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영구정지에 따른 '도전'과 '기회'
고리 1호기 영구정지에 따른 '도전'과 '기회'
  • 변우식 기자
  • 승인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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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해체시장 전망과 사업추진 방안
지난 40년간 운영해온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지난달 18일 24시를 기점으로 가동이 영구적으로 정지됐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그 시발점이 됐던 고리 1호기가 가동을 멈추면서,
이제는 수명이 다한 원전을 과연 어떻게 해체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전을 해체하는 것은 원전을 건설하는 것보다 더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그만큼 시장이 장기적이고 규모도 크다는 의미이다.
이는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 고리 1호기의 명예로운 퇴장
1977년 6월 19일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최초 임계에 도달한 이래 약 8개월 후인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에 돌입함으로써 세계 21번째로 원전보유국이 됐다. 이처럼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시대를 열었던 고리 1호기가 전력을 생산한지 약 40여년만인 지난 6월 18일 24시를 기점으로 영구적으로 가동이 정지됐다.
설비용량 587MW급인 고리 1호기를 건설하는데 들어간 총 공사비는 1970년 우리나라 1년 국가 예산의 1/4에 달하는 1,560억7,300만원이었다는 점만 봐도 국가의 사활을 건 사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리 1호기는 준공 당시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9%를 담당하는 규모였으며 2016년 말 기준 약 15만5,260G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는 지난해 부산시 주택용 전력 1년간 사용량(4,641GW)을 약 33년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고리 1호기는 1968년 당시 서방세계의 가스냉각로(AGR), 비등경수로(BWR), 가압경수로(PWR) 3가지 타입 중 비싸지만 더 안전한 가압경수로로 건설돼 비슷한 시기에 비등 경수로를 도입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비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또한 고리 1호기 건설과 시운전, 운영 등 각 분야에서 양성된 인력들이 30년간 지속적으로 20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며 기술력을 축척해 2009년 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세계 원자력강국이 되는 밑거름이 됐다.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 6월 18일 30년간 운영을 하고 발전소 설계 수명이 만료됐으나, 같은해 12월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계속운전을 위한 허가를 받아 올해 6월 18일까지 추가로 연장운영을 해 왔다. 한수원은 2015년 6월 고리 1호기 2차 계속운전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2017년 6월 18일 24시에 운영을 정지하게 된 것이다.
국가 경제산업 발전의 밑바탕이 된 원전의 처음 시작을 알린 고리 1호기가 명예로운 퇴진을 선언한 셈이다. 분명한 점은 이번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는 단순히 폐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폐로를 통해 우리나라도 수백조원에 이르는 원전해체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음을 의미하며, 이는 UAE 원전 수출 이후 다소 주춤한 국내 원자력산업계에 또 다른 도전과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 원전해체 개요
원전의 ‘영구정지’는 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운영을 허가받은자(발전용원자로 운영자 등)가 허가받은 시설의 운영을 영구적으로 정지하는 것을 말하며, 운영허가를 받은 자는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를 규제기관에 신청하여 승인을 받음으로써 원자로 및 관계시설을 영구정지하게 된다(원자력안전법 제21조제2항). 이에 비해 원전해체는 좀더 광범위한 개념으로 시설운영을 영구적으로 정지한 후, 해당시설과 부지를 철거하거나 방사성오염을 제거함으로써 법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모든 활동(원자력안전법 제2조제24항)을 의미한다. 원전해체사업은 방사선안전관리, 기계, 전기, 화학, 토건 등 여러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복합된 종합 엔지니어링·융합 기술이라는 특성이 있다.
원전해체는 즉시해체 또는 지연해체 등으로 진행된다. 즉시해체(Immediate Dismantling)는 시설의 운전정지 및 사용후핵연료 냉각을 위한 안전관리 후 가능한 빠른시간에 해체를 수행하는 방식이며, 지연해체(Deferred Dismantling)는 원자로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제거하고 방사성물질을 포함하는 설비 일부 또는 전부를 일정기간 동안 안전하게 저장하거나 유지(safe storage)한 후 해체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원전운영 국가의 경우 정책적(부지재 사용, 경제성 제고, 경험인력 활용)으로 즉시해체를 선호하고 있는 반면, 캐나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흑연감속로 방사화 흑연 문제, 해체비용 및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미비 등으로 지연해체를 선택해 추진하고 있다.


3> 해외 원전해체 현황 및 전망
국제원자력기구 원자로정보시스템(IAEA PRIS, 2017.4)에 따르면 현재 34개 국가에서 총 611기의 원전이 건설돼 449기는 가동 중이며, 160기가 영구정지 됐고, 이 중 19기가 해체가 완료된 상태이다. 나머지 약 141기는 해체진행 또는 해체준비 중에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은 딜로이트와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세계원전해체 전망(2015.8)에 따르면 1960~80년대에 건설한 원전의 사용기한이 임박함에 따라 2020년대 이후 해체에 들어가는 원전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대 183기, 2030년대 이후 216기 등 해체원전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인데, 이에 원전해체에 소요되는 비용도 총 440조(2014년 기준가) 수준으로 추산된다. 단, 해체결정 시기가 불확실해 실제시장 형성 시기는 유동적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전력연구원(EPRI)의 보고에 따르면 원전해체비용 중 19%는 방사성 폐기물처리 비용이며 해체시설 설계 및 관리 등 인건비는 43.5%, 제염 및 철거는 23.6%, 기타비용은 13.9%로 나타났다. 특히 EPRI는 해체비용 중 폐기물처리비와 인건비 등이 절반이상으로 시장규모는 예상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4> 고리 1호기 해체 소요 기간 및 과정
해체 방식과 관련, 고리 1호기의 경우 즉시해체하는 것으로 결정된 바 있어(2015.10, 원자력진흥위원회), 이번 영구정지로 즉시해체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정부는 △안전 최우선 △자체 역량 확보 △소통과 협력하는 자세 등 3가지 원칙 아래 전 해체과정을 안전하게 끝낼 계획이다.
한수원은 각 공정상 발생 예상되는 위험 요소들을 사전에 방지하고 철저한 방사선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정부는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우리의 독자적인 해체기술과 전문인력 확보에 집중 투자해 고리 1호기 해체를 우리 손으로 실행하고 우리 기업의 실적(track record) 축적 기회로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할 방침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해체계획서에 대한 지역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의견 수렴을 대폭 강화하고, 건식저장시설 구축 등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고리 1호기의 해체는 ①해체계획서 마련 및 승인 ②사용후 핵연료 냉각 및 반출 ③시설물 본격 해체 ④부지복원 등 총 15년 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가. 해체계획서 마련 및 승인 (∼2022.6)
해체계획서 초안을 2019년 상반기에 마련한 후 주민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해체계획서를 보완한 이후 원안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해체계획서 작성은 해외 선진기업의 자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peer review)를 통해 적합성을 검증받는다.

나.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반출 (∼2025.12)
본격적인 해체작업은 습식저장시설에 보관중인 사용후 핵연료를 6∼7년간 충분히 냉각시키고, 안전하게 반출한 이후 착수한다. 영구정지가 되더라도 냉각수계통, 전력계통 등 필수계통은 계속 가동된다. 사용후핵연료는 소내에 구축할 예정인 건식저장시설에 한시적으로 보관 후 최종적으로는 고준위방폐물 처분시설로 이송한다. 건식저장시설은 지역주민과의 협의와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구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 시설물 본격 해체 (∼2030.12)
해체계획서 승인 이후(2022년 6월 예정) 비(非)방사능시설인 터빈건물을 우선 철거(2022.6~2023.12)해, 폐기물 처리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사용후핵연료 반출(2025.12) 이후 원자로 압력용기 및 내부 구조물 등 방사능에 오염된 시설의 제염 및 철거를 진행하게 된다. 원자로시설의 해체 현황, 방사성 오염의 제거 현황, 방폐물 관리 현황 등을 매 반기마다 원안위에 보고해 점검을 받게 된다.

라. 부지 복원 (∼2032.12)
재사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복원하되, 부지 활용 계획은 지역 의견수렴, 전문가 자문 등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수립할 계획이다. 참고로 해체가 완료된 해외원전(19기)의 경우 녹지(11기), 발전소(5기), 주차장(1기) 등으로 부지를 활용하고 있다. 부지 복원 이후 진행 경과, 최종부지의 방사능 현황, 해체 전후의 원자로 시설 등 해체완료 상황을 원안위에 보고하고, 원안위는 관련 검토를 통해 고리 1호기의 운영허가를 종료할 예정이다.
5> 고리 1호기 해체 수행주체 및 비용
고리 1호기 해체는 정부정책에 따라 그간 지속적인 원전 건설·운영을 통해 축적된 풍부한 사업관리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한수원이 해체사업을 총괄 관리하며, 전문성이 필요한 엔지니어링, 제염·철거 및 부지복원 분야는 공사 또는 용역을 통해 전문업체와 협업해 수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해체공사는 국내 산업체에 의해 국내 기술로 수행할 계획이다. 한편, 해체비용 산정 기준 관련 고시에 따른 원전 1기 해체에 필요한 비용은 6,437억원으로 추산된다(2015년 기준). 이는 밀폐관리·철거비(3,918억)와 중・저준위방폐물 처분비용(2,519억)으로 구성돼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비용은 한수원이 정부가 관리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에 별도로 적립해 관리하고 있는데, 경수로의 경우 다발당 3억2,000만원, 중수로의 경우 다발당 1,300만원이다.
해체에 소요되는 비용은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이 원전 운영기간 동안 발전원가에 반영해 적립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2년마다 재산정·조정해 해체시점에서 비용에 부족함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6> 해체 기술 확보 현황
국내의 경우 아직 원전해체 경험이 없어 관련 기술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고리 1호기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해체와 국내 해체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원전해체 상용화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해외사례 분석 등을 통해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기술 58개 항목을 도출한 바 있는데, 연구용 원자로 해체경험 및 대규모 설비개선 등을 통해 41개 기술은 확보하였고, 나머지 17개 기술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원전해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2년 전까지 미확보 기술을 개발완료해 국내 기술로 차질 없이 해체를 시행할 계획이다.

7>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
고리 1호기 사용후핵연료는 5년 이상의 냉각을 거쳐 원전부지 내 마련예정인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안전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고리 1호기 최초 운전개시일부터 영구정지시까지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총 1,391다발로, 건식저장 시설은 2017년 하반기부터 지역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2024년까지 확보할 예정이지만 지역주민과의 협의와 인허가 등에 따라 일정은 다소 유동적이다.
발전소 정지 후에는 핵분열생성물 등 방사성물질의 추가 생성이 없고, 기존 방사선도 감쇄되어 정상운전 상태에 비해 위험도가 매우 낮아진다. 모든 방사성폐기물의 처리는 방사선관리구역 내부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처리과정에서 발생되는 분진, 액체폐기물 등 2차 폐기물도 안전하게 관리되며 모니터링을 통해 실시간 감시되므로 의도되지 않은 방사성물질의 누출 위험은 없다는 지적이다.
최종적으로 사용후핵연료는 원전부지 밖에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해(2035년 이후) 안전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법’이 지난해 11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고리 1호기 해체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폐물은 1만4,500드럼으로 예상되며, 발생 방폐물은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에 처분될 예정이다. 원전해체과정에서 발생되는 방사성폐기물은 소량의 중준위 폐기물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저준위 이하로 예상되는데, 절단·제염·감용 등의 처리를 통해 방사성폐기물의 발생량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작업자에 대한 안전확보 방안도 시행된다. 방사선 피폭이 예상되는 작업은 원자로와 1차계통 등의 제염·절단·분해 등이 있는데, 이처럼 방사선 피폭이 예상되는 작업은 원격제어, 정밀진단, 고방사선 차폐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 또한 최적의 작업방안을 설계하고, 모형(mock-up)시설을 활용해 작업자의 숙련도를 높일 계획이며, 피폭우려가 있는 작업은 방사선관리구역에서 방사선안전관리자의 관리·감독하에 진행하게 된다.

8> 국내 원전의 설계수명 현황 및 전망
국내 운영 중인 원전의 경우 2030년까지 이번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를 포함해 총 12기의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다.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에 대해서는 지난달 19일 열린 고리 1호기 연구정지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바와같이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문 대통령은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비용, 보상비용, 전력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혀 신규 원전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국내 원전산업은 큰 기로에 서게 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라며 “원전해체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원전해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전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 설립을 적극 지원하는 등 우리나라가 원전해체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원전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확고한 가운데 원자력산업계가 원전해체 관련 기술개발을 하루빨리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해 나서느냐에 따라 국내 원전산업의 미래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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