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김선희 손 칼국수’
할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김선희 손 칼국수’
  • 석종국
  • 승인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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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국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지역협력팀 과장


전날 먹은 술로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간짬뽕 집에서 얼큰한 짬뽕 국물이 위를 향해 달려가는 찰나에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석 과장님, 잘 지내시죠? 다름이 아니라 월간지 전기저널에 ‘전기인의 맛집’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월성 주위에 맛집 추천해 주실 수 있는지요?” “아. 예. 맛집이요? 한번 찾아볼께요.” 그런데 약속을 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미식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식가도 아닌 내가 맛집을 소개 한다니. 더군다나 나는 이것저것 안 가리고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이 아니던가? 얼큰한 짬뽕 국물로 쓰린 속을 달래고 왔는데 맛집을 소개해야 된다는 숙제를 안고 왔다. 원전 인근에 맛집이라? 여기는 한적한 어촌이라 횟집은 많은데 회는 고급 음식이라 큰마음 먹고 가끔 먹을 외식 음식이고, 그렇다면 소고기나 돼지고기인데? 그것도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거 원고는 보내겠다고 약속했는데 도무지 맛집이 떠오르지 않는다. 혼자 고민할게 아니라 사무실 동료들에게 물어 보자. 여직원들은 그래도 맛집을 많이 알고 있겠지? 아니나 다를까? 내 앞에 있는 정 대리님이 아귀찜은요? 갈비탕도 잘하는데 있는데? 한참을 생각하더니 “석 과장님 칼국수 잘하는 집 있잖아요?” 맞다. 거기가 있었다. 우리 어머님이 큰 수술을 마치고 퇴원해서 맛있다며 한 그릇을 뚝딱해치운 그 집, 칼국수도맛있고 추어탕도 맛깔나게 하는 그 집. 그래 그 집을 추천해야겠다. 그곳은 우리 직원들도 점심 먹으러 많이 가고 지역 토박이들도 많이 찾는 숨은 맛집이기 때문이다. 그 집 앞마당 입구에는 큰 솥이떡하니 버티고 있다. 큰 솥의 용도는 다름 아닌 추어탕을 끓이는 솥이다. 경상도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삶고 뼈째 갈아서 시래기를 듬뿍 넣은 후 푹 끓여낸다. 끓이면서 된장을 풀어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경상도 사람들은 제피(산초) 가루를 넣어먹는다. 추어탕에는 제피 가루가 조금 들어가야 경상도 사람들이 즐기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다진 마늘과 매운 고추를 국물에 풀면 금상첨화다. 이 집은 추어탕 뿐 아니라 예전 시골에서 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칼국수도 잘 한다. 멸치로 육수를 낸 깔끔한 국물에 부드러운 면발 거기다 고명으로 애호박, 당근, 부추, 김 가루를 올리고 고소한 깨소금이 듬뿍 올려 나온다. 생김으로는 별맛이 있겠나 싶지만한 젓가락 후루룩 하는 순간 바로 이 맛이라는 감탄이 절로 난다. 그래 이거 옛날에 할머니가 해 주시던 칼국수가 이런 맛이었지.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칼국수와 함께 나오는 정갈한 반찬(계절에 따라 나오는 반찬은 다르다)도 맛있다. 된장에 버무린 고추와 무채 무침, 그리고 발갛게 잘 익은 깍두기, 김치와 함께 칼국수 한 젓가락은 어느 음식보다도 잘 어울린다. 월성원자력 인근에 칼국수 집이 몇 군데 있지만 유독 이 집을 많이 찾는 이유는 할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을 생각하며 먹는 기쁨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추어탕은 포장도 되는데 인심 후하게 듬뿍 담아 주신다. 특히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동료들과 함께 먹는 칼국수 한 그릇과 추어탕은 원전 현장 일에 지친 직원들에게 힘이 되어 준다. 이집은 월성원자력 인근 지역인 양남면 소재지에 있는 ‘김선희 손 칼국수’ 집이다. 이름을 걸고 음식을 만드는 만큼 믿음과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양남면 면사무소 앞에서 굴다리를 지나 왼쪽 첫 번째 집이 김선희 손 칼국수다. 월성원자력 직원들이 점심때 많이 찾는 곳으로 칼국수와 추어탕이 주 메뉴다. 저렴한 가격과 친절은 덤이다. 인근에는 천연기념물인 양남 주상절리도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꼭 가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양남 주상절리 코스를 한 바퀴 돌고 출출한 속을 채우고 싶다면 할머니 손맛이 느껴지는 맛깔 나는 칼국수와 구수한 추어탕 한 그릇을 권한다.

 

 

 

 


김선희 손 칼국수집의 칼국수와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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