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동북아 전력연계로 타파해야
커지는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동북아 전력연계로 타파해야
  • 이승희 기자
  • 승인 20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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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에너지협력 확대 잠재력 매우 커
환경성·변동성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전력시장 운영방안 중요

전력계통 연계가 세계 전력시장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유럽은 대륙 전체를 전력망으로 연결해 전력을 자유롭게 융통하고 있다. 아시아도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하나의 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다. 동북아 국가들의 전력망만 연결된다면 슈퍼그리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처럼 전력계통 연계와 전력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고자 전문가들이 모였다. 대한전기협회는 지난 9월 18일부터 19일까지 양일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훈 국회의원실, (재)여시재와 함께 ‘2019 Future E Forum’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4차 산업혁명 등 전력산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현안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전력연계,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한반도 잠재역량 극대화할 정책
전력망 연계, 실현까지 10여 년 … 지금부터 생태계 조성 힘써야

행사를 개최한 김종갑 대한전기협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전력산업계에 매우 크고 중요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그 중 하나인 에너지전환은 전력공급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적 변화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어려움이 많겠지만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를 구하면서 힘들고 어렵더라도 세계와 발맞춰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이번 포럼은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에너지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기술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력산업을 둘러싼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을 모두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동 개최자인 이훈 의원은 “동북아 전력연계는 국가 간의 효율적인 에너지 공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북방지역으로 경제 지평을 확장하는 신북방정책을 위한 기반이며 이는 세계무대에서 한반도의 잠재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오늘날 동북아 전력계통의 현황을 진단하고 효과적인 전력연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논하는 오늘의 포럼은 매우 의미가 있다. 이 자리를 통해 동북아 주요 국가들 사이에서 전력·에너지 인프라 및 정책적 상호 협력을 이끌어낼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가장 먼저 기조연설에 나선 손지우 SK증권 위원은 “ICT 기술의 발전으로 가정용과 상업용의 전력 소비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문제는 글로벌 유력 분석기관과 대한민국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및 스마트시티의 전력 소비 효과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향후 데이터센터와 전기차만으로도 전력 소비는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다. 전력 소비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주목해야 한다. ESS의 시장 규모는 전기차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앞으로 계속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인 김연규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보호무역이 대두되면서 미국 수출시장에 제약이 발했고 이에 따른 여파로 원자재 수입이 어려워져 한국·중국·일본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중국 바닷길 대부분은 미국 우방 세력에 둘러싸여 있어 중국이 글로벌 무역을 주도하기엔 다양한 제약조건이 따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동북아는 에너지자원의 매장분포와 각국의 에너지 수급구조 차이를 감안할 때 에너지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크다. 유럽연합의 집행위원회(EC)와 같은 국가 간  의기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며 동북아 국가 간 다자협력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현재 한국전력 처장은 한-중 전력계통연계 추진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강 차장은 정부 간 지원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음을 언급하며 ENTSO-E(유럽송전시스템운영 자네트워크), 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ECOWAS(서아프리카 제국 경제공동체) 등을 예로 들었다. 연합을 통해 동북아 국가 간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차장은 법률 및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전력 공급업자를 감독하거나 국경을 초월한 상호 접속 사업을 통해 송전선 개념을 확대하고 PPA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상호접속 사업을 위한 사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Gao Yi GEIDCO 박사는 “전기는 본질적으로 전략적인 상품이며 깊이 통합된 거래에 참여하려는 노력이 정치적, 규제적, 기술적,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한다”면서 “지역 전력망 상호연결을 전제로 각 국가의 에너지 개발의 주요 동향에 맞 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국가 전기 규제의 조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및 지역 조직의 조정 역할을 충분히 발휘해 국가 간 협력 증진을 도모하고 프로젝트 개발, 전력 시장 및 전력망 운영과 같은 양자 및 다자 협력 메커니즘 수립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공동 추진 메커니즘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병문 독일 베를린대학교 교수는 통일의 첫 단추로 전력망 연결을 진행한 독일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운영 중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전은 풍력 설비로 대체될 것”이라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원의 비중이 전력 생산량의 65%가 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서 교수는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수입하는 것도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수만km에 달하는 송전라인을 통해 전달되는 가스는 약 550억 큐빅미터(m3)에 달하는 용량”이라며 “재래식 에너지원에서 재생에너지원으로 변이하도록 독일의 사례들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학성 LS산전 사장은 “국가 간의 전력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고압 직류송전을 수단으로 해서 연결하게 된다. 각국이 쓰고 있는 교류와 주파수, 전압 등이 달라서 교류망을 그냥 연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직류 기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대규모 국가 간 전력망 연계는 기획부터 실현까지 약 10~14년이 걸린다. 지금부터 생태계 조성에 힘을 써 향후 국내 업체들의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한국전력과 국내 업체들이 에코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agnus Callavik ABB Sifang 사장은 “HVDC 연계에 있어서 특히 해양을 통한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해상풍력 설비가 시공될 예정이며 거리가 먼 경우 원거리 해상 케이블을 접목해볼 계획”이라며 “2015년 유럽의 해상풍력 설비 용량이 11.2GW였다면 2025년에는 40GW에 달하는 연계성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컨트롤도 중요하다. HVDC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긴밀하고 면밀한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HVDC의 경우 히팅시스템이다보니 마이크로초 단위마다 면밀하게 검토해서 계획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앞으로 약 6년간 어떻게 차세대 기술들과 접목할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인프라 관련 설비를 지원하는데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Philippe Linehart EDF(프랑스 전력공사) 이사는 ‘ADB의 동북아 전력연계 프로젝트 추진 결과’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전력계통 연계를 이룰 수 있다면 에너지 공급자들도 더 저렴하게 에너지를 수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유틸리티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수출을 통해 새로운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전력계통을 연계하면 정전이 발생했을 때도 필요한 지원을 즉각 받을 수 있다”면서 “모든 동북아 국가들이 참여한 플랫폼을 형성해 서로 협력한다면 전력계통 연계를 성공적으로 이루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포럼에서 좌장을 맡은 문승일 서울대학교 교수는 모든 발표가 끝난 후 “정책적인 사안들이 유럽에서는 비즈니스 관점으로 해결하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면서 “온 세상의 전력망이 연결되고 있는데 한반도만 유독 외딴 섬처럼 되어 있고, 그 안에서만 짧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나 싶다”고 총평했다. 이어 “전력계통을 연계하는 데 많은 도전과제가 있지만 도전의 위험성보다 100배, 1,000배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국회가 우리의 생각들을 잘 담아 정책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마무리 했다.

에너지시스템 불확실성 증가 … 효율관리제도의 진화 필요
미래 에너지 트렌드 3D … 안전 강화 시스템 개발해야
에너지 전환 시대에 부합되는 새로운 시각 중요

이튿날인 9월 19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포럼이 이어졌다.

이번 포럼을 공동주최한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새로운 전기의 시대가 오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등으로 인해 전기 수요는 폭발할 것”이라며 “21세기 에디슨이 되기 위해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21세기 에디슨이 나올 때 한국이 문명을 주도하는 선진국의 길이 시작 된다”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시티를 국가 미래 산업으로 확정 짓고 스마트시티 국가수출담당기구를 두어야 한다”면서 “동북아 에너지 협력과 아시아 슈퍼 그리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포럼의 막을 열었다.

가장 먼저 발표를 맡은 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은 “세계적으로 석탄, 원자력, 유류 발전은 감소하지만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사용량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미래 에너지 트렌드는 탈탄소화(Decarbonization), 분산화 (Decentral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 등 3D로 설명된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정책 실천방안과 관련해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수출산업을 육성하고 에너지 수요관리 및 효율화로 신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며 “에너지 안전기술의 패러다임 또한 전환해야 한다. 기존 가스와 전기 중심이었던 안전관리를 에너지 신산업으로 확대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절대안전(설비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어떠한 조작을 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전력을 공급하는 다양한 에너지원 중 에너지 효율향상이 가장 저렴하다”며 “효율향상은 에너지수요를 근원적으로 감소시켜 원전과 석탄발전 등 기저발전 확충 부담 완화 및 환경성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공급원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향후 전력시스템 효율화를 위해 통합 수요 관리(IDSM) 기반의 전력시스템 전환과 효율관리 기기 및 프로그램의 M&V 강화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효율향상은 전력산업과 반드시 공존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에너지 수요관리 핵심 정책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2019 Future E Forum Day-2 패널토론
2019 Future E Forum Day-2 패널토론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조상기 동서발전 발전기술개발원장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조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새로운 기회와도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력산업은 사회적가치 2조 원 달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원장은 “중장기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최소화 및 전력시장 내의 발전운영 효율화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인 스마트화, 서비스화, 플랫폼화는 전력산업에서도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엽 환경정책평가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에너지전환 및 전력산업 발전을 모색함에 있어 현재와 미래의 균형적, 단계적 관점에서 여러 가지 다른 시각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나라 에너지 생태계의 현실과 특징을 고려해 현재 수준의 정책 수정 및 장기적인 방향, 정책 시행의  체 등이 정리되어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성 기반의 가격 신호만이 아닌 환경성, 변동성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전력시장 운영방안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난 다양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를 동반해 에너지전환을 모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종웅 인코어드 테크놀러지 대표는 “에너지 시스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수급에 엄청난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곳들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에너지 수급계획, 전력조류와 혼잡, 배전망의 과전압, 에너지 가격, 급전 및 비상상태 등을 파악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전력시스템 불확실성 감소를 위해 ▲1초 실시간 데이터 수집 ▲전력속도 반응속도에 실시간 대응 ▲AI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및 최적화 ▲분산전 원과 시장/전력망과의 결합 ▲새로운 규제방식 검토 등을 예로 들었다. 최 대표는 “규제는 단순히 비용 최소화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규제는 투자 부분을 신경 쓰지 않고 운영 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한 인센티브에만 초점을 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정순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2007년 즈음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은 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가 투자의 돌파구가 됐다”면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빅데이터와 IoT(사물인터넷) 등 진보된 기술들이 에너지 시스템의 구도화와 에너지 신산업의 창출 기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3대 효율관리제도는 에너지사용기기 효율을 선진국 이상 수준으로 향상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으나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효율관리제도의 진화가 필요하다”며 “수요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에너지사용기기의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효율관리제도의 장기적 발전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 라고 조언했다.

내외빈 기념촬영
내외빈 기념촬영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전환은 단순한 연료의 전환이 아니라 사회시스템을 바꾸면서 에너지전환으로 생기는 산업을 성장동력화하는 것까지도 포함하는 전략적 개념이었지만 현재의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보조금을 통한 보급 확대만 서두르다 자국 내 태양광산업이 붕괴한 일부 유럽국가의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유 교수는 “생산원가가 반영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RPS 비용 등의 정책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에 외부비용 등이 합리적으로 반영되도록 ‘전기요금 도매가격 연동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 패널인 최승현 슈나이더일렉트릭 본부장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에너지 효율 제공 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이라고 자부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빌딩에너지먼즈 시스템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전력과 관련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본부장은 케네디 공항을 예로 들며 “공항과 같은 사회 기본 시설의 지속성은 긴 편”이라며 “케네디 공항을 마이크로LED로 연결하는 사 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수요관리에 상당한 비용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과 한국은 전력 사정이 많이 다르지만 실제 사업들을 참고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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