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흑자는 좋은 것인가?
현재의 흑자는 좋은 것인가?
  • 김창섭
  • 승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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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 편수위원장· 가천대 교수

 

 


우리나라는 개발 독재과정에서 전무했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주도의 정교한 계획수립과 님비가 미약한 사회분위 기하에서 인프라 입지확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다. 그 결과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은 양적 팽창과 최고의 효율성을 동시에 보여준 바 있다. 비록 한 때 과도한 예비율로 비난을 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수요와 발전용량을 일치시키는 정교 한 계획의 성과는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빛나는 전통에 빨간 빛이 켜지고 있다. 예로서, 최근 3차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여러 가지 경제사회적 논쟁이 있었다.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는 항상 존 재해왔던 믹스논쟁의 성격도 내재하고 있다. 원전의 안전논쟁, 석탄의 기후논쟁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과 거의 논쟁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정체되는 수요가 그 근본 주인공이다. 수요가 항상 증가 하는 환경하에서 운되어온 수급계획 수립 기법이 어느덧 최근의 수요정체 혹은 미래의 수요감소에 대한 걱정이 오버 랩되면서 그 한계상황에 대한 우려가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수립의 대표적인 실패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현재의 대규모 흑자현상이다. 수요가 정체되다보니 한전의 전기에너지 구입가는 낮아진 상태에서 경직된 규제요금이 대규모 흑자를 발생시킨 것이 다. 그 간 한전과 전력사 경진의 안정적인 노력에 기인한 점도 일부에서 인정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요감소와 설비확대가 초래한 현상인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대규모 흑자는 향후 강한 전기요금 인하 압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에서 신기후체제에서의 추가적인 발생비용 조달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갑작스러운 흑자를 유발한 또 다른 진짜 주인공은 바로 SMP기반의 시장규칙이다.  원전과 석탄은 기저 그리고 가스는 첨두를 책임진다는 가설에 바탕한 시장설계가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근본적인 인식상의 오류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 를 계획경제가 갖는 불가피한 실수이므로 시장이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적합하지 않다. 가격자유화와 판매시장 개방이 동시에 이루어져도 석탄과 가스 간의 현저한 발전단가 차이는 ‘합리적 선택’에 의한 자원의 최적 배분과 시장의 안정화를 보장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손이 살아남기에는 우리의 에너지 여건은 너무 생경하다. 가격자유화와 세제개편은 현실적으로 쉽지않다. 결국 현재의 시장규칙을 개선하여 이같은 문제에 대응할 수밖에 없 다. 그 실천적인 개선방안은 향후에 다양한 논쟁을 거쳐 해법이 드러날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그러한 결정의 시급함 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시장규칙하에서 대규모 흑자가 계속될 경우 수익률의 왜곡부문 개선이 이루어지기 전에 단 순 전기요금 인하로 문제를 해결하고픈 유혹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곧 대선이 시작된다. 어차피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빠르게 고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스발전사업자의 구제를 서둘러야 한다. 신기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그리고 전력산업계의 종다양성의 유지 등은 우리 전력계의 건전한 발전에 있어 시급한 해결 사안으로 서 차기 정부에서 처리하자는 견해는 무척이나 한가한 발상이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 전력시장과 구조의 변화를 강력 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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