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충만한 ‘이건식당’으로 오셔유~
감성 충만한 ‘이건식당’으로 오셔유~
  • 양준환 기자
  • 승인 2019.0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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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 주말을 맞아 단양으로 봄맞이 가족여행을 떠났다. 이곳저곳을 자주 여행하는 편이지만 충청권 여행은 그리 많지 않았던 탓에 볼거리를 제외한 먹거리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모든 일이 순조로운 법.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올수록 ‘여행의 첫날 저녁을 맛있게 먹어야만 남은 여정도 즐겁다’라는 나만의 신념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문뜩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골 전통시장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경시장’이라는 단양의 대표적인 시장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장 근처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한 후 여러 가지 메뉴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의 중차대한 결정을 앞둔 우리는 점점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시장 입구에 도착하려던 순간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식당이 있었다. 시장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겉보기에는 마치 커피숍 같았지만 간판에는 카레라고 두 글자만 적혀있는, 뭔가 모를 독특한 분위기의 ‘이건식당’이었다. 식당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물을 것도 없이 식당 문을 열고 카레냄새에 이끌리는 듯 안으로 들어갔다. 필자는 카레를 좋아하기 때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고 가족들 또한 비슷비슷한 입맛을 지녔기 때문에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카레라이스’는 일본에서 생겨난 음식으로 쌀밥에 카레를 얹어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식 카레를 사용하기도 하며, ‘카레밥’이라 부르기도 한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카레밥을 매우 좋아했으며,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터라 카레라이스 보다는 카레밥이라는 표현이 더욱 정감 있게 와닿는다.
우리는 식당의 대표메뉴인 반반카레(이건 카레 반, 새우크림 카레 반)와 새우크림카레, 새크카우동 그리고 사이드 메뉴인 고로케를 주문하고 식당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커피숍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레코드 플레이어와 비디오테이프, 오래된 만화책 등 주변에서 손쉽게 접할 수 없는 물건들이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낭만적인 분위기에 더해 빈티지한 느낌까지 줄 수 있는 최상의 소품들이었다.

 

기다림도 잠시, 식당 안을 둘러보는 사이 어느새 주문한 음식들로 식탁이 가득 차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카레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바로 그 카레향이 우리의 후각을 자극시켰다. 자 이제 맛을 볼 차례. 반반카레 중 대표메뉴인 이건카레를 먼저 맛보았다. 카레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 법, 필자가 상상한 최상의 그 카레밥 맛이었다. 다음으로 맛 본 새우크림카레와 새크카우동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부드러움 그 자체였으며 카레와 함께 곁들여진 새우 또한 맛이 일품이었다. 같은 크림카레지만 밥과 우동은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 두 가지 모두 맛보기를 권한다.
사이드 메뉴로 주문한 고로케는 어렸을 적 시장에서 즐겨먹던 전형적인 고로케 맛이었으며 넉넉한 포만감을 주기에도 충분했다. 아이들과 동행 한 탓이었던가?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치킨 가라아게까지 챙겨주었다. 공짜로 먹는데다가 더할 나위 없는 바삭바삭함까지 더해져 저녁식사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 한다’는 말에 빗대어 표현한다면 이번 여행의 성패를 좌우한 첫날 저녁메뉴의 선택은 완전 대만족이었다. 단양팔경과 패러글라이딩, 수양개빛터널 그리고 구경시장까지 다양한 관광자원 탓에 단양을 찾는 여행객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앞으로 단양여행을 계획할 그 누군가에게 감히 추천을 하고 싶다.
여행을 가면 로컬푸드 위주로 메뉴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 끼 식사 정도는 가정식 카레밥의 진수를 느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건식당만의 낭만과 빈티지한 분위기 또한 마음껏 즐겨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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