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개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소매개방을 어떻게 볼 것인가?
  • 김창섭
  • 승인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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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가천대 교수·전기저널 편수위원장

전력산업구조개편 논의는 우리 전력계에게는 지난 이십여 년을 관통하여 흘러온 핵심적인 논쟁임에 분명하다. 최근 기재부를 중심으로 소매개방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아직 최종적인 기재부의 입장이 정리된 것은 아니지 만 이러한 논의에 대하여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력계도 하나의 거대생태계로서 진화를 거듭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 생태계의 건전한 진화 차원 의 ‘종 다양성’과 ‘열린 생태계’는 대단히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종 다양성의 측면에서 최근 논의되는 가스발전의 일정 역할 유지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연료다변화는 종 다양성을 유지하여 에너지안보를 지키는 핵심전략의 의미를 갖 는다. 그리고 유연성은 우리 생태계가 다른 생태계와의 경쟁과 융합을 통하여 질적인 변화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소매개방은 궁극적으로 불가피한 진화의 조건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소매개방 정책의 실효성과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현 여건상 소매개방이 실천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과제일까. 한 마디로 단정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발전연료별 발전단가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 미 국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가스발전은 이미 석탄발전과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자원빈국인 일본도 발전단가간의 격차가 적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발전단가 차이가 지나치게 커서 소매개방에 의한 연료선택의 효과가 제약적일 수밖 에 없다. 그리고 일본의 소매개방 예에서 보듯이 소매개방은 반드시 가격자유화를 전제해야 한다. 일본은 2018년부터 가격자유화를 전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7년 석유경쟁도입시에 진입자유화뿐 아니라 가격자유화를 동시에 혹은 먼저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가격자유화의 논의는 없다. 그리고 원별 발전단가의 재조정에 필수적인 외부성의 재산정 역시 우리는 아직 부족하다. 예로서 가스의 발전과 도시 가스간의 교차보조 역시 우리에게 커다란 왜곡임에 분명하다. 소매개방은 가격자유화만으로는 부족하고 에너지세제 의 근본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소매개방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가격자유화가 필수이고 세제개편을 통 한 외부성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 과연 실효성이 보장될 것인가? 아니다. 외부성의 재설정만 으로도 발전단가의 경쟁력 재조정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이다. 게다가 신산업 등의 이름으로 벌어 지고 있는 각종 보조금 사업 역시 시장원리의 입장에서 폐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원리에 적합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조금을 근간으로 하는 신산업의 육성을 위하여 시장원리를 도입한다는 소매개방 논리는 대단히 어색하다. 근본적으로 기후변화대응은 우리 눈앞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이는 시장원리가 아닌 정책과 사회적 합의 의 영역이다. 원리적으로도 시장은 그 역할을 정책의 하부로 재설정해야 한다. 이는 불가피한 것이다. 게다가 가장 시 급한 가스발전의 유지는 소매개방으로 인하여 오히려 퇴출이 더 빨리 이루어 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성의 원리만으로 현재 탈가스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결론적으로 소매개방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아주 장기적으로 논의되 어야 하는 그런 수준의 사안이라 확신한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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