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을 시작으로 한 에너지 주도권 경쟁
탈원전을 시작으로 한 에너지 주도권 경쟁
  • 원혜림 기자
  • 승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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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을 시작으로 촉발된 에너지주도권 논쟁이 치열하다. 화두는 문재인 대통령이 던졌다. 탈원전을 기본 로드맵으로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신고리 5·6호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묻기로 한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포함한 탈원전 정책은 여야공방은 물론 세대간 진영간 대결로 확전되는 추세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과 관 련한 여야 의원들 간 공방이 가열됐다. 야당 의원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공론화 위원회 구성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손금주 의원(국민의당)은 “정부는 에너지법 제4조 3항에 근거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적법하다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를 제출해 달라”며 “탈원전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도 동의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조치는 민주적 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곽대훈 의원(자유한국당)도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잠정 중단을 의결하고, 이를 근거로 산업부 국장이 한수원에 공문을 보내 원전 건설 중단을 요청한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국무회의 를 거쳐 수립된 국가 계획인데, 이를 무시한 채 무엇을 근거 로 공사를 중단시킨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역설했다.
반면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은 “고리1호기의 경우 지난 2015년 6월 12일 산업부 소관 위원회인 에너지 위원회에서 영구중단을 결정하고 산업부에 행정지도를 권 고해 한수원 이사회 의결로 최종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며 “이와 유사하게 신고리 5·6호기도 정부 최고의사결정기구 인 국무회의에서 결정하고 산업부에 행정지도를 권고한 후 한수원 이사회 의결로 건설 중단이 결정된 만큼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찬반 논쟁은 장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어 찌보면 ‘에너지전환’ 이라는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는 상 황에서 치열한 논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 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집약해 나가는 과정은 ‘민주 적인 의사결정’ 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사회, 탈원전의 시대로 갈 수 있는가’ 토론회에서는 현 정부의 원전 정책을 둘러싼 열 띤 공방이 오갔다.
어기구(더불어민주당)·조배숙(국민의당)·이정미(정의당) 의원실과 에너지정책연대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와 원전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발제 및 토론에 나섰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필년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전 환은 시대의 과제지만 나라별 상황에 따라 그 시기는 다르 다”면서 “무리하게 서두르면 오히려 에너지전환을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은 원자력·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수급시스템을 신재생에 너지 기반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해선 “이미 수조 원이 투입된 공정률 30%의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에너지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계속 건설하되 노후 한 고리 2·3·4호기의 폐쇄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고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한규 서울대학교 교수는 “원전 안정성에 대한 불신 여론이 높지만 한편으로는 사실이 왜곡된 면도 있다”고 말 했다. 주 교수는 고리 1호기 퇴역식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에 드러난 사실 왜곡을 지적했다. 그는 “경주지진과 후쿠시마 사고를 연관시켜 한국 원전의 지진 위험성을 과장한 것은 중대한 사실 왜곡”이라며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은 쓰나미”라고 강조했다. 50년이 넘는 세계원전 역사상 지진이 원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는 없다는 것. 또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의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세월호 의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했던 것과 같다던 연설문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원전이 새 것이라고 사고가 나지 않 고 오래 됐다고 사고가 나는 건 아니다”라며 “쓰리마일과 체르노빌 사고가 각각 가동 4개월, 3년 만에 발생했듯 원전 가동연수와 사고 발생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탈원전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내용에 대해서도 탈핵 국가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 대만 4개국에 불과하다고 주 장했다. 무엇보다 이 4개 국가는 원전산업이 없는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의 탈핵은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패널로 나선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신고 리 5·6호기 건설허가 당시 주민과 지자체, 지방의회의 의견이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건설 중단은 비 정상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가 전무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 해서는 “지진에 따른 쓰나미, 산사태 등 복합재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여태까지 한국은 원전에 지진 규모 6.5를 견디는 기본 내진설계를 적용했지만 한반도 동 남부 최대지진은 규모 7.5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탈원전 정책은 안전성과 환경을 증진하는 데 효과가 없고 에너지 안보위기를 초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은 탈원전을 합리화 할 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탈원전 과정과 효과를 평가하는 지표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병기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분법적으로 신재생은 무조건 좋고 원자력은 나쁘다는 식의 ‘원자력 죽 이기’는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과 스위스는 각 각 1986년, 1984년부터 탈원전 논의와 공론화를 시작했다” 며 “긴 호흡으로 끌고 가야 하는 에너지 정책이 단기간에 공론화를 통해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1년 순환정전 이후 발생 원인을 찾다보니 2003년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번 정부 임기 내에는 전기요금 영향도 적고 전력수급 문제도 없겠지만 향후 발생 할 문제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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