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에너지 저장기술 개발동향 및 전망
열에너지 저장기술 개발동향 및 전망
  • 우상균·김유영
  • 승인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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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탈석탄화

한국은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하고 계절에 따라 생활양식을 변경함으로써 연중 자연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삶을 이어가는 국가 중 하나다. 특히 자연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환경의 변화와 삶을 융화시킴으로써 여름과 겨울의 폭염, 장마, 한파, 대설 등 통상적인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일상과 조화를 이루는 특유의 생활양식과 풍속을 만들어 온 탓에, 인류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와 그 위성에 대한 인식이 서구권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매년 증가하는 산불의 횟수와 폭염, 폭우 및 폭설에 더욱 강력해진 태풍의 위력까지 최근 전 세계를 강타했던 기후재난의 피해는 그동안멀게만 느껴졌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당장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수 있는 주요 현안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벨기에 재난역학연구센터(CRED)의 재난통계자료(EM-DAT)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연재해 발생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는 1만 1,072건으로 이 가운데 1970년대에는 711건이 발생했으나 2010~2019년에는 3,165건으로 과거 대비 약 네 배가 증가했으며 경제적 피해액 또한 1,754억 달러(197조 원)에서 1조 3810억 달러(1,560조 원)으로 8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이다.

한편 2022년 한국리서치와 언론사 시사IN은 한국 국민 1,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2022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에 대한 질문에 인간활동 영향으로 응답한 인원이 전체의 86.7%를 차지했고, 이러한 기후위기의 문제가 나의 문제처럼 느껴진다고 응답한 인원이 전체의 64.5%를, 기후위기가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어야 한다고 응답한 인원도 43.3%로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개인의 높은 위기의식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기후위기의 해법과 관련한 핵심으로 매번 거론되는 석탄화력발전, 원자력발전 및 재생에너지 발전 등 에너지 분야와 관련한 질문에서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을 중단해야한다’라는 의견에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가 넘는 74.6% 비율의 응답자가 동의한다는 응답을 냈고, 이어지는 ‘화력발전소 등에서 고용불안 문제가 생기더라도 탈석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는 의견에도 비슷한 수준인 68.9%의 응답자가 동의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국내 전력 생산분야에서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점차적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탈석탄화 정책에 관한 한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여론조사 업체는 평가했다.

탈석탄화의 두 얼굴

석탄발전은 세계 최대의 발전원이자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배출원으로, 탈석탄은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 근본적이고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 세계 79개국에서 2,400기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총 용량은 약 2,100GW에 달한다. 189개 이상의 발전소에서 추가로 176GW의 석탄발전 용량이 건설 중이며, 296개 발전소에 280GW가 계획되어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특히 선진국에서 2030년까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 발전소를 폐쇄하며, 나머지 국가들에서도 이를 곧 뒤따라야 한다고기후변화 및 에너지와 관련한 국제기구에서는 매해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UN의 기후변화 협약기구(IPCC)는 2018년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을 위해 2050년까지 전 세계의 석탄발전 중단을 권고하였으며, 국제 에너지기구(IEA) 및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에너지 산업과 관련한 주요 기관에서는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탄소중립의 주요 핵심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탈석탄화의 국제적 이행에 대한 국제적 대응 노력과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sgow Climate Pact)를 채택하며 사실상 폐쇄일정이 정해진 석탄발전소의 수가 750개로 거의 2배가 증가했고, 그의 발전용량은 약 550GW으로 현재 운전 중인 석탄화력 발전용량의 약 26% 달하는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 내며 탈석탄화에 대한 각국의 기조를 공고히 했다.

한국에서의 석탄화력발전소는 국가 경제성장과 지속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뒷받침하는 핵심설비로써, 1960년대 공업화의 밑거름 및 1970년대 오일쇼크 극복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는 등 2000년대까지도 최대 비중의 발전원으로 안정적인 에너지수급의 중추로 활용됐으나,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이후, 노후 석탄발전 10기가 폐지된 상태이다.

저가 발전원 및 비상전원 확보를 위해 현재에도 다수의 설비가 운전 중이지만, 석탄발전량 제한 시행과 함께 한국의 탄소배출을 기존 대비 21%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 시켜오는 등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발전설비의 감축이 계속해 진행 중이다. 2023년 1월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향후 2036년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28기를 순차적으로 폐지하면서 LNG복합화력발전으로의 연료전환을 수행할 계획을 밝혔으며 2036년까지 석탄화력의 발전용량 비중은 전체의 11.4%에 해당하는 27.1GW까지 축소시킬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을 전체의 45.7%인 108.3GW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34년 말 잔존하는 37기의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추가 폐지·전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폐지 대상은 석탄발전 설비를 활용하는 암모니아 발전, LNG 대체 후 수소를 활용한 청정발전이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등 무탄소 친환경 전원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탈석탄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AR6)에서는 현재의 노력으로는 1.5℃의 평균 상승온도 저지 목표달성이 불가능하고, 석탄발전의 조기퇴출이 선행되지 않으면 앞으로 신규 화석연료 에너지 설비가 증설되지 않는다고 해도 지구의 평균 상승온도는 1.5℃를 상회할 것이라 경고하며, 현재의 계획보다 더 빠른 조기폐지와 신규 설비 도입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외적으로는 주변국의 정세와 에너지 안보가 연관된 위협요소와 국내로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조기폐지에 따른 발전사업자의 권리, 일자리 및 지역경제 영향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남아있어 앞으로의 탈석탄화와 관련한 정책과 사업의 이행이 순탄하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에너지 안보 위기 대응방안

‘기후위기’와 더불어 에너지 분야에 던져진 뜨거운 화두는 ‘에너지 안보’다. 에너지 안보는 에너지 공급과 이용에 관한 안전과 안정성을 보장하고, 에너지의 수급과 사용에 따른 위협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안보는 경제적 안정성, 국가 안보, 환경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다양한 에너지원을 다각화하여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거나 에너지 생산과 유통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개선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국제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여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과 이용을 보장하고 에너지 위기 발생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적 침공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로 인해 세계 최대 수준의 화석연료 수출국가 중 하나인 러시아의 석유, 천연가스 및 석탄 등 다양한 에너지 자원 공급이 줄어들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었고 역사상 전례 없는 연료비 상승을 유발하며 에너지 안보와 관련한 모든 위협요인이 공격받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도미노 효과를 내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촉발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으로 인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국가는 유럽연합이다. 유럽은 러시아가 수출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매우 의존하고 있어 이번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던 천연가스의 공급이 전면 중단되면서 에너지 요금 인상에 따른 사회 전반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산업계의 여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수요의 97%를 수입하는 한국도 화석연료 수급 불안정에 따른 연료비의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전쟁 발발 이후 각국이 에너지 재고 확보를 위해 화석연료 수급에 적극적으로 나섬에 따라 초래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은 지속적인 화석연료비의 동반 상승을 유발시켰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대부분의 소비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함에 따라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경제에도 역성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굳건한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망의 다변화와 탄소중립 실현이 매우 중요하다. 2021년 로마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 및 에너지 위기 해소를 위한 7대 핵심 원칙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에너지 효율 향상이며, 이는 가정과 기업의 에너지 비용 절감과 수요 감소에 이바지하며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는 데 있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G20 국가들은 에너지 효율 관련 정책 수립 및 지원, 투자 확대, 표준 수립에 노력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두 번째로,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에 따라 발생하게 될 계통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는 계통 유연성 자원의 확보이다. 아울러 기존의 화력발전 축소에 대비해 대용량 장주기 ESS 확보 등 유연성 관련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 번째로, 저탄소 발전 및 기술의 다양화다. 이는 에너지 안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에너지 믹스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저탄소 발전원으로는 수력, 양수, 원자력 발전 등이 있으며 저탄소 기술로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수소·암모니아 혼소·전소 연료전환 등이 있다. 네 번째로, 기존 에너지 인프라의 스마트한 활용으로 향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폐쇄가 예정된 석탄화력 및 가스 복합화력 발전소에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여 연료전환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실례로 조기 폐쇄가 예정된 석탄화력발전소도 이후 서술할 열에너지 저장기술을 활용해 재이용(Retrofit)한다면 효율적인 연료전환이 가능하다. 다섯 번째로, 석유 에너지 안보의 현대화를 제시했다. 향후 탄소중립 실현이 진행됨에 따라 석유의 수요는 감소하겠지만, 석유는 여전히 에너지 안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연료공급망 시스템이 구축 및 개선돼야 한다. 여섯 번째로, 새로운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비해야 함을 제시했다. 전쟁과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는 가스 및 석유 외에도 리튬, 코발트, 구리 등의 핵심 광물자원의 가격상승을 불러왔기 때문에, 새로운 공급망을 마련하거나 핵심 광물의 추출 및 재사용 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이러한 물리적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 기술의 마련 또한 중요한 요소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 원칙은 사람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다. 에너지 전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에너지 산업 종사자들의 소외나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인한 상대적 빈곤 및 사업자들의 수익 감소에 대응해 새로운 수입원을 확보하고 기술을 보급함으로써 생산자 고용 유지 및 수익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대용량 에너지 저장기술 필요성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World Energy Transitions Outlook 2022 : 1.5℃ Pathway’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시나리오로 동일연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을 65%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전 세계 추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약 8,000GW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는 전망인데,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가지고 있는 출력변동성을 고려한다면 전력망과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간의 급격한 수요-공급 불균형이 발생하는 시기에 발전단과 전력망 사이에서 잉여전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발전단의 효율과 전력망의 안정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 등의 유연성 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대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이뤄지는 시기에는 관리해야 하는 변동성의 규모가 기존 리튬이온 기반 ESS 시스템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수십GW급의 저장능력을 요구할 전망이기 때문에 하나의 설비가 대용량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필요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 기술이 필수적이다. 한국도 앞서 언급한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인 45.7%를 달성하기 위해선 108.3GW까지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확보해야 하고, 이에 따른 변동성 대응, 전력계통 신뢰도 유지 등을 위해 기준 설비예비율에 따른 재생에너지 백업설비 목표 용량을 2036년 기준 143.9GW로 계획했다. 이 가운데 장주기 에너지 저장설비 용량이 2036년까지 22.6GW로 할당되어 있으며 1.75GW의 규모로 설정된 양수발전기술을 제외한 20.85GW의 장주기 에너지 저장설비와 관련한 기술 포트폴리오 확보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열에너지 저장기술 현황

전통적인 열에너지 저장시스템은 열원기반의 에너지를 다른 형태로 변환하지 않고 그대로 저장해 뒀다가, 최종 소비처의 용도에 따라 냉난방용 열원으로 공급하거나 전력 생산에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기술로 재생에너지 활성화 이전부터 연구되어오던 분야다. 그러나 본 원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열에너지 저장기술은 잉여 재생에너지를 고온의 열에너지(~600℃)로 변환한 뒤, 열저장 매체에 저장해뒀다가 필요시 이를 활용해 스팀을 생산해 스팀터빈을 구동시켜 발전하는 친환경 에너지 저장 및 발전설비 기술로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 완화와 부하 평준화 및 공급과잉 대응 등 전력망 유연성 공급설비를 목적으로 하며, 이러한 대용량 에너지 저장기술로서의 열에너지 저장기술을 서술하기 위해 기후위기로 인한 탈석탄화 정책 기조부터 에너지 안보 그리고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저장 필요성까지 앞서 살펴보았다. 열에너지 저장기술의 의의와 관련한 핵심배경을 다시 한번 요약하면 1.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탈석탄화의 중요성이 매년 높아지고 있음. 2. 석탄화력발전소의 조기폐지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매우 시급한 과제이지만,에너지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과 사회적 문제의 해결방안 확보를 위해 지연 중임. 3. 에너지 안보의 확보를 위한 7대 핵심 원칙 준수 필요. -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투자 확대, 표준 수립에 노력 - 재생에너지 확대 및 적기 수용을 위한 ESS 등 유연성 자원 확보 - 에너지 기술 다양화 및 에너지믹스 구축을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 기존 에너지 인프라의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기술 도입 - 에너지 전환시대 석유 공급망 재정비를 통한 석유 에너지 안보 현대화 - 에너지 안보 위기 대응전략 확보(전쟁, 자원수급, 사이버 위협 등) 4. 에너지 위기 및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장주기 에너지 저장기술 필요성 증대 등이다.

열에너지 저장기술을 활용한 전략망 유연성 확보 시스템은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지에 따른 높은 가치의 좌초자산(발전소 부지, 보일러 및 스팀터빈 등)의 활용방안과 발전사업자의 권리, 일자리 및 지역경제 영향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기존 인프라의 재활용(Retrofit)을 통해 일정부분 해결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연료전환을 통해 탈석탄화를 실현하고,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맞춰 점차 그 규모가 증가하게 될 재생에너지원의 변동성을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장주기 대용량 에너지 저장설비로의 활용성이 기대되는 유력 후보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他대용량 장주기 에너지 저장기술 대비 비교적 낮은 50% 미만의 에너지 효율(Round-trip Efficiency, RTE)의 특징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에너지 설비 인프라의 재이용을 통한 경제성 확보와 조기 도입이 가능하고 탈석탄화 정책의 강화 기조로 조기 폐지된 석탄화력발전소의 친환경 설비로의 전환을 제시할 수 있기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과 미국에서 개념 연구와 소규모 실증연구가 수행되어왔다. 잉여 재생에너지의 저장과 발전의 역할이 결합된 열에너지 저장시스템을 기존기술과 구분해 카르노 배터리라 칭하기도 하며(이하 카르노 배터리), 이상적인 열역학적 사이클을 일컫는 카르노 사이클에서 그 명칭이 유래된 것처럼, 카르노 배터리는 잉여전력을 히터 또는 히트펌프 등에 사용하여 열로 저장하였다가, 필요시 열을 안정된 전력으로 다시 변환하여 송전하는 전력망 연계형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 저장기술을 의미한다.

변동성 전력을 열로(Unstable-Power-to-Heat, P2H), 열을 안정된 전력으로(Heat-to-Stable-Power, H2P) 변환하는 요소기술이 핵심이며, 안전하고 경제성 높은 열저장 매체와 열교환기를 선정하고, 전력망과 유연한 연동이 가능한 전체 시스템의 설계 및 운전기술의 확보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유연성 자원으로의 활용이 가능하다. 카르노 배터리는 고온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석탄화력발전 설비와 매우 유사한 기술 구조로 되어 있어 기존 인프라의 좌초자산 재이용(Retrofit) 및 기술 전환을 통해 신속하게 상용화 기술로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통해 경제성이 높으면서도 안전하고 신뢰도가 높은 수십~수백 MW급 이상의 국가 기간 인프라 규모의 전력저장 시스템의 구현이 가능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폐지 석탄화력발전소의 대지를 활용함에 따라 친환경에너지설비의 도입을 위한 초기투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신규 부지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지역사회의 합의와 입지제약 평가 등 설비 외적인 사회적 비용의 절감이 가능하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폐쇄 석탄화력발전 설비와 상당수의 기존 전문인력을 활용함으로써 우수한 계통 수용성과 경제성 확보가 가능해 일자리 및 지역경제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의 해결방안 제시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전력망과 연계한 카르노 배터리의 형태는 현재까지 개념연구 단계로 시스템 레벨의 기초 실증이 일부 진행된 상태이다. 미국의 Malta社는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상으로 자사에서 개발 중인 히트펌프-터빈 결합형 에너지 설비를 이용한 PHES(Pumped Heat Electrical Storag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용융염과 기존 석탄화력 발전소의 좌초자산을 재이용한 100MW-1GWh 규모의 카르노 배터리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미국전력연구소(EPRI)는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상으로 콘크리트 열에너지 저장시스템(Concrete Thermal Energy Storage System)의 열저장 매체에 관한 실증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독일의 항공우주센터(DLR)와 미국의 사우스 웨스트 연구소(SwRI)도 각각 칠레와 텍사스주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상으로 전기 히터 기반의 250MWe 규모 카르노 배터리 시스템과 히트펌프 기반의 260MW 규모의 카르노 배터리 시스템 전환을 위한 개념 및 타당성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카르노 배터리의 실증과 관련한 프로젝트 외에도 재생에너지의 도입과 탈석탄화를 강조하고 있는 독일, 덴마크 및 영국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이산화탄소 사이클 기반의 히트펌프 시작품 개발, 화산암을 이용한 열에너지의 저장 실증과 전기히터를 활용한 파일럿 규모의 시스템 실증 등 카르노 배터리와 관련한 요소기술의 검증 과제가 완료된 상태이거나 수행 중이며, 기술의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향후 R&D 과제를 제시했다.

1. 상용화가 이뤄진 전기히터 기술을 이용한 빠른 장주기 에너지저장 기술도입이 가능하나, 양수발전기술 및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기술과 같은 장주기 에너지 저장기술과의 경쟁을 위한 에너지 저장 효율개선 기술개발 필요(고온 히트펌프 및 발전배열 재고급화 기술 등) 2. 고온의 열에너지 저장을 및 이의 활용이 용이한 경제적인 열저장매체 개발 필요 (열저장 매체의 선정이 카르노 배터리의 기술구현 난이도 및 경제성을 결정) 3.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설비 재이용을 위한 최적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개발 필요

국내에서도 지난 2020년까지 2년간 카르노 배터리와 관련한 선행연구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주관으로 수행되었으며, 카르노 배터리에 대한 히트펌프 기체동력 사이클 설계, 설비 계통 해석 및 열저장 매체 타당성 검토 등의 연구를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및 기계연구원 등 주요 기관과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및 삼성에너지어링 등 요소기술과 관련한 선도기업을 구성으로 구성된 전문가 조직을 통해 기술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결론을 서술하기에 앞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본 원고에서 자세히 언급하지 못한 양수발전, 해수양수발전, 압축공기 에너지저장 등 모든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저장 후보기술이 각자의 경제적·기술적 강점과 취약점 그리고 그의 보완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시기적·지리적·환경적 특성에 따라 이 모든 기술이 고려되고 후보기술들 가운데 최적 기술이 선정되어 도입이 이뤄지는 이른바 에너지 저장 믹스(ESS Mix)의 관점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입지제약이 가장 큰 취약점으로 고려되는 내륙양수발전과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시스템도 각각 폐쇄형 내륙양수발전, 해수양수발전과 복공식 압축공기 지하저장소(LRC)와 같은 취약점 보완전략을 통해 입지제약을 상당 부분 개선함으로써 설비 도입을 가능케 할 수 있고,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설비의 경우 복합화력발전 설비와 연동하여 운영하는 2세대 시스템 기술로 복합화력발전의 효율을 보다 높이면서 친환경 유연성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보완전략을 통해 기술도입의 타당성을 제안할 수 있는 것처럼 각각의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저장 기술을 핵심 포트폴리오로써 전략자원화하고 필요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둬야 한다는 점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열에너지 저장기술이 가지고 있는 낮은 에너지 저장 효율 및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요소기술 역량 미확보 등의 취약점은, 기후위기 및 에너지 안보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조기폐지 석탄화력의 활용방안 확보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유연성 자원 확충을 기존 인프라의 재이용(Retrofit)을 통한 경제적 조기 도입이 가능하다는 전략으로 보완하고, 낮은 에너지저장 효율에도 불구하고 폐지 석탄화력발전의 활용방안을 빠르게 수립하고, 장주기 에너지저장의 조기 도입과 일자리 및 지역경제 등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한 활용처에서 도입할 수 있도록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용량 에너지 저장시스템을 적기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술적· 사회적 이해에 기반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전통적인 중앙집중형 대규모 발전설비 시스템과 미래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시스템 간의 전력수급관리 패러다임 사이에 존재하는 기술적 변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근거 마련과 탈석탄화 및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사회적 일자리, 지역경제 영향과 같은 사회적 요구사항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이 적극적으로 수반되어야 이러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 저장시스템이 적기에 도입되어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상균 한전 전력연구원 대용량ESS연구실장·김유영 한전 전력연구원 대용량ESS연구실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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