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력 인프라의 갈등관리 관련 주요 사례조사
해외 전력 인프라의 갈등관리 관련 주요 사례조사
  • 이성재
  • 승인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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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수용성 이슈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화 및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이를 수용하기 위한 추가적인 송배전망 설비의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환경, 재산, 가치 등에 대한 시민의식의 변화로 전력설비 건설에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국내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과 건설 중인 대규모 발전소에 대응하기 위해 송배전망의 적기 구축이 필요하나, 지역주민과의 갈등 문제로 건설이 지연되기는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전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해안 주변에 신규 발전소가 건설되면서 추가적인 송전망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건설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동해안의 신규 발전소들은 2024년에 준공이 완료될 예정이나 송전망은 주민 수용성 문제로 인해 준공 목표가 2021년에서 2026년 이후로 연기됐다.

송·변전 등 전력 인프라의 건설 지연은 국가적 비효율성을 증가시켜 사회적 후생 손실을 초래하는 만큼, 지역의 주민 수용성 개선을 위한 갈등관리가 중요하다.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면 건설 기간 증가로 투자 비용이 상승할 수 있고, 송전 제약으로 인해 기존 발전소 운영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력산업에서의 갈등관리

송·변전 건설사업 등 전력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예상되거나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갈등을 사전 예방부터 해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갈등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갈등 예방은 사업추진에 앞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갈등 요인을 예측 및 분석해 사전에 갈등을 예방하는 활동이다. 갈등 완화 및 해결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 발생 시 이를 조정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모든 과정으로, 전력회사가 아닌 제3자가 개입해 이해당사자의 갈등 해결을 지원하는 중재도 포함된다.

사후관리는 갈등 종식으로 인해 사업이 진행된 후 지역에서 갈등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고 이해관계자간에 심각한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을 치유하고 지역 공동체가 회복되도록 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국내외적으로 전력 인프라로 인한 지역주민과의 갈등 문제를 예방, 완화 및 해결, 사후관리를 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

해외 갈등관리 사례

갈등 예방

해외에선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전력 인프라 계획 수립 이전에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에 구축된 선형사업의 주변에 송전망을 건설해 갈등을 예방하거나, 전력망 사업 계획 전에 해당 지역을 조사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갈등 발생 지점을 미리 파악해 선제적인 해결방안을 검토한다. 전력망 건설 전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얻기 위해 캠페인과 교육 등을 시행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사전에 여러 보상 프로그램을 제공해 수용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먼저, 도로나 철도 등 선형사업의 주변에 전력망을 설치하는 방식이 있다. 미국 미네소타에서는 NextGen Highways이란 이름으로 기존 고속도로에 HVDC 송전망, 통신망을 통합한 차세대 고속도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신규 송전망 입지를 확보하면서 전기차나 커넥티드 카 등을 원활하게 수용하기 위해 기존 고속도로에 신규 전력망과 통신망을 통합하는 것이다. 기존 고속도로 활용 시 토지 소유주 및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예방하고 공사 기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있으며, 수송 및 전력 부문의 탈 탄소화, 건설 부문의 고용 창출 등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에선 SOO Green HVDC이란 이름으로 아이오와주에서 일리노이주로 기존 철도에 따라 고압 직류 송전망을 지하로 연결하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중서부 전력시장(MISO) 내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동부 전력시장(PJM)의 소비자에게 보내는 프로젝트이다. 신규 송전망 건설에 따른 시각적 영향 및 환경영향 등을 최소화하고,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유럽에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검토하는 프로세스로 재생에너지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수용성 향상을 위한 매뉴얼인 ESTEEM(Engage stakeholders through a systematic toolbox to manage new energy projects)을 만들었다. 컨설턴트나 프로젝트 관리자가 프로세스로 갈등이 고도화되기 전부터 사회적 맥락에서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이해관계자의 우려와 기대를 파악해, 잠재적인 어려움에 대해 상호 수용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프로세스는 총 6단계로 구성되며, 1~2단계는 추진 사업의 배경과 맥락,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욕구를 파악하고, 3~4단계는 파악된 기대와 욕구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며, 5~6단계는 조정과 합의를 거쳐 향후 실행을 위한 권고안을 도출하
게 된다. 국내도 2020년 재생에너지 관련 주민 수용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유럽의 ESTEEM을 벤치마킹해 K-ESTEEM을 개발했다.

아일랜드의 송전망 회사인 EirGrid는 주민참여 전략 마련과 캠페인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2030년에 아일랜드 에너지의 7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확보한다는 기후 행동 계획을 발표해, 전력망 확충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대중참여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EirGrid에서는 사내 전문팀을 구성해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회의를 진행하고, 기존 접근 방식과 해외 우수사례를 조사 및 평가해 2021년 새로운 참여 전략을 개발했다.

특히 국민의 수용성 개선을 위한 캠페인은 정부의 기후변화 목표 및 전력 인프라 건설이 필요한 이유와 여러 지원방안을 소개하며, 2022년부터 아일랜드 전체 지역을 순회해 진행되고 있다.정부 에너지 기관 등 여러 단체와 협력하여 전력망 건설의 필요성과 함께, 소규모 발전, 주택 에너지 개선 및 개조 보조금, 지역 에너지 개발 이슈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탈리아의 송전망 회사인 Terna는 학생들이 전기 시스템의 작동 방식, 전기 전송, 송전회사의 역할 등을 배울 수 있는 일련의 학교 교육자료를 개발해 대중의 중장기적인 인식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2018년에 로마의 3개 학교에서 진행됐으며, 이탈리아 전 지역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초등학교는 만화 형식의 설명 자료, 중학교는 교육 비디오 게임, 고등학교는 신규 그리드 인프라를 구축하는 롤플레잉 게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National Grid는 전자파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전자파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는 전자파의 개념, 영향, 다양한 연구, 건강에 관한 현재 증거, 노출 한계, 관련 정책, 통계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전력망을 소유하거나 개발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전자파 노출 평가, 관리, 컨설팅 등 전자파 관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전력 인프라 건설 시 주변 지역에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송전망 회사인 EirGrid는 아일랜드 정부에서 2012년 신규 송전망 건설지역 주변의 커뮤니티에 직접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정책을 제안해 2014년부터 자체 부담으로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Community Fund와 주택 등 자산 피해 보상금을 제공하는 Proximity Payments를 만들었다.

Community Fund의 지원 규모는 신규 송전망의 길이와 전압, 지중화 여부에 따라 달라지고 Proximity Payments는 신규 송·변전소가 거주지 주변에 위치해 시각적인 영향을 미칠 시 송·변전 거리와 용량을 고려해 산정된다.

EirGrid는 2021년에 주민참여 전략의 일환으로 지역에서 커뮤니티 포럼(Community Forum)을 구축해 지역 활동을 지원하고, Community Fund 지원금을 3배 인상했다. 커뮤니티 포럼은 지역의 커뮤니티 지원금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EirGrid 및 지역의 단체와 협력해 지원금 활용 기준과 사업을 평가한다. 위원장은 지역 개발 및 농촌 활성화 등에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선정되고, 구성원은 커뮤니티 협의회, 지자체 및 지역 단체, 상공회의소, 지역개발회사, 프로젝트 참여자 등 지역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포럼 구성원 및 주요 리더와의 인터뷰, 지역개발 회사와 지자체의 컨설팅, 지역 니즈 분석, 우선순위 맵팅 등을 통해 보상 전략을 수립한다. 지역의 에너지에 관한 인식변화,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전환을 목표로 지속가능성, 커뮤니티, 생물다양성 관련 활동을 지원한다.

갈등 완화 및 해결

해외에선 전력 인프라 건설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전력망 회사뿐 아니라 정부, 지자체, 독립 기관 등도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 전력망 회사는 전력 인프라 건설에 따른 갈등문제를 해결하고자 주민참여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코로나19 시기로 대면 모임이 어려운 상황에선 온라인을 통해 지역주민을 설득하고자 했다. 주민 보상금 외에 이익공유 프로그램을 개발해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고, 추가 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혁신적인 금융기법도 적용하고 있다.

먼저, 갈등 중재 사례로써 캐나다 에너지 규제기관(Canada Energy Regulator, CER)이나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FERC는 전력 인프라 건설에 따른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적 분쟁 해결 프로그램(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을 운영한다. CER은 에너지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ADR을 운영하며, 전력망, 재생에너지 등 CER이 규제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대상이다. 프로젝트로 인한 재산 피해, 보상 문제, 세부 경로, 계약 조건, 토지 확보 프로세스 단계, 건설 후 매립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중재한다. ADR 과정은 이해당사자간 진행 동의, 사전 회의, 수행, 합의 여부 결정 등이 있으며, 갈등 해결이 되지 않으면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

미국 FERC도 에너지 인프라, 요금 등 여러 이슈에 대해 대안적 분쟁 해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FERC는 분쟁 해결 서비스(Dispute Resolution Service, DRS) 팀을 운영하고, 관할권 내 기관과 관련된 분쟁에 대해 중재 서비스를 제공한다. DRS 직원들은 갈등 해결, 예방, 협상, ADR 방법 등을 전문적으로 훈련받고, ADR의 활성화를 위해 자문, 워크샵, 협력, 교육 등을 수행한다. ADR은 기밀성과 유연성, 비용·시간절약, 중립성 등의 장점이 있다.

독일은 독립 기관인 자연보호와 에너지전환 역량강화 센터(Kompetenzzentrum Naturschutz und Energiewende, KNE)를 설립해 갈등을 중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환경단체들은 갈등 조정 전담 기구 신설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정부 주도로 2016년에 설립됐다. 이 기관은 연방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정부 산하가 아닌 독립적인 기구로 운영된다.

인원 구성은 25명의 실무자와 외부에서 갈등을 중재하는 52명의 조정자가 있다. 조정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고,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의 갈등 조정 및 컨설팅, 규제 관련 기관과 단체의 입장조율, 환경 피해 조사의 과학적 분석 방법 및 저감 기법 등을 제공한다. KNE는 갈등 조정 시, 조정인을 2인 1조로 구성하여 사업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갈등의 쟁점을 분석하고, 모든 이해당사자를 한 자리에 초청하여 조정과정의 절차와 규칙을 함께 구축한다.

벨기에에선 지방정부가 주민 수용성 개선 활동과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 벨기에 Flanders 지방정부는 환경부 공무원, 송전망 회사인 Elia 직원, 전문가들이 송전망 프로젝트 목적과 수행 방법,대안, 적용 기술, 전자파의 영향, 농업 영향, 지원방안 등을 주제로 지속적인 정보공유 장을 마련했다. 지방정부는 공무원이 중심이 된 기획팀을 운영하면서 건강심의위원회,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그룹 구성, 중재자 임명도 진행했다. 건강심의위원회는 고전압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8명의 독립적인 전문가로 구성되며, 전문가들은 전자파 영향에 관한 연구를 검증하고 정보공유의 장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한다.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그룹에는 지역 당국, 지역주민, 시민사회, Elia 대표로 구성된 이해관계자와 6명의 독립적인 전문가를 선정하여 송전망 기술 적합성을 검증한다. 중재자는 모든 이해당사자와 협의하고 미해결 문제의 답변을 공식화하는 역할을 하며, 도시 계획자 및 공간 계획자로 경험을 가진 독립적이고 공정한 전문가로 임명했다. 중재자는 1년여간 이해관계자와 논의를 진행한 끝에 해당 지역에 설치가 필요한 송전망 방식을 결론짓고, 건강 우려 불식을 위한 모니터링 시행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전력망 회사들도 자체적으로 주민과의 대화를 확대해 주민 수용성을 개선하고 있다. 독일의 송전망 운영자인 Amprion은 독일 Gütersloh에서 Wehrendorf까지 가공 송전망을 건설하고자 했으나 대규모 시위로 인해 건설에 실패하면서, 지중 송전망 건설을 시도하고 주민들과의 대화 방안도 검토하게 됐다. Amprion은 2018년 1~8월에 지하 송전망 개발 방안 검토와 잠재적 입지선정을 목표로 민간 이해관계자 계획위원회를 운영하고, 지역주민이 초기 진행 상황과 대화 과정을 알 수 있도록 공공 시민 정보 제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계획위원회는 Amprion 회사, Borgholzhausen시 대표, 농업, 임업, 자연, 환경 전문가, 지역경제 대표 등 14명과 지역주민 중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선정된 6명이 참가하며, 170명의 청중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참가자에겐 송전망의 법적 계획, 기술 및 가능한 건설 방법 등의 정보를 제공하며, 모든 단계에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할 기회를 보장받는다. 처음 두 회의는 참가자들에게 송전망 프로젝트의 중요성과 현재 계획을 소개하고, 나머지 회의들은 현지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전자파 관련 전문가를 초대해 강연회도 개최했다. 프로그램 이후 참가자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3/4의 참가자들이 이러한 대화 과정을 진지한 참여기회로 인식했고, 회의적인 의사를 가진 참가자의 비중도 프로세스 시작 전 43%에서 프로그램 종료 후 18% 하락한 25%를 기록했다.

해외 전력망 회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회의가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이탈리아의 송전망 회사인 Terna는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지역 이해 당사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공개 웹 미팅을 개설했다. 공개 웹 미팅은 지역주민들에게 프로젝트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 의견, 반응, 관련 데이터 등 수집을 주요 목적으로 진행됐다. 송전망 건설로 인해 영향을 받는 Trapani 지방의 Castelvetrano, Campobello di Mazara, Partnna의 커뮤니티와 의견 교환을 위해 디지털 방식의 회의인 Terna Meets를 개최해 100명 이상이 참여했고, 웹과 소셜네트워크 캠페인으로 1만명이 참여했다. 독일의 TenneT는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정부 부서와 비정부기관인 독일 환경 행동(Deutsche Umwelthilfe)과 협력해 디지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신규 송전망 건설지역 주민들에게 송전망 정보, 의사결정 과정, 다음 단계 등을 설명하고, 주민들은 관련 질문을 던지고 관심 사항을 제안하며 함께 논의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발표자들은비디오로 발표를 진행하고 참가자들을 위해 전화 참가 프로그램(hotline) 운영과 라이브 스트림을 진행하며 NGO가 중재 역할을 했다.

독일의 송전망 회사인 TenneT와 TransnetBW는 독일 최대 전력망 프로젝트인 Suedlink에 온라인 참여플랫폼인 WebGIS를 활용했다. Suedlink 프로젝트는 독일 북부지역에서 재생에너지로 ㅋ산된 전기를 남부지역으로 보내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송전망 사업이다. 두 기업은 지하 송전망 건설의 공식적인 허가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프로젝트로 인해 영향을 받는 지역주민들에게 가능한 경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중이 이 시스템 내에 의견 제안, 우려 사항을 게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에선 보상 외에도 지역주민을 위한 이익공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송전망 회사인 50Hertz는 송전망 건설지역의 토지소유자인 Berliner Stadtguter(시립 부동산 회사)의 요청에 따라 과수원을 제공하고, 지역 비영리단체(Mundraub)와 협력해 과수원에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했다. 비영리단체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과수원 경작 및 주스 만들기, 수확 및 가지치기 등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여 지역주민의 수용성을 개선하면서 과수원도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에선 비영리기관인 Citizens Energy Corporation이 유틸리티와 협력해 송전망을 건설하고 송전망 운영 수익을 지역 내 저소득층 지원금에 활용한다. 이 기관은 미국에서 빈곤층과 노인 가구를 지원하고 전 세계에서 난방에너지를 할인된 가격이나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 연료, 에너지효율, 송전망 등 에너지 분야의 여러 프로젝트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송전망 구축 사업은 유틸리티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수익은 영향을 받는 커뮤니티 내 저소득 가구에 제공한다. 이 기관은 SDG&D(San Diego Gas&Electric)와 두 개의 송전망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Sunrise PowerLink 프로젝트는 송전망 요금으로 확보한 수익 중 일부를 건설지역(Imperial County)의 태양광 주택 프로그램, 저소득층을 위한 커뮤니티 솔라 구축 등에 활용했다.Sycamore-Penasquitos 프로젝트는 수익은 빈곤 지역의 환경 개선을 위해 수송 부문의 전기화에 지원하고 있다.

호주는 재생에너지 사업의 이익공유지침을 개발하여 프로젝트 제안자, 정책입안자, 커뮤니티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익공유지침에는 이익공유 전략이 제시되며, 원칙으로 적절성, 유연성, 투명성, 통합성, 상호 이익, 전략적 접근 등이 포함된다. 이익공유 방안은 이웃 혜택 프로그램, 보조금 조성, 커뮤니티와 공동 투자·소유 등 혁신적인 금융 수단 제공, 지역 경제 개발, 지역내 산업과의 파트너십 형성 등이 존재한다.

프랑스의 송전망 운영자인 RTE는 신규 전력망의 지역 수용성 개선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해 지역주민들이 신청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RTE는 프랑스의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ULULE와 협력해 지역주민들이 제안한 프로젝트를 선정해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대중은 관심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된다. RTE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프로젝트의 목표 금액에 달성 시 제안자에게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며, 그금액은 약 1만~10만유로다. 크라우드펀딩은 2015년에 처음 시작된 이후 2022년 9월까지 75건의 프로젝트가 선정됐고, 그중 73건은 시민들이 목표 금액의 100% 이상을 모금해 RTE 지원금도 확보했다. 지원 프로젝트는 혁신기업 창립, 유기농 농업 생산, 문화 장소, 개조, 예술·문화·스포츠 행사 조직 등 지역의 사회, 경제, 환경 발전에 기여하는모든 사업이 대상이 된다.

사후관리

전력 인프라 건설에 따른 전자파는 주민들의 주민수용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송전망 회사 및 지역주민들은 사람, 토지, 농작물, 해양 자원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건설후에도 전자파로 인해 불안해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독일의 TenneT는 지중 송전망 건설지역 인근에 지중 송전망 정보 센터(Voltage under the Earth)를 운영하며 지역 수용성을 개선하고 있다. 정보 센터는 포스터, 인쇄물 등을 전시하고, 그리드계획, AC와 DC의 차이점, 지중화 건설, 환경 영향, 토양 보호에 관한 설명 등을 제공한다. 정보 센터는 개설 이후 투어, 강의, 정보 이벤트를 포함해 60개 이상의 이벤트가 진행되었고, 약 1,000명이 방문했다. 센터에는 현장 관련 갈등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상주하여 지역주민들이 센터에 방문 시 문제 해결 노력도 병행했으며, 이는 토지 소유자 등과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Amprion은 망 지중화로 인한 토지 상태 변화와 농작물 수확량을 분석하기 위해 독일의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Raesfeld에서 3년간 지하 케이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파일럿 프로젝트는 드론이 지중 케이블에 직접 영향을 받는 지역과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을 촬영한 적외선 이미지를 바이오매스 지표인 NDVI(Normalis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로 전환해차이를 측정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수확량과 상관관계를 분석해 지중 송전망이 전체 경작지의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독일의 송전망 운영자인 TransnetBW는 Hohenheim대학과 협력해 지하 고압 직류 송전망이 토지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TransnetBW는 SuedLink 노선에 해당하는 독일 남
부지역의 농경지 4곳에서 지하 송전망의 영향을 파악하는 추적실험을 진행한다. 지중 송전망이 토지에 미치는 영향과 토양 온도 변화가 재배 작물의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자,주변 토양으로 열을 방출하는 지하 케이블을 설치하고 영향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며 재배 식물의 성장과 수확량을 관찰한다.

미국 북동부 지역에선 어부와 과학자를 중심으로 해상풍력 건설에 따른 해양 자원(어류)의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미국 북동부 로드아일랜드의 Block 섬 인근에서 2016년부터30MW 규모의 해상풍력 5기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이 어업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자, 장기간(7년)에 걸쳐 해상풍력 건설의 영향 지역과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을 선정하고 해상 자원 변화를 모니터링하며 비교분석을 진행했다. 해상풍력은 해양 자원의 감소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풍력발전소 주변으로 구조물 기반의 물고기(검은 농어, 대서양 대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 및 시사점

해외 주요국은 재생에너지의 보급과 송전망 건설의 어려움을 경험하며 주민과 가치를 공유하고 소통을 강화해 수용성을 개선하고 있다. 전력망 회사는 지역주민들과 전력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지속적인 논의와 함께 송전망 건설에 따른 피해 보상을 확대하고 이익공유 방안 등을 적극 도입했고, 정부와 지자체는 갈등 중재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전력인프라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전력망 기업, 정부 기관 등이 협력해 캠페인 활동을 전개했다. 전력 인프라 구축 후에는 지역주민들의 우려 해소를 위해 토지와 농산물(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도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전력망 보강이 필수적이지만,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논의는 미진한 상황이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생활환경, 재산권 인식에 대한 수준이 올라가 국민의 전력인프라에 대한 기피 성향이 강해지고 건설 지연 사례가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전력 인프라의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갈등 예방 차원에서 전력 인프라 건설로 인한 갈등 발생 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갈등 예방을 위해 선제적으로 기존 선로 활용, 사전 갈등 검토(한국형 ESTEEM), 국민 공감대 형성 캠페인, 보상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갈등 조정 차원에서 해외처럼 ADR의 상시 기구화를 통해 갈등을 중재해 주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갈등 문제 발생 시 사업자인 한전 주도로는 갈등 중재가 쉽지 않은 만큼, 정부 산하의 규제기관이나 지자체의 역할에 갈등 중재를 넣거나 별도의 독립 기관을 통해 공신력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지역주민을 위한 보상 외에도 이익공유 방안을 검토하여 인프라 구축에 따른 편익이 주민들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후관리 차원에서 사업이 완료된 후에도 주민들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피해(문제)를 지속해서 관찰 및 평가해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성재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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