 풍력발전의 사례뿐이었지만, 2021년에는 태양광 출력제어가 발생한데 이어, 2022년 들어서는 6월까지 태양광 출력제어만 22건에 달한다고 한다. 무탄소를 지향하는 제주도는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전력 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2009년 도내 발전설비 비중의 9%를 차지하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13년 10%를 넘겼고, 2019년에는 49%로 높아졌다. 발전량 비중도 2009년 3%에서 2020년 16.2%로 상승했다.

원별 발전설비 비중

제주도에서는 2030년까지 풍력 2,345MW, 태양광 1,411MW, 연료전지 104MW, 바이오 40MW 등 총 4,085MW의 신재생설비를 통해 탄소‘0’를 달성하겠다고 한다. 제주지역에 허가된 풍력발전은 15곳 285MW, 태양광은 2,013곳 704MW이며, 이중 가동에 들어간 발전설비는 풍력 15곳 215MW, 태양광은 1,429곳 470MW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이미 올해 말 목표치인 660MW를 초과 허가된 상태다. 이렇게 된다면, 2030년 이후에는 제주지역 풍력.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횟수가 연간 수백 회에 달할것이고, 출력제어량에 따른 손실액이 수천억 원에 이를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으로도 이미 여러 가지 징후가 발생하고 있다. 2022년 여름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격히 줄어듬에 따라 7월 1주 때이른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졌으며, 2022년 7월 7일 최대전력 93.0GW로 수요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원별비중을 살펴보면 2021년 기준 LNG(31%), 석탄(28%), 신재생(19%), 원자력(17%) 순으로 신재생전원이 20%에 육박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6년 정격용량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45.3%), LNG(27.0%), 원전 (13.2%), 석탄 (11.3%) 순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전량에 있어서도 신재생이 2030년 134.TWh로 21.6%, 2036년에는 204.4TWh로 30.6%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차 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대 등 자원변화에 대응해 보다 스마트하고 유연한 계통 운영기반 마련을 위한 기준 정립의 일환으로 예비력체계 개선, 화력 최소출력 조정 등 전통전원의 유연성 향상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재생에너지 계통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실시간 관측·예측·평가·제어가 가능한 예측시스템 및 통합관제시스템과 같은 운영시스템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한 관성자원 확보를 위해 동기조상기로 보조서비스 제도 등을 통해 변동성 대응자원을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동기조상기와 저장장치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운영주기별로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백업설비를 구축하고자 수급 계획자원으로 반영했다.

국내외 사례

국내에서는 변동성자원에 대해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수년 전부터 전력공급자를 중심으로 ESS의 도입이 이뤄졌다. 국내 ESS 보급은 2017년부터 급격하게 늘어나, 2019년에는 용량이 6.3GWh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ESS는 주로 부하이전, 재생에너지와 연계, 주파수조정, 무정전전원장치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중 부하이전과 재생에너지 연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자는 DR이나 전력거래 차익을 목적으로 하고, 후자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ESS 자원으로 인한 편익은 발전, 송전, 배전, 에너지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ESS자원의 편익산정과 활용에 관한 연구가 이뤄진바 있다. 발전설비 건설회피, 송전설비 회피 및 혼잡완화, 계통운영서비스 제공, 부하이전 및 삭감 등의 편익이 전력시장을 통해 제공된다면 변동성 자원으로서의 활용성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력시장에서 계통운영보조서비스(AS, Ancillary Service)는 전력계통의 신뢰성, 안정성 및 전기품질의 유지 그리고 전력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전기사업자가 제공하는 주파수 조정, 예비력, 무효전력 및 자체기동 등으로 구분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운영규칙에서 정하는 보조서비스에 해당하는 서비스 제공 대상설비에 대해 보상을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표 6과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예비력을 제공하는 자원에 대해 시장가치 기반으로 보상하는 실질적인 시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즉, 기존의 보조서비스 시장은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평가해 산정하는 외국과는 달리 배정액 기준으로 보조서비스 형태별로 일정액을 거래소 기준에 따라 배분해 보상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전력시장에서 보조서비스가 거래되는 규모는 2013년, 2017년 2년 중 7개 ISO별로 최소 7,000만 불(약 870억원)에서 최대 182억 8,000만 불(약 2조 2,500억원) 수준으로 지역과 시점에 따라 편차가 크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보조서비스시장이 미약한 MISO를 제외하면 대체로 에너지시장의 1∼3% 범위로 나타나고 있다. 

 

향후과제

시장이란 재화나 상품의 거래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에너지자원의 변화와 다양성을 담을 수 있도록 기존의 인식과 접근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나가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한다. 전력산업은 이미 공급자원에서도 대규모 설비에서 분산형 자원으로 급전가능 발전소에서 급전 불확실 자원으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수요자원이 늘어나면서 자원의 형태와 공급방식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규모 분산자원 즉, VPP 자원의 집합화와 이를 위한 최적구성 및 운영의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시장을 통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 시장 참여자가 창의력과 비전을 가지고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시장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시장운영자의 역할이라 하겠다. 특히 거래자원의 신뢰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BM에 기반을 둔 다양한 수익모델이 도출이 가능하여야 한다. 아울러 이를 가능하게 하는 대상자원의 유형, 범위, 규모, 지역 및 기술기준도 병행되어야 한다. 집합자원의 구성이 가능한 자원별 특성 및 구성에 따른 거래자원확보의 유형을 제시한다면 표 8과 같이 구성할 수 있다. 

이들 자원의 기여도와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시장지표나 요소로는 표 9와 같다. 이러한 자원구성과 시장모델이 만들어진다면 사업자 스스로 수익극대화를 위한 단독 또는 집합자원을 통해 입찰전략을 모델링할 수 있을 것이며, VPP 자원의 다중화에 따른 최적구성 및 운영을 통한 수익모델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공급자원뿐만 아니라 수요자원의 활용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 수요자원으로 활용되는 ESS에 대해서도 공급자원과 동등하게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집합자원의 참여를 늘리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국내여건에서 조달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확대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자원의 경우 이미 DR시장을 통해 상당기간 경험이 축적되었으며, 기존의 DR시장이 가지고 있는 미비점과 제공되는 가치나 투명성에 대한 문제도 이번 기회에 풀어 나간다면 바람직하다 하겠다. 아울러 보유자원의 많은 산업체의 참여를 확대한다면 공급자원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유연성의 제약과 한계를 극복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장개선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나아가 전력산업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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