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문어, 맛난 숙회
못난 문어, 맛난 숙회
  • 강태길
  • 승인 201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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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길 한국남부발전(주) 기획처 대외협력부장

바다의 못난이 5형제는 오징어, 문어, 낙지, 주꾸미, 꼴뚜기이다. 모두 못생겨서 서양에서는 기피하는 음식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인기가 좋은 먹거리. 그 이유는 타우린이 풍부하여 피로회복, 시력개선 등에 큰 효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음식의 특성인 갖은 양념을 사용하면 쫄깃하고 맛있는 요리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못난이들 중에 제일 맏형이자 맛형은 바로 문어! 바로 그 문어를 소개 한다.

악마의 생선, 문어
문어(Octopus)는 서양에서는 악마의 생선(Devil’s fish)이라 하여 먹지 않는다. 문어를 기피하는 이유는 종교적 유래 때문. 기독교의 구약성서에 문어와 오징어를 부정적인 동물로 금기시하여 먹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기피해왔다.
특히 17세기부터 내려오는 전설에는 북극해 주변에 굉장히 큰 문어의 모습을 한 ‘크라켄’이라는 괴물이 있고, 이러한 괴물의 전설은 헐리웃의 영화에서도 자주 나타나 배를 삼키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지중해 인근을 여행해 보면 문어 튀김요리를 먹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어모든 서양인이 문어요리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글 좀 아는 문어
문어의 머리는 비상하다. 문어의 아이큐는 70정도로 강아지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점쟁이 문어 ‘파울’이 나타나 우승국을 계속 맞혔을 때는 문어가 인간보다 더 낫다고까지 했었다. 오죽 했으면 글을 읽는 생선이라 하여 선조들이 문어(文魚)라고 지었을까?
사실 문어의 어원이야 물렁물렁해서 문어다, 민머리 생선이라 해서 민어라 불리다 문어로 바뀌었다 등이 있지만, 글을 읽을 줄 알기 때문에 문어라 불리거나 먹물 좀 먹었다 해서 문어라 불리었다는 것이 제일 재밌다.

홍어 맞잡이 문어
문어의 가장 많은 소비처는 경북 내륙지역인 안동, 의성, 영주 등이다. 이곳은 서원 등 양반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 핀 지역. 글 좀 안다는 양반들이 먹물 좀 먹은 문어를 찾는 것은 마땅하다고 여기겠지만, 경북내륙지역이 주 소비처가 된 것은 문어의 주 생산지가 동해안이고 동해안문어가 제일 맛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어가 흑산도에서 생산되어 전라도 지역의 잔치와 제사상의 필수품이라면 동해안의 풍부한 문어가 경상도 지역의 잔치와 제사상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문어숙회 만들기
숙회라 함은 생선을 살짝 익혀서 먹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숙회는 익히는 정도에 따라 맛이 결정된다. 특히 문어숙회는 다른 못난이 5형제 중에 가장 숙회 만들기가 어렵다.
이는 문어의 크기가 달라 표준화시키기가 어렵기 때문. 너무 오래 삶으면 딱딱해지고, 너무 덜 삶으면 물컹거리니결국 맛의 결정은 물의 온도와 시간이다. 직접 삶아본 경험에 따르면 끓는 물에 1kg의 작은 문어는 7분 내외, 2kg의 중간 문어는 10분 내외, 3kg의 큰 문어는 13분 내외가 가장 부드럽고 쫄깃한 문어숙회를 만들 수 있었다. 문어숙회 만드는 팁을 드린다면, 문어를 세척할 때 밀가루를 사용하면 더욱 깨끗하게 세척할 수 있다는 것과, 삶을 때 매실 원액 1큰술 정도를 넣으면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달짝지근해진다.

대남포차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한 얼마 지나지 않아 문어숙회를 먹기위해 처음으로 ‘대남포차’를 찾았다. 대남포차는 남구대연동과 수영구 남천동을 사이에 둔 대남사거리 근처 후미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구관과 신관이 있는 데, 퇴근하고 가니 벌써 10여명 이상이 대기 중이다. 신관을 확장하면서 영업공간을 늘리지 않은 것을 못마땅해 하면서 1시간 남짓 기다려서야 드디어 우리의차례. 문어 숙회를 시켰더니 작은 크기의 문어를 통째로 가져와 다리만 잘라 주고는 머리는 더 삶는다며 가져간다.

제가 삶은 숙회보다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소주 서 너잔 먹고 나니 문어숙회 흔적만 남는다. 대남포차의 문어는 참기름장에 찍어 미나리 오이무침과 함께 야채에 싸서 먹는 데, 이것은 ‘소주 도둑’이라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주인에게 삶는 비법이 있냐고 했더니 “대량으로 삶아서 맛있다” 까지만 공개! 줄서는 기다림이 힘들어 대남포차를 안가겠다고 하면서도 또 발걸음을 하는 것은 문어숙회의 별미 때문이다. 최근 대남포차를 나와 50미터를 걸 어오다 어느 건물 앞에서 반가운 현수막을 목격했다.

“대남포차 별관 5월말 입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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