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연계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기술 개발 동향 및 전망
재생에너지 연계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기술 개발 동향 및 전망
  • 우상균·김유영
  • 승인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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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재생에너지원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보급되면서, 에너지와 관련한 주요 국제협력기구에서는 멀지 않은 기간 내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원을 넘어 세계 최대 발전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국제 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한 Renewables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까지 전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2,400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중국의 전체 발전 설비용량에 맞먹는 규모다. 이러한 전세계의 재생에너지 보급확대는 과거 5년간에 비해 그 도입 속도가 85%가량 증가한 수준이며, 2021년에 예측한 수치에 비해 약 30%가 높을만큼 가속도가 붙은 것이여서 향후 5년간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량이 이전의 약 두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5년간 각국이 도입하는 신규 발전 설비의 90% 이상을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며,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안보 우려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증가량이 이전 5년의 약 두 배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이러한 추세라면 재생에너지가 2027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공급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에너지 생태계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오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 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및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완전한 탄소중립을 위해 2050년에 이르러서는 재생에너지가 이용률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세계 에너지의 90% 수준이 달성돼야 하며 사실상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는 전망인데, 재생에너지 발전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될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출력 변동성을 고려한다면 급격한 수요-공급 불균형이 발생하는 시기에 발전단과 전력망 사이에서 잉여전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발전단의 효율과 전력망의 안정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에너지 유연성 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대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이뤄지는 시기에는 관리해야 하는 변동성의 규모가 기존 리튬이온 기반 ESS 시스템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저장능력을 요구할 전망이기 때문에 하나의 설비가 대용량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필요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기술이 필수적이다. 

지난 1월 산업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45.7%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08.3GW에 이르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보해야 하고, 이에 따른 변동성 대응, 전력계통 신뢰도 유지 등을 위해 기준 설비예비율에 따른 재생에너지 백업설비 목표 용량을 2036년까지 143.9GW로 확대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이 가운데 장주기 에너지 저장설비 용량이 2036년까지 22.6GW로 할당되어 있으며 1.75GW 규모의 양수발전을 제외한 20.85GW의 장주기 에너지 저장설비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 포트폴리오의 확보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에너지 저장설비는 전기에너지의 저장 방식에 따라 기계적, 전기화학적, 화학적, 전기적, 열적 에너지 저장설비로 기술유형이 분류되며. 각 기술의 충방전 과정과 관련한 특성에 맞춰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 전력망 주파수 조정, 부하 이전 및 무정전 전원공급과 같은 전력망의 안정성 향상을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 중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유연성 자원으로써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 저장의 구현이 가능한 기술로 압력, 열 등 기계적 에너지로 전기에너지를 전환하여 물리적 저장소를 통해 대용량의 에너지를 장기간 저장하고, 필요시 이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계적 에너지 저장기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현재 주로 연구되고 있는 기계적 에너지 저장기술은 전기에너지를 전환하는 방식에 따라, 중력 에너지 저장,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해수양수발전, 액화공기 에너지 저장 및 열 에너지 저장 등으로 구분되고 있으며, 구현과 관련한 핵심 요소기술의 수준, 경제성 및 사회 수용성 등의 특징에 따라 각각의 특징적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중 공기를 고압으로 압축해 지하 공간에 저장 후 필요시 이를 재팽창시켜 터빈을 통해 발전하는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기술은 압축기, 스팀터빈, 고압 LNG 지하 저장조 등의 기존 발전설비와 핵심 요소기술이 유사해 타 기술 대비 기술구현에 필요한 요소기술의 수준이 높고 기존 발전설비와 연계해 활용할 경우, 에너지 저장설비와 발전 설비 모두 더 높은 효율로 운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탄소중립의 적기 실현을 위한 주요 유연성 자원 설비로 재조명받고 있다.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Compressed Air Energy Storage, CAES)

압축공기 에너지저장 설비의 기술적 원리는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잉여전력으로 공기를 압축해 재생에너지를 저장한 뒤, 필요시 이를 재가열하거나 저장된 압력을 그대로 이용해 터빈을 회전시킴으로써 전력을 생산하는 원리다. 공기의 압축에는 기존 발전기술에서 활용되는 공기 압축기의 설계기술을 활용하고, 지하에 건설된 특수한 공간에 대용량의 압력 에너지 형태로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기를 매개로 기계적 에너지의 형태를 통해 전기 에너지를 변환하여 저장하기 때문에, 전기화학 및 화학적 에너지저장 시스템에 비해 폭발·화재 등 에너지 저장 매체의 연소반응에 기인한 안전사고와 관련해 설비 안정성이 높고 핵심설비의 유지관리가 용이해 수명이 긴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분류는 외기와의 열교환 유무에 따라 비단열 시스템(Diabatic CAES) 및 단열(Adiabatic CAES) 시스템으로 구분하며, 저장되는 압축공기의 압력 변화 유무에 따라 변압식과 정압식 설비로도 분류된다.

1세대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기술은 1970년대 후반 가장 먼저 제안된 기술로 연료를 직접 사용해 압축공기를 재가열하는 비단열식 시스템이며, 4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독일(Huntorf)과미국(Mclntosh)에서 상용운영 중이다. 이후 압축공기의 재팽창을 위해 가열시 연료를 사용하는 1세대 시스템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복합화력발전소와의 연계 운영을 통해 연료 사용과 관련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2세대 시스템이 제안됐다.

2세대 비단열식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은 가스터빈의 폐열을 활용해 압축공기를 재가열함으로써 추가적인 연료 사용 없이 발전이 가능하고 복합화력발전소의 에너지 사용률과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의 효율을 동시에 개선함으로써 단일 복합화력발전 대비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단열식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은 공기압축시 생성되는 고온의 열을 독립된 열 저장조에 저장하고 이를 압축공기의 재가열시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2세대 비단열식 시스템과 다르게 타 발전소와 연계하여 건설할 필요가 없고 압축-저장-재팽창–발전 과정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에너지저장 시스템만으로도 70% 수준까지의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지만, 고온의 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저비용의 열 에너지 저장매체와 고효율의 열교환 기술 등 기술의 구현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기술로 현재 기술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해외에서는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지하 저장조 건설비용을 낮추기 위해 암염층을 주로 적용했다. 이로 인해 기술 도입을 위해서는 천연 암염동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어 한국에서는 구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오해를 가지고 있는 연구자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건설을 위해 암염동굴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미국과 같이 넓은 지역에 암염층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암염층의 소금을 녹여 저비용으로 지하 공간을 확보하고 암염이 가지고 있는 높은 기밀성을 활용해 경제적인 지하 저장조를 건설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오히려 적절한 암염층이 존재하면서 송전설비가 갖춰진 지역을 찾기가 쉽지 않고 저장공간의 체적에 비례하는 저장용량의 설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입지제약이 없는 암반공동 기반 압축공기 저장기술을 적용하는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의 경우도 암반내 압축공기 저장기술을 적용할 경우 천연 암염동굴과 관련한 입지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기술의 구현이 가능하다.

이미 지난 50여년 간 암반 내 지하공간을 확보하여 에너지 비축을 위한 기지가 건설되어 상업 운전 중이며, PNG(Pipeline Natural Gas)와 수소 등의 대용량 저장을 목적으로 초고압 내압성능을 가진 LRC(Lined Rock Cavern)의 실증 사업이 진행된 이력이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540기압급 파일럿 실증을 1989년 완료 후 이를 토대로 심도 100m에서 150~300기압으로 운영이 가능한 LRC 실증을 2002년에 완료한 바있다.

기술현황 및 전망

압축공기 에너지저장 기술의 개념은 1940년대 초 기초개념이 제안됐고, 이후 1960년대에 이르러 원자력 발전과 석탄화력발전 도입이 시작되면서 발전 플랜트의 부하 이전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최대 부하시 안정성 향상과 같은 에너지 현안이 대두됨에 따라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1969년 독일 Unterweser 원자력 발전소 건설 후 주변지역의 급전 및 피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초의 상업용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설비로 1978년 독일 Huntorf에 최초의 상업용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플랜트가 건설됐다. Huntorf CAES는 290MW 출력의 설비를 갖추고 암염돔 내 용해채광 기법으로 형성시킨 암염동굴을 활용하여 압축공기 저장조를 건설했으며, 50~70기압의 운영 압력으로 2시간 정격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계됐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부(DOE)를 중심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태평양 북서부 국립연구소(PNNL)를 통해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기술과 관련한 기술개발과 사전 실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 단기 실현이 가능한 기술로 비단열 시스템에 대한 미국내 기술개발 프로그램이 추진됐으며, 이후 미국전력연구소(EPRI)로 이전돼 연구가 이어졌다.

PNNL은 다양한 유형의 차세대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 중에서 비단열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기술을 유망 기술로 선정했으나, EPRI에서는 고온 열에너지 저장 및 추가 가스 연소를 결합한 2세대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기술을 가장 유망한 차세대 솔루션으로 선정했다. 미국은 1991년 Alabama 주 McIntosh 카운티 부지에 상업용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후 Ohio 주 석회석 광산을 활용하는 Norton 프로젝트, NYSEG Seneca 프로젝트, PG&E의 다공성 암반기반 300MW급 비단열식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 프로젝트 등이 계획되기도 했다.

미국의 McIntosh 프로젝트 이후 비록 대규모 상업용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 프로젝트들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지만, 미국, 유럽 및 중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증 연구가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지질 자원연구원에서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용 LRC 파일럿 실증연구(2009~2011)와 단열식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설비를 위한 지하 열에너지 저장에 대한 핵심기술 개발(2012~2014)을 수행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50기압급 내압성능을 가진 LRC 기본설계 개념과 시공방식에 대한 기술검증을 완료했고, A-CAES용 400℃급 고온 열저장용 암반공동 모델에 대한 기본설계를 제시했다.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스위스 로잔연방공대와 공동으로 비단열식, 단열식, 등온식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대한 해석 및 비교 연구(2008~2012)와 양수발전이 결합된 정압식 압축공기 저장 발전시스템의 열경제성 모델링 및 최적화 연구(2010~2011)를 수행했고 인하대학교와 공동으로 복합화력발전과 연계한 100MW급 한국형 CAES 시스템 최적화 연구를 진행한 이력이 있으며, 고등기술연구원은 미활용 공간을 활용한 에너지 저장 인프라 건설·운영 기술 개발 기획 과제에서 폐터널을 이용한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 기술개발과 관련한 연구기획(2022~)을 수행 중에 있다. 최근에는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에서도 복합화력발전소와 연계한 2세대 단열식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기술개발과 관련한 신규 연구개발 기획과제(2022)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및 한국전기연구원과 함께 수행했으며, 주기기 R&D, 지하 저장조 E&C, 안전관리기술과 관련한 선도기업 및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형 2세대 비단열식 압축공기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기술개발과 관련한 신규 연구 개발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단기내 실운용이 가능한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저장기술로 압축기, 터빈 및 지하공동 저장조 등 핵심기술의 기반이 형성된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최근 재조명받고 있다. 재생에너지원 통합 및 프로젝트 실증, 시스템 신기술의 개발 등 새로운 성장요인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확대와 함께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과 관련한 기술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 시스템은 부하단과 발전단이 분리되어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부하관리 측면에서 큰 강점이 있고, 발전단 및 송변전단에서의 부하이전과 같은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 저장장치의 고유 기능 외에도 발전원 효율향상, 전력망 보조서비스 적용 등 활용범위가 넓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에너지 저장기술 간 기술적 특성의 차이에 기반해 각 에너지 저장 기술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응용분야를 다르게 결정하고 이를 에너지 설비 도입 계획에 반영해야하는 미래 전력시스템에서 폭넓게 적용이 가능한 발전원 규모의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 저장 후보 기술로써 더욱 그 의미를 가지는 부분이라 판단된다. 에너지 위기와 탄소중립 실현 등 에너지 시스템 구조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전환 시기에 안정적이고 유연한 미래 전력시장 구현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계통 수용성 향상과 전력피크 기여도 제고 및 유연성 자원 확보와 같은 계통운영 현안을 해결해야만 한다. 따라서, 분산형 발전원의 관리와 에너지 저장 믹스를 함께 고려해야 할 시기가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것이며, 당면한 국내의 에너지 현안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저장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기술은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면서 전력망 내에서 폭넓은 활용이 가능한 후보기술로서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른 계통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에너지 안보 솔루션’(Energy Security Solution, ESS)으로서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우상균 한전 전력연구원 대용량ESS연구실장 김유영 한전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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