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붐을 이끄는 '대한민국 최초 UAE 원전수출'
제2의 중동붐을 이끄는 '대한민국 최초 UAE 원전수출'
  • 변우식 기자
  • 승인 2016.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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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 前 한국전력 UAE원전사업단장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소란 단순히 경제적인 효율을 따지기 이전에 ‘에너지 자립’을 위한 위대한 발걸음이었다. 지난 2009년 한전은 UAE와 ‘대한민국 최초의 원전수출’을 체결하여 ‘에너지 수출국가 대한민국’을 세계 만방에 알렸으며, 200억 달러의 사업비 외에도 준공 후 400여명에 달하는 전문인력을 파견함으로써 6억 달러, 한화 1조 원에 달하는 추가수익까지 거둘 예정이다. 산유국에 역으로 에너지를 수출하는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의 기적! 그 이면과 향방을 이희용 전, 한전 UAE원전사업단장에게 들어봤다.





 
반갑습니다. 이희용입니다. 2009년 당시, 한국전력공사 원자력사업처장으로 UAE 원전사업의 총괄책임을 맡았습니다.

2009년 12월 27일 KEPCO는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와 UAE원전 건설 주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대한민국 최초로 원전 수출’을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언론에도 대거 보도된 내용이니만큼 친숙한 소식입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국내 개발에 성공한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UAE 아부다비에 건설하는 사업입니다.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km 떨어진 바라카 지역에 1400MW 규모의 원전 4기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원전을 건설하는데 그치지 않고, 운영과 핵연료 공급까지 일괄적으로 맡아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부터 운영까지’ 한전이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이 수주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UAE 원전 수출은 중동 최초의 원전이자 200억불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웨스팅하우스, 아레바, GE-히타치 등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한전이 최종적으로 사업을 따낼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1970년대 말부터 40여 년간 안정적으로 발전소를 운용해온 경험과 축적한 기술력 등은 세계 유수의 기업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외의 선진업체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원전기술을 반드시 수출하고야 말겠다는 ‘절실함’이 있었습니다. 모든 직원이 똘똘 뭉쳐 UAE측의 요청에 그 누구보다도 빠르고 성실하게 대응했고 이처럼 간절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현지 관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여기에 더해 ‘On time(적기 준공)’이란 우리의 제안과 이를 뒷받침한 국내 Track Record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측면에서 한전은 단순한 기술력 뿐 아니라 ‘국내 전력 생산량의 30%를 담당하며, 40여 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한 노하우를 강조했습니다. UAE의 입장에서는 발전소 건설 못지 않게 그 이후의 운영이 중요한데 이를 책임질만한 전문인력을 하루아침에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건설부터 운영까지 책임지겠다는 한전의 제안서가 일종의 레퍼런스로 UAE측이 다른 입찰사에게도 전달되어 한전처럼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입니다. 이에 더해 대통령이 UAE를 방문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큰 몫을 했습니다. 첫 원전수출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은 분명 일본이나 프랑스의 기업보다 우리나라에 유리한 점이였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UAE원전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은?
2010년 1월부터 한전과 협력사, 시공사, 시공 협력사의 임직원 2만여 명이 순차적으로 투입되었으며 6월 기준 약 68.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3호기의 경우 원전의 핵심설비인 원자로가 지난달 19일 설치 완료되었고, 기계 및 전기분야 공사에 돌입하는 등 계획된 사업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성공 이면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초의 원전 수출에 성공하기 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미 국산화율을 대폭 높인 3세대 원자력 발전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등 한전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만, 무엇보다 수출 경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즉, 한전이 국내가 아닌 국제무대에서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우리 자신에게도 있었죠. 잘 아시다시피 해외에 원전을 건설한다는 것은 기술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년간의 사업기간 동안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현지인부터 전세계의 관계자까지 수만명의 인력을 확보하고, 교육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한전이 주도할 수 있는 국내와 달리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며 업무를 진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내와 다른 문화적인 차이까지 극복해야 합니다. 다행히 UAE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얻었고, 해외에서도 자국의 원자력 프로젝트에 한전이 꼭 입찰해 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UAE 프로젝트 이후 한전의 국내외 원자력 관련사업은 어떻게 변모하였습니까?
일단 2009년 이후 한전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가 대폭 향상된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규 원전 도입 국가에 공동 진출을 하자는 기존 원전기업의 협업 제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UAE 프로젝트 당시 서로 경쟁했던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공동으로 영국 공동 진출 건을 논의하는 등 특정 국가나 기업을 넘어서 서로의 강점을 살려 윈윈할 수 있는 측면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비롯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 유가 하락 등의 변수는 있으나 앞으로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앞으로도 원자력은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난 2015년 프랑스의 아레바(AREVA)와 프랑스전력공사(EDF) 원자력 사업부가 합병한 것은 프랑스가 국가적으로 원자력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고부가 에너지기술인 원전에 대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질 것입니다.

(UAE 이후) 한전이 원전수출을 위해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UAE 이전에도 터키, 남아공, 캐나다, 베트남 등 세계 곳곳의 원자력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입찰해 왔습니다만, 기술력이나 경험 못지 않게해당 국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원자력발전소는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차원이 아닌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가 원자력에 대한 비전과 추진력을 가져야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의 경우 우리나라가 오랜 시간 공들여 온 지역으로 이미 예비 타당성 조사는 마무리되었습니다만, 베트남 정부의 통과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이 외에도 미국에서 국내에서 개발한 원전을 인증받는 등 제2의 원전수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 있습니다.

UAE에 이어 또 다른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 개선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UAE를 통해 기술력과 안정성, 운영 능력이 검증된만큼 현재 원전수출의 가장 큰 약점은 파이낸싱이라고 봅니다. 원자력을 필요로 하는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 비해 리스크가 커 이율 또한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는데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수출을 하는 입장에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는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니만큼 수출입은행 등의 유관기관, 정부측과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중국측이 이에 대한 강점을 지니고 있어 향후 원자력 수출에 있어서 가장 큰 경쟁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원전 비리’ 사건처럼 국제적으로 우리업계와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 재발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기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전과 한수원은 선배들의 노력과 기술로 오늘날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만,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욱 중요합니다. 첫째, 원자력 발전은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가능한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건설될 신형 원전에서는 해외 진출에 대비해 영어 활용률을 높이고 자신감을 배양하는 등 글로벌 인재양성의 기회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해외를 다녀보면 산업안전 이전에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높고 또 이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평소부터 안전을 생활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한전, 한수원이 지엽적으로는 경쟁할지언정 세계무대란 큰 틀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한때 불과 10여 명이 콘테이너에서 숙식하며, 식당도 없어 고생하던 UAE 불모의 사막땅에 현재 2만 명이 거주하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뜨거운 열사의 기후에 과연 한전이 아니라면, 아니 한국인이 아니라면 원자력 발전소를 이처럼 건설할 수 있을까란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UAE 원전 수출은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제2의 중동붐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현장에서 땀 흘리는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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