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누구나 거닐 수 있는 청와대 관람기
국민 누구나 거닐 수 있는 청와대 관람기
  • 최빈 기자
  • 승인 2017.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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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 기자(e-Topia 기자단)

지난 몇 개월 우리나라 정치는 큰 격랑의 시간을 보냈다.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 이후 최대 인파의 국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평화적 시위를 지속했고, 그 결과 조기 대선을
거쳐 문재인 정부로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유례없는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이전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과 지지는 그 어느 시기보다 뜨겁다. 그리고 이는 많은 국민들을 청와대로 이끌었다. 언론에서 청와대 관람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사실 청와대가 관람이 가능한지 몰랐다. 막연히 청와대라는 이름이 주는 중압감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일반에 개방된지는 벌써 한참 전이고, 노무현 정부 시절 관람객이 100만 명을 돌파하였다고 한다.
관람신청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청와대가 중요 보안 시설이므로 철저히 예약에 의해서만 운영되고 있다. 하루에 관람 횟수도 많지 않고, 한 회에 관람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이 있어 원하는 날짜에 신청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주말은 벌써 6개월 이후까지 매진일 정도이다.
청와대를 가기 위해서는 경복궁 동문 주차장에 있는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이때 버스에서 신분증 검사가 이루어지는데 인원이 많다 보니 20여분 정도 소요된다. 이동 시간 동안 동승한 경호원은 관람 시 유의사항을 설명한다. 특히 두 가지를 거듭 강조하는데, 청와대는 관광시설이 아닌 집무공간이므로 조용히 관람을 하여야 하고, 보안 시설이므로 지정된 장소에서만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람은 홍보관 → 녹지원 → 구 본관터 → 소정원 → 본관 → 영빈관 → 칠궁 → 무궁화 동산 → 청와대 사랑채 순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칠궁은 필수 코스는 아니고 선택사항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홍보관으로 이동한다. 여기가 청와대의 입구 같은 곳인데, 공항 검색대처럼 가방 수색을 한다. 그리고 조그만 스크린에 청와대의 유래 및 관람 시 유의사항 등을 다시 한 번 듣게 된다. 10분 정도 영상을 본 후 본격적인 청와대 관람을 시작하는데, 시작에 앞서 기념품을 증정한다. 성인에게는 지갑을, 청소년에게는 지구본이 주어진다. 경호원이 말해주지 않는 관람 유의사항을 하나 얘기하자면, 청와대 내에는 그늘이 많지 않고, 건물 안에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야외에서만 관람을 하기에, 양산이나 자외선 차단제를 챙기면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다.
 

처음 들린 곳은 녹지원이다. 녹지원은 어린이날을 비롯하여 각종 야외행사를 하는 곳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나무와 풀숲이 멋스럽게 조성되었다. 특히 수 백 년 된 소나무가 이 정원의 주인인 냥 당당히 서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맞은편에는 관저가 있었다. 이곳에서 작년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고 생각되니 기분이 묘했다.
홍보관과 청와대 내에서 이동 시 사진을 찍지 못하였는데, 안내하시던 경찰관이 녹지원에서는 사진촬영을 허용하였다. 관람 시간에 제한이 있기에 다들 바삐 사진을 찍는다. 많은 인원과 짧은 촬영시간에 제대로 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지만, 아직까지는 즐거운 마음이다.
 

다음으로 구 본관터에 들렀다. 청와대 관람 시 설명은 현직 경찰관이 한다. 관광가이드가 하는 휴대용 마이크에 설명하는 모습이 조금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각 시설물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해주셨다, 특히 구 본관터는 처음 들어본 곳이라 주의 깊게 설명을 들었다. 구 본관터는 본래 일정감정기 때 총독 관사였다고 한다. 해방 이후 이 관사를 대통령 관저로 그대로 사용하였는데, 1993년에 철거되었다고 한다. 아마 당시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이 활발하였기에 그랬던 거 같다. 구 본관터의 역사와 의미에 비하여 현재 건축물이 있지 않기에 그리 큰 감흥을 느끼진 못했다.
다음으로 오늘 관람의 하이라이트인 본관에 도착하였다. 흔히 뉴스에서 청와대 소식을 정할 때 나오는 청기와 건물이다. 이 본관은 오래 된 줄 알았지만 91년에 신축되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설명보다 사진을 찍는 시간이 많이 주어졌다. 본관은 웅장하였다. 설마 그럴 사람은 없겠지만 돌발적인 건물 진입을 막기 위해 경호 인력도 여럿 있었다. 본관 앞마당은 정갈히 잘 정돈되어 있었다. 비단 그 곳 뿐 아니라 그리 넓은 청와대 녹지시설도 흠을 찾기 힘들 정도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이 곳에 있으니, 마치 대통령이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바로 앞에 있는 건물에서 집무를 보실 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긴장이 됐다.
 

본관 내리막길을 걸어가니 영빈관이 나왔다. 이 곳은 손님을 맞이하는 곳으로, 올림픽 선수단 초청행사 등 대규모 연회를 하는 곳이다. 건물은 마치 조선후기에 서양건축법에 따라 만든 신식 건물 같아 보였다. 그 만큼 청와대 내 다른 건물들에 비해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청와대 관람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홍보관에서 나와서부터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관람시간이 짧았고, 건물 내에 들어가지 못하여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있었다. 영빈관에서 나와 사랑채로 가기 전 인솔을 담당한 경호원이 칠궁 관람을 원하는 사람을 조사한다. 칠궁은 조선시대 왕을 낳은 후궁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청와대를 관람한 사람들에게만 특별히 개방을 하는 곳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안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꽤 많은 인원이 신청할 줄 알았으나, 20여명 안팎의 인원만이 희망을 하였다. 무더운 날씨가 한 몫 했을 것이다. 칠궁은 전문 해설사가 설명을 한다. 청와대와 달리 역사가 깊은 문화시설이라 이야기 거리가 풍부하였다. 설명과 곁들어지니 칠궁은 큰 기대 없이 방문하였으나, 청와대 본관 다음으로 인상 깊은 시설이었다. 인상 깊은 건물은 두 곳이 있었다. 칠궁은 왕들이 비록 후궁이지만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의 위상을 높이고 권위를 세우기 위해 마련하였다고 한다. 특히나 인상적인 곳은 사극소재로 많이 쓰여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후궁 희빈 장씨의 신위를 모신 궁이었다. 장희빈은 숙종의 후궁으로 경종을 낳은 인물이다.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몰락했으나, 이렇게 신위를 모시고 있다니 놀랐다. 이 외에도 영조가 10살 때까지 생활하였던 가옥인 냉천정이 있었다. 조선에 위대한 왕 중 한 분이었으나 그 가옥은 평범한 시골집 같이 허름하여 조금 놀랐다.
이렇게 칠궁까지 관람을 마쳤다.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니 사랑채가 있었다. 사랑채는 역대 대통력의 업적과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는 곳으로, 지금은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가 한창이었다. 그저 특별한 사람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청와대를 관람하고 나니, 나도 왠지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청와대가 그 동안 시민들과는 조금은 거리감이 있었다. 현 정부에서는 광화문으로 집무 공간을 옮기는 것을 추진 중에 있는데, 앞으로 시민들과 거리감을 좁히고 소통을 활발히 하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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